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4월 20일 화요일

주민자치센터의 현황과 활성화방안(2001.11)


주민자치센터의 현황과 활성화방안


박홍순(열린사회시민연합 사무처장)

주민자치센터의 추진현황

주민자치센터의 설치와 운영은 행정기능의 전환과 맞물려 현정부의 100대 개혁과제 중의 하나로 추진되어왔다. 초기의 구상은 읍면동사무소를 완전폐지하고 주민자치센터로 전환하는 것이였지만 추진단계에서 이 구상은 후퇴하여 읍면동사무소의 존속과 일부업무의 이관 그리고 남는 공간을 활용한 주민자치센터의 설치로 변경되었다. 99년도 하반기에 도시지역 94시구 278개동에 대해 처음으로 시범실시가 진행되었고 도농복합시 및 군의 읍면지역에 대한 시범실시는 2000년도에 이루어졌다. 행정자치부는 시범실시지역에 대한 평가 및 보완대책 수립을 거쳐 2000년 하반기부터 일반시 및 자치구 지역 확대시행을 추진하였으며 2001년 하반기에는 도농복합시 및 군의 읍면지역 확대시행을 준비중에 있다. 2001년 2월 28일을 기준으로 할 때 시행대상인 94개시구 1,655개동 중 조례 제정 97%, 사무인력조정 95%, 주민자치위원회 구성 94%, 주민자치센터설치 82%의 추진율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그런데 현재 운영되고 있는 여러 지역의 주민자치센터 현황을 보면서 여기저기서 우려의 목소리가 많이 나오고 있다. 주민자치위원 구성이 기존 관변인사나 정치적 성향의 인사들도 채워져 정치적 목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와, 시설과 프로그램 운용이 천편일률적이고 형식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 민간사설기관과의 프로그램 중복문제, 낮은 프로그램의 질, 동사무소 시설노후 및 협소로 인한 활용공간의 부족문제, 저녁시간이나 주말과 같은 일과시간 이외의 활용이 어려운 문제, 담당공무원의 업무과중과 전문성 부족, 강사 등 자원봉사자의 참여 저조, 민간시민단체나 지역주민의 참여 저조, 예산확보의 어려움 등등 많은 문제점들이 지적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들이 발생한 원인과 관련해서는 여러 각도에서 분석이 필요하고 그 개선점과 관련해서도 여러 논의들이 진행되고 있지만, 주민자치센터가 민간의 역량축적이 부족한 상태에서 관 주도로 진행됨에 따라 파생되는 근본한계가 있음을 감안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능을 전환해나가는 행정당국의 추진방법은 행정편의적이고 중앙집권적 관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한마디로 말해 총론과 방향은 옳지만 시행방법은 아직 구태의연하다는 것이다.

모범적인 사례들이 점차 생겨나고는 있지만 아직은 대부분의 주민자치센터들이 중앙행정부의 일반적 지침에 따른 천편일률적 시설배치와 프로그램 운영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목적성을 상실하고 실용성을 고려하지 않은 형식적 시설설치가 진행되었고, 지역실정에 근거한 자치센터의 융통성있는 운영이 고려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또 지역내 교육, 문화, 복지 등 여러 공공시설과 기관들간의 연계체계 구축을 통한 지역자원의 효율적 활용과 네트워크 형성이 부족하고, 주어진 동사무소의 공간내에서의 시설배치와 프로그램운영에만 매달리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는 행정의 자율성이 낮아 현장실정에 근거한 융통성있는 업무기획과 집행이 안되고 있는 사정과 관련이 있다.

담당공무원들의 창의성과 자율성이 보장되지 않고 형식적 지침수행에 머무르는 현재의 문제점은 실적보고 중심의 행정문화가 낳은 폐단이기도 하다. 기능전환이 추진된 읍․면․동지역에서도 실질적 행정업무가 줄어들지 않고 있다. 특히 조사통계 업무보고 등 상급행정부서의 업무협조요청 등으로 많은 행정실무력이 소진되고 있는 것이 여전한 현실이고, 주민자치센터관련 업무만을 맡는 전담공무원이 드물고 부가적 업무로 취급받는 것이 현실이다.

시범실시기간이 있었다고는 하지만 오랫동안 길들여져 온 권위적이고 폐쇄적이고 형식적인 행정문화를 극복하고 주민자율의 개방적이고 실질적인 자치문화를 만들어간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대부분의 주민자치센터가 아직 제대로 자리잡지 못하고 있고 많은 문제점과 해결과제를 안고 있는 것은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낡은 관행을 거두어내고 새로운 자치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장기적 관점의 꾸준한 노력이 요구되며 이 과정에서 민간과 행정의 상호작용과 협력은 필수적인 공정이다.

활성화를 위한 시민단체의 노력

비록 행정개혁의 일환으로 주민자치센터가 설치되고 운영되기 시작했지만, 주민자치와 지역공동체활성화에 관심을 갖고 있는 풀뿌리시민단체들의 주체적 노력이 가시화되고 있으며 그 성과도 결코 적지 않다. 2000년도에 열린사회시민연합․한국도시연구소․한국기독교사회발전협회를 중심으로 전국의 13개 시범주민자치센터에 대한 주민자치위원․프로그램이용주민 및 담당공무원 의식조사와 모니터링이 이루어졌다. 또 전국 13개도시에서의 '주민자치센터활성화를 위한 지역별간담회'와 5개(서울․수도권․충청․강원․제주)권역별 워크샾이 진행되었다. 그러한 사업의 성과를 모아 11월 15일에는 82개 풀뿌리시민단체들이 연결된 "주민자치센터활성화를 위한 풀뿌리네트워크"(이하 풀뿌리네트워크)가 공식 출범하게 되었다. '풀뿌리네트워크'는 주민자치센터의 참여와 운영에 대한 정보의 교류와 상호협력, 주민자치센터에 대한 조사연구와 프로그램 개발, 주민자치형 센터운영의 모델 정립, 운영주체들의 체계적인 교육 등의 사업을 전개하고 있으며, 관련 법규의 정비, 민․관 파트너십에 기초한 협력방안 모색 등 주민자치센터 활성화를 위한 환경조성을 위해서도 힘을 기울이고 있다.

2001년도에도 ‘풀뿌리네트워크’ 전체차원에서나 소속된 단체나 지역별로 다양한 활동들이 이루어지고 있다. 지난 7월에는 ‘풀뿌리네트워크’의 홈페이지(http://www.grassroot.net)가 새롭게 정비되었다. 또 9월에는 일선 운영주체들이 손쉽게 활용할 수 있는 '주민자치센터운영길라잡이‘가 출판되어 전국1700여개 자치센터에 배포되었다. NGO참여형 주민자치센터 모델발굴을 위한 지원사업이 4개지역에서 진행되고 있으며, 11월에는 2001주민자치센터박람회를 개최하여 모범사례발표와 전시, 올해의 우수주민자치센터선정과 시상, 2002년 주민자치센터 활성화의제 발표, 자치센터활성화를 위한 워크샵 등이 성황리에 진행되었다. 또 연말까지는 몇몇 지방자치단체별로 주민자치센터에 대한 자문과 협력을 위한 민간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위원회가 설치될 예정이다.

서울지역에서는 "주민자치센터, 지역주민이 만들어 가요"라는 주제하에 각 동별 모범운영사례를 발굴, 확산하고, 기초자치구 단위에서의 논의 활성화를 위한 사업들이 진행되고 있다. 강북구에서는 열린사회북부시민회가 주민참여형 문화복지센터 건설을 위해 '미아3동 백중잔치', ‘강북구 문화복지센터 신문‘ 발간, '작은 공청회'등의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동대문구, 송파구, 관악구, 그리고 구로구에서도 주민욕구조사와 자치센터운영현황 모니터, 토론회, 공청회 등이 준비되고 있다. 관악주민연대는 관악구청과 공동으로 주민자치위원 및 담당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워크샵과 교육을 진행하였으며, 동북여성민우회는 도봉구 방학3동에서 주민자치위원회운영의 모델을 만들기 위해 자치위원워크샵 등 다각도의 사업을 펼치고 있으며, 은평시민회는 대조동 자치센터에서 어린이도서관사업을 위탁받아 운영하고 있다.

부산경남지역에서는 ‘경남정보사회연구소’를 비롯한 여러 단체들이 ‘주민자치센터 경남지역 네트워크 형성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네트워크 홈페이지’도 마련할 예정이다. ‘부산 I&C는 부산지역 15개 자치구 총 193개소 주민자치센터를 대상으로 주민자치센터 참여 주민의 욕구만족 및 주체적 참여정도, 주민자치센터 전면 실시 이후 구체적인 활동 평가, 주민자치센터의 다양하고 모범적인 모델 추출, 주민자치센터 활성화를 위한 실행 과제 개발 등 ’주민자치센터 활성화를 위한 심층 조사사업 및 모델개발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인천지역에서는 ‘주민자치센터 활성화를 위한 주민자치위원 워크샵 및 사례발표회’ 가 진행되고 있다. 인천지역 8개구 116개동 주민자치센터의 주민자치위원들을 대상으로 하여 주민자치센터의 현황을 점검해 보고, 주민자치위원으로 활동하면서 느끼는 문제점을 찾아내어 개선방안을 함께 공유하고 교육하는 기회를 마련하였다. 이 사업은 14개 시민단체가 참여하고 있는 '주민자치를 위한 인천네트워크'가 주관하여 진행하고 있으며, 또 공공근로 민간단체 위탁사업의 일환으로 주민자치센터 활동가를 양성, 배치하는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수원지역에서는 ‘수원네트워크’를 통해 상호협력하면서 각 단체별 프로그램 지원 및 센터 활동 참가, 각 동 주민자치센터 활동 모니터링 추진, 프로그램 개발 및 보급활동, 우수 프로그램 매뉴얼 작성, 보급. 모범 센터 만들기, 주민자치학교 추진, 마을공동체건설을 위한 주민사업 발굴 및 확산, 지역활동가 육성 사업 등의 사업을 펼치고 있다. 안산을 비롯한 경기남부지역의 YMCA들도 여러지역의 주민자치센터에 녹색가게를 설치, 운영하고 있다.

이 밖에도 많은 민간단체들의 안보이는 노력들이 전국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으며 특히 기존의 시민단체가 아닌 주민자치센터의 프로그램 운영과정에서 만들어지고 발굴되어진 주민자생동아리와 자원봉사자그룹들의 활동이 적지 않게 확인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들은 우리시민사회의 건강한 발전을 위해 주민자치센터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미있는 시사점을 주고 있다. 아직은 미약하고 일부에 국한된 것일지는 몰라도 그것이 시사하는 바는 미래에 대한 가능성을 제공하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희망적인 몇 가지 사례들

이번 주민자치센터박람회의 준비과정에서 발굴된 몇 가지 사례들은 향후의 자치센터운영방향과 관련하여 희망적인 시사점을 주고 있다. 선정위원회에서 우수한 점으로 평가받은 사항을 중심으로 간단히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센터프로그램 운영의 창조성과 자율성을 위한 노력을 기울인 사례들을 들 수 있다. 취미교양강좌 중심의 프로그램을 탈피하여 특화된 프로그램을 시도한 경우가 많이 있었다. 넥타이교환창구(군포어울마당), 마을축제(고양 대화), 가족극장, 가족등산대회(군포2동), 자연생태탐사반(시흥 연성동), 텃밭가꾸기(서울 응봉동), 독거노인목욕자원봉사, 남산맨발등산로만들기(울산 신정1동), 이미용실 무료운영 및 아나바다장터 운영(울산 야음3동),어린이현장문화체험(울산병영2동),알뜰직거래장터(울산 복산동), 제주전통초가모형제작반(제주 예례동), 노인분들을 위한 정보화 교육(대전 월평3동), 응급처치교실, 동화읽는어른들의 모임(진해 덕산동), 아름다운 마을만들기(광주 문화동) 등이 그에 해당된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주민을 중심으로 도우미를 조직, 운영하여 현장학습의 보조교사로 활동하거나 프로그램 기획에 참여한 경우(인천 숭의골 주민의 집), 풍물패동아리를 구성하고 저소득층 및 노인들을 위한 자원봉사활동 전개(인천 일신동자치센터)하는 등 프로그램수강생들로 동아리를 구성하여 프로그램운영에 참여케하거나 지역사회봉사활동을 전개하는 사례는 군포 어울마당, 군포2동. 시흥 연성동, 분당 정자1동, 서울 가양3동 등 여러 곳에서 찾아 볼 수 있었다. 또 프로그램과 시설운영의 시간대를 주민요구에 맞추어 조정(서울 행당2동, 서울 가양3동, 제주 효돈동)하기도 하고 지역주민 욕구조사와 프로그램이용자 만족도 조사를 통해 프로그램 기획이나 운영에 주민의견을 반영하는 경우도 많았다.

주민자치위원회의 구성과 운영에서 주민대표성과 활동성을 보장하기 위한 여러 시도들이 전개되고 있다. 과거 관변단체인사 중심의 주민자치위원 구성을 탈피하여 지역사회 자원을 연계하기 쉽게 자치위원회를 구성한 경우(광주 문화동), 프로그램자원강사의 자치위원회 참여(서울 행당2동), 자원봉사자의 참여(응봉동, 울산야음3동) 등을 들 수 있고 자치위원들이 주민자치학교, 워크샵 등 정기적인 교육에 참여하고 있는 자치센터들도 있었으며, 분과위를 구성한다든가(시흥연성동, 고양대화), 소식지편집, 홈페이지 운영을 담당한다든가(분당 정자1동) 자치위원들이 프로그램별 담당을 맡아 적극 활동(울산병영2동, 복산동 한마음-라인)하는 경우도 있었다. 센터운영자원봉사자 그룹을 구성하고 센터운영과 관리의 자율성을 높이거나(서울 응봉동,울산 복산동) 시민단체활동가들이 참여하는 센터실무팀을 구성한다든가(인천 연수2동)하는 경우는 센터운영의 주체를 자치위원들뿐 아니라 일반주민들에게 개방하는 좋은 사례가 되고 있다.

지역사회의 자원을 적극적으로 개발하고 연계하기 위한 노력들도 기울여지고 있었다. 자원봉사자나 자원강사 등 지역사회의 인적자원을 개발하는 경우는 물론이고 보건소 연계 건강프로그램을 운영한다든지(행당2동, 응봉동) 인근의 초등학교 시설을 활용한 전산교육(인천 일신동), 도서실운영(행당2동), 센터 밖 공간을 활용한 프로그램 운영(군포어울마당, 분당 정자1동) 등 지역사회 물적 자원을 적극 활용하는 노력들이 돗보였다. 센터시설을 단순편의공간이나 문화교양프로그램운영공간으로 활용하는 것을 넘어서서 주민들의 모임이나 회의 장소로 활용하고(군포 어울마당) 센터공간의 갤러리화를 추진하는 경우(대전 월평3동,울산 복산동)도 있었다.

민간단체 프로그램 위탁이나 시민단체와의 협력을 위해 노력한 경우도 공부방운영(인천 연수2동), 마을축제 공동진행(인천 일신동), 환경 프로그램 운영(제주 예례동), 자녀와의 대화기법 강좌(울산 신정1동) 등의 사례를 볼 수 있었다. 또한 인접센터들 간의 프로그램 협의조정을 통해 프로그램의 중복을 방지하고, 통합운영을 통해 효율성을 기한다든지(서울 염창동 등), 구 자원봉사센터와 연계하여 자원봉사자 교육, 관리, 운영(서울 장안3동)을 체계화하는 사례도 많이 발견되었다. 자치센터 기반조성과 관련하여 기초자치단체 차원에서 교육, 행정지원, 협의조정 등 시군구 차원의 협력과 지원이 두드러진 경우도(서울 성동구, 경기 군포시 등) 있었고, 특히 인천지역에서는 20개소의 센터운영에 참여한 민간인들이 자율적으로 월2회 정기모임을 통해서 상호정보교환과 협력이 이루어지고 있는 등 고무적인 현상을 볼 수 있었다.

주민자치센터의 운영주체

많은 사례들이 주민자치 활성화를 위한 좋은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지만 주민자치센터의 올바른 정착을 위해서 넘어야 할 수많은 장애물이 여전히 우리 앞에 버티고 서 있다. 그 중에서 현재 여러 지역의 자치센터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문제 중의 하나가 동장과 주민자치위원과의 관계 및 각각의 역할에 관한 문제이다. 대부분의 자치단체에서는 조례를 제정해 이에 대해 규정하고 있는데 이들 조례의 내용은 행정자치부의 준칙과 대동소이하다. 이에 의하면 자치센터의 시설 및 프로그램 운영은 동장이 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필요하다면 자치단체장은 당해 동사무소의 동장, 위원회의 의견을 들어 민간단체에 위탁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 자치센터의 운영 등에 관한 사항을 심의하기 위하여 동사무소에 주민자치위원회를 두며 주민자치위원은 동장이 위촉하도록 되어 있다.

그런데 행정자치부의 기본계획에 따르면 궁극적으로 주민자치센터는 주민들의 자율적인 자치기관을 지향하고 따라서 운영주체도 민간이 맡는 것으로 상정하고 있다. 다만 현실여건과 민간자치역량의 성숙정도에 따라 관주도 단계, 민관합동운영단계 등을 설정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싯점에서 민간단체나 주민자치위원회가 자율성을 갖고 자치센터를 운영하는 사례는 많지 않으며, 대부분 관주도의 운영형태를 띠고 있고 운영과정에서 동장과 자치위원간 역할과 권한을 둘러싼 혼란과 경우에 따라서는 적지 않은 갈등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문제들을 올바로 해결하고 상호간의 역할을 분명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주민자치센터의 성격에 대해 잘 이해하여야만 한다. 자치센터의 기본 성격은 정치권력의 통치를 위한 말단 행정기관도 아니고 시장원리에 따라 사적인 이윤 추구를 하는 영리 기관도 아닌 제3의 성격 즉, 지역공동체활성화를 위해 지역주민들이 자율적으로 운영하는 자치기구를 지향한다고 할 수 있다. 때문에 자치센터는 점차 제3섹터의 조직들이 갖고 있는 일반적 특성인 민간적(private)이고 비영리적(non-profit)이고 자원적(voluntary)이며 자치적(self-governing)인 성격들을 강화시켜 나가야 한다.

주민자치센터를 주민자율적 자치기관으로 보지 않고 행정기관의 연장으로 보게 되면 당연히 그 운영이나 감독의 권한을 공무원이 갖게 될 것이고 이는 민간의 자율성을 침해하게 될 것이다. 또 주민자치위원회를 동 단위의 대의기구로 상정하고자 한다면 자치행정계층을 축소하는 방향이 아니라 오히려 확대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이렇게 주민자치센터의 직접 민주주의적이고 제3섹터적인 성격을 이해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실제 현장에서는 많은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자치위원의 구성권한을 놓고 행정과 지방의원들간의 불필요한 갈등과 경쟁이 벌어졌으며, 자치위원회 구성이후에도 전시행정식의 형식적인 자치센터 운영이 이루어지거나 주민자치위원회의 기능이 제대로 실현되지 못한 채 갈등양상을 빚는 현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일률적으로 말하기에는 각 센터마다 사정이 다르겠지만 대체적으로 주민자치위원회는 자치센터의 운영 전반을 책임지고 해당 지역사회의 공동체활성화를 위해 봉사하는 주민자율의 자치기구가 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 공무원이 주민자치센터의 소장이나 담당자로 임명되거나 파견되는 것은 가능하고 현재 시점에서는 대체적으로 바람직한 일이다. 하지만 그것은 공공시설물에 대한 관리자요 공익성을 갖는 프로그램 운영에 대한 행정적 지원자로서의 역할이 되어야지 주민자치기구를 관리, 감독하거나 대신하는 역할이 되어서는 이치에 맞지 않는다.

그러나 여기서 주의할 점은 주민자치위원회가 기존의 행정권력을 대신하는 새로운 권력기관=통치기구로 되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또한 행정기관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의회와 같은 기능을 하는 것도 아니라는 점이다. 다시말해 주민자치센터의 설치와 운영은 기존의 기초자치단체 밑에 또 한 급의 자치계층을 설치하는 것이 아니라 그와도 별도로 생활권역에서 임의적이고 자율적으로 지역사회활성화에 봉사하는 공익성을 갖는 주민공동체를 만들어간다는 의미인 것이다. 따라서 주민자치위원들은 주민들의 대의적 위임을 받은 대표자라기 보다는 자발적으로 주민과 공동체에 헌신하는 봉사자의 성격으로 이해하는 편이 옳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원리에 입각해서 본다면 주민자치위원의 구성은 지역사회에 존재하는 자생적이고 공익적인 활동을 하는 여러 단체, 모임, 기관에서 파견한 위원들과 주민자치센터 프로그램 관련 동아리 대표들을 주요 구성원으로 하여 실질적인 센터를 운영해나가는 협의회가 되어야 한다. 활동력있는 봉사자들로 구성되어야 하고 여성과 청년들이 많이 결합해야 한다. 전문가의 참여를 권장하되 전문성의 기준에서 주민자치활동, 주민자율단체 활동경험 등이 중시되도록 고려해야 한다. 또 센터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주민소모임, 동아리를 만들고 그들의 대표를 센터운영위원으로 참여시키는 것도 좋은 방안이다. 주민자치위원 선임의 기준을 보다 세부화하여 제시하고 필요하면 조례에 명기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여성위원 비율을 일정 비율 이상으로 의무화한다든지, 연령별 배정 기준을 두어 청년층의 참여를 보장한다든지, 직선통장이나 아파트자치회 등 직접 주민들로 구성된 모임에서 파견한 위원이나 주민 일정수의 직접 추천을 받은 위원들의 비율을 높이는 것이다. 임기는 2년으로 하되 매년 1/2씩 재선임하도록 하여 개방성을 보장하고 평가받을 수 있도록 한다. 선임권은 현재의 동장 권한에서 빠른 시간내에 주민자율적 권한으로 이양해야 한다. 주민자치위원들이 봉사자로서의 자기 역할을 높일 수 있도록 하고 책임성을 강화하기 위하여 자치위원별 프로그램 담당책임제나 회비납부 의무제를 실시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다.

주민자치센터와 민․관파트너십

주민자치센터의 목적은 주민을 위한 문화, 복지, 편익시설과 프로그램 운영을 통해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지역주민의 참여를 통해 주민자치의식과 공동체의식을 향상시키는 구심체 역할을 수행하는데 있다. 따라서 주민자치센터를 올바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주민편의시설을 설치하여 개방하거나 몇 가지 취미교양프로그램을 개설, 운영하는데 머물러서는 안되고, 지역사회의 문제들에 대해 주민들이 직접 관심을 갖고 참여하고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는 아름다운 지역공동체를 만드는 데 어떠한 기여를 할 것인가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

주민자치는 말 그대로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지역을 스스로 운영해 나가는 것을 의미한다. 주민자치의 기능을 강화한다고 하는 것은 주민들이 지역사회에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도록 그 계기를 만들어 주는 일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이러한 일은 자신들의 이해에만 머물러 있는 주민들을 이웃과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적 의식의 변화를 지향해야 본래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따라서 주민자치는 완벽하게 규정된 어떤 형태를 갖는 것이 아니라, 주민들의 공동체 의식의 성숙도에 따라 그 형태와 정도가 결정될 수 있다. 즉, 주민자치는 계속되는 과정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그런 점에서 주민자치센터는 그러한 주민자치의 능력과 공동체 의식을 훈련하는 장(場)이 되어야 한다.

주민자치센터의 설립과 운영은 바람직한 지역사회 발전을 위한 전형적인 민․관파트너십 형성의 모델이 될 수 있다. 이제까지 행정에서의 민․관협력 모델은 관(官)이 주도하고 민(民)은 그에 협조하는 것이 전부인 줄 알았다. 하지만 민이 주도해야 할 것과 관이 주도해야 할 것이 따로 있다. 민이 주도해야 할 것은 관이 할 수 없는 것들로 주민자치센터의 본래 기능인 주민자치력의 향상과 지역공동체의 형성이 바로 그와 같은 것이다. 주민자치센터를 활성화하기 위한 민․관협력모델은 주민들의 참여를 극대화하기 위한 프로그램과 지역공동체를 활성화하기 위한 활동(software)을 민이 담당하고 관은 그를 뒷받침하기 위한 행정적, 재정적, 시설적 지원(hardware)을 담당하는 모델이다. 이러한 모델이야말로 새로운 시대에 맞는 민․관파트너십의 전형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요즘 유행하고 있는 마을만들기 방식을 주민자치센터 프로그램 운영에 적용해 보는 것도 좋은 시도가 될 수 있다. 마을만들기는 놀이터, 공원, 하수처리장 등 공공시설의 건축과 유지관리에 있어 지방행정의 발상을 전환하여 그 과정에 이해관계를 갖고 있는 마을의 제 집단을 참여시키는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에서 중시하는 것은 얼마나 값비싸고 좋은 시설을 설치하느냐가 아니라 그 시설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얼마만큼 애정을 갖고 참여하느냐하는 점이다. 주민자치센터의 운영에서도 기본이 되어야 할 것은 환경, 교통, 교육, 복지, 범죄, 재난관리, 시설유지 등 지역사회의 여러 문제들을 주민 스스로가 관심과 애정을 갖고 참여하여 해결하는 주체로 되도록 하는 것이고, 행정은 이러한 과정을 안내하고 지원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이다.

새로운 민․관파트너십의 형성을 위해서는 관의 태도변화만을 요구할 것이 아니라 민(民) 스스로가 먼저 마인드를 변화키고 새로운 자세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민간시민운동이 그동안 여러 개혁사안에 대해 취해온 태도는 다분히 네가티브(negative)한 것이었다. 즉 비판과 견제를 주요한 목적으로 행정을 감시하고 고발하며 개선책을 촉구하고 것이 주종을 이루었다. 그러나 주민자치센터의 문제는 그러한 관점만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주민자치센터는 그 자체의 성격과 목적이 민의 직접적 참여와 운영을 통해서만 가능한 것이고 그에 따른 책임성과 능력을 갖추어야 하는 문제이다. 또 지역공동체의 활성화라고 하는 미래지향적인 목적을 스스로 건설, 창조해 나가는 포지티브(positive)한 성격의 사안인 것이다. 지역공동체의 활성화는 민간시민운동의 발전방향을 정립하는데 있어서도 중요한 화두가 되고 있다. 지역사회에서의 시민운동의 궁극적 목적은 참다운 공동체 형성에 있다. 그것은 동시에 새로운 삶터가꾸기이고 사람만들기이다. 개개인의 의식변화없이 사회적 시스템의 변화가 자연적으로 새로운 삶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착각이다. 우리는 오랫동안 국가중심적 사고에 빠져있었다. 근대사회가 국민국가체계를 중심으로 이루어졌고 우리의 생활도 그러한 관성 속에서 길들여져 왔다. 하지만 이제 그러한 사회시스템과 생활양식만으로는 우리의 삶은 더 이상 행복할 수 없다. 사람들은 풀뿌리지역사회의 이러저러한 문제들을 인식하고 참여하여 그를 해결해가는 과정에서 자기존중만이 아니라 타인존중을 배우게 되고 공동체의 시민으로서의 책임감을 체득하게 되며 자기통제의 기술과 자치의 원리들을 배우게 된다. 이런 맥락에서 풀뿌리시민운동이 추구하는 주민의 지역사회 참여는 미래사회를 주도할 새로운 생활양식을 예비하고 훈련하는 과정으로서 의의가 있는 것이다.

주민자치센터를 매개로 생활권 단위에서의 주민과 밀착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시도하고 주민들의 자치적인 모임을 조직하며 지역공동체의 활성화로 연결하는 운동을 향후 주요한 풀뿌리시민운동의 사업방향으로 잡아나가야 한다. 주민자치센터는 ‘시설’의 개념이다. 이제까지의 행정사무소기능에서 동네사람들이 모여서 회의하고 모임하는 자치방이나 교육실, 정보센터, 문화의 집으로 바꾸겠다는 구상인 것이다. 주민자치센터가 하나의 그릇이라고 할 때 그 그릇에 담길 새로운 내용을 채우고 그 내용-프로그램을 통해 사람들을 공동체적 생활문화와 의식으로 변화시키는 역할을 누가 할 것인가? 그것이 바로 풀뿌리시민단체의 역할이다. 풀뿌리시민단체들이 그동안 주민들과 함께 해 온 여러 가지 프로그램들, 즉 동네하천 생태기행, 마을축제, 방과후 학교, 지역화폐, 각종 강습과 교육 등등... 이 모든 것이 주민자치센터라고 하는 그릇을 채울 가장 적절한 내용인 것이다.

주민자치센터의 참여와 지역공동체활성화에 있어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자생적 주민리더십의 발굴과 육성이다. 주민자치센터는 말 그대로 ‘동민의 집’이고 주민 모두가 주인이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주민 속에서 리더십이 나오고 그 리더십에 의해 끊임없이 확대재생산이 되는 구조로 가야한다. 풀뿌리시민단체는 여기서 지원자가 되고 촉진자가 되어야 하지 그 수혜자가 되려고 해서는 안된다. 같은 맥락에서 협소한 단체이기주의를 극복해야 한다. 주민자치센터의 운영을 둘러싸고 경쟁하거나 자신의 성과물로 축적하려고만 해서는 안된다. 지역공동체의 발전을 위해 사심없이 봉사하고 지역사회내의 각종 자원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협력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데 최우선을 두어야 한다. 지역사회의 여러 민간기관들, 학교, 도서관, 종교기관, 복지기관, 언론사, 상공업기관들과 협력관계를 만들고 네트워크를 형성해야 한다. 또 지방자치단체와의 올바른 파트너십을 형성하기 위한 창조적인 지혜가 요구된다.

주민자치센터 활성화를 위하여

주민자치센터가 본래의 목적대로 주민자치와 지역공동체활성화의 요람으로 정착되기 위해서 반드시 실현해야 할 기본적인 운영원칙은 다음과 같이 정리해볼 수 있다.

첫째로 주민참여의 원칙을 잘 실현하여야 한다. 주민자치센터는 ‘주민자치위원회’를 중심으로, 각 분야의 자원봉사자 등 주민 스스로가 권한과 책임을 가지고 운영하도록 하여야 한다. 주민자치위원회는 지역사회 주민들을 대표할 수 있고 주민자치활동에 대한 경험과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 활동력 있는 자원봉사자들로 구성되어야 한다. 주민자치위원회는 단순히 보고 받고 심의하는 기구가 아니라 직접 기획하고 시행하며, 책임을 지는 방식으로 운영되어야 한다. 주민들 자신이 적극 참여함으로써 시설과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에 대해 애정과 관심을 갖게 되고 서로간에 유대관계를 넓힐 수 있어 주인의식과 책임의식, 그리고 공동체의식을 함양할 수 있게 된다. 그동안 수동적으로 서비스 받기만을 바라거나 무언가를 요구하는 것에 익숙해진 주민들의 의식을 이웃과 지역사회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하는 성숙한 시민의식으로 변화시켜야 한다. 예를 들어 무단 투기된 쓰레기를 빨리 치우라고 행정당국에 요구하는 것 못지 않게 이제는 주민 스스로 무단투기를 방지할 수 있도록 캠페인을 벌이고 모니터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둘째로 지역자원 연계의 원칙을 잘 실현하여야 한다. 자치센터는 반드시 시설을 설치하여 운영하는 것에 한정하지 않으며, 동사무소라는 공간을 넘어 지역사회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지역실정에 맞게 운영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주민자치센터는 인근 지역의 관련 시설과 상호 보완 또는 연계하여 운영하여야 한다. 그래야만 다양한 지역 주민의 욕구를 충족시켜 나갈 수 있고 민간사설기관과의 중복 운영에 따른 문제점을 방지할 수 있다. 자치센터를 중심으로 지역사회의 여러 민간자원들-학교, 교회, 병원, 언론, 단체, 기관, 개인 등등-과 네트워크를 형성해야 한다. 자치센터의 사업은 지역사회에 존재하는 다양한 자원들을 연계하고 그 힘을 동원하여 수행할 때 더욱 큰 성과를 거둘 수 있다.

셋째로 민․관 파트너십의 원칙을 잘 실현하여야 한다. 지역주민들이 자치센터에 애정을 갖고 참여하는 것은 어느 한 순간에 갑자기 되는 것은 아니다. 민간자율로 운영한다고 해서 주민들이 알아서 모든 것을 하라고 방치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주민자치센터는 지역사회의 운영을 구성원들 스스로의 힘으로 자치적으로 해나가는 새로운 문화를 형성해 가는 과정이다. 행정의 요구에 따라 주민이 협력하는 방식이 아니라, 주민들이 주인이 되고 책임을 질 수 있도록 행정이 어떻게 협력할 것인가 하는 방식이다. 위와 같은 방향에서 주민과 행정간의 새로운 파트너십이 형성되어야 한다. 진정한 파트너가 되기 위해서는 서로를 존중하고 상대방이 갖고 있는 장점을 잘 살릴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동(읍․면)장을 비롯해서 공무원들은 주민자치센터가 잘 정착될 수 있도록 행정적, 재정적 지원 등 다방면의 도움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지역정부 차원에서의 종합적인 지원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주민들과 대화를 잘 이끌어 갈 수 있는 새로운 공무원상이 정립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활성화를 위한 정책을 입안할 때 중심에 두어야 할 기본방향에 대해서 언급하는 것으로 맺음말을 대신하겠다. 주민자치와 지역공동체 활성화를 목표로 하는 주민자치센터의 설치와 운영은 우리사회 발전의 장기적 비젼을 개척하는 것이고 시민사회 전반의 생활문화를 개혁하는 운동적 성격의 문제이다. 행정기능전환과 시설재배치와 같은 단기간의 행정적 조치로만 될 일이 아니고 주민자치역량의 육성과 풀뿌리시민단체에 대한 지원 등 정치적 판단과 사회운동적 흐름이 따라야 가능한 일이다.

무엇보다도 장기적 관점에서 ‘시설’이 아니라 ‘사람’에 지속적인 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 필자가 만난 일선의 담당공무원은 이를 한마디로 "우리지역에는 NGO가 없다"라는 말로 표현하였다. ‘국민의 정부’ 초기부터 제2건국위원회가 각 읍면동지역에 이르기까지 조직되었지만 실제 살아 움직이는 조직은 거의 없다. 관련 공무원들에 의한 형식적 활동보고가 있을 뿐이다. 그렇다고 민간자율적인 풀뿌리시민단체나 자생적인 주민조직들이 읍면동단위까지 구성되어 활동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읍면동사무소의 인력이 축소되고 행정기능이 재편되면 "산불은 누가 끄나? 눈은 누가 치우나? 공공시설의 보수와 관리는 누가 하나?"라는 일선 공무원의 항변은 나름대로 이유있는 것이다.

주민자치센터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새로운 형의 주민지도자 양성이 필수적이다. 주민자치위원회가 지역 유지들의 친목모임으로 전락해서는 안된다. 더욱이 선거철에 정치바람에 휘둘리게 된다면 주민자치센터의 전망을 찾아가는 데 매우 어려운 난관에 봉착할 가능성이 높다. 기존 지역개발위원이나 관변인사에만 의존하지 말고 새로운 사람을 발굴하고 역할을 주어 성장시켜야 한다. 민주주의는 ‘과정’이다. 자율적인 운영과 시행착오를 거듭하면서 더 나은 민주주의로 훈련되는 것이다. 주민자치위원회의 구성을 과감히 개방하자. 지역사회에서 여성들의 역할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주민추천과 직접선출을 시도해보자. 연령, 직업별 배정비율을 정해볼 수도 있다. 주민자치위원회의 역할도 확실하게 밀어주자. 단순 심의자문기구는 자치형의 지도자를 배출할 수 없다. 직접 센터운영주체가 되어 책임지고 일하게 해야 한다. 센터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주민소모임, 동아리를 만들고 그들의 대표를 센터운영위원으로 참여시키자.

센터가 활성화되려면 전담실무자 양성이 필수적이다. 현재의 주민자치센터업무는 담당공무원의 부가업무일 뿐이다. 전담실무자에게 필요한 전문성은 프로그램을 기획운영하고, 주민을 조직하는 능력이다. 기존 행정공무원의 마인드만 가지고는 어렵다. 별정직 등으로 전문인력을 투입해야 하고 그에 따른 예산이 지원되어야 한다. 기존 공무원 중에 관련 전문성이 있는 인력을 재훈련 과정을 통해 배치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이 과정에서 기존 주민운동의 경험과 노하우를 축적하고 있는 풀뿌리시민단체의 활용이 매우 중요하다. 풀뿌리시민단체들이 실무자를 파견하거나 프로그램을 위탁받아 운영할 수 있는 유인력을 만들고 운영의 자율성을 보장해야 한다. 시민단체들도 지역사회에서의 파트너십 형성과 단체중심의 사고를 넘어선 지역공동체를 위한 역할강화라는 마인드의 전환이 있어야 함은 물론이다. ‘자원봉사 지원법’을 제정하여 자원봉사에 대한 지원, 인정, 보상과 같은 자원봉사 활성화 기반을 제도화하고 풀뿌리시민단체들을 활성화할 수 있도록 ‘민간비영리단체 지원법’을 보완개정하여야 한다. 주민자치센터에 대한 중앙정부나 중앙매스컴의 홍보나 보도, 캠페인 등을 적극화해서 사회적인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동사무소라고 하는 공간을 중심으로 주민자치센터 운영을 사고하는 틀을 벗어나야 한다. 지역사회의 학교나 공공시설, 민간공익시설 등과의 연계체계를 만들고 아파트자치회, 부녀회, 반상회, 직선 통장제 등 주민자치적 요소를 적극적으로 개발해야 한다. 동사무소 공간에 문화, 복지 관련 시설을 설치하거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에 매몰되지 말고, 주민자치기능을 발굴하고 연결하는 데 중점을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된다.

시설비 위주의 국비지원을 지양해야한다. 오히려 주민자치역량을 활성화하고, 주민소모임, 자원봉사그룹, 풀뿌리시민단체의 육성에 주력하고 그를 지원하는 예산을 배정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 재정자립도가 낮은 현 실정에서는 과감한 국가예산의 투입이 필요하다. 주민자치센터와 풀뿌리공동체의 활성화를 위한 별도의 기금이 신설되어야 한다. 전국적으로 일률적인 기능전환과 “작은 재원 쪼개서 나눠주기”를 하지말고 하나를 하더라도 제대로 해서 모델을 세우고 확산하는 방식으로 해야 효과가 있다.

주민자치센터의 설치와 운영은 수십년에 걸친 장기적 플랜이란 생각을 갖고 분명한 목적의식과 지속성을 갖고 추진해야 한다. 서두르지 말고, 실적에 연연하지 말고, 기반조성을 충실히 해나가야 하며, 모델을 세워 확산하는 방식으로 해야 한다. 행정시스템의 변화가 선행되어야 하며, 충분한 예산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자치센터를 담당해나갈 사람, 즉 주체형성과 주민자치기능의 활성화를 위한 각별한 노력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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