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GO와 정부와의 관계는 ‘상호 인정’하는 관계로 발전하고 있는 것이 일반적 추세이다. 국가-시장-시민사회간에 일정한 균형이 형성된 서구 사회에서는 물론이고 그동안 정부에 대해 명백히 적대적인 태도를 취해오던 개발도상국가의 NGO들도 8,90년대 이후 민주화가 진척되고 시민사회의 영역이 확장되면서 그 관계가 개선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볼 때 NGO가 정부와 일정한 거리를 유지할 수는 있지만 결코 무시할 수는 없다. 어떤 NGO든 정부에 대해 대항(저항의 조직, 반정부정치세력에 동조 및 참여)하거나, 보완(정부가 제공하는 복지에서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거나, 개혁(현재 체제를 강화하거나 개선)하는 방식으로 서로 관계를 맺어야 하기 때문에, 어떤 형태로든 관계를 맺게되는 것이다.
NGO와 정부간의 관계에서 적극적인 협력이란 '유착'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하기 때문에 NGO와 정부간의 관계는 끊임없는 견제와 협력의 연장선상에서 이루어진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일률적으로 협력이 상호배제보다 낫다고는 말할 수 없다. 다만 각 NGO의 역할과 주어진 상황에 따라 서로 다른 정책을 펼 수 있을 뿐이다.
우리 나라의 경우도 NGO와 정부의 관계는 유착과 견제의 갈등 속에서 이어져 왔다고 할 수 있다. 7,80년대 권위주의 독재정권의 통치와 국가주도의 사회개발전략 하에서는 자율적인 시민단체의 활동이 극도로 위축되었고, 비정형의 자선단체적 성격의 조직이나, 자율성이 매우 취약하고 정부와의 유착과 정책적 지원에 의해 활동하는 ‘반관반민’적 조직 등을 제외하고는 자율적 성격의 민간조직들은 존립하기 어려웠다. 따라서 이 시기의 자율적 시민조직들은 상당한 정치성을 띠고 정부와 적대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고 외형적인 숫자도 많지 못했다.
87년 6월항쟁을 깃점으로 우리사회의 민주화가 진전되고 시민들의 권리의식 및 공공의식이 성장하면서 NGO의 양적 팽창과 사회적 영향력의 확대가 일어난다. 한 조사연구에 의하면 설립년도를 기준으로 했을 때 87년 이후 설립된 NGO가 전체의 74.2%에 이른다. 이런 양적 성장과 함께 활동영역도 환경,교통,여성,보건,교육 등 다양한 분야로 확장되고 사회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매우 높아졌다. 정부와의 관계도 일방적인 대립이나 종속적 관계를 벗어나서 일면 협력, 일면 견제,비판하는 관계로 재정립되어가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 NGO출신의 인사들이 정부나 정당에 참여하는 등 공식영역으로의 진출도 이루어졌다. NGO는 자발성, 자율성, 비영리성, 도덕성, 유연성, 공공성 등을 속성으로 한다. 때문에 정부나 기업과 같은 공식영역이 갖는 타율성, 관료주의, 경직성, 영리성 등의 부정적 요소를 보완하고 극복할 수 있는 사회적 기능으로서의 NGO의 역할은 점차 증대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향후 NGO의 역할과 관련하여 주목받는 영역의 하나가 풀뿌리시민조직들의 활성화이다. 풀뿌리시민조직이란 지역사회(Community)의 주민들이 직접 참여하여 지역사회의 제반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활동하는 자발적인 시민운동조직을 일컫는다. 지방자치제가 실시되고 사람들의 관심도 중앙정치나 경제발전의 문제뿐만 아니라 보다나은 삶의 질을 확보하고자 하는 요구로 높아지면서 최근들어 지역사회에서의 자원적 성격의 시민운동에 대한 시도들이 늘어나고 있다. 풀뿌리시민조직들의 활성화는 사회저변의 실질적 변화와 개혁을 선도하고 인간존중의 공동체를 건설하기 위한 기초를 형성한다는 점에서 21세기 시민사회의 성숙을 위한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
지금 지역사회에서 자생적 형태의 풀뿌리조직들이 형성되고는 있지만 아직도 이를 조직화하고 지역사회의 영향력있는 부분으로 정립해나가는 데 있어서는 많은 한계를 갖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사회전반의 변화와 개혁에 대한 구상을 갖고 일관된 실천을 조직할 수 있는 핵심적인 역량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이러한 역할을 하려하는 초기주체들은 대부분 지방정부나 공적기관 등과 같은 사회의 공식영역과의 관계정립에 있어 매우 조심스러운 태도를 취하고 있다. 그것은 시민사회의 자율성확보라고 하는 고려도 있지만 과거 첨예한 대립갈등을 중심으로 하여 사업하였던 관성의 측면도 무시할 수는 없다. 이제 새로운 운동환경의 변화와 시민의식의 성장에 조응하여 공식영역과의 관계에 있어서 적절한 협력과 견제, 균형잡힌 관계정립을 통해서 21세기 시민사회의 성숙과 사회발전을 선도하여햐 한다. 이런 전략적 측면에서 뿐만 아니라 초기주체조직의 성장이라고 하는 실용적인 관점에서 보더라도 공식영역과의 관계 재정립을 위한 적극적 사고가 요청된다.
이제 우리사회는 과거의 사회운영원리만으로는 더 이상의 발전이 어렵게 되고 있다. 개발독재하의 성장전략으로 일관되어 온 우리사회는 이미 비대해진 공식영역이 사회발전의 효율성을 저해하고 여러 가지 부작용을 가져오는 단계에 와 있다. 공식영역에 집중, 독점되어있는 우수한 인적, 물적역량을 자발적인 시민사회의 영역으로 재배치하는 것은 부정부패의 만연이나 관료주의 같은 비효율적인 관성을 타파하고 사회전반의 생동감을 불러일으켜 사회발전의 효울성을 높히는 데서도 긍적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또 과거 중앙을 중심으로한 권위적이고 경쟁위주의 생활문화에서 지역사회를 매개로 한 민주적이고 공동체적인 생활문화양식으로 변모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변화를 선도해 가는 데 있어 초기주체들은 보다 적극적이고 개방적인 태도로 공식영역과의 관계를 정립해가야 한다. 선행되어야 할 것은 공식영역에서 이룩해놓은 성과들을 겸허하게 배우고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는 자세이다. 그런 과정을 통해서만 그 한계를 극복하고 새로운 관계를 창출해 갈 수 있는 현실성을 획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관계의 개선을 통해 지방정부나 공적기관들이 축적해 놓은 사업방식이나 조직운영에서 합리적인 부분들은 흡수하고 사업의 파트너로서 인정받으며 공신력을 확보해야 한다. 전문가나 공적자원과의 연계와 활용을 통해 정보를 취득하고 정책능력을 축적해가야 하며 그를 통해 사업능력과 조직역량을 향상시켜야 한다.
사업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재원의 안정적 확보가 필수적인데 이 측면에서도 공식영역으로의 영향력 확대와 관계개선은 중요한 요소가 된다. NGO들의 재원의 출처는 보통 회원의 회비, 독지가의 기부, 자선단체나 재단의 지원, 공적기관의 지원, 선진외국의 NGO나 국제기관의 지원 등을 들 수 있다. NGO의 자율성을 유지하고 도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회원의 회비를 기본으로 한 재정운영은 필수적인 것이고 점차 그 비율을 높여나가는 방향으로 재정운용을 하여햐 한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현수준에서 회원의 회비만으로 단체를 운영한다는 것은 현실성이 거의 없으며 혹 그것이 가능하다 하더라도 단순히 단체의 유지를 넘어서서 활동력과 사업능력을 신장시키는데 많은 장애를 가져오게 된다. 따라서 일정기간 회원회비 이외의 공적 성격의 재원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그에 의존하는 것은 불가피한 면이 있다.
특히 초창기의 시민사회운동의 정착을 위해서는 공식영역의 인적,물적 자원들을 시민사회의 영역으로 재배치할 수 있도록 의식적인 지원과 여건 마련이 필요하다. 정부나 공공기관의 지원기금 설치와 확대가 필요하고, 기업의 이윤이 사회로 환원될 수 있는 장치의 마련이 필요하다. 역으로 시민단체들은 그것을 터부시하거나 배척하지 말고 오히려 적극적으로 요구하고 새로운 재원발굴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것은 국민세금에 의해 조성되는 정부재정과 소비자의 지출에 의해 형성되는 기업이윤이 사회 전체차원에서 재분배되고 사회발전을 위해 재투자된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것이다.
그런데 재정의 외부의존도가 높아지면 재정지원자의 요구에 경사되기 쉽고 이는 NGO의 자율성을 해치게 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정부나 재단, 기관 등의 공공기금의 활용에 있어 인적, 사적 수준에서의 개입을 차단하고 기금배분의 공정성과 효율성을 높히며 기금운영의 투명성을 보장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와 관행들을 정립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대부분의 지방정부의 경우 아직까지도 과거의 관변단체지원방식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태인데,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 시행하고 있는 사업공모방식 등은 현수준에서 전향적인 사례로서 적극 요구하고 확대시켜나가야 할 것이다.
지금 우리사회는 대립갈등을 위주로 사회문제를 바라보고 그것을 동인으로 하여 사회진보를 이끌려했던 시대를 지나 민주적인 사회질서를 정착시키고 진정으로 인간을 사회의 주인으로 만드는 공동체적 삶을 구현하는 데 사회진보의 목표를 두고 노력하는 시대로 나아가고 있다. 이러한 노력이 실효를 거두기 위해서는 사회를 구성하고 발전시키는 데 역할하는 제 세력간의 올바른 관계의 정립과 상호협력의 증진은 필수적인 것이다. 시민단체의 자율성은 일방적인 대립이나 고립을 의미하지 않는다. 어디까지나 관계 속에서의 자율성이고 관계의 상승발전을 위해 필요한 자율성일 때 유의미하다. 특히 지역사회의 공동체적 변화를 추구하는 노력을 통해 사회진보의 올바른 방향정립에 기여하려는 단체일수록 지역사회에서의 공공적 성격을 확보함으로서 사회개혁운동의 대중적 토대를 넓히고 조직의 확대를 위한 기반을 조성하여야 할 것이다.
박 홍 순 (열린사회시민연합 기획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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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읽었습니다 교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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