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주민자치센터박람회를 마감하며-
박홍순(열린사회시민연합 커뮤니티파트너십센터 소장)
“주민자치로 지역의 미래를 준비한다”라는 슬로건 하에 지난 11월19일부터 21일까지 충북 청주시 예술의 전당 일원에서 개최된 2003주민자치센터박람회가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참여 속에 마감되었다. 전국적으로 130여개의 지방자치단체, 7천5백 여명의 관계자들이 참여한 이번 박람회는 3회째를 맞이하였는데, 해가 거듭될수록 더욱 좋은 사례와 많은 관심으로 주민자치센터 관계자 모두의 만남과 교류의 장이 되고 있다.
이번 박람회에서는 주민자치센터전시관에 종합운영분야에서 선정된 총 24개 센터의 사례와 개별사례분야에서 선정된 26개 사례의 부스가 설치되어 전시되었다. 또 정보전시관에는 주민자치프로그램, 문화프로그램, 자원봉사, 어린이도서관 등 4개 부분의 주제관과 환경교육, 녹색가게, 자원봉사, 마을만들기, 주민리더십교육 등과 관련된 NGO관, 독일, 일본, 미국의 커뮤니티센터를 소개하는 국제관이 기획, 전시되었다. 학술 및 교육행사로는 “지방분권시대의 주민자치센터”라는 주제로 열린 정책토론회를 비롯하여 주민자치센터와 평생교육 문제를 다룬 학술세미나, 주민자치센터의 향후 발전방향, 그리고 자원봉사자의 모집과 관리를 주제로 한 2개의 특강, 우수사례를 전문가의 분석을 통해 살펴본 센터컨설팅, 기획전시내용을 중심으로 진행된 5개 분야의 코너특강 등이 진행되었고, 이외에도 다채로운 문화행사 및 상설전시가 있었다.
이번 박람회행사에 앞서 사전에 진행된 2003년 우수센터공모에 응한 123건의 사례와 박람회에서 최종 선정되어 시상된 사례들을 중심으로 현재의 자치센터운영의 특징들을 살펴보면 몇 가지 주목할 만한 점들을 정리 해 볼 수 있다.
첫 번째 특징은 전반적으로 주민자치센터가 여러 측면에서 안정화되어 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주민자치위원회의 구성과 역할은 물론이요, 프로그램과 운영 및 지역 기관, 단체들과의 연계활동에서 전국적으로 주민자치센터들이 이제 상향 평준화되고 있는 경향은 매우 긍정적이라고 볼 수 있다. 그간 신설 센터들이 앞서가는 센터들의 사례를 많이 참고해서 학습한 효과라 볼 수 있다. 그럼에도 지역 특성을 살리지 못하고 다른 지역과 유사한 조직, 운영으로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문제점, 즉 특성화가 미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번에 2단계로 참여한 도농복합 지역과 농촌지역의 센터들은 지역의 특성화 전략이 더욱 필요하다.
두번 째로 주민자치위원회 활동이 초기에 비해 안정적으로 정립되어 가는 추세를 보여주고 있고 동아리 및 자원봉사활동이 활발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주민자치위원회 구성원에 여성과 시민단체 참여가 늘고 있는 추세이며, 주민자치위원회 활동이 분과위원회 등의 안정된 활동으로 정례화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활동은 주로 회의록에 나타난 내용으로 대부분의 회의가 주어진 안건에 대한 활발한 토의보다는 만장일치 혹은 찬반투표로 진행된 차원에 머물러 있는 것 같았다. 특히 안건 이외에 다른 창의적인 의견제시가 부족한 것 같았다. 주민자치위원들이 새로운 프로그램의 개발과 평가에 전문적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 또 동아리 자치활동과 자원봉사활동이 주민자치의 매우 중요한 부분으로 부각되고 있는 것은 다행스런 일이다. 그럼에도 많은 센터들이 아직 문화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교육생들의 활동을 동아리 활동의 전부로 보는 편향은 시정되어야 한다. 동아리 활동은 주로 삼삼오오 집단활동으로 진행되므로 집단활동을 통해 주민들이 상부상조하며 학습하는 매우 중요한 자치활동이 된다. 동아리 활동을 성별, 연령별로 다양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앞으로 지방자치의 기초가 되는 것이 자발적인 주민들의 봉사활동이다. 전국적으로 시군구 단위에 자원봉사센터가 설립되어 있지만, 읍면동 기초단위에까지 봉사활동이 미치지 않기 때문에 주민자치센터가 자원봉사활동에 기초가 되는, 가장 중요한 거점 역할을 할 것이다.
세 번 째로, 프로그램이 교육과 문화 중심에서 자치학교 등 다양한 자치적 프로그램과 마을가꾸기 등 지역사회활성화를 위한 프로그램으로 확대되고 있는 점은 바람직한 진전이다. 프로그램은 여전히 문화 프로그램이 대부분을 차지하지만 일부 우수 센터들에서는 새로운 자치 프로그램이 하나둘 등장하는 추세이다. 대표적인 몇 가지 사례들을 들어보면 녹색가게 운영 등 녹색소비와 자원재활용운동, 내집앞 내가 쓸기 운동, 쓰레기무단투기지역 양심화분설치, 도시와 농촌 자치센터 간의 자매결연과 도농직거래 장터 개설, 지역생태보전운동, 지역문화 보전운동, 인라인스케이트순찰대 등 청소년범죄예방활동, 소방안전훈련, 찾아가는 거리음악회, 동네가수왕 선발대회, 동 경계따라 시오리길 걷기대회, 유채꽃축제, 철쭉동산축제, 해변축제 등 지역축제, 지역화폐 운영, 재래시장 활성화 운동, 텃밭가꾸기, 쌈지공원조성, 담장없는 마을 만들기, 아름다운 마을가꾸기, 마을진입도로 확장사업 등 다양한 영역에서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종류의 프로그램은 어느 특정 영역의 프로그램이라기 보다는 문화, 교육, 환경, 복지 등 다 영역에 걸쳐 관계된 프로그램으로 그 바탕을 이루는 것은 주민들의 자발적 참여와 자주적 결정과정을 거쳐 삶의 질을 풍요롭게 하고 지역공동체를 활성화시키기 위한 주민자치의 과정이고, 커뮤니티활성화의 모델이 되는 것들이다.
이외에도 지역사회 네트워킹이 여전히 부족한 점, 지역 내 소외층을 위한 사회복지활동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 등을 들 수 있는데, 이번 박람회에서 확인된 중요한 점 중에 빠뜨릴 수 없는 것은 2단계로 실시된 도농복합지역이나 농촌지역의 특성에 맞는 센터운영의 모델을 시급히 정립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 지역의 센터들은 대부분 설치된 지 1년 남짓으로 아직 평가하기에는 이른 감이 있지만 도시 지역과는 달리 센터 공간을 중심으로 한 운영보다는 자연부락단위로 자생적으로 형성돼온 자치의 기제들을 잘 살리고 경제적인 요구와 관련된 프로그램을 많이 개발할 필요성이 있다. 특히 고령화되는 농촌지역의 현실을 반영하여, 노인을 위한 봉사활동과 노인이 참여하는 봉사활동을 개발할 필요가 있으며, 도시지역의 센터와의 교류를 통해 도농간의 교류와 협력프로그램도 가능성을 갖는 프로그램으로 확인되었다.
다른 나라의 커뮤니티 센터(Community Center)와는 달리 한국의 주민자치센터 설치과정의 특성은 토착화된 자치의 기반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중앙집중적인 행정 중심의 시스템을 지역자율적인 민간참여의 시스템으로 급속히 대체해 가려는 데 있다. 때문에 현재의 주민자치센터 운영에서 유의할 점은 특정 전문서비스 기능을 중심으로 사고할 것이 아니라 주민들의 삶의 최 일선 현장에서 종합적 성격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는 점, 또 주민자치센터의 설치가 주민자치위원회의 구성과 동전의 양면처럼 맞물려져 있는 점에서 잘 알 수 있듯이 센터가 시설공간의 개념이 아니라 지역사회의 자율적 자치능력의 확보와 공동체 활성화를 위한 구심체로서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것은 일반적 성격을 정의하는 것이다. 지역의 특성에 따라 그 지역 구성원들의 선택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선택이 가능하고 또 그래야만 한다. 특히 지방분권화가 강조되는 시대적 추세에 비추어볼 때 더욱 그러하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의 주민자치센터는 아직 미완성이고 진행형이다. 지방분권시대에 맞는 주민자치센터의 지역별 특성화 전략을 추진해 보는 것도 지역사회의 바람직한 네트워크 형성을 위한 좋은 시도가 될 수 있다.
그것은 기존의 문화, 복지 등 전문적 센터들과 중복되지 않도록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종합적 계획을 세워 동별로 자치센터의 특성을 지정하고 특성화된 센터로 육성하는 방법이다. 적절한 단위지역으로 묶어 지역수요조사와 주민의견조사 등을 거쳐 A센터는 문화, B센터는 체육, C센터는 주민회관 D센터는 NGO센터 등으로 특성화하고 연계해서 운영하는 방식이다. 이 경우 적절한 민간단체나 기관에 센터운영을 위탁하거나 민간전문가를 채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또 기존의 동 체계와는 분리해서 운영해야 하며 동 단위 주민자치위원회와는 협력관계를 형성해야 한다.
이와는 달리 지방자치단체 전체 차원이나 일정 지역을 지정해서 특성화특구지역으로 발전시키는 방법도 있다. 예를 들어 평생학습도시나 자원봉사 특구, 문화예술특구, 도시재개발특구 등을 지정하고 그 지역의 자치센터와 기존의 센터시설들을 한 방향으로 특성화 하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중앙정부의 지역특화특구정책에 조응하여 예산지원과 각 종 규제폐지 등의 혜택을 얻도록 한다. 그 과정에서 역시 중요한 것은 지역주민 등 민간의 제안과 동의, 참여를 통해 전시행정이 아닌 지역민이 중심이 된 특구전략이 추진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것은 어느 경우에 있어서나 지역시민사회의 참여를 촉진하고 민간과 행정 간의 파트너십을 형성하기 위한 노력이 꾸준히 기울여져야 한다는 점이다. 이제 우리나라의 자치행정은 지역사회 운영에서 민간의 역할을 높이고 지역사회의 자원들을 적극 활용하며 나아가 바람직한 파트너십을 구축함으로써 민간과 행정 간의 공동생산의 영역들을 확장시키는 방향으로 발전되어야 한다. 지역사회를 움직여가는 데에는 지역주민, 자원봉사자, 주민자생조직, 풀뿌리시민단체(CBO), 각 종 전문적 센터와 기관 등 많은 주체들이 있다. 이들 간에 지역사회 발전을 위한 공동의 책임의식을 갖고 교류, 협력할 수 있도록 상호 네트워크를 형성해야 한다. 지역사회에서 네트워크를 형성한다는 것은 지역의 다양한 자원들을 파악하여, 각 자원들이 유기적인 관계를 맺도록 함으로써 지역사회에서 보다 효율적인 활동들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네트워크는 일방적인 관계가 아니라 상호 같은 목적으로 평등한 관계를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다. 행정은 지역시민사회를 동등한 파트너로 인식하고 시민들의 참여와 민간기관들의 자율적이고 창의적인 활동을 촉진하기 위한 제반 행, 재정적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이번 박람회에서는 주민자치센터 시행 5년차를 맞이하면서 현장의 여러 문제점들이 검토되었으며, 또 다른 측면에서는 자치센터의 새로운 발전가능성을 예고하는 우수사례들이 많이 발굴되어 고무적인 면도 많았다. 그동안의 성과들이 확인되고 새로운 발전방향을 모색하였으며 주민자치센터의 올바른 정착과 발전을 위한 활동의제를 공유하였다. 나아가 주민자치센터를 토대로 민·관 파트너십의 진전된 방향을 모색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번 박람회가 소기의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도 자치센터 현장에서 어려운 조건에서도 새로운 희망을 키워가고 있는 담당공무원, 주민자치위원, 자원봉사자들의 열정과 헌신 덕분이었다. 이 분들이야말로 지역사회의 미래를 가꾸어가는 주민자치의 소중한 주인공들이다. 다시 한번 이번 박람회에 관심을 가져주시고 참여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를 드린다.
1)박람회에서 선정된 사례와 각 행사의 구체적인 내용을 보려면 2003주민자치센터박람회 홈페이지(http://partner,or,kr/2003)를 참조.
2)보다 자세한 평가내용을 보려면 2003주민자치센터박람회 자료집에 수록된 주성수 심사위원장의 심사총평을 참조.
3)이 점에 대한 세부적 분석을 보려면 2003년 12월에 커뮤니티파트너십센터에서 발간한 정책연구자료집 『지방분권시대의 민관파트너십』에 수록된 “주민자치센터와 파트너십”의 p154~p164를 참조.
4)주민자치센터를 비롯한 지역사회에서의 바람직한 네트워크 형성을 위한 정책적 과제에 대해서는 앞의 글 “주민자치센터와 파트너십” p165~175를 참조.
3)이 점에 대한 세부적 분석을 보려면 2003년 12월에 커뮤니티파트너십센터에서 발간한 정책연구자료집 『지방분권시대의 민관파트너십』에 수록된 “주민자치센터와 파트너십”의 p154~p164를 참조.
4)주민자치센터를 비롯한 지역사회에서의 바람직한 네트워크 형성을 위한 정책적 과제에 대해서는 앞의 글 “주민자치센터와 파트너십” p165~175를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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