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4월 16일 금요일

주민자치센터사업과 풀뿌리공동체운동(2000.7)

주민자치센터사업과 풀뿌리공동체운동
열린사회의 올해 주요사업목표 중의 하나가 각종 대중사업간의 연계성을 확보하고 하나로 집약될 수 있는 identity를 확보하는 것이다. 이것은 “다양한 사업을 풀뿌리공동체운동으로”이라는 구호로 집약된다. 이 글에서는 열린사회의 여러 사업 중에 최근에 본격적으로 실행되고 있는 주민자치센터 관련사업을 중심으로 삶터가꾸기사업, 자원봉사메뉴얼개발사업 등 여타사업과의 연계성을 밝히고 풀뿌리공동체운동이라는 열린사회의 사업identity를 정의하는 데 초점을 두었다.
21세기의 시민사회는 근대적 시민성(civility)이 갖는 개인주의적 한계를 넘어서 시민들이 자기존중뿐 아니라 타인존중을 배우며, 개인과 Community 간의 생동감있는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공동체적 사회문화를 창조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제 세계는 대립과 경쟁, 투쟁의 원리보다는 상생과 협조, 참여와 자치의 원리들에 입각하여 사회발전의 동력을 조직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는 것이다.
20세기의 진보운동은 모순의 대립과 투쟁의 원리에 입각하여 세상을 해석하고 실천하였다. 그것은 전근대적인 억압과 굴종에서 해방되어 자아를 찾고 각성된 개인들간의 자유와 평등의 실현을 향해 즉, 민주주의의 실현을 위해 투쟁한 역사였다. 그 성과를 딛고 21세기에는 더 나아간 인류의 비젼, 개인의 자유와 평등을 바탕으로 개인과 공동체와의 조화와 통일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러한 비젼은 공동체를 구성하는 개인들의 보다 깊은 성찰과 성숙을 전제로 한다. ‘나’와 다른 ‘너’에 대한 이해와 더불어 함께 해야 할 ‘우리’에 대한 끈끈한 애정과 책임이 없이는 인류공동체의 새로운 비젼에 한발자욱도 다가갈 수 없다.
인류공동체의 새로운 전진을 위해 세계의 시민사회는 커다란 역사의 물줄기를 형성해가고 있다. 7,80년대에 걸쳐 우리 나라뿐 아니라 남미와 동구권에서도 민주화운동이 광범위하게 전개되었고 이것은 시민사회를 형성, 발전시키고 각종 NGO들을 활성화시켰다. NGO운동은 80년대 이후 ‘커뮤니티 건설’, ‘파트너십 전략’ 을 주요 내용으로 하여, 기존의 계급대립 중심의 시민사회관을 비판하고 그에서 탈피하여 시민사회를 이루는 다양한 구성요소들 즉, 정당, 노조, 교회, 각종 문화단체, 자선단체, 자원봉사단체, 지역사회단체 들간의 네트워크와 협력을 통해 사회를 발전시키고 건전한 시민질서를 형성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제 우리사회의 시민운동도 민주화의 진전과 시민의식의 성숙에 밑받침되면서 문제제기형 운동에서 가치지향형 운동으로 변화, 발전하여야 한다. 점차 비판과 견제, 권익옹호와 같은 전통적인 역할에서 제3섹터의 창출, 공동체 형성과 같은 미래 창조적인 역할로 옮겨가야 하는 것이다. 21세기 우리사회에서 제3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점차 커질 것이다. 국가권력에 의해 조직되는 제1섹터나 시장원리에 의해 움직이는 제2섹터와 달리 제3섹터는 자원성에 입각한 시민들의 참여와 비영리적 동기에 의해 움직인다. .
제3섹터 조직들의 특성은 첫째로 민간(private)조직이라는 점이다. 정부의 간섭을 받지 않는 비정부(nongovernmental)조직이다. 둘째, 비영리적(non-profit)이라는 점이다. 조직구성원들의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고 공익적 목적의 기금 모금을 통해 재원을 조달한다. 셋째, 자원적(voluntary)이라는 점이다. 조직의 주요사업과 활동이 자원봉사자들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 넷째, 자치적(self-governing)이라는 점이다. 조직의 의사를 결정하고 운영하는 원리가 외부의 간섭이 아닌 구성원들의 자발적인 참여에 이해 민주적으로 이루어진다.
풀뿌리공동체운동은 바로 이런 시대적 흐름과 NGO운동의 큰 방향 속에 위치지어져 있다. 풀뿌리공동체운동이란 풀뿌리(民草)가 주체가 되어 지역사회에 기반하여(Community Based) 벌이는 운동으로 사람들 사이에 사랑이 넘쳐나는 아름다운 미래사회를 건설하는 운동이다. 풀뿌리공동체운동을 전개하는데 있어 커뮤니티의 형성은 핵심적인 과제이다. 커뮤니티의 형성과정에서 주목할 것은 파트너십의 구축과 주민참여 자원동원 모델이다.
지역공동체의 형성을 위해서는 지역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다양한 부문들간의 연대와 협력, 즉 파트너십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파트너십이 실현되려면 지방자치단체나 민간 모두 생각을 바꾸고 협력의 경험을 쌓아나가야 한다. 지방자치단체는 민간이 갖고 있는 자율성과 창의성을 고양하는 방식으로 태도를 바꾸어야 한다. 지역사회의 시민단체, 자원봉사조직, 종교기관, 학교, 노조, 기업 등이 갖고 있는 인적, 물적 자원을 효과적으로 연결하고 그들의 리더십, 관리 기술, 교육 경험, 자원봉사 동원 능력 등 보유하고 있는 장점을 존중하고 신장시켜야 한다. 민간의 자율성과 창의력을 방해하는 장애물을 파악해서 제거하며, 인센티브를 마련하여야 한다. 지역의 시민사회는 한편으로 지방정부를 견제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지역공동체의 미래를 함께 책임지는 협력자로서 나서야 한다. 정부가 비정부기구를 육성하고 영리기업이 비영리단체들을 지원하는 것은 이제 더 이상 터부시될 일이 아니다.
주민참여형 자원동원 모델이란 지역문제의 해결에 있어 정부와 기업 등 지역공동체 바깥으로부터의 지원에 크게 의존하지 않고 지역공동체 내부의 기관들, 기업들, 학교, 병원, 복지관, 시민단체, 주민자원봉사자 등이 파트너가 되어 나서는 모델을 말한다. 이제까지는 지역사회의 여러 문제들 즉 범죄, 교육, 도시계획, 교통, 실업 등 너무나 많은 부분들을 중앙정부에 의존해왔고 당연히 그 관계는 종속적인 것이 되었다. 서구의 복지국가형의 정책들도 문제해결의 자원을 주로 외부에 의존하는 것이었고 결과적으로 수동적이고 소모적인 반복이 계속되었다. 앞으로는 지역공동체의 형성이라는 관점에서 능동적인 주민참여를 이끌어내는 자원동원 모델이 정립되어야 한다.
주민자치센터사업은 이상과 같은 풀뿌리공동체운동 전개에 있어 매우 중요한 계기로 될 수 있다. 단계적으로 읍․면․동사무소를 주민자치센터로 전환하는 이 사업은 장기적 관점을 갖고 꾸준한 노력을 통해 지역사회를 변화시키는 사업이다. 이 사업을 벌이는 데 있어 다음의 두 가지 기본방향을 견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하나는 주민참여와 자치, 즉 민간이 운영의 주체가 되도록 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커뮤니티 형성, 즉 지역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고 미래를 개척해나는 데 있어 지역사회의 여러 구성부분들이 유대감을 갖고 파트너가 되어 협력하는 네트워크를 건설하도록 하는 것이다.
주민자치센터는 기본적으로 제3섹터적 운영원리에 의해 만들어지고 발전해야 한다. 주민자치센터의 구성과 운영은 권력위임을 기초로 한 대의제 민주주의의 연장선에서만 바라보아서는 안된다. 우리나라의 기초자치단체는 시․군․구단위이고 동사무소의 자치센터전환으로 최하행정계층도 시․군․구로 되고 있다. 선거에 의해 권력을 위임해 통치하는 단위로서는 시․군․구가 최하이고 이제 동단위는 새로운 운영원리, 민간자발적이고 비영리적이고 자원적이고 자치적인 공동체(community)의 형성을 지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주민자치위원 구성에 있어서도 대의성(대표성)을 둘러싼 불필요한 갈등과 경쟁을 지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지방의원들이 위원장자리를 요구하는 문제가 그렇다. 구의원들은 해당 지역구를 대표해서 지방의회에서 발언하고 권한을 행사하는 것으로 자신을 역할을 다하는 것이며, 주민자치센터에 참여한다면 그것은 자원봉사자로서 자신의 능력과 열정을 지역사회에 헌신하는 그런 자격인 것이다. 그것은 동장이나 다른 참여자들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그런 의미에서 주민자치위원의 구성은 지역사회에 존재하는 자생적이고 공익적인 활동을 하는 여러 단체, 모임, 기관에서 파견한 위원들과 프로그램 관련 동아리 대표들을 주요 구성원으로 하여 실질적인 센터를 운영해나가는 협의회가 되어야 한다. 활동력있는 봉사자들로 구성되어야 하고 여성과 청년들이 많이 결합해야 한다. (cf:현실적으로 양원제식 운영도 검토; 자치위원회와 실행(운영)위원회)
다음으로 시설이용과 프로그램 운영에 있어서도 앞의 원칙들이 적용되어야 한다. 주민자치센터는 행정서비스의 대행기관이 아니다. 주민참여와 자치를 진작하는 기능에 역점을 두어야 한다. 시민자치방(사랑방, 동아리방, 자원봉사방, 모임방 등)을 강화하고 1단체 1책임프로그램제를 도입하여 지역사회의 여러 단체와 모임들의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 그리고 여타 민간부분의 프로그램과 경쟁하지 말고 보완하거나 네트워크 기능을 해야 한다.
또 주민자치센터로의 전환을 추진함에 있어 다음과 같은 점이 깊이 고려되어야 한다. 단계론적 접근을 하지 말고 초기부터 주민참여와 자치, 커뮤니티건설이라고 하는 기본방향을 유지하고 그를 위해 필요한 요건을 만들어가는 것이 필요하다. 첫 단추를 잘 꿰어야 한다. 행정편의적이거나 계도적인 입장에 서서는 안된다. 행정개혁이나 제도적 조건을 만드는 것은 과감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주민참여의식의 부재나 민간역량의 미성숙을 이유로 형식적으로 추진하거나 기존 기득권층이 변형된 형태로 자리잡음으로써 새로운 물결이 만들어지고 채워지는 것을 방해해서는 안된다. 구단위에서의 종합적이고 유기적인 배치(자치센터간, 외부 관련시설간)를 하는 것이 중요하고 지역주민들에 대한 홍보와 센터운동주체에 대한 교육과 지원이 매우 절실하다. 이를 위해 민․관합동추진반을 구성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주민자치센터를 매개로 생활권 단위에서의 주민과 밀착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시도하고 주민들의 자치적인 모임을 조직하며 지역공동체의 활성화로 연결하는 것을 우리의 주요한 사업방법으로 고려하여야 한다. 우리가 올해 실행하고 있는 삶터가꾸기 사업은 전형적인 풀뿌리공동체활성화 프로그램이다. 삶터가꾸기사업은 원래 일본에서 유행한 바 있는 마을만들기프로그램을 도입, 우리 관점에서 재해석하여 실행하는 프로그램이다. 마을만들기는 놀이터, 공원, 하수처리장 등 공공시설의 건축과 유지관리와 관련하여 지방행정의 발상을 전환하여 - 하드웨어적인, 시설의 디자인에서 소프트웨어적인 즉, 사람들의 생활을 디자인하는 쪽으로 발상을 전환 - 그 과정에 이해관계를 갖고 있는 마을의 제 집단을 참여시키는 프로그램이다. 우리는 이 프로그램의 사람을 중시하는 관점을 높이 평가하고 동네의 시설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생활문화를 공동체활성화로 연결시키고 그 과정에의 주민참여와 조직화를 주요한 방법으로 채택하였다.
그런데 이 삶터가꾸기와 같은 프로그램을 주민자치센터와 결합시켜 보면 좋은 풀뿌리공동체활성화모델이 되지 않을까? 시범기간의 주민자치센터프로그램의 대표적인 것이 주부노래방과 인터넷카페였다. 물론 그러한 복지서비스적 프로그램도 주민들이 친숙하게 주민자치센터를 이용하게 하는 매개는 되겠지만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모임을 구성하고 동네의 관심사를 논의하여 놀이터도 바꾸고 문화제도 개최하고 한다면 이보다 더 좋은 자치센터프로그램이 어디 있겠는가?
주민자치센터는 본래 ‘시설’의 개념이다. 이제까지의 행정사무소기능에서 동네사람들이 모여서 회의하고 모임하는 자치방이나 교육실, 정보센터, 문화의 집으로 바꾸겠다는 구상인 것이다. 그릇에 담길 새로운 내용을 채우고 그 내용-프로그램을 통해 사람들을 공동체적 생활문화와 의식으로 변화시키는 역할을 누가 할 것인가? 그것이 바로 열린사회와 같은 풀뿌리시민단체의 역할이다. 우리가 주민들과 함께하는 여러 가지 프로그램들, 즉 동네하천 생태기행, 마을축제, 방과후 학교, 지역화폐, 각종 강습과 교육 등등 이 모든 것이 주민자치센터라고 하는 그릇을 채울 우리의 내용인 것이다. 우리가 올해 만들고 실천하려고 하는 “회원 및 시민참여 자원봉사 메뉴얼 개발 및 실천프로그램”은 그것을 위한 지침서이자 교과서 초안을 만들어보자는 것이다. 작년에 이어 11월에 준비중인 “풀뿌리공동체활성화워크숍”은 그러한 실천사례를 모아 평가해보고 이론적으로도 정립해보며 전국의 풀뿌리활동가들이 교류하는 장을 만들자는 것이다.
지역사회를 공동체적으로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우리의 힘만으로는 부족하다. 지역사회의 여러 민간기관들, 학교, 종교기관, 복지기관, 언론사, 상공업기관들과 관계를 트고 네트워크를 형성해야 한다. 또 지방자치단체와의 협력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우리가 올해 사업하는 지방의정참여 모니터사업은 이를 위한 기초를 놓는 사업이다. 또 각종 위탁사업 및 프로젝트 사업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야 한다. 문화, 복지, 환경, 교육, 건강 등 공공의 이익을 위한 사회적 서비스는 과감한 민간위탁이 행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관이 이것을 민영화와 같이 단순히 행정의 효율성이라는 측면에서 접근하지 않고 주민의 참여라는 측면, 민간섹터의 활성화와 장점의 활용이라는 측면에서 접근하도록 잘 유도해야 한다. 앞으로 민간위탁 등의 민․관협력사업은 점차 늘어날 것이다. 청소년문화센터, 복지관, 문화센터 등의 대규모 위탁사업을 하는 YMCA에 바로 비길 수는 없겠지만 점차 경험을 쌓고 능력을 인정받는다면 못할 바도 아니다. 우리의 사업방향과 관련하여 자원봉사센터도 중요한 고려 중에 하나가 되어야 한다. 어쨋든 주민자치센터운영에의 참여는 우리의 중장기적 지역사업개척에 좋은 밑거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주민자치센터에 대한 풀뿌리운동조직들의 발빠른 대응이 필요하다. 이미 시범실시단계를 넘어 도시지역에는 9월부터 전면적으로 실시된다. 가능한 모든 인맥과 정보를 동원하여 자치위원으로 참여하는 것이 향후 사업을 위해 매우 중요한 고리가 된다. 관악지역의 단체들은 신림동, 봉천동 전 지역에 걸쳐 접촉가능한 모든 인사들 목사, 단체활동가, 학교운영위원 등에게 제안하여 자치위원참여를 권유키로 했고 관내의 관심있는 단체들로 기획단을 꾸린 바 있다. 이 밖에도 서울지역의 여러 단체들이 토론회를 개최하는 등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주민자치센터사업은 올해뿐만 아니라 상당기간 열린사회가 역점을 두어 추진하는 중점사업이 될 것이다. 올해사업은 그 첫 삽을 뜨는 시작일 뿐이다. 올해 사업을 통해 주민자치센터를 매개로 한 주민자치풀뿌리공동체운동단체들의 전국적 네트워크를 건설하는 것이 또한 우리의 조직사업의 중요한 목표이다. 제안서가 보내지자 마자 전국의 많은 단체들로부터 문의와 호응이 답지하고 있다. 제주, 창원, 대구, 광주, 전주, 천안, 인천 등 우리와 사업방향이나 내용을 같이하는 많은 단체들이 우리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 열린사회일꾼들은 높은 책임감과 열성, 그리고 창의성을 갖고 풀뿌리공동체운동의 새 장을 개척해 나갈 것이다.
2000. 7. 10. 사무처장 박 홍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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