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자치센터와 지역사회의 각 센터 간 연계방안
박홍순(열린사회시민연합 CPC 소장)
1. 주민자치센터의 설치의미와 연계의 필요성
주민자치센터가 설치되어 운영되기 시작한 지 5년이 경과하고 있다. 애초의 설치목적이 지역 주민의 적극적인 참여를 통해 주민자치 활동의 장, 지역공동체 형성의 구심체 역할을 수행하도록 하는데 있었다는 점을 상기해 볼 때 과연 현재의 모습이 얼마만큼 목적에 접근하고 있는지,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점검하고 보강해야 하는지 면밀히 따져보아야 할 시점이다. 그 중에서도 지역공동체의 활성화를 위한 주민자치센터의 기능과 역할을 점검해 볼 때 반드시 따져보아야 할 점이 지역사회 내에 존재하는 여러 기능을 갖는 각종 센터들 간의 연계와 협력의 가능성에 관한 것이다.
주민자치센터는 단지 동(읍․면)사무소에 설치된 주민서비스공간으로서의 의미가 아니라 그 지역사회 전체단위로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설치된 각종 문화, 복지, 교육, 편익시설과 프로그램 등을 총칭하는 개념으로 설정되었으며, 특히 주민자치위원회의 구성과 맞물려 설계되었기 때문에 이러한 개념에 대한 주의가 더욱 필요하다. 한마디로 주민자치센터는 주민들이 서로 만나 교류하고 공동의 문제를 함께 도와 해결하는 주민광장이고 주민들의 참여와 자주적 관리에 의해 운영되는 주민자치기관을 지향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주민자치센터의 기능은 문화여가기능, 시민교육기능, 정보교류기능, 협동경제기능, 지역복지기능 등 다양하고 종합적인 성격을 갖고 있다. 물론 이렇게 다양한 기능 중에서 지역실정에 따라 역점 기능을 달리 할 수도 있는데, 기본이 되는 것은 지역의 문화, 교육, 정보, 경제, 복지 등 여러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주민들이 직접 참여케 하는 자치기능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목적과 기능을 갖는 주민자치센터가 설치되게 된 배경에는 주민의 생활 수준과 의식 수준이 높아져 감에 따라 여가, 문화, 복지, 교양 등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주민의 욕구가 변화하고 있다는 점과 민주화와 지방자치시대를 맞이하여 주민이 주체가 되고 주민이 원하는 바를 해결해 줄 수 있는 방향으로 행정기능이 재편될 필요가 있었던 점이 고려되었다. 또 미국, 일본, 독일, 대만, 싱가포르 등 외국에서도 동사무소 대신 소규모 지역을 단위로 주민이 주축이 되어 환경, 문화, 복지 등 지역의 일을 처리하는 “커뮤니티 센터”가 운영되고 있다는 점도 고려되었다.
주민자치센터의 활성화는 단지 주어진 공간의 활용이나 행정서비스의 전환에 머무르지 않는다. 지역사회의 문제들에 대해 주민들이 직접 관심을 갖고 참여하고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는 아름다운 지역공동체를 만드는 구심체가 되는 것이다. 이제까지 국민국가 체계 속에서의 일개 국민으로서만 존재하던 시민들이 생활권 단위를 매개로 자신과 이웃들의 문제해결에 직접 주인으로 나서고, 요구하고 주장하는 것을 넘어서 책임지고 함께 만들어나가는 새로운 시민문화를 형성해 가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그것은 밑으로부터 우리사회를 변화시키는 시민운동의 성격을 띄고 있으며 사명감을 갖고 지속적으로 전개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자치행정의 향후 지향성의 측면에서 볼 때도 지역사회 운영에서 민간의 역할을 높이고 지역사회의 자원들을 적극 활용하며 나아가 바람직한 파트너십을 구축함으로써 공동생산의 영역들을 확장시키는 데 자치센터의 경험들은 크게 작용할 수 있다. 결국 주민자치센터의 성공적인 정착 여부는 로컬 거버넌스 형성의 시금석이 될 것이다.
이글은 상기한 주민자치센터가 지향하는 목적에 비추어보았을 때 지역사회에 존재하는 다양한 센터들과 주민자치센터가 어떤 관계를 형성하고 지역공동체의 활성화를 위해서 그들 간의 연계와 협력을 어떻게 모색할 것인가란 문제의식에 접근하기 위해 쓰여 졌다. 이러한 문제의식이 보다 현실성을 가지려면 현장에 대한 조사와 이론적, 정책적 검토를 거쳐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와야 하겠지만 현 시점에서 문제의식을 분명히 하고 그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한 시론적 차원의 문제제기라도 의미는 있다고 판단된다.
2. 주민자치센터와 지역사회 연계의 현실
주민자치센터의 운영은 지역공동체를 활성화하는 여러 분야의 활동들과 연계되고 종합되어야 한다. 지역사회는 사람들의 총체적인 삶이 어우러진 공간이므로 그 안에는 교육도 있고 복지도 있고 환경도 있고 문화도 있다. 지난 5년간의 자치센터 활동의 경험들 속에서는 이러한 다양한 영역들의 활동을 어떻게 연계하고 발전시킬 것인가 하는 고민들이 축적되어 왔다. 자치센터의 활성화와 다양하고 풍부한 접근을 위해서 현 시점에서 생각해 볼 수 있는 몇 가지 영역에 대한 문제의식을 짚어보면 다음과 같다.
1) 자원봉사와 주민자치센터
먼저 자원봉사의 활성화는 지역사회문제에 대한 주민들의 참여의 측면에서나 자치센터 운영의 현실적인 면에서 가장 기초가 되면서도 중요한 문제이다. 자원봉사의 기본 특성은 자발성과 공익성 그리고 무보수성에 있으므로 주민자치와 공동체 활성화의 기반이 되는 활동이다. 자원봉사개발 및 지원과 관련해서는 기초자치단체 단위의 자원봉사센터와 동 단위의 자치센터가 어떻게 연계를 맺고 지원할 수 있느냐 하는 문제가 있다. 현재 전국의 거의 대부분의 시군구 단위에는 종합자원봉사센터가 설치되어있다. 시군구 직영으로 이 분야의 전문적 경험이 없는 일반행정직에 의해 운영되고 있는 곳이 많고 그 중 일부는 민간전문가를 채용하여 운영하고 있으며, 민간법인이나 단체에 위탁을 주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센터에 대한 행정당국의 지원과 관리는 중앙정부의 경우 행정자치부 민간협력과에서 담당하고 있으나 지방자치단체의 경우 지역에 따라 행정자치과나 행정과의 지원과 관리감독을 받고 있는 경우도 있고, 업무 연관성에 따라 가정복지과 등 복지 관련 부서에서 관계를 맺는 경우도 많다. 행정라인과는 별도로 민간 차원에서 자원봉사센터 전국 협의회가 구성되어 활동하고 있기도 하다. 종합자원봉사센터 말고도 지역에 따라서는 청소년자원봉사센터나 여성자원봉사센터 등이 운영되고 있으며 이는 업무의 연관성에 따라 행정자치부라인이 아니라 문화관광부나 여성부의 지원과 관리감독을 받고 있다.
시군구의 자원봉사센터와 동단위의 주민자치센터가 어떤 관계를 맺고 효율적인 역할분담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체계적으로 조사된 바가 없지만, 많은 경우 일상적인 관련성이 부족한 채 행정의 필요에 따라 그 때 그 때 관계가 형성되는 것으로 추측되어진다. 그나마 자원봉사센터의 관리부서가 행정자치라인이 아닌 복지부서 등일 경우 자치센터와의 원할한 업무협조 등은 더욱 요원한 실정이다. 서울특별시의 경우 최근 들어 주민자치센터의 자원봉사활성화에 대한 정책적 관심을 갖고 자원봉사자 교육, 자원봉사 활성화 센터 발굴과 확산 등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점은 주목할만한 사례이다.
시군구단위 종합자원봉사센터는 직접적인 현장자원봉사실행프로그램의 진행보다는 자원봉사자의 모집, 교육, 배치 등 환경조성과 지원, 조정기능에 중점을 맞추고 여성, 청소년 등 분야별 자원봉사기관과 주민자치센터와 같은 지역기반의 센터 및 각 종 민간기관, 단체, 모임 등의 직접적인 자원봉사활동을 지원하고 연계 맺는 것이 바람직한 모델로 인정되고 있으나, 현실상에 있어서는 실적위주의 경직된 행정의 요구에 맞추어야 하고, 각 기관이나 단체와의 네트워크 구축 미비, 정책적 전문성 부족 등으로 해서 중복적인 프로그램이나 기관 운영이 되고 있고, 자원봉사자나 관리자 교육, 프로그램 개발 및 컨설팅 등 현장의 요구에 적절히 부응할 수 있는 준비를 갖추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2) 지역복지와 주민자치센터
다음으로 주민자치센터의 지역복지서비스기능에 대한 요구와 지역복지전달체계와의 효율적 연계체계 구축에 대한 문제의식이다. 주민자치센터가 동 단위마다 모두 설치되어 있기 때문에 기존의 복지관이 설치되지 않은 지역 등 복지서비스의 취약지역에서 자치센터들이 직접적인 복지서비스의 전달체계로서 작동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많은 지역에서 기존 동사무소가 독거노인이나 소년소녀가장, 저소득 가정 등 취약계층에 대한 복지서비스를 제공해왔고 현재 운영되고 있는 자치센터의 프로그램 중에서 주민자치위원이나 센터이용자들이 지역문제해결에 앞장서는 모범적인 프로그램으로 많이 소개되는 것이 이 분야의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그런데 기존의 복지관 등에서 수행하지 못하는 사각지대에서 보완적으로 서비스가 전달되거나 새로운 관점에서 주민참여형의 복지프로그램이 만들어지고 확산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지만 자칫 기존의 복지서비스와 중복되거나 불필요한 경쟁이 된다면 그것은 재고해 봐야 한다. 특히 기존의 종합사회복지관 등이 전문적인 복지서비스개발과 전달기능이 아닌 수익성 등의 이유로 각종 문화, 교육 프로그램 등 백화점식 운영이 되고 있는 경우가 많은 것을 감안할 때 주민자치센터의 프로그램운영이 이와 비슷한 식으로 전개된다면 많은 문제점을 낳을 수 있다.
주민자치센터정책의 초기설계단계에서 중앙정부 보건복지부에서는 폐지되는 동사무소 대신에 기존의 행정과->읍면동 라인이 아닌 지방정부 복지부서의 직접적인 지휘감독을 받는 독자적인 복지사무소의 설치를 주장했고 그를 위한 시범적인 운영을 몇 군데서 했던 적이 있다. 그런데 이 실험은 결과적으로 채택되지 않았고 기존의 동사무소가 존속되고 동 행정라인을 따라 주민자치센터가 설치되어 오늘에 이르게 되었다. 이에 대한 검토와 판단은 별도의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므로 생략하기로 하고 다만 이 글에서는 기존의 복지서비스전달체계와 행정체계간의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보완과 조정이 필요하다는 점만 지적하기로 한다.
그런데 앞으로의 지역복지의 바람직한 발전 방향은 일방적인 수혜적 복지서비스의 제공이 아닌 지역사회 내부 자원들 간의 능동적 연계를 통한 활력 있는 지역사회복지의 구현을 어떻게 이룰 것인가 하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몇몇 주민자치센터에서 모범적 프로그램으로 평가받고 있는 주민참여형의 복지프로그램에 대해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복지뿐만 아니라 문화, 교육, 환경 등 지역사회의 모든 문제가 그렇듯이 문제의 발견과 해결과정에서 지역구성원들의 주체적 인식과 참여를 이끌어내고 지역의 인적, 물적 자원들을 연계, 동원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는 자립적 모델이 바람직한 방향이다. 이를 위해서는 지역주민들의 자발적 동의와 참여, 교육과 관리, 지역사회의 네트워크 구축 등 주민자치의 과정이 중시되어야 하고, 어떻게 하면 기존 행정라인에 대한 의존과 부적절한 간섭을 배제하고 민간의 자율적인 역할과 기능을 확대하여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할 것인가에 대한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3) 평생교육과 주민자치센터
주민자치센터를 마을도서관으로 만들고 이를 매개로 일반 시민들의 평생교육센터로 활용하는 것도 매우 훌륭한 시도가 될 수 있다. 주민자치와 지역공동체의 활성화는 자치의식과 공동체의식으로 각성된 시민들에 의해서만 가능하다. 시민교육의 측면에서 자치센터를 바라보는 것은 가장 기본이 되어야 할 과제라고 생각한다. 자치센터를 매개로 일상적인 시민들의 학습동아리들이 형성되고 ‘항상 공부하는 마을’을 꿈꾸는 것은 즐거운 상상이다.
1999년에 제정된 평생교육법에 따라 교육인적자원부가 지원하는 한국교육개발원의 주관 하에 평생교육센터가 설립되어 있다. 현재의 평생교육 체제는 교육인적자원부에서 예산을 확보하여 평생교육센터-->평생교육정보센터(16개 시도)-->평생학습관(시군구, 읍면동)-->단위 평생교육시설 및 단체로 이어지는 체제로 나아가고 있다. 평생교육센터는 ‘지역화’를 중요한 추진전략 중의 하나로 채택하고 지방자치단체의 주도로 지역주민의 학습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지역주민이 스스로 전개하는 ‘학습지역 만들기’운동 등 평생학습정책을 추진하고 있으며 ‘평생학습도시’를 선정 지원하는 등 연차적으로 그 폭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또 지역평생학습의 거점 기구로 지역평생교육정보센터, 평생학습관, 평생교육협의회 운영의 활성화를 꾀하고 있기도 하다.
주민자치센터는 평생교육정책의 측면에서 본다면 매우 훌륭한 평생학습거점 내지 단위시설로 활용될 수 있다. 주민자치력의 향상과 지역공동체의식의 함양이라는 자치센터 본연의 사명을 잘 수행하기 위해서도 전제가 되는 것은 지역주민들이 민주공동체의식으로 의식화되는 것이 필수이다. 주민자치센터의 사명실현정도를 가늠하는 것은 곧 그 주체인 지역주민들과 주민자치위원들의 민주시민으로서의 자질과 공동체시민의식의 체현정도에 비례하는 것인 만큼 주민자치센터가 다른 어떤 기능보다도 시민교육기능에 중점을 두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그동안 주민자치센터 운영과정에서 발굴된 우수 프로그램들을 보면 방과후 교실이나 어린이도서관 운영 등을 통해 지역주민들 특히 여성들의 참여를 높이고 가족단위 체험학습프로그램으로 발전한 경우를 많이 찾아볼 수 있다. 또 환경교육 프로그램이나 “다같이 돌자 동네한바퀴” 등 지역사회 알기 교육 프로그램, 농촌지역 여성고령자를 대상으로 한 문해교육, 부모역할훈련, 주민자치위원 리더십 교육 프로그램 등 현장성 있고 역동적인 학습프로그램이 많이 발견되고 있어 바람직한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그런데 현재의 평생교육 프로그램이 취미교양이나 직업훈련 등에 한정되는 경우가 많고 대부분의 주민자치센터에서 개설된 관련 교육 프로그램도 대동소이한 경우가 많으므로, 시급한 것은 역할분담의 측면이라기 보다는 올바른 시민교육의 내용과 프로그램 개발의 측면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지역평생교육정보센터 등 지원기관들의 미래지향적인 소프트웨어 개발과 주민들과 잘 호흡할 수 있는 현장실무인력의 양성이 필요하고 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상호 관계가 형성되고 발전되어야 할 것이다.
행정지원체계에 있어서도 지금과 같이 지방자치와 교육자치가 분리되어 있는 구조 하에서는 효율적인 지원체계가 구축되는데 여러 가지 장애가 발생하므로, 빠른 시일 내에 지방자치제도에 있서 행정과 교육부분이 통합되어 종합적인 정책과 효과적인 지원이 이루어 져야 할 것이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를 봐도 우리의 주민자치센터와 유사한 공민관이 각 지역마다 평생교육기관으로서 자리잡고 있으며 지방정부의 교육관련 전문공무원들이 파견되어 공민관의 운영을 지원하고 마을 주민들로 구성된 운영위원회와 각 종 학습동아리 모임들이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사례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우리의 주민자치센터가 일본과는 환경과 설립목적에서 많은 차이를 갖고 있어 일률적으로 말할 수는 없겠지만 주민자치기능의 강화라는 우리의 장점을 잘 살려나가면서도 지역에 따라서는 평생교육센터로서의 역할을 특성화하는 등 창조적 모색을 할 필요가 있다.
4) 문화, 여성, 환경, 지역개발 등과 주민자치센터
현재 전국의 각 기초자치단체에는 문화관광부의 지정에 따라 설치되고 지원받는 “문화의 집”이 한 개 정도씩 대부분 설치되어 있다. 이 문화의 집은 주민자치센터에 비해 예산지원이 월등히 많아 시설면이나 운영인력, 프로그램면에서 주민자치센터와 비교가 되지 않는다. 이 점에서 타 자치센터 운영주체들의 불만도 있었지만 이는 한편으로는 주민자치센터를 문화의 집과 유사한 ‘시설(공간)’ 위주로 바라보는 관점의 한계이기도 하다. 문화의 집이 설치된 지역에서는 주민자치센터가 어떤 프로그램을 운영할 것인가가 고민거리 중에 하나였다. 하지만 군포시 광정동의 사례에서 보여주고 있듯이 문화의 집과 주민자치센터가 적절한 연계와 협력하에 특성화된 운영을 통해 보완관계를 이루는 것이 바람직하다. 광정동의 경우는 주민자치위원으로 문화의 집 원장이 참여하고 함께 논의하여 청소년 사업을 특성화 사업으로 채택하고 청소년문화프로그램과 동아리활동 조직화 등을 전개한 사례이다. 문화의 집이 설치된 지역은 주민자치센터가 별도로 운영되기 보다는 주민자치위원회의 전반적 자치기능은 살리고 자치센터공간은 문화센터로서의 특성을 살려 통합, 운영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이 경우에는 문화의 집 운영위탁주체인 시군구와 주민자치센터의 관리주체인 동사무소 간의 불일치가 문제가 될 수 있으므로 시군구 차원에서의 조정과 포괄적 정책이 필요하다 할 수 있다. 이 문제는 문화센터뿐 아니라 다른 기능의 센터특성화 전략이나 자치센터공간의 민간위탁 시에 모두 관련되는 사항이므로 동 행정단위의 존폐문제 등 별도의 논의가 필요한 사항이다.
앞에서 언급한 자원봉사, 복지, 교육, 문화 이 외에도 여성, 치안, 안전, 환경, 교통, 공공시설설치와 유지보수, 지역개발 등 주민들의 삶과 관련된 모든 영역이 주민자치센터와 연관을 맺고 진행될 수밖에 없고 또 실제 현실이 그러하다. 그 동안 자치센터운영과정에서 발굴된 좋은 사례들을 보면 녹색가게 운영 등 녹색소비와 자원재활용운동, 내집앞 내가 쓸기 운동, 쓰레기무단투기지역 양심화분설치, 도시와 농촌 자치센터 간의 자매결연과 도농직거래 장터 개설, 지역생태보전운동, 지역문화 보전운동, 인라인스케이트순찰대 등 청소년범죄예방활동, 소방안전훈련, 찾아가는 거리음악회, 동네가수왕 선발대회, 동 경계따라 시오리길 걷기대회, 유채꽃축제, 철쭉동산축제, 해변축제 등 지역축제, 지역화폐 운영, 재래시장 활성화 운동, 텃밭가꾸기, 쌈지공원조성, 담장없는 마을 만들기, 아름다운 마을가꾸기, 마을진입도로 확장사업 등 다양한 영역에서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종류의 프로그램은 어느 특정 영역의 프로그램이라기 보다는 문화, 교육, 환경, 복지 등 다 영역에 걸쳐 관계된 프로그램으로 그 바탕을 이루는 것은 주민들의 자발적 참여와 자주적 결정과정을 거쳐 삶의 질을 풍요롭게 하고 지역공동체를 활성화시키기 위한 주민자치의 과정이고, 커뮤니티활성화의 모델이 되는 것들이다. 이러한 프로그램들은 마을만들기 프로그램과 밀접한 연관을 갖는다고 할 수 있는데, 마을만들기는 생활주변의 환경을 주민 스스로의 힘으로 개선하고 공용시설이나 장소를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데 필요한 공간으로 탈바꿈시키는 데로부터 출발한다. 하지만 마을만들기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과정에서의 의사소통과 관계 증진을 만들어 감으로써 공동체만들기, 사람만들기로 나아가는 데 의의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향후 지향해야 할 자치센터의 프로그램은 마을만들기 방식이며 주민자치의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주민자치센터의 기능은 특정분야의 전문센터로서의 분화도 가능하겠지만 일반적으로는 종합적 성격의 지역공동체활성화 프로그램을 주민자치로 수행해나가는 말 그대로의 “주민자치센터”를 지향해나가야 할 것이다.
4. 주민자치센터와 지역사회의 바람직한 네트워크 형성방향
한국의 주민자치센터(Community Center)는 주민자치위원회의 구성과 동전의 양면처럼 맞물려져 있다. 특정기능을 수행하는 전문적 센터가 아니라 주민들의 삶의 최일선 현장에서 종합적 성격의 기능을 수행하면서 궁극적으로는 이제까지의 동 행정을 대체하고 주민자치에 의한 새로운 지역공동체를 형성해간다는 큰 그림이 밑바탕에 깔려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일반적 성격을 정의하는 것이다. 지역의 특성에 따라 그 지역 구성원들의 선택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선택이 가능하고 또 그래야만 한다. 특히 지방분권화가 강조되는 시대적 추세에 비추어볼 때 더욱 그러하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의 주민자치센터는 아직 미완성이고 진행형이다.
1) 동 기능의 폐지
주민자치센터가 주민자치라는 일반적 성격을 구현하거나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계획에 의해 특성화된 센터로 발전시키거나 어느 경우에 있어서도 현실적으로 큰 장애가 되는 중요한 문제 중의 하나가 동체제의 존속이다. 애초의 계획은 동 기능의 완전폐지와 주민자치센터로의 전환이었다. 그런데 시행과정에서 여러 정치적, 현실적 이유로 말미암아 애초의 방향을 포기하고 동사무소의 존속 하에 자치센터 설치를 추진하여 현 상황에 이르게 되었다. 그런데 이러한 타협은 행정사무와 인력 효율화, 행정서비스의 개편, 주민자치기능과 지역공동체 활성화 등 본래의 취지를 실현하는 데 있어 많은 한계와 문제점을 낳는 근본 원인이 되고 있다.
먼저 행정면에서 보면 동체계가 존속됨으로 해서 일상적인 기관유지사무와 통계, 선거, 각종 규제단속, 증명인허가 업무 등 상급에서 위임한 사무가 지속되고 있으며, 이는 줄어든 인력에 비해 업무과중을 초래하고 새로운 사무인 자치센터 관련 업무를 뒷전으로 밀리게 하거나 형식적으로 수행하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특히 자치센터 관련 업무는 기존의 사회복지, 사회진흥 업무를 보다 강화하고 신규로 자치위원회 지원업무, 각종 센터 프로그램 관리지원, 센터 시설 관리 등을 추가해야 하며 민관협력의 새로운 마인드를 가지고 전문성을 갖추어나가야 하는 업무이므로 기존의 동행정의 관리경험만으로는 많은 한계를 드러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또한 동체계가 존속함으로 해서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장기적이고 계획적이며 효율적인 자치센터 운영에 한계를 보인다는 점이다. 기초자치단체 단위에서 지역특성에 맞게 센터를 구분하고 연계해서 운영하거나 몇 개를 통합해서 운영하는 것, 특성화하는 것, 민간단체에 위탁하는 것 등이 기존 동체계의 관성으로 인해 어려움을 초래하고 있다. 또 주민자치센터에 대한 재정지원, 정책기획, 교육 등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책임성이 떨어지고 구민회관, 복지관, 교육, 문화, 체육 등 여타 유사시설과의 중복문제나 효율적 연계관리에도 어려움이 있다.
생활권 단위의 커뮤니티 육성, 주민자치의 활성화라는 측면에서도 동체계의 존속은 장애를 초래하고 있다. 오랫동안 타율적이고 수동적인 행정문화에 젖어있는 지역주민들이 지역사회의 진정한 주인으로써 거듭나고, 중앙에 종속된 부분으로서의 지역이 아니라 자발적인 생활공동체로서의 지역을 실현하는 것은 상급 행정의 전달체계인 동이 통반까지 조직하고 집행해 들어가는 기존 체계가 견고하게 존속하는 한 난망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혹자는 주민들의 공동체의식의 결여와 공동체를 중심으로 한 생활조건의 미비로 상당기간 동행정서비스체계의 존속이 불가피하고 동체계의 폐지는 오히려 주민들의 불만을 가중시킬 것이라고 얘기한다. 하지만 일시적인 혼란과 부적응이 있겠지만 자율과 자치는 결국 시행착오와 훈련을 통해 주민들이 스스로의 책임과 능력을 갖게 될 때만이 가능한 것이지 언제까지 기다린다고 저절로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2) 몇 가지 정책적 제안
여러 한계와 문제점은 남아있지만 실제 현장에서 실천을 조직하고 움직이는 주체들에 의해 한계는 깨어지고 가능성은 현실로 전화되어 간다. 그것이 밑으로부터(bottom-up)의 자발적 시민주체에 의해 만들어지는 운동의 힘이고 역사의 경험이다. 주민자치센터가 제자리를 잡아가고 지역사회의 여러 기능을 갖는 각종 센터들과 올바로 연계하고 바람직한 네트워크를 형성해 가는 데 필요한 정책적 제안을 몇 가지로 정리해 보겠다.
먼저 지방정부 차원에서의 종합적 행정과 전문적 지원, 체계적 조정이 필수적이라는 점이다.
앞에서 많이 지적되었듯이 교육, 복지, 문화, 도시계획, 행정 등 제반 관련 부서들의 정책과 지원이 서로 손발이 맞지 않거나 중복되거나 부처별 이기주의가 작동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지방자치단체 전체 차원의 종합적 기획과 조정이 필요하다. 최일선에서 주민들과 만나는 행정기관인 동사무소와 주민들의 자치공간인 주민자치센터를 행정적으로 관장하고 지원하는 것은 주민자치과나 행정과이다. 반면에 사회과나 복지과, 문화과, 체육과, 청소년과 등은 각 영역별로 사회복지관, 자원봉사센터, 문화센터, 체육시설 등을 전문적으로 지원하고 관장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들 부서들 간에 수평적 연계와 긴밀한 협력, 중장기적 비젼의 공유를 통한 정책적 조정과 공조가 시급하다. 필요하다면 프로젝트별로 부서 담당자간의 상설적인 협의체를 운영한다든지, 상급의 기획조정기구를 설치 하는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 각 센터들 간에도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공동의 정책논의와 협력을 조직해야 하며 시민회관, 구민회관 등 시군구 단위의 종합적 성격의 센터가 백화점식 자체 프로그램의 운영이 아니라, 이 들 센터들 간의 정보교류와 프로그램 조정, 해당 지역 주민들에 대한 종합적 정보제공 등의 역할을 하는 것도 고려해 볼 수 있다. 또 교육자치와 행정자치의 통합을 빠른 시일 내에 이루고, 그 이전이라도 긴밀한 협력관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점도 반드시 지적되어야 하겠다.
다음으로 시설의 지원이나 관리도 중요하지만 소프트웨어 개발과 전문 인력의 양성이 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부족한 지방재정 여건 속에서 자치단체장의 치적이 대규모 문화, 복지, 체육시설의 건설로 평가되는 현실은 매우 불합리하다. 주민자치센터의 경우에도 초기 중앙정부의 재정지원이 동사무소 건물의 신축이나 시설의 개보수에 집중되었던 사실은 안타까운 일이었다. 기본적인 시설의 설치는 필요한 일이기는 하나 중복적 투자와 형식적 자원배분을 지양해야 한다. 이제 하드웨어보다 중요한 것은 소프트웨어이다. 천편일률적인 프로그램 베끼기와 센터 특성이 살아나지 않는 백화점식 프로그램 운영은 지양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주민의 욕구와 센터의 목적 실현에 적합한 프로그램 개발과 미래지향적 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
투자에서 우선순위는 인적 자원에 대한 투자이다. 아무리 훌륭한 시설과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다고 해도 그를 운영할 수 있는 훈련된 인력이 없다면 무용지물이다. 특히 주민자치센터와 같이 일반주민들을 조직하고 주민자치 리더십을 발굴, 육성해야 하는 일은 일반 행정직의 경험만 가지고는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다. 커뮤니티 코디네이터, 조직 활동가, 자원봉사 관리자와 같은 전문적 교육과 훈련과정을 거친 인력을 양성하고 체계적으로 배치해야 한다. 기존의 사회복지사나, 평생학습사 등 관련 전문 인력들의 재훈련과 효율적인 배치도 고려해야 한다. 이들 전문인력들이 다른 일반행정업무에 시달리지 않고 충분한 자기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배려되고 전문성에 합당한 대우도 보장되어야 한다. 하지만 이러한 전문인력의 양성과 배치가 특정 학과나 영역의 직업적 이해와 맞물려 재단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점도 지적될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지방분권의 시대에 맞게 지역별 특성화 전략을 추진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기존의 문화, 복지 등 전문적 센터들과 중복되지 않도록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종합적 계획을 세워 동별로 자치센터의 특성을 지정하고 특성화된 센터로 육성하는 방법이다. 적절한 단위지역으로 묶어 지역수요조사와 주민의견조사 등을 거쳐 A센터는 문화, B센터는 체육, C센터는 주민회관 D센터는 NGO센터 등으로 특성화하고 연계해서 운영하는 방식이다. 이 경우 적절한 민간단체나 기관에 센터운영을 위탁하거나 민간전문가를 채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또 기존의 동 체계와는 분리해서 운영해야 하며 동 단위 주민자치위원회와는 협력관계를 형성해야 한다.
이와는 달리 지방자치단체 전체 차원이나 일정 지역을 지정해서 특성화특구지역으로 발전시키는 방법도 있다. 예를 들어 평생학습도시나 자원봉사 특구, 문화예술특구, 도시재개발특구 등을 지정하고 그 지역의 자치센터와 기존의 센터시설들을 한 방향으로 특성화 하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중앙정부의 지역특화특구정책에 조응하여 예산지원과 각 종 규제폐지 등의 혜택을 얻도록 한다. 그 과정에서 역시 중요한 것은 지역주민 등 민간의 제안과 동의, 참여를 통해 전시행정이 아닌 지역민이 중심이 된 특구전략이 추진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앞의 전 과정에서 지역시민사회의 참여를 촉진하고 민간과 행정 간의 파트너십을 형성하기 위한 노력이 꾸준히 기울여져야 한다는 점이다.
이제 우리나라의 자치행정은 지역사회 운영에서 민간의 역할을 높이고 지역사회의 자원들을 적극 활용하며 나아가 바람직한 파트너십을 구축함으로써 민간과 행정 간의 공동생산의 영역들을 확장시키는 방향으로 발전되어야 한다. 지역사회를 움직여가는 데에는 지역주민, 자원봉사자, 주민자생조직, 풀뿌리시민단체(CBO), 각 종 전문적 센터와 기관 등 많은 주체들이 있다. 이들 간에 지역사회 발전을 위한 공동의 책임의식을 갖고 교류, 협력할 수 있도록 상호 네트워크를 형성해야 한다. 지역사회에서 네트워크를 형성한다는 것은 지역의 다양한 자원들을 파악하여, 각 자원들이 유기적인 관계를 맺도록 함으로써 지역사회에서 보다 효율적인 활동들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네트워크는 일방적인 관계가 아니라 상호 같은 목적으로 평등한 관계를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다. 행정은 지역시민사회를 동등한 파트너로 인식하고 시민들의 참여와 민간기관들의 자율적이고 창의적인 활동을 촉진하기 위한 제반 행, 재정적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바람직한 모델은 책상 앞에 앉아 설계도를 그리는 것으로는 만들어지지 않는다. 현장에서의 실천과 경험을 피드백하고 그 속에서 형성된 의견을 존중해야만 한다. 잊지 말아야 할 점은 지역사회 주체들간의 자발적 협치(Community Governance)는 풀뿌리 주민자치역량이 축적되는 지난한 과정을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점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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