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뿌리 공동체운동을 통해 새로운 시민사회 문화를 창조하는 NGO
21세기 우리사회는 민주주의의 성장을 바탕으로 한 단계 더 성숙한 사회로 발전해야 한다. 경쟁과 갈등이 아닌 참여와 자치, 상생(相生)과 협조의 원리가 주도하는 새로운 사회문화를 창조해야 한다. 새로운 비젼의 창조에 있어 시민운동에 거는 기대가 점차 커지고 있다. 이제까지 우리사회에서 권위와 독점을 몰아내고 자유와 평등을 신장시키는 데 시민운동은 많은 기여를 하였다. 이제 민주화의 진전과 시민의식의 성숙에 밑받침되면서 시민운동은 문제제기형 운동에서 가치지향형 운동으로 변화, 발전하고 있다.
점차 비판과 견제, 권익옹호와 같은 전통적인 역할에서 제3섹터의 창출, 공동체 형성과 같은 미래 창조적인 역할로 옮겨가고 있다. 현대사회의 제반 병폐들은 개인주의적 경쟁으로 해결할 수 없다. 비영리적(non-profit)이고 자원적(voluntary)이며 자치적(self-governing)인 NGO가 주도하는 제3섹터의 자율성과 창의력이 높아지고 상생, 협조, 사랑의 사회운영원리가 자리잡을 때만이 새로운 사회발전의 비젼은 실현될 수 있다.
7,80년대에 걸쳐 우리 나라뿐 아니라 남미와 동구권에서도 민주화운동이 광범위하게 전개되었고 이것은 시민사회를 형성, 발전시키고 각종 NGO들을 활성화시켰다. 개발도상국에서의 시민운동은 국제적 협력을 얻어 사회개발을 지원하는 개발NGO들뿐 아니라 토착적인 뿌리를 갖고 시민사회의 변화를 주도하는 시민사회단체들의 활동으로 그 영역이 풍부해지고 역동적으로 변하였다. 선진국에서의 NGO는 80년대 이후 ‘커뮤니티 건설’, ‘파트너십 전략’ 을 내세우며, 기존의 계급대립 중심의 시민사회관을 비판하고 그에서 탈피하여 시민사회를 이루는 다양한 구성요소들 즉, 정당, 노조, 교회, 각종 문화단체, 자선단체, 자원봉사단체, 지역사회단체 들간의 네트워크와 협력을 통해 사회를 발전시키고 건전한 시민질서를 형성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21세기의 NGO는 근대적 시민성(civility)이 갖는 개인주의적 한계를 넘어서 시민들이 자기존중뿐 아니라 타인존중을 배우며, 개인과 커뮤니티 간의 생동감있는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공동체적 사회문화를 창조해가도록 돕는 선도적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 그리고 국민국가의 틀을 넘어 전지구적으로 생각하고 지역에서 행동하는(Think globally, Act Locally) 새로운 사고방식과 실천원리를 체득해나가야 한다.
이 글에서는 위와 같은 비젼과 관점에 입각하여 21세기 NGO가 지향해야 할 10대 과제 중 “6)지방자치와 공동체형성에 앞장서는 NGO", "7)지역과 국경을 넘어 손에 손을 잡는 NGO", "8)튼튼한 뿌리, 스스로 일어서는 NGO" 라는 과제에 한정해서 그와 관련된 구체적 실천과제들을 다루기로 한다.
지방자치 정착을 앞당기는 NGO
지방자치가 올바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좋은 제도와 그 제도를 잘 운영해나갈 수 있는 리더십과 지역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갖고 열심히 참여하는 시민의식이 함께 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각 부문의 기능을 유기적으로 발전시키고 작용케 할 수 있는 매개체가 시민운동이 되어야 한다.
지방자치 활성화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시민의 참여가 활성화되어야 한다. 현재 우리 나라의 지방자치단체, 정당, 지방의원의 대다수는 지역유지, 토호세력이 장악하고 있다. 때문에 지역주민들이 참여하고 견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충분히 마련되지 않고 중앙정부의 권한을 지방으로 이전하면 더욱 위험하다. 그래서 지방정부로의 분권은 반드시 주민참여의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과 병행되어야 한다. 주민참여의 제도로는 우선 주민투표제를 들 수 있는데 현재 자치단체장의 결정에 의해서만 실시될 수 있도록 되어 있는 주민투표제를 유권자인 주민 일정수의 요구에 의해서도 실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주민소환제도는 아직 실시되지 않고 있는데 이것도 실시되도록 해야 한다.
옴부즈만은 시민편에서 일하는 감사관이다. 민주주의 국가에서의 유권자는 선거 때만 황제대우를 받지 선거가 끝나면 다음 선거 때까지는 노예로 전락한다는 말이 있다. 선거와 선거사이의 기간동안 주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대표적인 제도가 옴부즈만 제도이다. 이와 함께 일부 자치단체에서 현재 시행되고 있는 주민감사청구제도 전면화되어야 한다. 또 일반시민들이 조례개정 등을 위한 청원을 하기 위해서 현재는 지방의원을 경유해서만 할 수 있도록 되어 있는데 주민발안제를 채택해서 주민들이 직접 조례안을 청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시민이 지방정치와 행정에 관심을 갖고 참여하기 위해서는 우선 기본적으로 정보에의 접근이 자유로워야 한다. 98년부터 정보공개법이 제정되어 시행되고 있다. 하지만 법률상의 비공개사유를 들어 실질적인 공개를 거부하거나 가공자료 답변 등 소극적이고 피동적인 정보공개에 머무르고 있는 실정이다.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정보공표로의 인식전환과 제도화가 필요하다. 의회의 속기록, 각 행정청의 연간활동계획, 구성과 업무 담당자, 통계자료, 현안문제, 주요 행정처분과 청원내용 및 처리결과, 각종 위원회의 구성과 활동 등 공개범위를 확대하고 명료화해야 하며 인터넷 등을 통한 상시열람이 가능토록 해야 한다.
정책결정과정에의 참여라는 측면에서 보면 시민사회의 대표가 정부의 위원회에 참여하여 의견을 개진하는 것이 가장 보편적인 방식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참여를 보장하는 장치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 위원회가 모두 유명무실한 것은 위원회 구성의 대다수가 고위공무원들이고 위원의 임명권이 관련부처에 있어 외부인사 선정에서도 입맛에 맞는 식으로 되고 기능과 권한에서도 의사결정기구가 아니라 심의와 자문의 기능만 갖기 때문이다. 공청회도 형식적인 절차로서 운영되고 있는 실정이다. 위원회 구성에서 민간인 비율을 높이고 위원선정의 자의성을 개선하며 운영과정의 투명성을 제고하고 심의의결권을 확대하고 심의내용의 정책 반영을 의무화해야 한다.
지방자치의 활성화는 중앙정부 권한의 지방분권화를 통해서만 가능한다. 현재는 인사, 조직, 예산권, 사업추진권, 도시계획권, 조례제정권 등 모든 것이 중앙 정부나 광역 단체의 허가를 받게 되어 있다. 선진국의 경우는 지방 정부들이 법령에 위반되지 않는 한 조례를 자유롭게 만들 수 있게 하고 좋은 조례로 검증된 것을 거꾸로 중앙 정부의 법령으로 제정한다. 반면에 한국의 경우는 중앙법령에 근거해서 그 한계 내에서만 조례의 제정이 가능하다. 지방정치가 입법을 선도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야 한다. 예산권도 중앙정부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역할만을 담당하고 지방 정부가 자율적으로 예산을 편성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자치경찰제, 교육자치제를 실시해야 한다. 특히 교육은 지역주민들의 최우선 관심사이기 때문에 하루 빨리 주민의 권한이 직접 작용할 수 있는 교육행정으로 바꾸어야 한다. 교육환경의 과감한 개선을 위해서는 지방 행정 예산이 쉽게 교육 예산으로 이전할 수 있도록 지방정부와 교육자치가 연동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현재 지방행정구조의 개혁에서 중요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은 읍․면․동사무소의 기능전환이다. 읍․면․동사무소가 말단행정기관에서 주민자치센터로 전환되는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다. 그 취지에 맞게 그 운영을 관변인사가 아닌 주민단체와 대표가 참여해서 하도록 하고 프로그램도 단순한 취미, 교양교실이 아닌 주민자치를 활성화할 수 있는 내용으로 바꾸어야 한다.
시민사회단체의 자유로운 정치활동이 보장되어야 한다. 시민단체가 공개적으로 시민의 편에 선 정책을 집행할 수 있는 후보를 추천하고 지지할 수 있어야 하고, 반대로 잘못된 정책과 인물은 낙선시키기 위한 자유로운 선거 운동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지방의회의 기능이 활성화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야 한다. 지방의원 정원을 축소하고 전문적인 활동을 보장할 수 있도록 전문위원제가 보완되고 필요경비가 지급되어야 한다. 시민들의 의정 감시와 모니터활동을 활성화하고 의정활동을 잘하는 의원들을 지원하고 후원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
공동체 형성에 앞장서는 NGO
지방자치의 활성화가 과거로부터 현재까지 진행되어오는 민주주의의 확대, 심화와 관련된 문제라면 공동체(Community)의 형성은 현재로부터 미래로 이어가는 21세기 NGO의 새로운 전략과제이다. 뉴밀레니움을 맞는 NGO의 새로운 과제로 글로벌 시민사회와 지역공동체 건설의 과제가 부각되고 있다.
이제 시민운동에서 전지구적으로 생각하는 것(Think globally)은 당연한 추세가 되고 있다. 동시에 이러한 지구적 생각의 실천은 지역에서 행해진다(Act locally). 실천의 지역화에서 핵심적인 것은 커뮤니티의 형성이고, 커뮤니티의 형성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파트너십의 구축과 주민참여 자원동원 모델이다.
지역공동체의 형성을 위해서는 지역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다양한 부문들간의 연대와 협력, 즉 파트너십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특히 지방자치단체는 민간이 갖고 있는 자율성과 창의성을 고양하는 방식으로 태도를 바꾸어야 하며 그럴 때만이 진정한 파트너십이 구축될 수 있다. 지역사회의 시민단체, 자원봉사조직, 종교기관, 학교, 노조, 기업 등이 갖고 있는 인적, 물적 자원을 효과적으로 연결하고 그들의 리더십, 관리 기술, 교육 경험, 자원봉사 동원 능력 등 보유하고 있는 장점을 존중하고 신장시켜야 한다. 민간의 자율성과 창의력을 방해하는 장애물을 파악해서 제거하며, 인센티브를 마련하여야 한다. 정부가 비정부기구를 육성하고 영리기업이 비영리단체들을 지원하는 것은 이제 더 이상 터부시될 일이 아니다. 시민사회가 갖는 자정력과 창조력은 NGO를 훌륭한 파트너로 성장시킬 것이며 정부나 영리기업에 부족한 단점을 보완하게 될 것이다. ‘지방의제 21’의 경험은 좋은 본보기가 되고 있다.
주민참여형 자원동원 모델이란 지역문제의 해결에 있어 정부와 기업 등 지역공동체 바깥으로부터의 지원에 크게 의존하지 않고 지역공동체 내부의 기관들, 기업들, 학교, 병원, 복지관, 시민단체, 주민자원봉사자 등이 파트너가 되어 나서는 모델을 말한다. 이제까지는 지역사회의 여러 문제들 즉 범죄, 교육, 도시계획, 교통, 실업 등 너무나 많은 부분들을 중앙정부에 의존해왔고 당연히 그 관계는 종속적인 것이 되었다. 서구의 복지국가형의 정책들도 문제해결의 자원을 주로 외부에 의존하는 것이었고 결과적으로 수동적이고 소모적인 반복이 계속되었다. 앞으로는 지역공동체의 형성이라는 관점에서 능동적인 주민참여를 이끌어내는 자원동원 모델이 정립되어야 한다. 공공근로제를 활용한 실직자, 저소득주민 자활지원사업은 참고할 만한 사례이다.
정책집행과정에서의 지방정부와 시민사회간의 가장 대표적인 결합방식은 민간위탁이라고 할 수 있다. 문화, 복지, 환경, 교육, 건강 등 공공의 이익을 위한 사회적 서비스는 과감한 민간위탁이 행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것을 민영화와 같이 단순히 행정의 효율성이라는 측면에서만 접근하지 말고 주민의 참여라는 측면, 민간섹터의 활성화와 장점의 활용이라는 측면에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 위탁사업자 선정과정이 공개되고 선정기준에는 운영능력과 함께 공익 지향성, 주민자치 지향성 등에 가산점이 주어져야 한다. 운영평가 및 예산 책정권을 독립시켜 담당공무원의 자의적인 개입과 단체장의 정략적 개입을 방지하여야 한다.
풀뿌리공동체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생활권 단위에서의 주민자치활동이 활성화되어야 한다. 특히 도시지역에서는 아파트 등 공동주택 거주자의 비율이 50%를 넘고 있는 현실과 관련하여 아파트공동체운동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통반장제도나 반상회 등을 주민들의 직선대표와 마을공동체 모임단위로 변화시키고 동사무소를 지역주민자치센터로 변화시켜야 한다. 주민자치센터는 말그대로 주민들의 자치기능을 활성화하는데 촛점이 두어져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운영위원회 구성에 있어서 주민들의 자치적 대표성과 공익적 시민단체, 자원봉사단체의 대표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그 권한에 있어서도 존치 행정사무의 지휘 권한을 제외한 센터운영에 관한 모든 심의결정권한을 센터운영위원회에 넘겨주어야 한다. 또 운영프로그램도 정보와 교육과 복지 등 서비스 기능에서부터 주민클럽운영, 자원봉사활동 등으로 심화, 발전되어야 한다.
마을단위, 동단위의 공동체활성화를 위해서는 마을축제와 같은 주민참여형 문화프로그램과 알뜰장터나 주민도서실과 같은 생활과 밀착한 프로그램의 개발이 필요하다. 또한 이러한 주민자치적인 공동체 형성을 지원하기 위한 지방행정의 발상 전환이 요구되는데 그것은 하드웨어적인, 시설의 디자인에서 소프트웨어적인 즉, 사람들의 생활을 디자인하는 쪽으로 발상을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지방행정의 모범은 주민들과의 대화에 잘 참여하고 주민들의 자발성과 창의성을 얼마나 끌어낼 수 있느냐 하는 기준에서 재정립되어야 한다. 그러한 관점에서 시도되고 있는 '마을만들기' 프로그램은 가능성 있는 새로운 시도로 평가되고 있다.
국경을 넘어 손에 손을 잡는 NGO
뉴밀레니움은 글로벌 시대와 함께 하고 있다. 동구권과 구소련의 붕괴로 냉전체제가 종결되면서 세계는 하나의 체제로 통합되어가고 있으며, 정보통신의 발달과 함께 세계는 좁아지고 지구촌은 한울타리가 되고 있다. 빈곤, 환경, 인권, 평화, 주거 등 인류가 함께 풀어가야 할 공동과제에 대한 인식의 공유가 확산되고 그 해결에 NGO가 앞장서고 있다. 세계화(Globalization)는 전통적인 국민국가의 기능이 약화되고 인간들의 삶의 공간이 전 세계로 확산되는 과정을 의미한다. 국경을 넘어선 글로벌 시민사회는 이제 상상 속의 관념이 아닌 현실의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주권국가들의 포럼인 UN에서도 이제 NGO들을 국제사회의 완전한 참여자로 간주하고 있다. NGO는 오늘날 세계문제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시민참여 방법이고 대표적인 유형이 되고 있다.
한국의 NGO들이 국제문제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92년 리우환경회담 이후라고 볼 수 있다. 그 동안 시민단체들의 국제연대는 확대되었지만 아직도 몇몇 지도자들이 국제회의에 참석하고 보고하는 수준을 크게 넘지 못하고 있다. 국내에 해외의 민주화나 인권상황, 외국인노동자문제 등에 관심을 갖고 활동하는 단체들이 늘어나고는 있으나 시민사회가 풀어가야 할 제반 과제들을 지구적 차원에서 문제의식을 갖고 접근하는 노력은 매우 부족하다.
일반시민들도 IMF 위기를 겪으면서 세계화를 몸으로 체험하게 되었지만 경제적 차원에서 일방적으로 밀어닥친 변화에 무방비로 노출되거나 수동적이고 폐쇄적인 민족주의적 대응에 머무르는 현상을 보였다. 이는 세계변화에 둔감한 시민사회의 리더십부족에 다름 아닌 것이다. 지금 하나가 되어 가는 지구촌에서 국민국가나 정부간 국제기구(ICOs)들만 가지고는 그들이 갖는 국가이기주의 때문에 올바른 문제해결을 기대하기 힘들며 인류적 차원의 공공선을 추구하는 글로벌 시민사회가 담당해야 할 몫이 점점 커지고 있다.
각 국의 NGO가 국경을 넘어 정보를 신속히 공유하고 한정된 자원을 나누면서 협력하는 연대활동을 강화해 나가는 것이 절실히 필요하다. 그것은 전지구적인 생각을 갖고 지역적으로 실천하는 NGO의 당연한 임무이기도 하다. 국제NGO인 그린피스가 동해의 핵폐기물 유기에 반대하는 지역사회 환경단체들과 연대활동을 벌이는 것이 이제 자연스런 일이 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도 90년대 중반이후 기아와 빈곤, 재난 구호과 같은 국제적 문제에 관심을 갖고 지구촌의 어려운 이웃들과 함께 하려는 개발NGO들의 활동이 활발해지고 있다. 인권이나 환경, 평화와 같은 민감한 문제들도 인류적 관점에서 국제사회의 새 질서를 구축하려는 흐름에 동참해가고 있다. 지역적으로 우리와 연관성이 높은 동아시아 지역에 대한 NGO 차원의 관심과 교류, 지원도 시도되고 있다. 지난 시기 받기만 하던 우리가 글로벌 시민사회의 일원으로서 자신의 역할을 찾아가고 있는 것이다.
국제연대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NGO들이 국제적인 동향에 보다 민감해야 하며 해외의 NGO들과 교류를 통해 서로의 문제를 지역사회에 전달하고 논의하면서 대안을 모색해 나가야 한다.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지역사회와 세계를 잇는 가교의 역할을 하여야 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글로벌 시대에 맞는 활동가교육과 회원교육이 필요하다. 시간과 비용을 절약하며 세계와 함께 호흡하는 좋은 방법은 인터넷과 e-mail이다. 정보화는 세계화를 촉진하는 기반이며 세계와 가까워지는 지름길이다. 인터넷과 e-mail을 통해 일상적인 정보를 신속히 교환, 공유하고 필요시에는 mail과 팩스를 통해 항의편지를 보내는 캠페인이나 동시다발적인 시위를 조직할 수도 있다. 언어의 장벽을 넘기 위한 교육도 시급한 일이다.
국제적인 교류와 연대는 시민운동의 경험과 전문성을 넓힐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된다. 캠페인, advocacy, lobby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지, 각종 미디어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실무자교육은 어떻게 진행하고, 대중의 참여는 어떻게 이끌어낼 수 있으며, 전문인력은 어떻게 참여시킬 수 있는지 우리는 해외NGO와의 교류를 통해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 국제회의와 워크숍에의 참석, 상호방문 등 직접적인 교류의 기회를 확대해야 하며, 국제협력을 위한 NGO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것 또한 필요한 일이다.
네트워크를 통해 연대하고 협력하는 NGO
국경을 넘어 국제연대를 추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내 NGO간의 연대와 협력, 지역내 NGO간의 일상적 교류와 협력도 새롭게 발전해야 한다. NGO간의 연대와 협력은 상생과 협조의 공동체적 정신에 입각한 새로운 형의 네트워크로 발전하여야 한다. 중앙중심의 연대, 전국적인 전선형성을 기본 목표로 한 과거의 연대방식에서 벗어나 다양성을 존중하고 상호이해를 높이는 방향에서 연대가 이루어져야 한다.
7,80년대 민주화운동이 주요한 과제로 집약되었던 시기에는 분산되어 있는 힘을 하나로 모으고 강력한 집권세력에 맞서 첨예한 전선을 형성하는 것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 이 시기에는 지역 차원의 연대도 국민국가 차원의 전국적 정치사안에 대한 각계 역량의 결집을 위한 수단의 일환으로 편성, 조직되었고 중앙과의 관계에서 일사분란한 위계질서를 갖는 것을 미덕으로 알았다.
하지만 이제는 시대적 과제도 변화했고 시민단체의 활동조건도 변하였다. 이제 중앙집중의 연대방식은 오히려 풀뿌리 NGO의 창조성과 자립성, 시민참여의 확대에 장애 요소로 전화되고 있으며 활동가들에게 과부하를 가져오고 소모적인 현상을 보이고 있다. 아직 국민국가적 과제가 충분히 해결되지 않은 우리사회의 조건에서 이번 총선연대의 활동이 보여주는 바와 같이 사안에 따라서는 전국적 집중과 통일성이 보장되어야 하겠지만 일반적인 지향성은 보다 열려있는 NGO, 성찰하는 NGO, 나눔의 NGO를 추구해야 한다.
먼저 앞서가는 단체들이 자신이 갖고 있는 경험과 자원을 풀뿌리 단체들을 위하여 개방하고 나눌 수 있어야 한다. 정보 및 프로그램을 공개하고 공유하며 인적, 물적 자원의 협력 방안을 마련하여야 한다. 기금모금과 배분, 활동가 교육과 훈련, 프로그램 개발과 지원, 정보데이타베이스의 구축 등 NGO 지원을 목적으로 한 전문적인 기구(NGO for NGO)가 만들어지고 활성화되어야 한다.
NGO간 네트워크의 구축은 상생과 협력의 원칙이 적용되어야 한다. 네트워크의 구축이 세력확장의
수단으로 쓰여져서는 안되며 다양한 운동단체들간의 상호이해를 촉진하고 전문성을 강화하며 상호커뮤니케이션의 증진을 통한 공동선의 추구로 연결되어야 한다. 교육, 환경, 교통, 복지 등 세부영역별로 공동의 과제를 추구하는 NGO간의 협력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은 전문성을 축적하고 역량을 배가시키는 좋은 환경을 조성할 것이다.
지역사회내의 서로 다른 NGO간의 네트워크 구축도 지역사회의 공동과제에 대한 대응에서 힘을 모으기 위해서 뿐만이 아니라 일상적으로 협력하고 교류하며 지역공동체의 형성을 위한 파트너십의 구축을 위해 필요하다. 정보화와 관련하여 사이버 공간상에 지역공동의 NGO Portal을 구축하는 것도 한 방법이며 회원활동의 상호교환도 고려해 볼 만하다. 환경, 교육, 복지 등 분야별로 세분화되고 있는 NGO의 추세에 비추어 볼 때 회원멤버십만을 고집하지 말고 자신의 고유한 회원활동을 개방하고 상호 교류함으로써 지역주민 요구의 다양성에 부응할 수 있을 것이다.
NGO간 네트워크 구축 외에 행정과 NGO의 다양한 파트너십 구축은 앞에서 언급한 커뮤니티의 형성이란 지향에 기초하여 충분히 고려되고 실천되어야 한다.
튼튼한 뿌리, 스스로 일어서는 NGO
NGO의 자립성 강화를 위해 여러 가지 과제가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절박한 것이 재정문제이다. 불안정한 재정구조 속에서 생활비도 안 되는 박봉에 시달리는 상근 실무자들이 그나마도 제대로 지급이 안되어서 지속적으로 활동하지 못하는 안타까운 현실이 현재 대부분의 시민단체들의 실정이다.
NGO는 원칙적으로 될 수 있는 한 정부, 기업 등 외부의 재정에 의존하지 않으려는 강한 자립성을 갖고 있지만, 이러한 원칙을 그대로 지킨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자체 회비 수입이 경상비를 충당하기에도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고 큰 규모의 몇몇 단체를 제외하고는 인지도도 낮아 일반후원금을 모금하기가 쉽지 않다. 아직 우리 사회가 기부금 문화가 정착되지 못하였고 일반 시민이나 기업들의 후원을 장려할 수 있는 법적, 사회적 여건이 마련되어 있지 못한 형편이다.
하지만 시민단체들도 회원확대와 후원자 개발을 위한 전문능력이 부족하고 다양한 모금방법의 개발 등 마케팅 영역에는 거의 손을 쓰지 못하고 있는 것도 중요한 요인이라 하겠다. 외부 재정에 대한 지나친 의존은 고유 주력사업에 대한 소홀, 외부의 감독과 규제 등의 문제를 야기하며 시민사회의 자율성을 훼손할 수 있으므로 빠른 시간 내에 자립적이고 안정적인 재정운영을 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어야 한다.
재정확보의 왕도가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한가지 확실한 것은 회원들의 회비와 다수의 소액후원자들에 의해 재정을 확보하는 것을 원칙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단지 시민운동의 자율성이라는 원칙 때문만이 아니라 실제로 외국의 많은 예나 우리 나라에서도 재정문제에서 성공한 NGO들의 경우를 보면 그것만이 가장 안정적이고 확실한 방법이고 또 현실적인 방법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정치감시단체인 Common Cause는 20만명의 회원에 5천명의 자원활동가들이 참여하고 있는데 회원들의 회비만을 가지고 재정을 100% 자립하고 있다고 한다. 국내에서도 환경운동연합의 경우 최근 수년간 지속적인 회원확대 캠페인을 통해 회원수가 5만명 수준으로 늘었고 회비납부도 꾸준히 향상되고 있다. 월드비전의 경우에는 ‘기아체험’ 등 다양한 모금방법을 동원해 최근 수년간 소액다수의 모금에 성공하고 있다. 물론 이상의 예가 아직은 특별한 경우이겠지만 공통점은 회원확대와 소액다수의 모금방식에 노력을 기울여 성과를 얻은 사례라는 점이다.
지난 해 참여연대의 여론조사결과에 따르면 서울시민의 42.9%가 시민운동을 잘 알고 있고, 62.5%는 기회가 있으면 시민운동에 참여하겠다고 응답한 반면, 현재 어떤 형태로든 시민단체에 기부하고 있는 시민은 4.7%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그 이유에 대한 답변에서 ‘특별한 계기가 없어서’라고 응답한 이들이 41.3%이고 ‘납부방법을 몰라서’가 8%에 이르는 것을 보면 시민들의 의식만을 탓할 문제가 아니라 시민단체들의 노력과 방법이 못 미치고 있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비영리 마케팅 개념의 도입과 경영 마인드가 필요하다. 후원자시장에 대한 조사와 과학적인 모금전략의 수립, 다양하고 적합한 모금 프로그램의 개발, 철저한 후원자 관리와 서비스 체계 구축, 시민단체간 공동모금의 개발과 자원의 공동 관리 등이 필요하다. 미국의 경우가 되겠지만 기금모금사업에 자기 재정과 인력의 상당부분을 투자하는 것이 상식으로 되어있으며, 심지어 전문적인 모금기관에 총 모금액의 20%를 모금비용으로 지불하고 아웃소싱하는 경우도 다반사이다. 우리도 과감하게 회원관리와 기금모금사업에 재정과 인력을 투자한다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기부금품모집규제법의 폐지와 기업이 낸 기부금에 대한 세제혜택 확대, 기업이윤과 개인유산의 사회환원을 유도하는 문화형성을 위한 캠페인 등 기부금 문화의 정착을 위한 법,제도적 뒷받침과 사회적 분위기 형성작업이 병행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또 재정운영의 투명성과 책임성 확보를 위한 NGO의 각별한 노력이 필요하다. 최근 정부의 보조금 확대와 실업극복국민운동기금 등 공익기금의 배분이 증가하면서 NGO의 책임성, 특히 회계의 투명성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이 같은 보조금과 기금은 결국 국민의 세금 또는 성금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투명한 사용과 정확한 회계처리는 국민의 신뢰를 확보하고 더 많은 국민의 지원과 참여를 만들어내는 데 필수적인 요소이다.
그간 백화점식 사업방식, 언론홍보 위주의 활동에 대한 내부비판과 반성이 많이 있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단체별로 주력사업을 몇 가지로 한정하고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주력사업에 대한 중장기적 투자와 프로그램 개발, 이를 전담하는 전문인력의 교육훈련이 계획적으로 배치되어야 한다. 또한 일상적인 회원 참여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전문가나 명망가 중심이 아니라 시민의 참여를 유도할 수 있도록 의식개혁과 생활실천을 위한 잇슈와 프로그램 개발이 시급하다. 정부에 제도의 개혁을 요구하고 감시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새로운 시민사회 문화를 창조하고 시민들의 삶을 변화시키는 과제야말로 진정 NGO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이며 사명이다.
모든 사회분야가 다 그렇겠지만 향후 NGO의 성패를 가늠하는 것은 그를 구성하고 있는 사람들의 질과 비젼이다. 현재 시민단체에서 일하고 있는 상근 활동가들은 정말 헌신적이고 도덕적이며 유능한 인재들이다. 하지만 언제까지 소모적인 반복을 계속할 것인가? 안정적 생활을 보장할 수 있는 급여를 지급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는 것도 물론이지만 리더십 교육과 인재개발에 보다 큰 힘을 기울여야 한다.
상근 활동가의 재충전을 위한 여건 마련과 공동의 연수 프로그램 마련, 전문적 활동 인력 양성 및 지도자 성장과정 프로그램 개발이 필요하다. 또 정보화, 세계화 시대를 선도할 수 있는 인터넷교육, 외국어 연수, 국제NGO간의 인턴교환 등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여야 한다. 능력의 신장도 중요하지만 비젼은 탄탄한 철학적 기반에서 나온다. 인간본질과 시대와 세계 흐름에 대한 안목을 갖출 수 있도록 깊은 성찰과 토론문화가 정착되어야 하며 세부 분야에 대한 전문적 지식도 필요하지만 통찰력과 소명의식을 갖출 수 있는 인문적 교양에도 게을리 말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NGO 활성화를 위한 정부의 지원대책이 보다 전향적으로 확대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지원책과 관련해서는 시민단체들이 보다 쉽고 간편하게 법인격을 부여받을 수 있는 장치 마련, 지원보조금의 확대 및 공평한 배분이 필요하고 세제지원, 공공시설의 무상 혹은 실비이용, 우편통신요금의 할인, 인턴채용 지원 등의 간접지원방식이 확대되어야 한다. 지난 4월 13일부터 비영리민간단체지원법이 발효되면서 이와 관련된 여러 조항들이 법으로 규정되었다. 하지만 아직은 대체로 선언적 성격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애초의 법제정 취지가 실효성을 갖추려면 여타 관련법규의 개정과 행정관료들의 의식변화, 시민사회의 성장에 기반한 법의 보완개정이 뒤따라야 한다. 또 몇 년째 국회에서 잠자고 있는 자원봉사활동지원법의 조속한 제정도 필요하다. 향후 위와 같은 변화를 얼마나 빠른 시간 내에 이끌어내느냐 하는 것은 결국 시민사회와의 파트너십에 대한 정치권과 정부섹터의 인식전환 속도여하에 의해 좌우될 것이다.
21세기를 맞는 NGO의 새로운 과제인 공동체(Community)의 형성은 인류의 새로운 삶을 개척하는 운동이다. 개인 위주의 이기적이고 황폐한 인간관계를 상생(相生)의 참된 인간관계로 변화시키고 세대간의 갈등, 지역간의 갈등, 온갖 차별과 소외를 극복해 가는 함께 나누고 함께 섬기는 운동을 지향해야 한다. 생활실천 속에서 새로운 윤리적 기준을 정립해가고 공공선의 문화를 창조하는 운동으로 발전해야 한다. 그것은 단순한 캠페인이나 제도정비만으로는 실현될 수 없으며 꾸준한 체험교육과 생활실천운동을 결합할 때만이 가능하다. 한 예로 자원봉사운동의 활성화는 지역내 자원의 동원과 효율적 결합이란 측면뿐 아니라 오히려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적 미래형 인간의 교육․훈련이란 측면이 강조될 필요가 있다.
NGO는 새로운 시민사회 문화창조의 주역이 될 것이다. 그것은 풀뿌리(GrassRoot, 民草)가 운동주체가 되어 지역사회에 기반하여(Community Based) 전개하는 시민운동, 생활실천 속에서 공동체적 가치를 실현하는 운동을 통해 가능하게 될 것이다.
2000.5. 열린사회시민연합 박 홍순
※ 이 글을 작성하는데는 과제선정작업에 의견을 보내주신 많은 분들의 생각이 도움이 되었으며 다음의 글들을 참고하였음을 밝혀둡니다.
주 성수, 1999, “시민사회와 제3섹터”
김 준식, 1999, “지방자치 활동의제 21”
박 홍순, 1999, “지방행정과 파트너십”
김 혜경, 1999, “제3섹터와 국제연대”
이 일하, 1999, “글로벌 시민사회와 NGO활동”
유 종성, 1999, “한국시민사회의 한계와 개혁과제”
양 용희, 2000, “시민단체의 재정확보방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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