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4월 30일 금요일

한국의 주민자치센터에 대한 소개와 문제의식(2002.11/일본도쿄 한일간담회)

<한국의 주민자치센터에 대한 소개와 문제의식>


박홍순(풀뿌리네트워크 총무)

한국의 주민자치센터는 ‘작고 효율적인 정부’를 만들겠다는 취지 아래 김대중 정부의 100대 개혁과제 중의 하나로 추진된 읍․면․동 기능전환의 결과로 탄생한 주민자치기관이다. 1998년 정책기획 초기에는 읍․면․동사무소를 폐지하고 “주민자치센터”를 설립하도록 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그러나, 많은 논란 끝에 읍․면․동사무소를 폐지하겠다는 원래의 방침에서 읍․면․동사무소를 축소․존속시키고 그 여유공간에 주민자치센터를 설치하는 것으로 수정되었다. 1999년 7월 전국의 278개동에서 시범주민자치센터가 개소하였고 2000년 11월부터 도시지역 1,655개 동과 2002년부터 도․농복합 및 농촌지역 전체 1,858개 중 612개 지역에서 주민자치센터가 설치, 운영되고 있다.

주민자치센터는 현재 기초자치단체별로 운영조례가 제정되어 있으며, 조례에 근거하면 주민자치센터는 주민편의 및 복리증진을 도모하고 주민자치기능을 강화하여 지역공동체 형성에 기여하도록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으며, 목적실현을 위하여 주민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읍․면․동사무소에 설치된 각종 문화․복지․편익시설과 프로그램을 총칭한다. 각 센터별로 민간인으로 구성된 주민자치위원회가 있어 운영전반에 대한 심의를 하고 동장을 비롯한 관련 공무원들이 지원하고 있다.

주민자치센터의 기능으로는 1.지역문제 토론, 마을환경가꾸기, 자율방재활동 등 주민자치기능 2. 지역문화 행사, 전시회, 생활체육 등 문화여가기능 3. 건강증진, 마을문고, 청소년공부방 등 지역복지기능 4. 회의장, 알뜰매장, 생활정보제공 등 주민편익기능 5. 평생교육, 교양강좌, 청소년교실 등 시민교육기능 6. 내집앞 청소하기, 불우이웃돕기, 청소년지도 등 지역사회진흥기능을 들 수 있다.


행정개혁의 일환으로 주민자치센터가 설치되고 운영되기 시작했지만, 한편으로 주민자치와 지역공동체활성화에 관심을 갖고 있는 풀뿌리시민단체들의 주체적 노력이 꾸준히 지속되고 있으며 2000년 11월에 결성된 "풀뿌리네트워크"는 이런 노력들을 모으고 교류시키는 데 나름대로 역할을 해왔다. '풀뿌리네트워크'는 주민자치센터의 참여와 운영에 대한 정보의 교류와 상호협력, 주민자치센터에 대한 조사연구와 프로그램 개발, 주민자치형 센터운영의 모델 정립, 운영주체들의 체계적인 교육 등의 사업을 전개하고 있으며, 관련 법규의 정비, 민․관 파트너십에 기초한 협력방안 모색 등 주민자치센터 활성화를 위한 환경조성을 위해서도 힘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2001년과 올해 두차례 개최한 주민자치센터 박람회를 통해서 자치센터 현장의 모범사례들이 발굴되고 확산되는 계기가 되고 있다.


그동안의 자치센터 운영과정에서 발견된 가능성과 긍점성은 다음과 같이 요약해 볼 수 있겠다.

첫째, 자치센터를 매개로 자치위원회가 조직되고 프로그램의 운영과정에서 동아리들이 조직되고 운영되고 있으며, 자원봉사자들의 활동이 활발해지고 있는 것은 주민자치역량과 주민리더십 발굴의 측면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둘째, 지역사회복지, 지역사회진흥 등 공동체활성화를 위한 프로그램 개발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지역사회의 인적, 물적 자원들을 개발하고 연계하기 위한 노력들이 기울여지고 있다.

셋째, 주민위주 행정, 동 기능의 전환의 필요성, 민간의 역할에 대한 인식제고, 민관파트너십 등에 대한 트랜드가 확산되고 지역사회 가버넌스 형성에 관한 문제의식이 만들어지고 있다.


주민자치센터의 활성화는 단지 주어진 공간의 활용이나 행정서비스의 전환에 머무르지 않는다. 지역사회의 문제들에 대해 주민들이 직접 관심을 갖고 참여하고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는 아름다운 지역공동체를 만드는 구심체가 되는 것이다. 이제까지 국민국가 체계 속에서의 일개 국민으로서만 존재하던 시민들이 생활권 단위를 매개로 자신과 이웃들의 문제해결에 직접 주인으로 나서고, 요구하고 주장하는 것을 넘어서 책임지고 함께 만들어나가는 새로운 시민문화를 형성해 가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그것은 밑으로부터 한국사회를 변화시키는 시민운동의 성격을 띄고 있으며 사명감을 갖고 지속적으로 전개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자치행정의 향후 지향성의 측면에서 볼 때도 지역사회 운영에서 민간의 역할을 높이고 지역사회의 자원들을 적극 활용하며 나아가 바람직한 파트너십을 구축함으로써 공동생산의 영역들을 확장시키는 데 자치센터의 경험들을 크게 작용할 수 있다. 결국 주민자치센터의 성공적인 정착 여부는 로컬 거버넌스 형성의 시금석이 될 것이다.

주민자치센터의 운영은 지역공동체를 활성화하는 여러 분야의 활동들과 연계되고 종합되어야 한다. 지역사회는 사람들의 총체적인 삶이 어우러진 공간이므로 그 안에는 교육도 있고 복지도 있고 환경도 있다. 자치센터의 활성화와 다양하고 풍부한 접근을 위해서 한국의 민간단체들은 여러 분야에서 접근하고 협력방안을 찾고 있다.

첫째, 자원봉사운동의 활성화이다.

자원봉사의 활성화는 지역사회문제에 대한 주민들의 참여의 측면에서나 자치센터 운영의 현실적인 면에서 가장 기초가 되면서도 중요한 문제이다. 자원봉사의 기본 특성은 자발성과 공익성 그리고 무보수성에 있으므로 주민자치와 공동체활성화의 기반이 되는 활동이다. 자원봉사개발 및 지원과 관련해서는 기초자치단체 단위의 자원봉사센터와 동자치센터가 어떻게 연계를 맺고 지원할 수 있느냐 하는 문제가 있다.

둘째, 지역복지운동과의 연계문제이다.

이 문제는 전문적인 복지서비스의 취약지역에서 실제로 많은 지역의 기존 동사무소나 앞으로의 자치센터들이 직접적인 복지서비스의 전달체계로서 작동하고 있기 때문에 매우 현실적인 문제로 된다. 지역복지관과의 연계문제나 효율적 조정문제도 필요하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수혜적 복지서비스의 제공이 아닌 지역사회 내부 자원들간의 자주적 연계를 통한 활력있는 지역사회복지의 구현을 어떻게 이룰 것인가 하는 것이다.

셋째, 여성들의 참여와 역할을 높이는 문제이다.

지역사회의 제반 문제들의 여성들의 사회적 성역할 영역들과 밀접히 관련되어 있다는 측면에서도 그렇고 자치센터의 실제 참여층이나 운영의 면에서도 여성들의 참여 확대와 적극적 역할, 또 그를 위한 적절한 프로그램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넷째, 로컬아젠다운동과의 협력문제이다.

의제21운동은 환경문제로부터 시작되었지만 단순히 환경영역에 국한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자치센터를 매개로 생활환경운동을 활성화하는 것도 필요하고, 보다 적극적으로는 지역사회를 구성하는 여러 주체들간의 연대와 협력, 그리고 공동의 아젠다를 만들고 함께 실천하는 것이다. 로컬 거버넌스 형성에 관한 문제의식을 생활권단위인 동단위, 마을단위까지 어떻게 확장할 것인지 논의와 실천이 필요한 지점이다.

다섯째, 마을만들기운동과의 연계문제이다.

마을만들기는 생활주변의 환경을 주민 스스로의 힘으로 개선하고 공용시설이나 장소를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데 필요한 공간으로 탈바꿈시키는 데로부터 출발한다. 하지만 마을만들기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과정에서의 의사소통과 관계 증진을 만들어 감으로써 공동체만들기, 사람만들기로 나아가는 데 의의가 있다. 자치센터의 프로그램은 그런 의미에서 모두 마을만들기를 지향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주민자치센터를 일반 시민들의 평생교육센터로 활용하는 문제이다.

주민자치와 지역공동체의 활성화는 자치의식과 공동체의식으로 각성된 시민들에 의해서만 가능하다. 시민교육의 측면에서 자치센터를 바라보는 것은 가장 기본이 되어야 할 과제라고 생각한다. 자치센터를 마을도서관으로 만들고 이를 매개로 일상적인 시민들의 학습동아리들이 형성되고 ‘항상 공부하는 마을’을 꿈꾸는 것은 즐거운 상상이다.


이상의 영역들에 대한 문제의식들은 지난 2년 간의 자치센터 현장에서 부분적으로 적용되고 실험되어지고 있는 것들이기도 하다. 현장에서의 실천과 그를 지원하고 연계하는 주체들간의 긴밀한 결합이 요구되어 지고 있다. 보다 심도깊은 컨설팅과 교육이 요청되고 있다. 커뮤니티의 활성화를 위한 정책적, 행정적 ,재정적 지원과 사회문화적 환경조성의 요구가 커져가고 있다.

한국과 일본의 행정문화나 시민사회의 모습들은 비슷한 점이 많이 있는 것 같다. 하지만 각자가 처해있는 환경과 역사가 다른 점도 많으므로 서로간의 교류를 통해 장점은 배우고 단점을 극복할 수 있는 힌트를 얻을 수 있으리라고 기대한다. 이번에 우리 방문단이 일본에 온 목적은 일차적으로 일본의 공민관을 비롯한 community활성화를 위해 노력하는 관련 단체와 인사들을 방문하고 만나서 지난 수십년간의 경험을 배우고 한국 주민자치센터의 활성화를 위한 정보와 교류를 얻고자 하는 데 있다. 특히 시민교육활동과 마을만들기 등 지역공동체활성화를 위한 민간의 노력들이 어떻게 진행되어왔으며, 그 과정에서의 민간과 행정간의 역할분담과 협력시스템은 어떤 지에 대해서 배우고자 한다. 더 나아가 이러한 방문을 계기로 주민자치와 community 분야에서 활동하는 한일 NPO간의 네트워크 형성을 위한 정보와 활동가간의 교류를 갖고자 한다. 이번 방문이 한일 상호간의 우호증진과 시민사회 발전을 위한 소중한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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