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섹터의 성장과 시민운동의 발전방향
열린사회시민연합 사무처장 박홍순
최근들어 NGO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우리사회에서도 보편화되고 있다. 주요 일간지에 고정지면이 할애되고 시민단체의 사회․정치적 영향력이 비약적으로 증대되었다. 최근의 총선시민연대의 활동은 그 단적인 예이다. 기득권의 성역으로 그렇게도 완고하던 정치권이 시민단체의 성명 한 구절, 발언 한 마디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국민의 80%이상이 총선시민연대에 지지를 보내고 있다.
NGO의 활성화는 전세계적인 현상이다. 또한 NGO는 글로벌 시대의 산물이기도 하다. 원래 NGO(Non Government Organization)는 정부대표들의 회의기구인 UN에서 정부이외의 민간기구에 자문지위를 부여하기 위해 만든 용어이다. 그런데 UN 경제사회이사회의 자문지위에 있는 NGO가 1948년도에는 41개였는데 1998년에는 1,500여개로 늘어났다. 특히 92년도의 리우환경회담을 깃점으로 93년 비엔나인권회담, 95년 코펜하겐 사회개발회담, 99년 북경여성회담 등을 거치면서 NGO가 공식으로 초청되고 그 비중과 역할이 정부대표들의 회담보다 오히려 높아지고 영향력이 커졌다.
이렇게 된 데에는 동서냉전의 종식으로 이데올로기의 대립이 종식되고 공존과 협력이 강조되고 있는 국제사회의 현실이 작용하고 있다. 또 정보화, 지구촌화가 촉진되면서 국민국가의 범위를 넘어서는 공통의 과제가 일반화되고 과제해결에 정부의 역할뿐 아니라 민간의 협력이 필수적인 것으로 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또 정부로 대표되는 제1섹터와 기업으로 대표되는 제2섹터 같은 전통적인 영역 대신에 시민사회로 불리우는 제3섹터가 활성화되고 있는 시대적 추세를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
제3섹터는 시민들의 자원적인 참여에 의해서 형성되고 발전되는 민간 비영리 영역이다. 제3섹터 조직들의 특성은 첫째로 민간(private)조직이라는 점이다. 정부의 간섭을 받지 않는 비정부(nongovernmental)조직이다. 둘째, 비영리적(non-profit)이라는 점이다. 조직구성원들의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고 공익적 목적의 기금 모금을 통해 재원을 조달한다. 셋째, 자원적(voluntary)이라는 점이다. 조직의 주요사업과 활동이 자원봉사자들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 넷째, 자치적(self-governing)이라는 점이다. 조직의 의사를 결정하고 운영하는 원리가 외부의 간섭이 아닌 구성원들의 자발적인 참여에 이해 민주적으로 이루어진다. 이런 특성들 때문에 각 나라의 사회․역사적 배경에 따라 NGO를 지칭하는 용어가 달리 있다. 미국은 NPO(non-profit-org.), 영국은 VO(voluntary-org.) 등이 그것이다.
우리사회에서의 시민운동도 이런 세계적 보편성을 강화해 가고 있다. 또 민주화의 진전과 시민의식의 성숙에 밑받침되면서 문제제기형 운동에서 가치지향형 운동으로 변화발전하고 있다. 그것은 시민운동의 역할이 점차 비판과 견제, 권익옹호와 같은 전통적인 역할에서 제3섹터의 창출, 공동체 형성과 같은 미래지향적인 분야로 옮아가고 있는 추세와 궤를 같이 하고 있다.
한국사회의 시민운동 발전단계를 거칠게 시대구분해 보면 87년을 기준으로 그 이전을 제1세대 운동시기, 그 이후를 제2세대 운동시기로 구분해 볼 수 있다. 제1세대 운동의 특성은 ‘저항과 투쟁’의 운동이었다. 권위적인 독재권력에 맞서 강한 이념성과 정치성을 띠고 있었으며 90년대 초중반까지 영향력을 발휘하였다. 제2세대 운동은 87년 이후 열려진 공간을 통해 성장한 현재 우리사회의 주류 시민운동이다. 이 운동의 특성은 ‘비판과 권익옹호’라고 할 수 있다. 제2세대 시민운동은 우리사회의 민주개혁를 촉진하는데 많은 기여를 하였다. 또 사회 여러 분야로 확산되고 전문화되었다.
그런데 현재의 시민운동은 잇슈중심의 운동, 전문가중심의 운동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하고, 시민없는 시민운동, 정치적 급진성 등에 대한 지적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시민운동의 발전을 위해 강조해야 할 지점은 중심성의 확보, 가치 지향성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점이다. 제2세대 운동의 불안정성은 ‘자유와 평등’의 실현이라는 근대적 패러다임에 갖혀있는 과도적 성격에 기인한 것으로 생각된다. 근대적 패러다임은 개인주의와 경쟁을 본질로 하며 사회변혁의 주된 방법을 정치권력의 변화에서 찾기 때문에 그 자체의 모순을 끊임없이 재생산하게 된다.
그렇다면 우리사회에서 제3세대 시민운동은 시작되었는가? 아마도 제2세대적 특성을 갖는 시민운동이 당분간 더욱 확산되고 발전할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새로운 특성을 갖는 시민운동의 단초들이 최근들어 제기되어 왔다. 생태주의, 공동체주의 등의 문제의식을 갖는 시민운동이 조심스럽게 모색되고 있다. 21세기 우리사회는 민주주의의 성장을 바탕으로 한 단계 더 성숙한 사회, 대립과 경쟁이 아닌 참여와 자치, 상생과 공조의 원리가 주도하는 사회로 발전해 갈 것이다. 이러한 사회발전을 위해서는 자원적(voluntary) 특성을 본질로 하는 제3섹터의 자율성과 창의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시민운동의 역할을 높여햐 한다. 현대사회의 제반 병폐들 - 범죄, 부정부패, 환경오염, 각 종 차별, 소외 등은 개인간의 경쟁을 본질로 하는 영리적 활동과 일방적 권력행사를 매개로 하는 공권력의 역할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민간 비영리 부문이 성장하고 새로운 사회계약관계가 형성될 때만이 문제해결의 가능성이 열리고 희망이 보이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미래지향적인 제3세대 시민운동의 과제와 관련하여 열린사회시민연합이 전개하고 있는 풀뿌리공동체운동에 대해 간단히 소개하겠다. 풀뿌리공동체운동은 말그대로 풀뿌리(GrassRoot, 民草)가 운동주체가 되어 지역사회에 기반하여(Community Based) 전개하는 시민운동으로 생활실천속에서 공동체적 가치를 실현하는 운동이다. 한마디로 “사람들 사이에 사랑이 넘쳐나는 사회”를 건설하는 운동이다. 열린사회시민연합은 주민자치, 자원봉사, 시민교육을 3대사업영역으로 하고 있다. 지방행정․의회에 대한 모니터링, 주민자치센터모델 발굴, 지역통화운동, 자원봉사생활화운동, 공동육아, 청소년자원봉사단, 남은음식물자원화운동, 주민참여삶터가꾸기운동 등 생활실천영역에서의 주민참여를 시도하고 있다. 이것은 시민운동의 3대 기능인 서비스(service), 권익옹호(advocacy), 자치권력행사(empowerment)를 통해 공동체사회 실현이라는 가치지향을 추구해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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