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4월 15일 목요일

주민자치센터와 풀뿌리공동체운동의 활성화(2000.9/경남대신문)

주민자치센터와 풀뿌리공동체운동의 활성화


박홍순(열린사회시민연합 사무처장)


풀뿌리공동체운동은 말그대로 풀뿌리(民草)가 주체가 되어 지역사회에 기반하여(Community Based) 벌이는 운동이다. 커뮤니티(지역공동체)의 형성은 최근의 지역운동 전개과정에서 중요한 과제로 거론되고 있으며 이를 위해 지역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다양한 부문들간의 연대와 협력, 즉 파트너십의 문제 또한 주요한 문제의식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또 지역문제의 해결에 있어 정부와 기업 등 지역공동체 바깥으로부터의 지원에 크게 의존하지 않고 지역공동체 내부의 기관들, 기업들, 학교, 병원, 복지관, 시민단체, 주민자원봉사자 등 내부의 자원을 결합하고 주민들의 능동적 참여를 조직하는 모델 개발도 커뮤니티 형성운동에서 고려해 볼 점이다.
그런데 주민자치센터의 건설은 풀뿌리공동체운동 전개에 있어 매우 중요한 계기가 되고 있다. 단계적으로 읍․면․동사무소를 주민자치센터로 전환하는 이 사업은 장기적 관점을 갖고 꾸준한 노력을 통해 지역사회를 변화시키는 사업이다. 이 사업을 벌이는 데 있어 다음의 두 가지 기본방향을 견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하나는 주민참여와 자치, 즉 민간이 운영의 주체가 되도록 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커뮤니티 형성, 즉 지역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고 미래를 개척해나는 데 있어 지역사회의 여러 구성부분들이 유대감을 갖고 파트너가 되어 협력하는 네트워크를 건설하도록 하는 것이다.
주민자치센터는 기본적으로 제3섹터적 운영원리에 의해 만들어지고 발전해야 한다. 주민자치센터의 구성과 운영은 권력위임을 기초로 한 대의제 민주주의의 연장선에서만 바라보아서는 안 된다. 우리나라의 기초자치단체는 시․군․구단위이고 동사무소의 자치센터전환으로 최하행정계층도 시․군․구로 되고 있다. 선거에 의해 권력을 위임해 통치하는 단위로서는 시․군․구가 최하이고 이제 동단위는 새로운 운영원리, 즉 민간자발적이고 비영리적이고 자원적이고 자치적인 공동체(community)의 형성을 지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주민자치위원 구성에 있어서도 대의성(대표성)을 둘러싼 불필요한 갈등과 경쟁을 지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지방의원들이 위원장자리를 요구하는 문제가 그렇다. 구의원들은 해당 지역구를 대표해서 지방의회에서 발언하고 권한을 행사하는 것으로 자신을 역할을 다하는 것이며, 주민자치센터에 참여한다면 그것은 자원봉사자로서 자신의 능력과 열정을 지역사회에 헌신하는 그런 자격인 것이다. 그것은 동장이나 다른 참여자들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그런 의미에서 주민자치위원의 구성은 지역사회에 존재하는 자생적이고 공익적인 활동을 하는 여러 단체, 모임, 기관에서 파견한 위원들과 프로그램 관련 동아리 대표들을 주요 구성원으로 하여 실질적인 센터를 운영해나가는 협의회가 되어야 한다. 활동력있는 봉사자들로 구성되어야 하고 여성과 청년들이 많이 결합해야 한다.
다음으로 시설이용과 프로그램 운영에 있어서도 앞의 원칙들이 적용되어야 한다. 주민자치센터는 행정서비스의 대행기관이 아니다. 주민참여와 자치를 진작하는 기능에 역점을 두어야 한다. 시민자치방(사랑방, 동아리방, 자원봉사방, 모임방 등)을 강화하고 1단체 1책임프로그램제를 도입하여 지역사회의 여러 단체와 모임들의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 그리고 여타 민간부분의 프로그램과 경쟁하지 말고 보완하거나 네트워크 기능을 해야 한다.
또 주민자치센터로의 전환을 추진함에 있어 다음과 같은 점이 깊이 고려되어야 한다. 단계론적 접근을 하지 말고 초기부터 주민참여와 자치, 커뮤니티 건설이라고 하는 기본방향을 유지하고 그를 위해 필요한 요건을 만들어가는 것이 필요하다. 첫 단추를 잘 꿰어야 한다. 행정편의적이거나 계도적인 입장에 서서는 안된다. 행정개혁이나 제도적 조건을 만드는 것은 과감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주민참여의식의 부재나 민간역량의 미성숙을 이유로 형식적으로 추진하거나 기존 기득권층이 변형된 형태로 자리잡음으로써 새로운 물결이 만들어지고 채워지는 것을 방해해서는 안된다. 시․구단위에서의 종합적이고 유기적인 배치(자치센터간, 외부 관련시설간)를 하는 것이 중요하고 지역주민들에 대한 홍보와 센터운동주체에 대한 교육과 지원이 매우 절실하다. 이를 위해 민․관합동추진반을 구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주민자치센터는 본래 ‘시설’의 개념이다. 이제까지의 행정사무소기능에서 동네사람들이 모여서 회의하고 모임하는 자치방이나 교육실, 정보센터, 문화의 집으로 바꾸겠다는 구상인 것이다. 그릇에 담길 새로운 내용을 채우고 그 내용-프로그램을 통해 사람들을 공동체적 생활문화와 의식으로 변화시키는 역할을 누가 할 것인가? 그것이 바로 우리와 같은 풀뿌리시민단체의 역할이다. 우리가 주민들과 함께하는 여러 가지 프로그램들, 즉 동네하천 생태기행, 마을축제, 방과후 학교, 지역화폐, 각종 강습과 교육 등등 이 모든 것이 주민자치센터라고 하는 그릇을 채울 우리의 내용인 것이다.
지역사회를 공동체적으로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우리의 힘만으로는 부족하다. 지역사회의 여러 민간기관들, 학교, 종교기관, 복지기관, 언론사, 상공업기관들과 관계를 트고 네트워크를 형성해야 한다. 또 지방자치단체와의 협력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각종 위탁사업 및 프로젝트 사업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야 한다. 문화, 복지, 환경, 교육, 건강 등 공공의 이익을 위한 사회적 서비스는 과감한 민간위탁이 행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관이 이것을 민영화와 같이 단순히 행정의 효율성이라는 측면에서 접근하지 않고 주민의 참여라는 측면, 민간섹터의 활성화와 장점의 활용이라는 측면에서 접근하도록 잘 유도해야 한다.
주민자치센터사업은 풀뿌리단체들의 다양한 사업을 매개하고 연결해 줄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으며, 이 사업을 장기적 관점을 갖고 꾸준히 전개한다면 풀뿌리공동체운동 활성화에 새로운 전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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