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자치센터운영사례1 - 막퍼주기 위해 돈 버는 회사
송정동은 부산 해운대구에 속해 있지만 해운대해수욕장에서 큰 고개를 하나 넘어가서 오히려 경남 기장군과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다. 송정동은 어촌과 도시가 병존하는 지역이며 해수욕장과 죽도공원 등 천혜경관을 갖고 있어 대학생MT를 비롯한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관광지역이기도 하다. 하지만 해운대라는 더 크고 유명한 관광지에 가려 상대적으로 지역발전이 정체된 지역이기도 하다. 주민 다수가 식당이나 숙박업에 종사하고 있으나 적지 않은 인구가 텃밭 농사로 농작물을 재배하여 판매하거나 바다에서 채취한 미역 등 지역특산물 생산에 종사하고 있다. 인구 7,700여 명 중 60세 이상 인구가 16%를 차지하는 고령화 마을이면서 홀몸 노인을 비롯한 저소득 소외층이 600여명에 이르는 지역이다.
송정동에 ‘막퍼주는 반찬가게’라는 특이한 이름을 가진 사회적 기업이 생겨난 것은 2008년 4월이었다. 기업설립목표는 우리농수산물로만 반찬을 만들어 일반인에게는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먹을 거리를 제공하고, 취약계층에게는 일자리를 창출하고 반찬을 무료 보급하기 위해서였다. 취급품목은 김치류, 장아찌류, 미역 등 각종 밑반찬이다. ‘막퍼주는 반찬가게’는 지역의 자원과 인력을 기반으로 사업을 일으키고 그 결과 지역의 활력을 만들고 공생을 도모하는 전형적인 지역사회기반형 사회적 기업의 예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성격은 창업 당시 내부적으로 만들었던 경영원칙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첫째, 지역의 농수산물을 재료로 사용한다. 둘째, 자동화하지 않는다. 셋째, 남는 반찬으로 어려운 사람을 돕는다”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막퍼주는 반찬가게’를 지역사회기반형 사회적 기업의 대표적인 사례로 볼 수 있는 요인 중에 하나는 로컬푸드(local food) 또는 지산지소(地産地消)운동의 실천에 있다. ‘막퍼주는 반찬가게’는 식자재로 동네 텃밭에서 나는 농산물과 앞바다에서 채취한 해산물을 우선적으로 가져다 쓰고 있다. 송정동에는 텃밭을 가꾸는 어르신들이 수십명이나 된다. 고추, 깻잎, 상추, 배추, 무, 마늘, 오이, 가지 등 밑반찬을 만드는 데 필요한 채소 종류는 대부분 텃밭에서 난다. 회사는 믿을 수 있는 농산물을 확보할 수 있고, 동네 어르신들은 괜찮은 벌이가 된다. 모자라는 농산물은 동네 재래시장에서 충당한다. 앞으로는 농촌을 살리겠다는 철학을 가진 소농이나 가족농과 농산물을 직거래할 계획이다. 물론 100% 유기농산물을 식재료로 쓰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막퍼주는 반찬가게’는 지역공동체의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고 반찬 생산계획의 일정 몫을 공동체내의 취약계층 무료반찬지원사업에 할애한다는 점이 특징이다.창립 초기인 2008년도에는 전체 직원 4명 가운데 인터넷 판매와 행정 업무를 함께 맡고 있는 총무를 뺀 나머지 3명의 ‘조리사’는 모두 동네에 사는 어른신들이었다. 사회적 기업의 인증을 받고 정부의 사회적 일자리 사업에 참여하면서 한시적이긴 하지만 2009년 3월2일부터는 고용인원이 30명으로 대폭 늘었는데 모두 해운대구에 거주하는 사람들로 채용하였고 5,60대의 고령자들을 대폭 채용하여 취약계층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고 있다. 또 형편이 어려운 이들을 위한 무료 반찬배달도 꾸준히 하고 있다. 형편이 어렵거나 거동이 힘든 세대에 2008년 715건 8,580,500원, 2009년 922건 13,482,700원 상당의 반찬을 제공하였으며 지금도 주 2회 무료 반찬 나눔을 하고 있다. 지난 여름방학기간동안 해운대구 8개동 400여명 결식아동들에게 반찬을 배달하면서 지역사회에서 큰 호평을 받았다. 앞으로 수익의 3분의 2를 취약계층의 지원에 쓰는 게 목표이다.
‘막퍼주는 반찬가게’를 방문한 사람들이 신기해 하는 것 중에 하나가 이 가게 겸 공장이 다름 아닌 호텔 안에 있다는 점인데, 이것은 주민자치회와 연관이 있다. 송정동의 주민자치위원인 송정관광호텔 사장이 사업 취지에 공감하면서 본래 오락장으로 쓰던 호텔 2층 일부 공간(120평)을 가게에 내어주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막퍼주는 반찬가게'는 임대료 적게 내어 좋고, ‘호텔 내 반찬 가게’라는 입지 덕분에 위생적이고 깔끔한 이미지까지 덤으로 얻는 수혜를 누리고 있다. 맨처음 요리강좌를 개최하고 출자를 해서 법인을 만드는 것부터 반찬가게를 홍보, 운영하는 데 있어서까지 주민자치회는 떼려야 뗄 수 없는 밀접한 관계를 맺어왔다. ‘막퍼주는 반찬가게’라는 사회적 기업의 모태가 된 조직이 바로 송정동 주민자치회인 것이다.전국적으로 통일되어있던 주민자치센터의 명칭이 읍면동사무소가 명칭을 주민센터로 개칭하면서부터 지역별로 다른 명칭으로 바뀌기 시작했는데 부산에서는 주민자치회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있다.
송정동 주민자치회는 주민자치위원 24명 중 50대 8명, 나머지는 40대로 젊고 행동력이 있는 사람들로 구성되었다. 주민자치위원들은 대부분 마을의 청년회장, 부녀회장, 의용소방대장, 봉사회 총무, 새마을문고회장, 상가번영회 사무국장 등 실제 지역사회를 움직여가는 실질적 리더와 책임자들이며, 지역사회에서 생업을 영위하는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 자치위원들은 평소에도 하루에 평균 3~5명씩은 주민센터에 방문하여 지역현안에 대해 의견을 나눈다. 주민자치회의 운영도 지역현안해결을 주 임무로 하는 참자치분과, 지역축제와 소외층보호를 임무로 하는 문화복지분과, 마을하천가꾸기와 공부방운영을 임무로 하는 환경교육분과로 나뉘어져 체계적 활동을 하고 있다.
생업이 바쁘고 여가가 부족한 지역특성을 반영하여 동사무소 공간 안에서 개설한 문화여가프로그램은 2개로 국한하였고 주민자치회의 주요활동은 마을의 현안문제해결과 발전을 위한 지역활동에 치중하였다. 그 중 하나가 관광산업이 주인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지역축제를 기획, 개최하는 활동이었다. 1월에 열리는 해맞이축제, 3월의 정월대보름미역축제, 6월의 송정죽도축제, 8월의 송정해변축제가 그것이다. 기존의 축제가 지역민이 배제된 보여주기식 행사에 그쳐왔던 점을 개선하기 위해 주민자치위원회에서는 "참여형 축제, 추억만들기, 다시찾는송정" 이라는 변화목표를 설정하고 행사전 사전의견 조율과 단체별 업무분담, 해운대 펀앤펀(fun&fun)동아리네트워크 결성을 통한 참여자 다양화 등 행사전반을 변화시키기 위해 적극적인 역할을 하였다. 송정죽도문화제 같은 경우에는 주민자치위원회가 10명의 추진단을 구성하고 새로 기획한 축제로, 관내업체 15곳을 방문하여 예산을 확보하고 음악카페 공지 등 참가자를 섭외하고 관내업소에 포스터를 부착하는 등 행사를 홍보했으며 행사당일에도 진행에 주민자치위원들이 직접 참여하였다.
또 지역하천인 송정천가꾸기운동도 환경교육분과를 중심으로 벌였는데 2007년 7월 송정동 13명, 기장군 6명, 관계자 5명으로 송정천네트워크를 결성하고 수달과 쇠백로가 서식하는 도심속 자연하천으로 가꿀 것을 목표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분기 1회의 합동하천정화활동, 지속적 하천 모니터링, 관찰지점 15개소 안내문 및 보호간판 설치 등의 사업을 벌였다. 송정동은 초등학교가 1개소이고 학원은 2개로 교육환경이 열악한 편이다. 한부모가정이나 조모가정이 200여 가구로 학원갈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을 대상으로 2005년 3월부터 방과후 공부방을 운영해왔으며 현재는 중학교 입학생으로 확대하여 청소년공부방으로 운영하고 있다. 또 새터민의 생활정착을 돕기 위해 20여명에게 취업을 알선해 주고 학생 10여명에게는 공부방에서 마음껏 공부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2007년도에는 노인한글교실을 운영하면서, 대학생자원봉사자들의 도움을 받아 어르신들의 삶의 발자취 남기기 프로그램이 진행되었다. 한글교실에 참여한 노인분들의 삶의 여정을 구술받아 자서전 형식으로 엮어드리는 프로그램이었는데, 이 과정에서 요리에 관심이 많은 할머니들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되었다. 이들 노인분들에게 삶의 의미와 보람을 만들어 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반찬가게를 만들게 된 한 계기가 되기도 했다.
송정동 주민자치회는 지역실정에 맞는 센터운영으로 지역현안문제에 대응하고, 그 과정에서 "주민자치활동에 기반한 사회적 기업"이라는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낸 사례이다.주민자치센터의 관성적 운영을 넘어선 새로운 활동을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적절한 시사점을 던져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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