풀뿌리공동체운동의 의미, 실천경험, 그리고 과제
1. ‘풀뿌리공동체운동’의 의미
1) 개념의 정의
풀뿌리시민운동이나 공동체활성화에 대한 논의와 실천이 최근 우리사회에서 자주 거론되고 있다. 이 글에서는 그러한 일반적인 개념에 어느 정도 근거를 두면서도 열린사회시민연합의 실천활동과 결부되어 언급되고 있는 ‘풀뿌리공동체운동’에 다소 한정하여 개념을 정의하고자 한다.
‘풀뿌리공동체운동’이라는 정의에서 ‘풀뿌리’는 두 가지 의미를 담고 있다. 하나는 민초(民草)라는 의미로 생활 속의 평범한 보통사람들을 우리사회를 형성하고 발전시키는 운동의 주체로 삼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그러나 이 개념은 특정 사회계층을 계급적으로 규정하여 역사발전의 주체로 확대, 해석하는 경향과는 무관하며, 사회발전에 있어 선진적 의식을 갖는 엘리트들의 역할을 무시하는 의미로 사용하는 것도 아니다. 또 하나는 지역사회의 생활기반을 의미하며 열린사회가 추구하는 운동의 기반과 영역을 표현한다.
이제까지 우리는 위로부터 아래로의 방식에 너무 익숙해져 살아왔다. 큰 것을 위해 작은 것은 희생되어야 한다고 배워왔고 당위에서 출발하여 현실을 해석해왔다. 하지만 이제 관점의 전환이 필요하다. 작은 것 속에 큰 것이 함께 연결되어 있고 구체적 삶 속에서 이상은 하나씩 실현되어 가는 것이다. 우리는 나의 삶터에서, 가족과 이웃과 지역사회를 돌보고 함께 하는 과정에서 진정한 운동의 전망을 개척할 필요가 있다. 지역사회는 이제 국가나 민족 같은 더 큰 것을 위한 부속품이 아니다. 지역사회에는 사람들의 구체적인 삶이 있고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는 문화가 있으며 세계와 함께 호흡하는 현실사회의 발전이 있다.
‘공동체’라는 개념도 두 가지 측면에서 사용되었다. 하나는 앞의 ‘풀뿌리’라는 개념에서의 두 번째 의미 즉 지역사회공동체에 기반한(Community Based) 운동이라는 측면을 보완하는 의미이고 두 번째는 열린사회운동의 이념적 지향과 총체성과 관련하여 ‘공동체주의 운동’을 표현하고 있다. 물론 이 ‘공동체’란 개념 자체가 여러 가지 뜻으로 쓰이고 있고 ‘공동체주의 운동’이라는 것이 아직은 실험적 수준에 있지만 이 글에서 쓰이고 있는 '공동체주의 운동'의 보다 명확한 의미전달을 위해 기본 성격을 간추리면 다음과 같다.
“첫째 개인의 자율성과 사회적 가치가 조화를 이룰 때 인간의 자주성이 진정으로 실현될 수 있다는 전제를 갖는 운동이다". "둘째 사람의 의식과 인간관계의 공동체적 발전을 주된 목표로 삼는 고도의 목적의식적인 운동이다.” 즉 사회발전에서 법, 제도의 개혁이나 정치권력을 통한 파워의 행사보다도 사람들의 의식과 능력을 발전시키는 문제가 보다 근본적인 과제이며, 개인주의나 집단주의 모두에 반대하여 사람 개개인의 의식과 생활양식의 발전을 토대로 사람과 사람사이의 공동체적 관계발전에 사회발전의 핵심을 두는 운동인 것이다.
우리사회에서의 ‘공동체주의 운동’은 7,80년대의 민주화운동(사회주의적 변혁운동 포함)이나 90년대의 시민운동의 경험을 성찰적으로 계승, 극복하고자 하는 흐름의 연장선상에 있으며 자유주의적 세계관과 집단주의적 세계관 양자를 넘어서는 새로운 운동지향을 고민하고 있는 것이다. '풀뿌리공동체운동'은 이러한 운동지향을 지역사회에 기반하여 주민들과 함께하는 시민운동의 영역에서 실천해보겠다는 구체적 의지의 표현이다.
아직은 ‘풀뿌리공동체운동’이 다분히 실험적이고 현재로서는 모호한 성격으로 이해될 수도 있다. 향후 실천경험이 축적되고 평가되면서 보다 명확한 개념으로 정착될 수 있을 것이다. 또 '풀뿌리공동체운동' 그 자체만 가지고는 전체운동의 목표를 모두 담을 수 없는 부분적 성격을 지닌 운동이다. 다만 지역사회에서의 주민생활실천운동으로서의 자기 운동분야에서 공동체주의적 지향을 어떻게 적용할 것이며, 그 성과가 전체공동체주의 운동의 구체화에 어떤 기여를 할 것인지가 항상 고려되어야 한다.
2) 시민운동의 맥락
다음으로 ‘풀뿌리공동체운동’을 최근 시민운동의 흐름과 향후 발전방향과 관련하여 어떤 맥락에서 바라보아야 하는 가를 살펴보기로 하겠다.
21세기의 시민사회는 근대적 시민성(civility)이 갖는 개인주의적 한계를 넘어서 시민들이 자기존중뿐 아니라 타인존중을 배우며, 개인과 커뮤니티 간의 생동감있는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공동체적 사회문화를 창조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제 세계는 대립과 경쟁, 투쟁의 원리보다는 상생과 협조, 참여와 자치의 원리들에 입각하여 사회발전의 동력을 조직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는 것이다.
20세기의 진보운동은 모순의 대립과 투쟁의 원리에 입각하여 세상을 해석하고 실천하였다. 그것은 전근대적인 억압과 굴종에서 해방되어 자아를 찾고 각성된 개인들간의 ‘자유’와 ‘평등’의 실현을 향해 즉, 민주주의의 실현을 위해 투쟁한 역사였다. 그 성과를 딛고 21세기에는 더 나아간 인류의 비젼인 ‘사랑’의 실현, 즉 개인의 자유와 평등을 바탕으로 개인과 공동체와의 조화와 통일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러한 비젼은 공동체를 구성하는 개인들의 보다 깊은 성찰과 성숙을 전제로 한다. ‘나’와 다른 ‘너’에 대한 이해와 더불어 함께 해야 할 ‘우리’에 대한 끈끈한 애정과 책임이 없이는 인류공동체의 새로운 비젼에 한발자욱도 다가갈 수 없다.
인류공동체의 새로운 전진을 위해 세계의 시민사회는 커다란 역사의 물줄기를 형성해가고 있다. 20세기 중반이후 구미선진국에서 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시민운동이 활성화되고 있다. 특히 8,90년대에 걸쳐 우리 나라를 비롯한 남미와 동구권에서도 민주화운동이 광범위하게 전개되었고 이것은 시민사회를 형성, 발전시키고 각종 NGO들을 활성화시켰다. 세계의 NGO운동은 80년대 이후 ‘커뮤니티 건설’, ‘파트너십 전략’ 을 주요 내용으로 하여, 기존의 계급대립 중심의 시민사회관을 비판하고 그에서 탈피하여 시민사회를 이루는 다양한 구성요소들 즉, 정당, 노조, 교회, 각종 문화단체, 자선단체, 자원봉사단체, 지역사회단체 들간의 네트워크와 협력을 통해 사회를 발전시키고 건전한 시민질서를 형성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제 우리사회의 시민운동도 민주화의 진전과 시민의식의 성숙에 밑받침되면서 문제제기형 운동에서 가치지향형 운동으로 변화, 발전하여야 한다. 점차 비판과 견제, 권익옹호와 같은 전통적인 역할에서 제3섹터의 창출, 공동체 형성과 같은 미래 창조적인 역할로 옮겨가야 하는 것이다. 21세기에는 우리사회에서 제3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점차 커질 것이다. 국가권력에 의해 조직되는 제1섹터나 시장원리에 의해 움직이는 제2섹터와 달리 제3섹터는 자원성에 입각한 시민들의 참여와 비영리적 동기에 의해 움직인다.
제3섹터 조직들의 특성은 첫째로 민간(private)조직이라는 점이다. 정부의 간섭을 받지 않는 비정부(nongovernmental)조직이다. 둘째, 비영리적(non-profit)이라는 점이다. 조직구성원들의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고 공익적 목적의 기금 모금을 통해 재원을 조달한다. 셋째, 자원적(voluntary)이라는 점이다. 조직의 주요사업과 활동이 자원봉사자들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 넷째, 자치적(self-governing)이라는 점이다. 조직의 의사를 결정하고 운영하는 원리가 외부의 간섭이 아닌 구성원들의 자발적인 참여에 이해 민주적으로 이루어진다.
3)커뮤니티의 형성과 자원봉사
최근 시민운동의 전개에 있어 커뮤니티의 형성은 핵심적인 과제이다. 커뮤니티의 형성과정에서 주목할 것은 파트너십의 구축과 주민참여 자원동원 모델이다. 지역공동체의 형성을 위해서는 지역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다양한 부문들간의 연대와 협력, 즉 파트너십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파트너십이 실현되려면 지방자치단체나 민간 모두 생각을 바꾸고 협력의 경험을 쌓아나가야 한다. 지방자치단체는 민간이 갖고 있는 자율성과 창의성을 고양하는 방식으로 태도를 바꾸어야 한다. 지역사회의 시민단체, 자원봉사조직, 종교기관, 학교, 노조, 기업 등이 갖고 있는 인적, 물적 자원을 효과적으로 연결하고 그들의 리더십, 관리 기술, 교육 경험, 자원봉사 동원 능력 등 보유하고 있는 장점을 존중하고 신장시켜야 한다. 민간의 자율성과 창의력을 방해하는 장애물을 파악해서 제거하며, 인센티브를 마련하여야 한다. 지역의 시민사회는 한편으로 지방정부를 견제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지역공동체의 미래를 함께 책임지는 협력자로서 나서야 한다. 정부가 비정부기구를 육성하고 영리기업이 비영리단체들을 지원하는 것은 이제 더 이상 터부시될 일이 아니다.
'주민참여형 자원동원 모델'은 지역문제의 해결에 있어 정부와 기업 등 지역공동체 바깥으로부터의 지원에 크게 의존하지 않고 지역공동체 내부의 기관들, 기업들, 학교, 병원, 복지관, 시민단체, 주민자원봉사자 등이 파트너가 되어 나서는 모델을 말한다. 이제까지는 지역사회의 여러 문제들 즉 범죄, 교육, 도시계획, 교통, 실업 등 너무나 많은 부분들을 중앙정부에 의존해왔고 당연히 그 관계는 종속적인 것이 되었다. 서구의 복지국가형의 정책들도 문제해결의 자원을 주로 외부에 의존하는 것이었고 결과적으로 수동적이고 소모적인 반복이 계속되었다. 앞으로는 지역공동체의 형성이라는 관점에서 능동적인 주민참여를 이끌어내는 자원동원 모델이 정립되어야 한다.
지역사회 시민운동의 전개, 특히 공동체주의 운동의 관점에서 볼 때 주민들의 자원봉사활동을 조직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과제이다. 자원봉사는 근대자본주의 시장경제원리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원리에 의해서 실현된다. 기존의 사회운영원리가 이윤동기를 매개로 철저한 ‘give and take'의 법칙이 적용되는 것이라고 한다면, 자원봉사는 ‘대가를 바라지 않고 사회전체와 그 구성원들의 이익과 발전을 위해 아낌없이 자신의 능력과 시간을 제공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전혀 새로운 것이다.
20세기를 포함한 근대사회에서는 제1섹터의 원리인 법과 공공권력의 질서, 제2섹터의 원리인 경쟁과 교환이 주요한 사회운영원리로 작동하였다. 그 결과 현대사회는 많은 문제점을 안게 되었다. 비대한 정부기구와 막대한 재정적자, 관료주의와 부정부패, 물질만능과 인간소외로 인한 각종 사회적 병폐의 만연, 개인주의적이고 이기적인 사회문화풍토 등등...... 정부실패, 시장실패로 표현되는 이러한 문제점들을 해결할 대안으로 21세기 사회운영에서 점차 중요한 역할을 요구받고 있는 것이 자율적 시민참여와 자원봉사의 원리에 의해 운영되는 제3섹터인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자원봉사는 단순히 근대사회가 갖고 있는 모순과 문제점을 보완하는 비공식적 영역의 보조적 활동에 그치지 않고 미래사회를 주도할 새로운 생활양식을 예비하는 시대적 요청이 되고 있는 것이다.
자원봉사는 무엇보다도 사람들을 이기적인 인간형이 아닌 공동체 속에서 함께하고 더불어 ‘사랑’을 실천해가는 인간형으로 변화 발전시킨다는 점에서 매우 큰 의미를 갖고 있다. 인류역사를 사람들의 능력과 의식의 성장이라는 측면에서 해석한다면 전근대사회의 인간형은 가족과 나라에 충성하는 인간형, 즉 개인은 없고 집단에만 속한 인간형으로 볼 수 있고, 근대사회의 인간형은 자아의 발견을 통한 집단구성원으로부터 개인의 탈출, 즉 고립되고 원자화된 개인들간의 계약관계로 이루어진 개인주의적 인간형으로 볼 수 있다. 반면 우리가 추구하는 미래사회의 인간형은 개인과 공동체의 조화와 통일, 즉 자유롭고 평등한 개인의 자발성을 기초로 공동체 속에서의 자신을 인식하고 함께 나누는 ‘사랑’을 실천하는 인간형이다. 자원봉사야말로 이러한 인간형에 접근하는 훌륭한 통로가 될 수 있다.
자원봉사는 또한 내가 사는 지역사회의 주인이 바로 나, 우리 자신이라는 주인의식을 갖게 하고 자원봉사 활동을 통해 지역주민끼리 서로 돕고 의지하는 지역사회에 대한 공동체의식과 연대 의식을 갖도록 한다. 공동체 의식이 형성될 때 지역사회에서 일어나는 문제가 주민들의 협동과 노력으로 예방되고 해결되며, 보다 인간적인 사회로 한 단계 나아갈 수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이 ‘풀뿌리공동체운동’은 바로 이러한 시대적 흐름과 시민운동의 발전 맥락에서 바라볼 때 총체적 전망과 실현전략을 획득할 수 있다. 자유와 평등을 넘어 사랑을 지향하는 이념적 맥락, 개인과 공동체간의 조화와 통일을 추구하는 운동사적 흐름, 제3섹터적 원리, 커뮤니티 형성과 파트너십, 자원봉사활동전략 등은 우리가 풀뿌리공동체운동을 전개하는 데 있어 유의하고 있는 이론적 기초들이고 이는 또한 실천활동을 통해 풍부해지고 재정립되어야 할 과제들이기도 하다.
2. ‘열린사회’의 정체성과 ‘풀뿌리공동체운동’의 실천
‘열린사회’는 자기 조직성격을 ‘무엇보다도 사람을 소중히 여기는 조직’, ‘지역사회에서 사랑을 실천하는 조직’,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여 함께 만들어가는 조직’으로, 열린사회의 회원은 ‘아름다운 자원봉사자’, ‘공동체생활문화의 형성자’, ‘공동체사회로의 안내자’로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규정은 ‘풀뿌리공동체운동’을 자신의 조직정체성으로 확립해가려는 ‘열린사회’의 노력을 잘 보여주고 있다. ‘열린사회’가 위와 같은 문제의식에 입각해서 지역사회주민운동을 본격화한 것은 몇 해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 동안의 실천경험이 적은 것만은 아니며 나름대로 짚어보고 향후 발전방향과 관련하여 문제의식을 심화시킬 필요가 있다. 구체적 사업상에는 여러 가지 복잡한 요소들이 작용하여 문제의 핵심을 옳게 가려보기 어려운 경우가 많으며 그 나름대로의 관성에 매몰되어 방향을 잃고 헤매는 경우도 있다. 이런 때일수록 ‘풀뿌리공동체운동’의 기본방향에 입각하여 문제를 분석하고 해결점을 찾아가는 것이 꼭 필요하다. 더욱이 현실적인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헌신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는 풀뿌리활동가들에게 있어서는 자신의 하고 있는 일에 대한 가치와 비젼을 확인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풀뿌리공동체운동’ 전반에 대한 분석과 평가는 필자의 능력상 가능하지도 않고 근거도 충분하지 않으며 이 글에서는 다만 ‘열린사회’의 최근 실천경험을 몇가지 분야로 나누어 설명하고 그 특징을 짚어보는 것으로 대신하겠다.
1)환경
먼저 환경분야에서 ‘열린사회’는 최근 4년여동안 ‘샛강살리기운동’을 전개해오고 있다. 중랑천, 도림천, 홍제천 등 서울의 중소하천들은 이미 하천의 본래적 기능을 상실한채 거대한 하수구로 전락한지 오래되었다. 그리고 하천복개 등으로 인해 자정능력이 전무한 상태에서 시민들의 접근성은 상실되어 도시하천오염이 단기간에 회복되기를 기대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졌다. 그런데 친환경적 녹색도시로의 전환을 위해서는 각종 오염원의 규제와 당국의 효과적인 환경정책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도 필수적인 것은 지역주민들이 환경을 보전하기 위한 활동에 직접 나서도록 하고 생활양식 자체를 친환경적인 것으로 전환할 때 가능한 것이다. 하천환경의 복원문제도 우선 주민들 스스로가 동네 주변의 개천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자기 삶의 일부로서 친숙하게 대하며 생태복원의 주체로서 참여토록 하는 것이 핵심적인 것이다.
‘샛강살리기운동’은 하천주변주민들의 가족단위 생태기행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아이들과 엄마들이 함께 동네하천의 물속생물을 관찰하고 간이수질측정을 해보면서 자신들의 가정에서, 생활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생각해보게 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생태기행으로 시작된 ‘샛강살리기운동’은 교실밖 환경교실과 순회환경교실로 확산되었고 동네하천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키우기 위한 주민이 직접 참여하는 하천문화제로 발전하였다. 그러한 과정에서 관악구에서는 지역내 관심있는 단체와 주민들이 참여하여 지속적 실천을 담보할 수 있는 ‘건강한 도림천을 만드는 주민모임’을 만드는 성과를 거두기도 하였다.
최근들어 ‘열린사회’는 강서양천과 은평지역에서 남은음식물자원화사업을 전개하고 있으며 몇 개의 지부에서 주말농장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생활환경문제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는 음식물쓰레기문제이다. 매립이나 소각방식에 의한 처리가 또 다른 환경문제를 야기한다는 점은 이미 잘 알려져있고 음식물쓰레기 처리시설 건설문제와 관련한 지역간 이기주의(님비현상)도 많이 여론화된 문제이다. 열린사회가 도입한 방식은 EM이라고 하는 혐기성 미생물발효제를 사용한 남은 음식물의 퇴비화, 사료화 방식이다. 이 사업은 주민들을 환경회원으로 가입시키고 각 가정에 직접 EM을 나누어주어 가정에서부터 발효된 남은 음식물을 일주일에 2회 수거하여 파주에 있는 환경농장에 공급하는 방법으로 운영된다. 현재 강서양천지역에 1300가정, 은평지역에 200가정정도가 가입되어 있으며 파주농장은 오리사육과 각종 작물재배, 그리고 주말환경교육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 사업은 친환경적인 리사이클링 방식이라는 장점뿐만 아니라 주민들의 환경의식 제고와 참여, 주부들의 환경농장 견학, 학생들의 자원봉사 참여 등의 프로그램을 결합함으로써 지역공동체 활성화에 토대를 제공하는 사업기반이 되고 있다.
이상과 같은 ‘열린사회’의 환경운동은 감시와 고발, 정책전환 촉구를 주 사업방식으로 하는 기존의 전문적인 환경운동단체들의 운동방식과는 다른 특징을 갖고 있는데 간단히 정리하면 다음의 세 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 사람들의 의식변화, 생활양식의 변화를 추구하는 교육사업을 앞세운다는 점이다. 둘째 주민들의 직접 실천의 주체로 만들고 조직화함으로써 생활실천운동으로 정착시킨다는 점이다. 셋째 환경문제뿐이 아니라 지역사회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불러일으키고 지역공동체의 활성화에 기여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2) 지역사회복지
다음으로 ‘열린사회’의 사업 중에서 양적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활동가 역량도 많이 투여되고 있는 분야가 아동교육사업을 비롯한 지역사회복지분야이다. 이 분야에서 대표적인 사업은 저소득방임아동들을 대상으로 한 ‘방과후 교실’사업이다. 현재 열린사회가 직접 운영하고 있는 방과후 교실은 4개지역 5개소이다. 이 밖에도 서울지역 22개소의 방과후 교실에 대한 교사교육, 교육프로그램연구, 공익자금 행정지원 등의 역할을 하고 있다. 열린사회의 방과후 교실은 단순히 결식아동에 대한 급식제공이나 방과후 숙제물이나 학습지도, 또는 특기교육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편부모, 부모동시취업, 기타 사유 등으로 방임되어 있는 저소득가정의 아동들을 학교방과후에 맡아 통합교육방식으로 질 높은 전인교육을 무료로 실시하고 있다. 물론 이 사업의 유지를 위해서는 지방자치단체나 민간기금 등의 공익자금을 확보하는 것 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의 적극적인 결연을 끌어내고 자원봉사교사들을 조직함으로서 가능하다. 방과후 교실이 질 높은 교육을 추구할 수 있었던 것은 ‘열린사회’ 이전부터 지금까지 계속해오고 있는 공동체방식의 아동교육사업의 전통이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노인대상의 복지사업은 강서양천지역에서 벌인 무의탁노인 한방무료결연사업과 강북지역에서 매년 지속사업으로 벌이고 있는 무의탁노인 집수리자원봉사사업이 있다. 전자는 지역 한의사회의 결연과 자원봉사로 가능했고 후자는 도배 등 전문기술을 가진 회원과 자원봉사자들을 조직함으로써 가능하였다. IMF로 경제가 어려워진 직후 먼저 실행했던 사업은 서울역의 실직홈리스들을 위한 무료진료자원봉사활동이었다. 이 사업은 대한전공의협의회의 의사들과 뜻있는 약사들의 자원봉사와 회원들의 상담 및 노력봉사가 결합하여 이루어진 사업이었다. 대량 실직사태에 직면하면 본격적으로 벌인 사업은 ‘실업극복범국민위원회’의 재정지원을 받아 전개한 실직가정 결연운동 “사랑의 트라이앵글”이었다. 이 운동은 4개지역의 활동가들과 회원들이 참여하여 어느정도 경제가 회복된 올해까지 2년간 지속적으로 벌인 운동으로 연인원 14,300가정에 생계비의 일부를 지원하고 지역사회의 의료진료와 물품지원 등 관심과 결연을 조직한 사업이었다. 현재는 이 사업의 후속대책으로 실직자들의 자활을 위한 지역센터건립과 프로그램 개발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이상과 같은 ‘열린사회’의 지역사회복지사업의 특징은 다음의 몇 가지로 정리해볼 수 있다. 첫째 일반적인 시민단체들의 주요활동내용과는 다르게 사회의 여러 문제점을 제기하고 복지정책의 도입을 촉구하는 활동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지역사회에서 문제의 해결을 위해 자원을 조직, 동원하고 회원을 비롯한 지역주민들을 문제해결의 주체로 만들어간다는 점이다. 둘째 적극적인 자원봉사자의 조직과 활용에 역점을 둔다는 점이다. 자원봉사의 조직은 단순히 인적자원의 동원이란 측면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의식변화와 결부하여 적극적인 측면을 강조하고 있으며 아동교육사업에서 보여주고 있듯이 단순히 현재의 문제를 치유하기 위한 서비스의 제공이 아니라 미래적인 대안제시와 교육내용 개발에 중점을 두고 있다는 점이다. 셋째 각종 프로젝트지원사업의 적극적 활용, 문화, 교육, 복지 등 공익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의 민간위탁 모색 등 새로운 민․관파트너십 구축을 위한 모델개발과 지역사회의 자립적인 복지네트워크 형성을 위해 노력한다는 점이다. 복지서비스분야의 사업은 많은 재원과 인력을 필요로 하는 사업이고 우리사회의 현실상황상 많은 한계와 어려움을 갖고 있다. 지나친 외부프로젝트지원에의 의존은 단체운영의 안정성과 자립성을 헤칠 수 있으며 사업규모의 확장과 지속에 따른 관성과 경직성을 경계해야 한다.
3) 주민자치
다음으로 주민자치운동분야이다. 이 분야는 ‘열린사회’가 최근들어 역점을 두어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실천을 조직하고 있는 분야이다. 대표적인 사업은 주민자치센터 참여와 네트워크 조직사업, 그리고 삶터가꾸기 사업이다.
주민자치센터관련사업은 단계적인 읍․면․동사무소 기능전환에 발맞추어 기존의 말단행정기관이었던 동사무소 대신에 주민자치에 의한 커뮤니티센터를 건설하는 사업으로 장기적 관점을 갖고 꾸준한 노력을 통해 지역사회를 변화시키는 사업이다. 이 사업을 벌이는 데 있어 다음의 두 가지 기본방향을 견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하나는 주민참여와 자치, 즉 민간이 운영의 주체가 되도록 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커뮤니티 형성, 즉 지역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고 미래를 개척해나는 데 있어 지역사회의 여러 구성부분들이 유대감을 갖고 파트너가 되어 협력하는 네트워크를 건설하도록 하는 것이다.
주민자치센터는 기본적으로 제3섹터적 운영원리에 의해 만들어지고 발전해야 한다. 주민자치센터의 구성과 운영은 권력위임을 기초로 한 대의제 민주주의의 연장선에서만 바라보아서는 안된다. 우리나라의 기초자치단체는 시․군․구단위이고 동사무소의 자치센터전환으로 최하행정계층도 시․군․구로 되고 있다. 선거에 의해 권력을 위임해 통치하는 단위로서는 시․군․구가 최하이고 이제 동단위는 새로운 운영원리, 민간자발적이고 비영리적이고 자원적이고 자치적인 공동체(community)의 형성을 지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주민자치센터를 매개로 생활권 단위에서의 주민과 밀착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시도하고 주민들의 자치적인 모임을 조직하며 지역공동체의 활성화로 연결하는 것을 풀뿌리공동체운동의 주요한 사업방법으로 고려하여야 한다. 열린사회가 올해 실행하고 있는 삶터가꾸기 사업은 전형적인 풀뿌리공동체활성화 프로그램이다. 삶터가꾸기사업은 원래 일본에서 유행한 바 있는 마을만들기프로그램을 도입, 우리 관점에서 재해석하여 실행하는 프로그램이다. 마을만들기는 놀이터, 공원, 하수처리장 등 공공시설의 건축과 유지관리와 관련하여 지방행정의 발상을 전환하여 - 하드웨어적인, 시설의 디자인에서 소프트웨어적인 즉, 사람들의 생활을 디자인하는 쪽으로 발상을 전환 - 그 과정에 이해관계를 갖고 있는 마을의 제 집단을 참여시키는 프로그램이다. 우리는 이 프로그램의 사람을 중시하는 관점을 높이 평가하고 동네의 시설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생활문화를 공동체활성화로 연결시키고 그 과정에의 주민참여와 조직화를 주요한 방법으로 채택하였다.
4) 사회교육, 소모임활동
마지막으로 ‘열린사회’의 공동체운동 지향과 관련하여 가장 큰 관심을 갖고 있으면서도 가장 더디게 진행되고 있는 분야로 사회교육과 소모임활동 조직사업분야이다.
‘열린사회’는 자신의 주 사업분야를 시민들 삶의 터전인 지역사회에서의 생활실천운동에 두고 있다. 환경, 복지, 문화, 교육, 주민자치 등 다양한 사업을 벌리고 있지만 우리가 중요시하는 것은 그러한 과정에서 참여하는 지역주민들의 삶의 방식이 어떻게 변화하고 성장하느냐 하는 것이며 결국 더불어 함께 사는 지역공동체의 형성에 기여하는 것이다. 또한 개인주의적 인간관을 넘어서서 성찰하는 ‘참나’를 발견하고 개발하며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적 삶을 실천하는 사랍들의 대오를 확대하는 조직활동을 중요시한다. 그 동안 시민단체들은 사회를 향해 발언하고 개입하는 것에 많이 치중해왔다. 그를 통해 사회가 바람직한 방향으로 변화하고 다 좋은 일이기는 하나 정작 중요한 것은 그 시민단체를 구성하고 있는 회원들의 성장과 발전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점이다.
사람들은 다양한 관계맺음을 통해 살아가는데 시민회의 각종 활동이나 모임에의 참여도 관계맺음의 하나이다. 그런데 이 만남은 전혀 새로운 만남이다. 가족과 같이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태생적으로 주어진 혈연적 만남도 아니고 먹고살기 위한 경제적 활동을 위한 만남도 아니고 한 국가의 국민과 같이 의무지어진 만남도 아니며 개인의 취미나 선호를 위한 동호모임도 아닌, 철저히 자유의지에 의해 선택하고 책임지며 모임활동을 통해 자신을 성장시키고 이웃을 변화시키는 새로운 만남인 것이다. 회원들의 생활과 모임을 풍요롭게 하고 그 속에서 회원들이 성장하게 하며 회원의 힘으로, 생활실천의 조직을 통해 사회를 근저로부터 변화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열린사회’가 운영하고 있는 일반시민대상의 사회교육프로그램들은 꽤 오래된 전통을 갖고 있다. (구)서울민주시민연합의 ‘민주시민학교’는 10여년에 걸쳐 수천명의‘민주시민’들을 사회에 배출하였고 각 지역시민회의 주민대상의 각종 강좌와 문화교육프로그램들 예컨대 풍물강습 등은 지금도 매년 새로운 졸업생을 배출하고 주민동아리활동과 지역사회공동체문화활동을 조직하고 있다. 또 어머니가 교사로 함께 참여하여 공동체교육을 추구하는 강북의 ‘책마을유치원’ 사업과 어린이도서관을 매개로 취학전 아동들의 공동교육과 회원가족들간의 공동체적 유대를 높여가는 송파의 ‘함께 끄는 우리’ 사업 등은 공동체적 유아교육에 관한 새로운 시도이다. 일부지부에서는 최근 중고등학교 청소년 대상의 교육사업도 환경, 문화, 자원봉사 등을 매개로 시도하고 있다. 회원소모임활동도 풍물패, 글모임, 영화모임, 인형극모임, 통기타 모임 등 문화 소모임과 그림책모임, 박물관모임, 시사토론반, 영어회화반 등 교육소모임, 산행모임, 축구모임 등 취미체육활동소모임, 환경사업팀, 문화사업단, 지방자치연구팀 등 과제해결형 모임 등 다양한 형태의 소모임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사회교육프로그램과 회원소모임활동이 이전 민주화운동시기의 내용과 방법에서 크게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답습하거나 정체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이다. 민주민권의식의 신장과 취미교양식 활동을 넘어서서 개인의 자아성장을 도모하고 공동체생활의 갈등을 중재극복하며 사회발전에 기여하는 참인간으로 성장하는 교육프로그램과 조직활동방식의 개발이 절실한 과제이다.
그러한 고민의 연장선상에서 우리가 회원들과 지역주민들의 삶을 공동체적 삶으로 변화시키고 의식의 성장을 도모하는 데 있어 유력한 방법으로 채택된 것이 자원봉사활동이다. 자발성, 공익성, 무보수성을 특징으로 하는 자원봉사는 자원봉사자가 제공하는 다양한 형태의 서비스로 사회를 풍요롭게 할 뿐 아니라, 자원봉사자 스스로가 개발․성장되는 쌍방향 운동이다. 자원봉사자는 인간의 가치에 대한 이해와 이타성을 높이고 사회를 변화시켜 나갈 수 있는 능력을 발전시킴으로써 공동체적 인간형으로 성장하는 소중한 기회를 얻게 된다. 또한 자원봉사는 지역사회를 민주적이고 공동체적인 생활문화양식으로 변화시키고, 공적자원과 민간자원을 효율적이고 바람직한 방향으로 결합시킴으로써 다양한 영역에서 풀뿌리공동체 건설의 기초를 형성할 수 있다.
'열린사회'의 자원봉사운동은 '열린사회'가 진행하는 각종 사업에 회원을 비롯하여 지역의 주민, 청소년, 대학생들의 자원봉사 참여를 확대하고, 자원봉사자 교육, 프로그램 개발 및 기획사업, 자원봉사 네트워크 형성 등을 통해 자원봉사의 실천주체이자 안내자로 기능하여 자원봉사를 시민들의 보편적인 생활양식으로 정착시켜 나가는 데 주된 목적이 있다.
또 회원간 또는 지역주민사이의 경제생활을 매개로 나눔과 교류의 장을 만들어 보려고 시도하고 있는 것이 ‘열린 품앗이’활동이다. 일반적으로 지역통화라고 불리는 이 운동은 재화와 서비스의 교환에서 ‘화폐’라는 물신성을 극복하고 직접 사람과 사람이 만나 인간적 교류를 통해 새로운 생활문화를 형성해보려는 시도이다.
‘풀뿌리공동체운동’이란 개념으로 ‘열린사회’의 실천활동을 설명하고 이론화작업을 시도한 것은 아주 최근의 일이다. 유사한 범주의 운동과 실천들은 ‘열린사회’뿐만 아니라 많은 풀뿌리 단체들의 운동경험에서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단지 ‘공동체주의운동’이라는 총체적 전망 하에서 지역사회주민운동을 해석하고 그 발전방향을 정립해보려고 하는 시도는 일단 유의미한 작업이라고 생각된다. 이 운동은 아직 시작단계이고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 근거가 충분히 마련되어 있지 못하다. 하지만 실천과 이론은 상호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발전한다. 우리의 실천과 이론작업이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많은 현실적 장애와 난관을 돌파해야 하고 보다 보편화된 경험이 축적되고 연구와 토론이 병행되어야 한다.
3. 몇 가지 현실적 과제
다음으로 현재 시점에서 ‘풀뿌리공동체운동’을 전개하는 데 있어 나서는 몇 가지 현실적 과제를 살펴보도록 하겠다.
먼저 나서는 문제는 우리사회에서 ‘풀뿌리공동체운동’을 본격적으로 전개하는 데 있어 정치적, 사회적, 문화적 토대가 많이 미약하고 그러한 조건 하에서 운동지향과 현실조건 사이의 균형점을 어떻게 형성해야 하는가 하는 점이다. 언론 등 사회적 관심과 영향력이 높지 못한 상태에서 주민밀착형의 생활실천운동은 활동가들에게 많은 인고를 감수하도록 요구한다. 또 주류로 형성되어 있는 사회여론분위기에 편승하여 단기적 성과를 낼 수 있는 아이템과 잇슈에 치중해보면 어떨까 하는 유혹에 시달리게 된다. 물론 사회적 흐름이나 여론과 동떨어져 나홀로 독야청청식의 태도를 고수하는 것은 현명한 선택이 아니다. 하지만 ‘풀뿌리공동체운동’의 비젼이 이상적 주관주의가 아닌 과거 진보운동에 대한 철저한 자기성찰과 현실사회발전에 대한 과학적 분석에 토대한 것이라고 한다면 운동주체들의 신념과 헌신에 응답할 수 있는 사회변화가 우리의 노력과 더불어 가까운 시일내에 성큼 다가오고 있다고 확신한다.
다음으로 공동체주의 운동의 지향에 보다 접근할 수 있는 핵심적 운동영역인 사람들의 의식을 발전시키는 사업들, 즉 사회교육사업, 소모임활동의 조직화 등의 사업영역에서 뚜렷한 방법론을 개발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사업들은 내부적이고 장기적인 사업으로 쌓인 공에 비해 단기적이고 가시적인 성과가 눈에 보이지 않는 사업영역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더많은 연구개발과 실험이 필요할 것이다. 또한 시민운동뿐 아니라 사회 여러 분야의 노력과 성과들이 축적되고 연결되어야 할 문제이기도 하다. 우리는 보다 개방적인 태도로 배우고 협력하여야 한다.
앞의 문제들은 현실적으로는 취약한 재정과 인력 수급 등 단체운영을 어렵게 하는 압박요인을 어떻게 돌파하고 지속적 운동의 동력을 확보하느냐 하는 문제로 귀결된다. 재정확보의 왕도가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한가지 확실한 것은 회원들의 회비와 다수의 소액후원자들에 의해 재정을 확보하는 것을 원칙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단지 시민운동의 자율성이라는 원칙 때문만이 아니라 실제로 외국의 많은 예나 우리 나라에서도 재정문제에서 성공한 NGO들의 경우를 보면 그것만이 가장 안정적이고 확실한 방법이고 또 현실적인 방법이기 때문이다. 비영리 마케팅 개념의 도입과 경영 마인드가 필요하다. 후원자시장에 대한 조사와 과학적인 모금전략의 수립, 다양하고 적합한 모금 프로그램의 개발, 철저한 후원자 관리와 서비스 체계 구축, 시민단체간 공동모금의 개발과 자원의 공동 관리 등이 필요하다.
다음으로 ‘풀뿌리공동체운동’의 확산과 연대의 문제이다. 풀뿌리단체간의 연대와 협력은 상생과 협조의 공동체적 정신에 입각한 새로운 형의 네트워크로 발전하여야 한다. 중앙중심의 연대, 전국적인 전선형성을 기본 목표로 한 과거의 연대방식에서 벗어나 다양성을 존중하고 상호이해를 높이는 방향에서 연대가 이루어져야 한다. 네트워크의 구축이 세력확장의 수단으로 쓰여져서는 안되며 다양한 운동단체들간의 상호이해를 촉진하고 전문성을 강화하며 상호커뮤니케이션의 증진을 통한 공동선의 추구로 연결되어야 한다. 지역사회내의 서로 다른 NGO간의 네트워크 구축도 지역사회의 공동과제에 대한 대응에서 힘을 모으기 위해서 뿐만이 아니라 일상적으로 협력하고 교류하며 지역공동체의 형성을 위한 파트너십의 구축을 위해 필요하다. 정보화와 관련하여 사이버 공간상에 지역공동의 NGO Portal을 구축하는 것도 한 방법이며 회원활동의 상호교환도 고려해 볼 만하다. 환경, 교육, 복지 등 분야별로 세분화되고 있는 NGO의 추세에 비추어 볼 때 회원멤버십만을 고집하지 말고 자신의 고유한 회원활동을 개방하고 상호 교류함으로써 지역주민 요구의 다양성에 부응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풀뿌리시민단체들은 조직이기주의에 빠져서는 안되며 과감한 벽허물기를 통해 주민에게 개방된 주민의 조직으로 거듭나야 한다.
모든 사회분야가 다 그렇겠지만 향후 ‘풀뿌리공동체운동’의 성패를 가늠하는 것은 그를 구성하고 있는 사람들의 질과 비젼이다. 현재 풀뿌리단체에서 일하고 있는 상근 활동가들은 정말 헌신적이고 도덕적이며 유능한 인재들이다. 하지만 언제까지 소모적인 반복을 계속할 것인가? 안정적 생활을 보장할 수 있는 급여를 지급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는 것도 물론이지만 리더십 교육과 인재개발에 보다 큰 힘을 기울여야 한다.
상근 활동가의 재충전을 위한 여건 마련과 공동의 연수 프로그램 마련, 전문적 활동 인력 양성 및 지도자 성장과정 프로그램 개발이 필요하다. 또 정보화, 세계화 시대를 선도할 수 있는 인터넷교육, 외국어 연수, 국제NGO간의 인턴교환 등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여야 한다. 능력의 신장도 중요하지만 비젼은 탄탄한 철학적 기반에서 나온다. 인간본질과 시대와 세계 흐름에 대한 안목을 갖출 수 있도록 깊은 성찰과 토론문화가 정착되어야 하며 세부 분야에 대한 전문적 지식도 필요하지만 통찰력과 소명의식을 갖출 수 있는 인문적 교양에도 게을리 말아야 한다.
‘풀뿌리공동체운동’이 추구하는 ‘사람을 존중하는 공동체의 건설’은 인류의 새로운 삶을 개척하는 운동이다. 개인 위주의 이기적이고 황폐한 인간관계를 상생(相生)의 참된 인간관계로 변화시키고 세대간의 갈등, 지역간의 갈등, 온갖 차별과 소외를 극복해 가는 함께 나누고 함께 섬기는 운동을 지향해야 한다. 생활실천 속에서 새로운 윤리적 기준을 정립해가고 공공선의 문화를 창조하는 운동으로 발전해야 한다. 그것은 단순한 캠페인이나 제도정비만으로는 실현될 수 없으며 꾸준한 체험교육과 생활실천운동을 결합할 때만이 가능하다. 21세기는 새로운 시민사회 문화창조의 세기가 될 것이다. 그것은 풀뿌리(GrassRoot, 民草)가 운동주체가 되어 지역사회에 기반하여(Community Based) 전개하는 시민운동, 생활실천 속에서 공동체적 가치를 실현하는 운동을 통해 가능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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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공동체주의 운동에 대한 보다 자세한 근거와 내용을 보려면 “새로운 사회운동의 모색” ; 정원용, 「현대진보이론의 재평가」, 열린사회 발간, 1999 참조하기 바란다.
2)
“풀뿌리운동” ; 정원용, 「21세기 대안적 지역주민운동모색」, 기독교사회발전협회 발간, 1999 참조
3)
제3섹터의 발전, 커뮤니티 건설, 파트너십 등에 관한 이론적 배경은 다음의 책자를 참조하기 바란다. 「시민사회와 제3섹터」, 주성수, 한양대 출판부, 1999
4)
“자원봉사와 제3섹터-정부 파트너십” ; 박홍순, [열린사회] 12호 참조
5)
자세한 내용은 “아름다운 삶을 꿈꾸는 사람들” ; 최홍재, 박홍순, 「풀뿌리단체 회원활동길라잡이」, 열린사회 발간, 2000년 참조
6)
“지역공동체 형성을 위한 환경사업”; 박정란, [열린사회] 13호, 2000년 참조
7)
열린사회 방과후 교실의 대표적 사례인 은평 ‘열린 어린이 학교’ 사례를 살펴보려면 회지 [열린사회] 9호에 실린 신미혜회원의 “저소득 결식아동들에게도 질높은 교육을”이란 글을 참고할 것.
8)
주민자치센터 활성화를 위한 네트워크 홈페이지가 최근 개설되었다. 관련 자료와 활동내용을 알려면 다음 사이트를 참조하시오. http://www.community.simin.org
9)
열린사회의 삶터가꾸기사업에 대해 자세한 내용을 참조하려면 “주민밀착형 공동체운동” ; 허선행, [열린사회] 14호, 2000년을 보시오.
10)
“공동체사회를 여는 힘, 자원봉사” ; 조재학, [열린사회] 12호, 2000년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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