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5월 2일 일요일

시민사회단체의 평생학습운동 전개 방향(2004.5/한국평생교육총연합년차대회)

시민사회단체의 평생학습운동 전개 방향
 
 
박 홍 순
 
 
 
직녀에게

이별이 너무 길다 슬픔이 너무 길다 슬픔이 너무 길다
선채로 기다리기엔 세월이 너무 길다
말라붙은 은하수 눈물로 녹이고
가슴과 가슴에 노둣돌을 놓아
그대 손짓하는 연인아
은하수 건너
오작교 없어도 노둣돌이 없어도
가슴 딛고 다시 만날 우리들
연인아 연인아
이별은 끝나야 한다.
슬픔은 끝나야 한다.
우리는 만나야 한다.
 
* 문병란 시집 [땅의 연가]에 담겨 있는 시
 
 
 
 
 
1. 우리는 만나야 한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지만 필자가 초등학교 다닐 때는 “자유교양”이라는 것이 있었다. 일종의 특별활동인데 고전읽기 독서지도활동이었다. 그런데 이름만 “자유교양”이었지 실제는 “강제교양”이었다. 자유교양반에 속해있던 필자를 포함한 아이들은 저희들끼리 그렇게 불렀다. 필자가 다니던 초등학교는 지방 중소도시에 소재하고 있었는데 학년에서 그래도 꽤 공부를 잘한다고 하는 아이들 10여명을 따로 모아서는 정규수업도 빼먹으면서까지 일종의 합숙훈련을 시켰다. 자유교양 경시대회에 출전시켜 좋은 성적을 거두고 학교의 명예를 드높이기 위한 학교당국의 특별한 배려(?)였다. 덕분에 필자는 ‘어린이 성경’, ‘어린이 사서삼경’, ‘어린이 희랍신화’를 비롯해 각 종 위인전 등을 지겹게 반복해서 읽었고, 경시대회 시험 치러 서울구경까지 하는 혜택(?) 받은 학생이 되었다.
학생들에게 정규학습과정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고전을 읽고 교양을 쌓도록 하자는 취지는 참 훌륭한 것이었다. 그런데 그것이 현실에서는 박제화된 암기학습의 시험도구가 되어 학교 간 경쟁의 수단으로 전락하였다. 아이들 말대로 그것은 “강제교양”이었다. 신성불가침의 국민교육헌장을 선생이나 학생이나 매일같이 암송하던 유신시대였으니까 그럴 법도 하겠다 싶지만, 30년이 지난 지금이라고 해서 우리의 교육현실이 얼마나 달라졌을까?

1999년도에 평생교육법이 제정되었다. 21세기 지식기반사회를 주도하는, 즉 과학기술, 지식정보의 발달 등 급변하는 사회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을 모든 국민들이 갖출 수 있는 평생학습사회를 실현하기 위한 목적이다. 평생교육법에서는 학습자의 자유로운 참여와 자발적 학습을 기초로 평생교육이 이루어지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이를 위한 각종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문제의식은 정말 적절하고 바람직하다. 세계적 추세에도 맞고 우리 사회의 발전수준에 비추어보아도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절실한 시민적 요구이다. 학교 밖에서의 교육, 특히 성인들을 위한 체계적인 교육에 그동안 우리사회는 너무 무관심했고 소홀해왔다.
근대화를 위한 개발 년대에 권위주의적 국가기구에 의한 국민정신교육과 각 종 관변단체들을 통한 새마을교육, 반공교육 등이 존재하였고, 행정당국이 일반인을 대상으로 단편적인 지식과 정보를 제공하는 사회교육이 미미하게 존재하였을 뿐이다. 그 제정년도에 비할 때 세계적으로도 손색이 없는 훌륭한 민주헌법과 민주주의원리에 충실한 학교에서의 사회과 교육내용을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헌법과 교육내용이 적용되고 쓰이는 현실사회의 작동원리와 시민의식과 문화는 전혀 교과서적이지 못했다. 이러한 이상과 현실 사이의 모순이 우리사회의 갈등과 대립을 불러일으켰고, 힘의 격돌 외에 이러한 모순을 완화시키고 통합시켜줄 제대로 된 교육(성인교육)내용과 시스템이 작동하지 못하였다. 오히려 시민들의 자발성을 기초로 한 교육내용의 확보와 전개는 제도 밖에서 민주화운동을 전개했던 시민사회단체들의 몫이었다.

지금 사회가 민주화되고 근대산업사회를 넘어 지식기반사회가 논의되고 있다. 시대변화에 발맞추어 과거의 국민정신교육이나 사회교육이 아니라 평생교육이 사회적 공론으로 부각되고 시스템이 갖추어지고 국가적 정책과제로 전개되고 있다. 시민사회단체들도 과거의 민중교육을 넘어서서 민주시민교육을 실천하고 있고, 나아가 새로운 시민교육의 내용과 방법을 모색하고 실험하고 있다. 이제는 만나야 할 때다. 만날 수밖에 없다. 사회의 성격이 변하였고 시대의 정신과 과제가 바뀌었으며 우리사회를 움직이는 주류가 교체되고 있다.
성인교육의 요체는 학습자 스스로가 주체가 되어 자발적으로 학습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민주사회의 한 성원으로서 권리와 책임을 다할 수 있는 자질과 능력을 갖춤으로서 성숙한 시민사회를 이루는 데 기여하도록 하는 데 있다. 그를 위해 새로운 정보와 지식을 습득하고 자기실현뿐만 아니라 자기통제의 원리를 체득하며 사람들 상호간의 관계를 훈련하는 것이다. 평생학습의 원리도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필자는 평생교육분야에 대해서는 문외한이다. 교육학을 전공한 적도 없고 평생교육시스템에 속해서 일해 본 경험도 없다. 다만 시민운동을 해오면서 시민들의 각성과 자발적 참여가 없이는 사회의 어떠한 변화와 발전도 불가능하며 시민교육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사회발전의 기초이고 시민운동의 핵심사명이라는 경험적 진리를 갖고 있을 뿐이다.

평생교육분야의 종사자들이 많은 노력을 해오고 있지만 3자의 눈으로 볼 때는 아쉬운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먼저 평생교육이 국가경쟁력 확보를 위한 인적자원개발, 특히 산업경제분야의 신규노동력확보나 기존노동력의 재학습에 치중된 듯한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쉽게 말해 직업교육위주라는 것이다. 직접적인 취업기능교육이 아닌 프로그램도 기껏해야 취미문화교양강좌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음으로 학습자의 자발성에 근거한 교수방법이 행해지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다. 스스로의 학습능력을 개발하고 변화하는 지식환경에 개인 혹은 학습 집단이 유연하게 대처해나가며 더 나아가 민주시민사회의 주인으로서 활동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하는 데 역할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데 운동성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주어진 제도와 관성에 의해 업무를 수행할 뿐이지 새로운 것을 창조하고 불합리한 환경을 바꾸어나가는 활동이 잘 안 보인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생교육분야는 많은 인적, 물적 자원을 갖고 있고, 그 이념과 지향성에 있어 훌륭한 미래의 비전을 갖고 있다. 시민사회단체들이 개척해온 시민교육의 경험과 가치가 함께 녹아들고 만나게 된다면 커다란 시너지 효과를 보게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기능적인 역할의 분담이나 형식적 만남은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없다. 화학적 결합이 필요하다. 만남과 협력은 상호간의 이해로부터 시작하고, 존중에 기초한 상호침투의 과정을 거쳐, 새로운 질적 발전을 가져온다. 시민사회단체들의 민주시민교육이 어떤 역사적 과정을 거쳐 왔는지 현재의 현황이 어떠한지 그 내용과 문제점은 무엇인지, 시민사회와 평생학습은 어떻게 만날 수 있는지, 새로운 전환과 올바른 결합방향은 무엇인지, 현장에서의 가능성은 어떤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오는 지 함께 숙고해본다면 희망은 성큼 현실이 되어 우리 앞에 서게 될 것이다.
 
 
 
2. 시민사회단체의 민주시민교육 개괄
 
우리나라의 시민교육에 대한 논의는 1945년까지 거슬러 올라가서 시작된다. 해방 직후부터 1948년에 대한민국정부가 수립되기 전까지 3년간은 민주주의적 교육사상이 극히 팽배한 시기였다. 그러나 민주시민교육에 대한 강조는 1948년 대한민국정부가 수립되면서 정부가 민족적 민주주의 교육, 즉 민주시민으로서의 자질을 교육하기보다는 준법정신이 강하고 국가에 애국하는 충성스런 국민으로서의 교육이 강화하면서 약화되었다.
이후 1960년대에는 4.19와 5.16의 역사적 배경 속에서 교육의 주요목표는 반공산주의로 이해되었으며 국민들에 대한 정치교육은 “재건국민운동”이라는 종합적인 정부 주도 운동의 체계 속에서 추진되었다. 재건 국민운동은 생활개선, 문맹퇴치, 질서 지키기 등 매우 다양한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었지만 핵심은 정치교육이었다.
1962년부터 6년간 반관반민의 한 교육연구기관인 중앙교육연구소가 주한 미국공보원의 재정지원을 받아 민주시민교육사업을 실시하였다. 교육사업은 매우 의욕적인 것이었으며 다양한 전략을 구사하였으나 이는 민주당정부 시기에 구상되고 계획된 것으로 군사정권의 등장으로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하였다. 또한 이 시기에는 국민교육헌장이 선포되어 국가주의적 정치교육이 강조되었다.
1970년대 들어서는 국가주의적 정치교육이 더욱 강화되었다. 1971년에 10월유신이 선포되면서 정부는 시민교육을 위험시하여 탄압하고, 교육통제와 여론조작으로 국민의식을 철저히 봉쇄하였다. 1980년대에는 신군부정권 하에서 국가주의적 국민교육 내지 의식조작을 위하여 사회정화운동과 국민정신교육이 진행되었다. 이러한 법적 뒷받침을 위하여 정부는 1982년에 사회교육법을 제정하여 국민교양 내용을 규정하고 모든 사회교육에서 국민교양 내용을 교수할 것을 의무화하였다. 기존의 정치교육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는 이와 같은 맥락에서 연유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해방이후 한국정치현실 속에서 시민교육은 주로 국가에 의해 주도되어온 것이 사실이며, 학교 등 소위 ‘국가에 의해 인증된’ 장 이외의 시민교육은 최소한 방치되거나 대개는 억압되어온 특성을 갖고 있다. 시민사회단체에 의한 민주시민교육이 나타나기 이전까지의 시민교육은 주로 ‘공민교육’적 형태를 띤 일방적 국가정치사회화에 다름 아니었다. 그 특징은 다음 두 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첫째 한국의 시민교육은 국가 혹은 정권 차원에서 정치사회화의 시각에서만 이해되어왔기 때문에 정치적으로 종속되어 있었으며, 정권의 정당성만을 표방하는 도구로 이용되어 발전하지 못하였다.
둘째, 한국의 시민교육은 학교의 사회과나 도덕과를 중심으로 이루어져 그 대상이 유년이나 청소년에 제한되어 있었다는 점이다.

시민사회단체에 의한 시민교육, 즉 민주시민교육은 민중교육의 전통과 맞닿아 있다고 할 수 있다. 민중교육이란 지난 반세기 동안 주로 제3세계의 민주화운동, 노동, 농민, 빈민 운동 등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며 형성되고 성장한 비판적 교육실천 및 이론이다. 그것은 계급적 관점에서, “민중을 위한 민중에 의한 민중의 교육”이었으며, 해방교육, 의식화 등의 이름으로 불리기도 하였다. 파울로 프레이리의 “페다고지”로 대표되는 민중교육론은 70-80년대 우리나라 민주화운동의 과정에 참여했던 대부분의 시민사회단체들의 교육목표와 내용, 방법 등에 직, 간접적인 영향을 주었다. 캐나다의 한 민중교육단체의 핸드북에 기술되어 있듯이 민중교육 프로그램은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갖고 있다(Amold & Burke, 1983: 9).
1) 그 출발점은 학습자의 구체적 경험에 의거한다.
2) 모든 사람들이 교사이며 모든 사람들이 학생이다.
3) 높은 수준의 참여를 요구한다.
4) 변화를 위한 ‘행동’으로 이끈다.
5) 문제해결에 있어서 개인적인 역량보다는 집단적인 노력에 주안점을 둔다.
6) 기존의 지식을 전수하기 보다는 새로운 지식의 창출에 큰 비중을 둔다.
7) 언제 어디에서나 누구를 대상으로 하든지 지속적으로 수행되어야 한다.
8) 그리고 ‘재미있어야’한다.

우리나라 민중교육운동의 전개과정은 마르크스의 과학적 사회주의의 영향으로 상대적으로 좁은 의미의 민중개념 안에 갇혀 있었다고 할 수 있다. 70년대의 민중교육은 주로 교회를 중심으로 휴머니즘에 기반을 둔 인권운동의 차원에서 이루어진 반면 80년대 이후 형성된 민중교육의 흐름은 마르크스적 변혁운동에 기초한 청년운동과 학생운동, 그리고 뒤를 이은 노동자계급운동의 차원에서 전개되었다고 할 수 있다. 80년대 초반이 “페다고지”로 대표되는 남미의 종속이론과 프랑크푸르트학파의 수정마르크시즘이 이념서클 중심의 ‘의식화학습’을 통해 확대되었고 80년대 중반을 넘기면서부터는 사회주의 정치교육운동의 형태를 띠면서 보다 계급주의적인 성향을 분명히 하는 급진적 성격을 띠게 되었다. 그것은 ‘의식화’를 넘어선 ‘선전’ 및 ‘선동’ 개념의 교육이었다. 90년대에는 포스트마르크스주의 및 그와 연관된 신사회운동의 흐름 안에서 민중교육이 재평가되었으며 진보운동의 재구조화와 연관되어 진행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70-80년대의 민중교육은 지식인의 민중에 대한 계몽운동의 성격을 갖고 출발했으며, 이데올로기적 대립 속에서 진보적 지식인들의 대안적 정치이념의 구축과 전파를 목적으로 했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한계를 갖고 있었다. 비록 민중교육이 독재국가체제 유지를 위한 국가주의적 정치교육에 맞서 민중들의 자주의식과 민주의식을 깨우치고 궁극적으로 사회의 민주화를 가져오는 데 많은 기여를 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근대의 특징 중에 하나인 거대담론에 의한 이데올로기적 수단화와 엘리트주의적 역사해석의 반영이라는 면에서, 동전의 양면처럼 국가에 의한 공민교육과 민주화운동세력에 의한 민중교육은 양자 공히 유사한 시대적 한계를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

90년대 이후 시민단체 주도의 민주시민교육은 70-80년대의 민중교육의 경험이 본격적인 시민사회 형성과 결합됨으로써 시민사회의 생활세계에 맞는 형태의 교육목적, 내용, 방법 등으로 변환된 형태의 교육으로 연결되었다.
초기의 시민단체들의 교육을 담당했던 사람들은 이미 이전의 민중교육을 경험한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웬만한 시민단체의 중견급 이상 시민운동가들 대부분이 학생시절부터 다양한 종류의 민주화, 민중운동의 경험 속에서 성장해온 세대이고, 그들이 학생시절부터 익숙했던 민중교육의 경험들이 자연스럽게 시민교육의 영역으로 전수되었다고 볼 수 있다. 민중운동에 뿌리를 두면서 시민사회운동의 중심으로 성장해온 환경운동연합이나 여성단체연합 등은 말 할 것도 없고, 민중운동과의 단절을 선언하며 출발했던 경실련이나 후발주자로 서구의 신사회운동적 경향을 갖고 진입한 참여연대류의 많은 시민운동단체, 오랜 시민운동의 전통 속에서 새로운 시대상황에 맞게 변신한 YMCA, 흥사단 등에 이르기까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많건 적건 민중교육의 경험을 내부적으로 축적하고 일정정도 계승하고 있었다고 보는 것이 사실에 부합한다.
초기 시민운동단체들이 진행했던 교육은 주로 회원교육 혹은 상근활동가 교육이었으며, 그것은 민중교육의 의식화 방법론에 근접한 것이었다. 하지만 보다 개방화된 형태의 일반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시민강좌’가 보편화되면서 사정은 달라졌다. 시민강좌의 초기에는 민주주의 일반에 관한 교육과 역사의식, 민족의식, 통일의식을 불어넣기 위한 교육이 주종을 이루다가 차츰 수강생들의 요구가 다양해짐에 따라 단체에 특성에 따라 환경교육, 여성교육, 지방자치교육, 청소년교육, 부모역할교육, 자원봉사교육, 문화교육, 미디어교육, 정보화교육 등으로 다양화되었다. 그나마 이러한 강좌들도 사회가 다원화되고 일반시민들의 교육과 정보습득의 기회와 통로가 확대됨에 따라 그 역할을 다른 사회교육기관에게로 넘겨주고 있는 추세이다.
후기로 갈수록 시민단체의 교육담당자들에게는 교육내용의 측면에서 뿐만 아니라 교육방법에 대한 고민의 심도가 더욱 커졌다. ‘강좌’식의 교육형태는 더 이상 학습자들의 관심을 끌 수 없게 되었고, 보다 공식적이고 전문적인 교육기관과의 경쟁에서 경쟁력을 갖기 힘들게 되었던 것이다. 비교적 초기부터 시도되었던 풍물 등 각종 문화강습과 문화유적답사나 생태기행 등의 체험학습이 보다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되었고, 이러한 형태의 교육은 후속 소모임의 결성과 각 종 실천 활동의 조직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되었다.
이러한 흐름은 학습주체인 시민들 스스로가 깨우칠 수 있는 교육방법을 찾으려는 의식적 노력으로 이어졌고, 최근에는 이것이 독일 등에서 유입된 시민정치교육의 방법론인 참여자 중심의 교육방법론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참여자 중심의 정치교육 방법론의 연구와 전파는 독일 콘라도 아데나워 재단의 지원과 협력 속에서 민주시민교육포럼 회원단체들을 통해서 이루어지고 있다. 97년에 결성된 민주시민교육포럼은 시민교육활동을 중심활동으로 하는 YMCA, 기독교윤리실천운동, 한국불교환경교육원, 여성사회교육원, 흥사단, 볼런티어21, 열린사회시민연합, 함께하는 시민행동, 한국여성단체연합, 환경운동연합, 참여연대, 경실련 등의 시민단체가 참여하는 네트워크로 한국민주시민교육의 현황과 과제를 집중 조명하는 연구 작업과 새로운 민주시민교육방법론을 연구하고 현장에 적용하기 위한 실험, 민주시민교육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한 작업, 민주시민교육을 활성화하기 위한 법적, 제도적 지원체계를 마련하는 일 등을 전개해 오고 있다.
한편 정부차원의 민주시민교육에 대한 논의는 문민정부의 공약사항의 하나로 선정한 교육개혁에 대해 교육개혁위원회를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로 설치하면서 다시 이어졌다고 할 수 있다. 당시 문민정부는 96년 10월 교육개혁위원회 내에 각계인사 19명으로 구성된 민주시민교육 연구위원회를 한시기구로 발족하여 민주시민교육개혁안을 마련하였다. 이 개혁안에서는 교사들의 민주시민교육역량 강화를 위해 교사양성 및 연수과정에 민주시민교육과정을 설치하여 교육을 강화하는 방안을 제시하였다. 이 개혁안이 과거에 비해 다소 진일보한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학교교육 중심의 논의만 있을 뿐 일반 사회인을 대상으로 한 민주시민교육에 대한 언급은 찾아볼 수 없었다. 국민의 정부 들어와서는 민관 협력 대통령 자문기구인 제2의건국범국민추진위원회가 민간단체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민주시민교육 지원에 관한 법률을 입법화하기 위해 마련한 공청회에 참석하면서 조정자 역할을 자임하고 나섰고 민주시민교육포럼을 비롯한 민간단체들의 입법노력을 수용하여 국회에 민주시민교육지원법안이 상정되었지만 국회의 파행운영으로 자동 폐기되고 그 후 구체적인 진전을 보지 못한 채 현재의 참여정부로 넘어 온 상태다.

적어도 90년대 중반을 넘어서면서 우리사회의 주류시민사회단체들은 운동의 동력을 민중에서 시민으로 전화하면서, 과학적 사회주의 패러다임 안에서 규정되어왔던 민중의 계급성을 탈색한다. 하지만 시민단체들의 민주시민교육론은 기본적으로는 국가 및 자본과의 관계에서 대립적 권력관계에 선 피지배계층의 저항의식을 담지 한 교육이라는 차원에서 바라보고 있다는 점에서 애매한 이중성에 걸쳐져 있거나, 이념적 가치관을 유보하거나 배제한 채 시민참여 지향적인 실용적 방법론에 치중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시민교육의 철학적 바탕에 계급주의적 사회갈등론이 아니라면 개인에 기반을 둔 자유주의와 집단적 정의에 억압된 민중주의를 넘어선 새로운 교육이념이 정립되어야 할 시점이다.
또 하나 간과할 수 없는 경향 중에 하나는 국민국가적 거대담론을 벗어나 보다 작은 이야기, 시민생활과 밀접한 풀뿌리에서의 시민교육, 공간적으로는 지역사회에서의 시민교육에 대한 관심과 실천이 두드러지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교육방법론에 있어서도 체험학습, 소모임의 결성과 실천으로의 연결, 참여자 중심의 교수방법 등이 최근의 시민교육에서 나타나는 특징점 들이다. 이러한 점들은 후술하는 시민사회운동과 평생학습이 만날 수 있는 구체적이고 실용적인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
 
 
 
3. 민주시민교육과 평생학습이 만나기 위한 이론적 근거
 
민주시민교육은 국가권위주의에 얽매인 전통적 교육 패러다임을 넘어서 시민이 주도적으로 창출해 내는 학습과 생활의 변증법적 진화의 역사이다. 그 안에는 교육에서 학습으로의 중심축의 전환이 내재되어 있다. 사실, ‘가르치는 자’ 중심의 사고에서 ‘배우는 자’중심의 사고로의 인식론적 전환은 일종의 혁명적 전환이다. 전통적 교육시스템 안에서 학습자는 분명히 교육자에게 종속되어 있으며 특히 국가에 의해 보증 받는 제도권 교육의 경우 그 안에의 학습행위에 대한 결정권은 상당 부분 교육자 혹은 국가에 의해 제한되어 있었다. 학습혁명은 학습에 대한 최종 결정권을 교육자 혹은 국가로부터 학습자 개인으로 이양하는 시스템적이고 이념적 변화를 의미하였다. 이전의 학교라는 온실 속에서 보호되던 학습이 사회적 실천들과 강제로 거리두기를 요청 당했다면, 이제 생활세계의 시민학습은 삶의 실제 영역으로 되돌려 짐으로써 그러한 사회적 실천이 추구하는 담론 구성의 폭풍 한 가운데에 놓여지게 된 것이다.
이러한 학습 중심적 관점이 힘을 얻게 된 것은 우리 사회의 변화가 근대산업사회를 넘어 포스트모던의 사회로 진입해 가게 된 것과 무관하지 않다. 포스트모던의 사회는 근대의 국민국가를 중심으로 한 거대담론을 해체함으로써 가치판단의 절대적 기준들이 사라지게 되고 모든 판단의 중심이 주변세계의 주인인 사람들의 주체성 유무에 의존하게 되었다. 이것이 학습의 주체성이 강조되기 시작한 사회적 배경이다.
시민교육의 영역에 있어서 시민은 자신의 정체성을 끊임없이 창출하는 동시에 그것을 학습하는 재귀적인 존재이다. 시민성이라고 하는 것이 어느 절대자에 의해 주어지는 것이 아니며 생활세계의 삶의 방식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의 한 측면으로 내어놓아지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오늘 날 생활세계를 방어하는 시민사회와 시민운동의 존재적 근거 자체가 시민담론의 형성이라는 점에서 볼 때, 평생학습의 사회적 실천성과 의미생산기능은 분명히 시민사회의 형성과 확장이라는 거대 흐름과 만나게 된다. 이 흐름 속에서 제시된 ‘시민사회 주도의 학습네트워크’라는 개념은 국가와 시장에 의한 학습의 소외를 극복하고 그것을 인간 역사의 본원적 형성사 안으로 돌려놓는 책무성을 가지고 등장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시민사회가 내포하고 있는 공공 영역 및 그 영역의 방어와 확장의 전면에 나서 있는 시민사회운동의 흐름 속에서 ‘민주시민교육’이 평생교육의 주요 영역으로 주목받고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국가와 시장, 그리고 시민사회라는 삼분 구도로 우리 사회를 설명한다면 학습사회도 학교로 대표되는 공교육체계, 각 종 학원 등으로 대표되는 사교육시장, 그리고 시민주도의 네트워크형 학습사회로 구분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도식에 근거하여 우리나라의 평생교육 현황을 분석해보면, 우리는 전형적인 국가시스템에 의한 평생교육의 확장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1999년 공포된 평생교육법을 통해 정부는 공교육의 연장선상에서 ‘계속교육’의 학점화를 추구해왔다. 평생교육법 안에 포함된 학점 은행제 혹은 독학사 학위제, 사내대학, 원격대학 등은 거의 대부분 국가가 교육을 장악하는 데 필수조건인 학위 수여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다시 말해 한국의 평생교육법의 대부분은 제1섹터가 주도적으로 구축해가는 학습사회의 모습을 전형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또한 한국의 평생교육제도는 제2섹터의 논리에도 충실함을 보여주고 있다. 국가인적자원개발 및 민간기업의 HRD를 지원하는 기능을 담당하는 기능으로서의 평생교육제도는 최근 논의되고 있는 평생직업훈련개발이라는 개념으로 그것을 구체화하고 있다. 입시산업은 물론이고 민간교육사업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학원의 존재, 그리고 OECD 국가 중 가장 많은 사교육비 분담액을 차지하고 있는 우리의 현실은 그것을 잘 보여주고 있다.
현재의 시점에서 아직 평생학습이라는 개념과 구체적 관계를 맺고 있지는 않지만 시민사회운동의 분야에서 일어나고 있는 다양한 종류의 시민주도형 학습네트워크의 존재, 그리고 유무형의 시민교육 프로그램들은 앞으로 시민사회가 주도하는 평생교육의 주요 영역으로 자리 잡을 수 있는 가능성으로 주목해야 할 필요가 있다. 실제 사회운동의 성격 자체가 의식화와 조직화라는 두 가지 축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할 때, 의식화를 담당하는 부분이 결국 학습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학습이란 주체가 환경을 창조해 내는 과정이다. 그동안의 평생교육의 이론과 실천은 학습을 제도중심성으로부터 탈 제도적 생활세계로 옮겨 놓는 성과를 이루었다. 생활세계 속에서의 학습은 다양한 사회적 실천들 안에 포섭되면서 반대로 그 실천들을 구성해간다. 시민사회의 형성은 그 자체가 새로운 시민성에 대한 자각과 생활변화를 수반하는 것이며 그 이면에는 끊임없는 시민학습의 기반이 깔려 있어야 한다.
앞에서 언급한데로 평생교육의 필요성이 대두되게 된 것은 포스트모던의 지식기반사회로의 진입과 함께 생활세계의 삶의 방식들을 끊임없이 업그레이드해가야 하는 시민사회 스스로의 요구에 의한 것이고, 학습 중심적 관점은 곧 학습주체인 시민의 자주성을 의미하는 것이다. 때문에 생활세계를 위협하는 외부로부터의 위험에 대처하고 더 나은 삶의 질을 추구해가는 시민사회의 담론형성과 실천행위인 시민사회운동은 본성적으로 평생학습과 만날 수밖에 없으며, 그 주요한 담당자가 되어야만 한다. 평생교육의 주요한 영역을 국가와 시장이 선점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결국 향후 평생학습을 시민사회가 어떻게 끌어안고 갈 것인가가 평생교육의 본래적 사명에 제대로 접근하고 올바로 실현할 수 있는가 하는 최대의 관건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제 평생교육담론은 시민사회영역의 문제이며 생활세계의 삶과 관련된 문제들이란 것을 올바로 인식해야 한다.

그런데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 필자는 기존의 1섹터와 2섹터가 구축해 놓은 성과적 측면들을 활용케 하고 3섹터의 진입을 막고 있는 장애물들을 제거하도록 협력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파트너십은 상호 이해와 존중에서 시작되고 사안의 본질에 대한 공통된 인식과 공동의 목표실현을 위한 협력을 통해 실현된다. 이제 1섹터, 2섹터, 3섹터 공히 대립과 배제의 관성에서 벗어나 조화와 상생의 관점을 유지해야 한다. 사물의 질적 발전이 완성되는 것은 대립물의 투쟁이 아니라 통일에서 오는 것이라는 점을 옳게 인식해야 한다. 투쟁은 대립물의 통일을 이루기 위한 과정일 뿐이다.

시민사회운동이 평생학습과 만나는 과정에서 중요한 접점이 될 수 있는 개념 중에 하나가 참여형 학습방법과 학습공동체의 구성이다. 시민사회단체들의 시민교육은 시민참여에 기반을 둔 학습공동체를 매개로 이루어지는 것이 최근의 경향이다. 학습공동체란 학습을 주목적으로 하는 개인들이 연합한 하나의 ‘단위’로서, 학습이라고 하는 인간행위에 의해 ‘관계’지워지는 한편, 그 공동체의 구성과 유지 및 발전에 학습이 핵심적인 ‘기능’을 담당하는 집단을 말한다. 물론 학습공동체가 반드시 학습만을 수행하며 다른 여타의 사회활동을 배제하는 것은 아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학습을 일차적 목적으로 하지 않는 공동체라고 할지라도 그 안에서 학습이 주요 과정으로 일어날 수 있다.
민주사회란 공동선을 구현하는 공동체성을 어떻게 개개인의 심성 안에 내연화시킬 것인가에 의해 그 성패가 달려있다. 시민사회의 공동체 이념은 기본적으로 자본주의적 개인주의에 대한 반성과 극복으로부터 출발한다. 지역사회로 번역되고 있는 커뮤니티(community)의 시민교육적 관점에서의 올바른 번역은 공동체이다. 산업사회의 개인주의적이고 경쟁적인 모순을 극복하고 사회주의의 무한독재적 권위주의체제를 넘어서는 ‘인간 중심의 공동체’, 그것은 우리 사회의 미래를 밝혀나갈 제3의 지평이다. 성숙한 민주사회에서의 시민교육은 개개인의 사적 관계를 공공영역의 공적 관계로 승화시키면서 그 안에서 이기적 공동체가 공동선을 지향하는 공동체로 전환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드는 것을 지향한다. 공동체 안에서의 학습은 개인적인 활동 이상으로 사회적이고 집단적인 참여가 중요시된다. 공동체 학습의 핵심은 개인의 변화를 넘어서, 개인과 공동체의 유기적 연계과정을 통해 드러나는 공동체 자체의 변화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국가와 자본이 주도하는 체제중심의 정치사회화는 도구적 합리성에 기초한 기능적 전문성의 영역으로 교육의 역할을 축소시켰다. 하버마스가 제기한 생활세계(lifeworld)에 대한 논의는 민주시민교육의 본질을 이해하는 데에 핵심적인 주제이다. 비판적 성인학습론의 입장에서 선 교육학자들은 주로 ‘지역공동체운동’을 중심으로 한 실천운동 속에서 형성되는 민중의 주체적이고 집단적인 학습운동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는데, 그것은 생활세계에 대한 복원과 추구로 나타나게 되고, 정치와 경제로 특징져지는 체제 중심성과 철저히 구분되는 것이다. 즉, 국가 관료구조와 자본주의 경제체제와 구분되는 시민사회 영역에서의 시민들의 생활공동체에 대한 믿음에 근거하고 있는 것이다. 민주적 학습공동체는 개인의 단위를 넘어서 공동체 안의 상호작용 및 네트워크를 통해 이루어지는 문화 정치적, 참여적, 주체적 학습으로서 대안교육적 개념을 띄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학습은 기존의 독점적인 지식생산체제와 그 분배체계로서의 공교육에 대해 대안적인 선택의 폭을 넓혀주었다고 볼 수 있으며, 개인주의적 한계에 빠진 자기주도학습론에 집단적 생명력을 불어넣고 공동체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학습과정이 사회변혁과정과 연결되면서 삶의 총체적인 국면에 영향을 주는 방향으로 작용한다고 할 수 있다.

여기서 필자는 시민사회운동과 평생교육이 만나 함께 추구해나가야 할 교육운동 방향과 관련하여 참고해볼 수 있는 주요한 학습양식으로서, 서울대 교육학과 한숭희 교수를 연구책임자로 하여 민주시민교육포럼에 소속된 시민교육 현장의 여러 활동가들이 공동으로 연구한 결과물인 “민주시민교육 기초조사분석 연구보고서”에서 제기하고 있는 개념 중에 하나인 ‘공동체참여학습’에 대해 주목해 보고자 한다. 보고서에서는 ‘공동체참여학습’을 구성하는 세 가지 학습의 요소로서 1)참여학습(participatory learning), 2)경험학습(experiential learning), 3)자기주도학습(self-directed learning)을 들고 있다. 이 공동체참여학습의 개념과 요소는 지금까지 앞에서 다룬 시민교육의 이론적 근거와 방향에 비추어 볼 때 당연한 논리적 귀결이다. 포스트모던을 살아가야할 시민학습자들은 외부로부터 주어진 교육의 일방적 대상자가 아닌 자기주도하에 학습을 진행하는 주체가 되어야 하고, 개인 위주의 능력개발을 넘어서 함께 더불어 살아가야 할 공동체와의 끊임없는 소통과 일치를 위해서는 참여와 경험이 필수적인 요소가 되어야 한다.
평생교육이념이 제기되고 현실화된 데에는 생활세계를 근거로 한 시민들의 학습요구와 그 성격의 실천성, 그리고 학습자 중심의 시민주체성이 자리 잡고 있다. 근대교육이 안고 있는 개인주의의 한계를 극복해나갈 대안은 공동체성에 대한 강조이다. 개인의 학습에 있어서도 공동학습을 통한 공동체의 경험과 실천이 결합될 때, 근대의 주류교육이 안고 있는 한계를 넘어설 수 있다. 국가, 시장, 시민사회의 3분법에 근거했을 때 평생교육의 담당자로서의 시민사회의 강조는 당연한 귀결이다. 우리나라의 평생교육이 현재 안고 있는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위와 같은 시민교육의 본질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그에 걸맞은 실천양식이 결합되어야 하고, 평생교육 일반이 아닌 평생학습의 개념이 제기되고 강조되는 이유도 이와 다르지 않다고 생각된다.
그런데 이 ‘공동체참여학습’에서 제기하고 있는 세 가지 학습의 요소는 바로 앞 장에서 정리하였듯이 최근의 시민단체들에 의한 민주시민교육에서의 새로운 경향, 즉 풀뿌리지역사회에서의 시민교육, 체험학습, 소모임의 결성과 실천으로의 연결, 참여자 중심의 교수방법 등과 거의 일치하고 있다. 민중교육으로부터 시작하여 민주시민교육을 거쳐 새로운 모색을 거듭하고 있는 시민단체들의 시민교육운동이 자연스럽게 여기로 수렴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이론적 측면에서 뿐만 아니라 이미 시민사회의 현실적 요구가 그러하기에 시민단체들도 거기에 조응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 이제 시민교육의 실제 현장에서 최근의 특징적인 사례들을 분석해보면 이 점은 더욱 분명해진다.


4. 실타래를 풀 수 있는 몇 가지 시사적인 사례들.
 
 
1) 풀뿌리시민운동과 학습공동체
 
지역의 학습동아리를 중심으로 앎과 삶의 변화를 동시에 추구하려는 노력들이 성과를 보이고 있다. 그 안에는 학습과 조직화라는 두 가지 사회운동의 목적이 자연스럽게 결합되어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오랜 시민운동의 전통을 갖고 있는 YMCA는 90년대 이후 전국에 퍼져 있는 지부 망을 활용하여 비교적 체계적으로 주민학습동아리운동을 전개해오고 있다. YMCA의 학습동아리운동은 생활협동조합운동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전개되어왔는데 대표적인 것이 잘 알려진 광명 YMCA의 사례이다. 우리나라의 생협은 유기농산물의 생산과 공급을 시민 자주적으로 해결해가는 협동운동의 성격을 띠고 있는 것이 일반적인 유형이다. 그런데 YMCA의 생협이 다른 점은 촛불과 등대라고 하는 주민소모임활동을 정기적으로 진행하고 이를 매개로 학습과 조직 활동이 항상적으로 진행된다고 하는 점이다. 생협 구성원 개인을 촛불이라 하고 5~7명이 모인 단위를 등대라고 하며 이 등대는 매주 한 차례 정도씩 모임을 갖는다. 모임에서는 좋은 책과 비디오에 대한 정보를 나누고, 사귐의 시간(인간관계훈련), 건강체조 등 누구나 쉽게 배우고 재미있게 참여할 수 있는 내용으로 진행된다. 이들은 정기적인 모임활동 외에 생산지 견학과 같은 체험학습, 수련회 등의 공동체훈련, 지역사회와 결합한 자원봉사실천프로그램 등을 진행하며 조직 활동을 통해 리더십을 훈련하고 새로운 촛불과 등대를 결성하는 등 재생산구조를 만들어 나간다.
이와 비슷한 주민소모임 활동은 약간씩의 차이는 있지만 거의 대부분의 풀뿌리시민운동이 취하고 있는 방식이기도 하다. 서울 강북구의 “녹색삶을 위한 여성들의 모임” 사례나 ‘수도권 주민자치 연구모임’에 참여했던 여러 단체들의 사례, 열린사회시민연합의 지부인 북부시민회나 은평시민회 등의 활동사례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단기적인 잇슈파이팅이 아니라 주민생활과 밀착한 지속적인 실천 활동을 추구하고, 참여하는 주민들의 의식변화, 생활양식의 변화를 주요한 과제로 삼고 있는 풀뿌리시민운동의 일반적 특성상 주민학습공동체의 조직과 일상적 운영, 현장실천성과의 결합은 너무도 당연한 존재이유와도 같은 것이다. 이런 주민참여형의 풀뿌리시민운동의 특성에 대해 필자는 다음과 같이 정리해 본 적이 있었는데, 평생학습 분야에서의 학습공동체 형성에 대한 문제의식과 같은 연장선상의 인식이 아닌가 생각된다.
1) 지역주민들의 생활상의 문제, 삶터에서 발생하는 문제로부터 운동의 소재를 찾는다.
2) 단기적 이슈가 아니라 지속적인 실천 활동을 통해 성과를 축적하는 방식으로 활동한다.
3) 참여하는 사람들의 의식변화, 생활양식의 변화를 추구한다.
4) 주민 스스로가 실천과정에서 역할을 찾도록 한다.
5) 문제해결을 위해 지역사회내의 각종 자원을 발굴, 연계하고 동원하는 전략을 구사한다.
6) 자원봉사자를 적극적으로 조직하고 활용한다.
7) 해당사안뿐 아니라 지역사회공동체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불러일으키도록 한다.
8) 일상적인 교육, 문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회원소모임, 각종 동아리활동 등을 조직한다.
9) 회원들의 성장과 발전에 주의를 기울인다.
 
2) 참가자 지향의 민주시민교육방법론
 
최근 몇 년간 민주시민교육의 현장에서 마치 유령과도 같이 소리 소문도 없이 퍼져나가더니 어느 날 가장 주요한 교육방법론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 ‘민주시민교육방법론’이라고 이름 붙여진 민주적 의사소통 기법이다. 언뜻 보기에 레크리에이션 같기도 하고 인간관계훈련의 변종인 것도 같은 이 방법론이 민주시민교육 현장에 소개되기 시작한 것은 채 5년이 안된다. 주로 독일에서 일반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정치교육의 방법으로 개발되었다는 이 방법론은 한국에 소개되면서 빠른 속도로 영향을 주고 있다. 이 방법론은 민주시민교육의 현장에서 여러 가지 형태로 접목되어 활용되고 있는데 대표적인 예가 자원봉사관리자 전문교육단체인 볼런티어21 자원봉사리더십센터의 교육활용 예이다. 또 교육기획과 진행을 담당하는 활동가들이 현장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지속적인 민주시민교육방법론 훈련과 연구를 위해 정기적이고 지속적인 모임을 운영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는 데 열린사회시민연합 공동체시민교육기획단 ‘마중물’이 그러한 예이다.
민주시민교육포럼에 속한 주요 시민단체들의 활동가들은 대개 이 방법론에 대해 잘 알고 있으며 실제 교육현장에서 적용하여 많은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말한다. 과거의 강의식 교육방법에 한계를 느낀 교육담당자들은 워크숍을 진행하는 진행자(moderator)로 자기변신을 꾀하였다. 이들은 이 방법론의 핵심적 내용 중 하나인 다양성 존중의 원칙을 공유하고 있으며, 마음열기(Ice-Breaking), 브레인라이팅과 마인드맵핑(Mind-mapping), 교육 참가자의 의견을 실시간으로 반영하는 ‘벌집’과 ‘번개’, 참가자의 토론을 이끌어내는 ‘모서리게임’, ‘신호등게임’, ‘거리두기’, 두마음게임‘ 등을 광범위하게 실전에 활용하고 있다.
이 방법론은 경험학습의 원리를 채택하고 있으며, 전통적인 교수자와 학습자간의 권위주의적 위계를 파괴하고 학습자의 참여와 자기주도성을 중시하는 참가자지향의 교육방법을 전적으로 구현하고 있다. 더 나아가 학습자가 공동학습에 참여하고 있는 타 학습자와의 관계 속에서 학습내용을 획득토록 하고, 자신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공동체와의 연관성을 이해하도록 하며 학습 속에서 역할극, 계획게임과 같은 가상실천을 조직함으로써 교육의 실천지향성을 높이는 데 까지 나아가고 있다.
 
 
3) 지역공동체와 주민자치센터
 
주민자치센터는 단지 동(읍․면)사무소에 설치된 주민서비스공간으로서의 의미가 아니라 그 지역사회 전체단위로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설치된 각종 문화, 복지, 교육, 편익시설과 프로그램 등을 총칭하는 개념으로 설정되었으며, 특히 주민자치위원회의 구성과 맞물려 설계되었기 때문에 이러한 개념에 대한 주의가 더욱 필요하다. 한마디로 주민자치센터는 주민들이 서로 만나 교류하고 공동의 문제를 함께 도와 해결하는 주민광장이고 주민들의 참여와 자주적 관리에 의해 운영되는 주민자치기관을 지향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주민자치센터의 기능은 문화여가기능, 시민교육기능, 정보교류기능, 협동경제기능, 지역복지기능 등 다양하고 종합적인 성격을 갖고 있다. 물론 이렇게 다양한 기능 중에서 지역실정에 따라 역점 기능을 달리 할 수도 있는데, 기본이 되는 것은 지역의 문화, 교육, 정보, 경제, 복지 등 여러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주민들이 직접 참여케 하는 자치기능이라고 할 수 있다.
주민자치센터는 평생교육정책의 측면에서 본다면 매우 훌륭한 평생학습거점 내지 단위시설로 활용될 수 있다. 주민자치력의 향상과 지역공동체의식의 함양이라는 자치센터 본연의 사명을 잘 수행하기 위해서도 전제가 되는 것은 지역주민들이 민주공동체의식으로 의식화되는 것이 필수이다. 주민자치센터의 사명실현정도를 가늠하는 것은 곧 그 주체인 지역주민들과 주민자치위원들의 민주시민으로서의 자질과 공동체시민의식의 체현정도에 비례하는 것인 만큼 주민자치센터가 다른 어떤 기능보다도 시민교육기능에 중점을 두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그동안 주민자치센터 운영과정에서 발굴된 우수 프로그램들을 보면 방과 후 교실이나 어린이도서관 운영 등을 통해 지역주민들 특히 여성들의 참여를 높이고 가족단위 체험학습프로그램으로 발전한 경우를 많이 찾아볼 수 있다. 또 환경교육 프로그램이나 “다같이 돌자 동네한바퀴” 등 지역사회 알기 교육 프로그램, 농촌지역 여성고령자를 대상으로 한 문해교육, 부모역할훈련, 주민자치위원 리더십 교육 프로그램 등 현장성 있고 역동적인 학습프로그램이 많이 발견되고 있어 바람직한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그런데 현재의 평생교육 프로그램이 취미교양이나 직업훈련 등에 한정되는 경우가 많고 대부분의 주민자치센터에서 개설된 관련 교육 프로그램도 대동소이한 경우가 많으므로, 시급한 것은 역할분담의 측면이라기보다는 올바른 시민교육의 내용과 프로그램 개발의 측면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지역평생교육정보센터 등 지원기관들의 미래지향적인 컨텐츠 개발과 주민들과 잘 호흡할 수 있는 현장실무인력의 양성이 필요하고 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상호 관계가 형성되고 발전되어야 할 것이다.
행정지원체계에 있어서도 지금과 같이 지방자치와 교육자치가 분리되어 있는 구조 하에서는 효율적인 지원체계가 구축되는데 여러 가지 장애가 발생하므로, 빠른 시일 내에 지방자치제도에 있어 행정과 교육부분이 통합되어 종합적인 정책과 효과적인 지원이 이루어 져야 할 것이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를 봐도 우리의 주민자치센터와 유사한 공민관이 각 지역마다 평생교육기관으로서 자리 잡고 있으며 지방정부의 교육관련 전문공무원들이 파견되어 공민관의 운영을 지원하고 마을 주민들로 구성된 운영위원회와 각 종 학습동아리 모임들이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사례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우리의 주민자치센터가 일본과는 환경과 설립목적에서 많은 차이를 갖고 있어 일률적으로 말할 수는 없겠지만 주민자치기능의 강화라는 우리의 장점을 잘 살려나가면서도 지역에 따라서는 평생교육센터로서의 역할을 특성화하는 등 창조적 모색을 할 필요가 있다.
주민자치센터를 통해 일상적으로 시민들의 학습동아리들이 형성되고 ‘항상 공부하는 마을’을 꿈꾸는 것이 필자의 오래된 즐거운 상상 중의 하나이다.
 
 
 
5. 마중물이 되기 위하여
 
 
한국사회는 급속한 산업화과정에서 전통적인 공동체 삶의 양식들이 해체되고 시민의식에 있어서도 혈연, 지연, 타 집단에 대한 배타성 등 부정적 의미에서의 공동체의식만이 굴절되어 잔존하게 되었다. 또 민주주의의 성장은 그 본질적인 긍정성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의 경쟁시스템에 지배당하면서 타인과 공동체에 대한 무관심과 다양한 형태의 집단․개인이기주의의 폐해를 낳고 있다. 이제 우리사회는 시민들의 건강한 공동체의식의 성장과 이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사회질서가 창출되지 않으면 그 어떠한 성장도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없으며, 목표를 상실하여 성장 그 자체도 한계에 부딪히는 단계에 와 있는 것이다.
한 사회를 구성하고 움직여가는 데 있어 국가나 시장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그 모태가 되기도 하고 대상이 되기도 하며, 더 나아가 비판과 견제, 새로운 창조의 역할을 하는 것이 시민사회라고 할 수 있다. 때문에 이 시민사회야말로 한 사회의 성장발전에 있어 무엇보다도 중요한 영역이다. 시민사회의 구성원들인 시민들이 어떠한 의식과 삶의 문화를 갖고 있느냐에 따라 그 시민사회의 수준과 역할이 규정된다고 했을 때, 그러한 시민들의 의식성장과 삶의 양식들을 변화시켜내는 기초가 되는 분야가 시민교육이고, 시민운동이 진정 시민사회를 대변하고 이끌어가려 한다면 무엇보다도 시민교육에 관심과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 시민교육의 측면에서 시민단체들의 역할이 갖는 1차적 특성이자 장점은 교육주체의 자주성과 창의성이라고 할 수 있다. 개인의 각성과 자율적인 선택을 기초로 하는 근대민주사회에서 시민들의 자기성장과 발전, 나아가 공동체의 한 성원으로서의 책임성을 갖춰나가는 것은 국가행정권력의 강제적인 힘이나 제도적인 규제로 충분히 해결할 수 없으며, 시장논리에 내맡겨서도 그 공공성을 담보할 수 없다. 시민교육의 주체, 특히 성인교육의 주체와 관련하여 시민단체들의 역할이 강조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난 민주화운동의 과정과 시민단체들의 활동과정에서 형성되어온 민주시민교육론은 시민사회의 자율적이고 적극적인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서 국가주도의 공민교육과는 다른 측면의 긍정성을 갖고 있다. 민주시민교육은 시민들로 하여금 전근대적인 권위주의와 비합리성을 극복하고 사회에 대한 비판능력과 이성적 사고능력을 갖추어 민주시민으로서의 자질을 갖추게 하는 데 기본 목적이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이제까지의 민주시민교육은 우리사회의 전근대적인 잔재를 극복하고 시민사회를 안착, 활성화시키는 데 많은 기여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 기여를 해왔지만, 민중교육의 전통이 잘 말해주고 있듯이 기본적으로는 국가 및 자본과의 관계에서 대립적 권력관계에 선 피지배계층의 저항의식을 담지 한 교육에 머무르고 있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시대적 한계를 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사물의 질적 발전이 완성되는 것은 대립물의 투쟁이 아니라 통일에서 오는 것이라는 점을 옳게 인식해야 한다. 투쟁은 대립물의 통일을 이루기 위한 과정일 뿐이다. 이제 우리는 대립과 배제의 관성에서 벗어나 조화와 상생의 관점을 유지해야 한다. 산업사회의 개인주의적이고 경쟁적인 모순을 극복하고 사회주의의 무한 독재적 권위주의체제를 넘어서는 ‘인간 중심의 공동체’, 그것은 우리 사회의 미래를 밝혀나갈 제3의 지평이다. 사회를 바라보는 관점에서 우리는 과거의 낡은 관점을 버리고 새로운 관점을 택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다음과 같은 ‘협조성에 근거한 인간중심의 사회발전관’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사회의 발전은 어떤 다른 힘이 아니라 사람의 힘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며, 사람의 힘은 사회구성원들의 이성적 사고능력과 이들 사이의 협조성이 구현되는 수준에 의해 좌우된다. 우리가 사회의 발전을 위해 수행하고 있는 활동들은 사회구성원들의 생각과 인격의 변화발전을 통하여 공동체적 협력관계를 실현하려는 노력이 기본을 이룬다. 이러한 바탕 위에서라야 다른 사회적 활동들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사회발전의 핵심동력은 결국 사람들의 능력이며 그들 간의 새로운 관계형성을 통해 사회는 발전한다. 때문에 시민교육은 무엇보다도 중요한 사회발전의 핵심요소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시민교육은 사회를 이루고 있는 시민들이 1) 사회의 주인으로서의 공적 책임을 자각하고, 2) 인간의 삶의 전반적인 현실에 대해 정확히 이해하여 제반 문제들에 대한 자주적 판단력을 가지며, 3) 다른 사람들과의 사회적 협조성을 발전시킬 수 있게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볼 수 있다.

21세기 포스트모던의 지식기반사회를 살아가는 시민들에게는 생활세계의 삶의 방식들을 끊임없이 업그레이드해가야 하는 요구가 존재하며, 시민 스스로가 학습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 이런 시민들에게는 현대생활에 필요한 지식정보의 습득, 다양한 갈등의 중재능력, 자기소외로부터의 해방, 개인주의의 극복, 시민들의 능동적 공동체 활동 참여, 개인과 공동체 간의 조화로운 관계형성 등의 욕구가 존재하며 시민교육은 이러한 요구에 부응할 수 있는 교육적 내용과 방법을 모색하여야 한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해결하기 위한 모티브로 필자는 앞에서 예를 든 풀뿌리시민운동에서의 학습공동체, 참가자지향의 시민교육방법론, 지역공동체를 활성화하는 주민자치센터를 주목하고 있다. 시민단체들의 현장교육활동의 필요에서 출발하고 개척해온 이러한 사례들은 시민운동이 도달한 최근의 문제의식을 보여주고 있으며, 그것은 또한 평생학습의 문제의식과도 맞닿아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또한 교육연구자들이 제기하고 있는 이론적 근거들인 학습자 중심적 관점의 시민주체성, 생활세계에 근거한 평생학습의 사회적 실천성, 국가, 시장, 시민사회의 삼분법에 의거한 평생학습에 대한 시민사회 주도성의 강조, 개인주의를 극복하는 공동체학습의 지향성, 참여학습, 경험학습, 자기주도학습을 기본 요소로 하는 공동체참여학습양식의 문제제기 등과도 궤를 같이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현장의 요구를 수용하고 이론적 검토를 거쳐 시민사회단체와 평생학습이 만나고 실천적 검증을 거쳐 새로운 시민교육의 물결이 형성되기를 필자는 고대한다. 새로운 시민교육은 아마도 지역사회공동체(community)에서의 실험을 기반으로 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된다. 지역사회는 국민국가체제의 약화경향과 시민사회의 다양성 증대, 지구촌화의 흐름 속에서 시민들의 일상적 삶의 현장에 근거한 배움터로 새롭게 인식되어 지고 있는 영역이다. 또 사회적 제도와 구조 속에서 규정되어진 개인으로의 접근이 아니라 자유로운 개인과 그들 상호간의 관계와 그를 통해 만들어지고 운영되어지는 사회에 대한 이해와 훈련의 측면에서 교육을 접근해보는 것도 매우 유의미한 시사점을 던져 주리라 생각한다. 그러한 교육은 개개인의 사적 관계를 공공영역의 공적 관계로 승화시키면서 그 안에서 이기적 공동체가 공동선을 지향하는 공동체로 전환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드는 것이며 성숙한 시민사회를 이뤄가는 과정이 될 것이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담고 시도되는 시민교육을 필자는 실험적으로 “참여형 공동체 시민교육”으로 불러보면 어떨까 하고 제안해 본다.

새로운 모색은 누군가 먼저 불확실하고 불투명한 미래에 몸을 던져 가능성을 현실로 만들어가는 노력을 필요로 한다. 마치 우리 어릴 적 펌프질로 물 길어 먹을 때 한 바가지 먼저 윗구멍에 붓고 부지런히 뿜어 대면 그 물이 땅 속 깊이 마중 나가 큰물을 데 몰고 나오는 ‘마중물’이 있었듯이 말이다. 지금 현장의 우리들에게 필요한 것은 마중물이 되는 것이다.


※ 글 쓰는 데 참고한 책들

『공동체시민교육의 이해와 모색』, 공동체시민교육 기획단 참고자료집, 열린사회시민연합 2002년 발간
『민주시민교육 길잡이』, 민주시민교육포럼 자료집, 독일 콘라도 아데나워 재단 2002년 발간
『민주시민교육의 개념과 쟁점』, 민주시민교육 기초조사분석 연구보고서,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2002년 발간



마중물이 된 사람


우리 어릴 적 펌프질로 물 길어 먹을 때

‘마중물’이라고 있었다.

한 바가지 먼저 윗구멍에 붓고 부지런히 뿜어 대면

그 물이 땅 속 깊이 마중 나가 큰물을 데 몰고 왔다.

‘마중물’을 넣고 얼마간 뿜다 보면

낭창하게 손에 느껴지는 물의 무게가 오졌다.

누군가 먼저 슬픔의 ‘마중물’이 되어준 사랑이 우리들 곁에 있다.

누군가 먼저 슬픔의 무저갱으로 제 몸을 던져 모두를 구원한 사람이 있다.

그가 먼저 굵은 눈물을 하염없이 흘렸기에

그가 먼저 감당할 수 없는 현실을 꿋꿋이 견뎠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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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 장의 많은 내용은 <민주시민교육포럼, 『민주시민교육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 민주시민교육길잡이, 콘라드아네나워재단 2002년 발간>과 <한숭희(서울대 교육학과 교수) 등, 『민주시민교육의 개념과 쟁점』, 민주시민교육 기초조사분석보고서,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2002년 발간>을 참고하였으며, 본문에서 특별한 인용표시 없이 사용하였다.

2)앞의 민주시민교육길잡이, p15~16 참조
3)앞의 민주시민교육 기초조사보고서 p23 참조
4)앞의 보고서 p30~32 참조
5)시민사회단체들의 시민교육과 민중교육과의 연관성에 관해서는 앞의 보고서 p47~49 참조
6)최근의 시민교육의 구체적인 내용과 방법들의 양상, 그리고 교육담당자들의 고민을 보다 심도 깊게 살펴보려면 앞의 길잡이 2부,3부,4부의 내용들과 앞의 보고서 4장, 5장, 6장, 7장의 내용들을 참조.
7)앞의 길잡이 p17
8)이 장의 많은 부분은 앞의 보고서 p50~75에서 부분 발췌하여 인용하였음. 필자는 인용한 보고서의 연구자들이 취하고 있는 이론적 견해, 즉 학습자 중심적 관점의 시민주체성, 생활세계에 근거한 평생학습의 사회적 실천성, 국가, 시장, 시민사회의 삼분법에 의거한 평생학습에 대한 시민사회 주도성의 강조, 개인주의를 극복하는 공동체학습의 지향성, 하버마스의 생활세계 개념에 근거한 비판적 성인학습론, 참여학습, 경험학습, 자기주도학습을 기본 요소로 하는 공동체참여학습양식의 문제제기에 대해 대체로 동의하고 있으며, 시민사회운동과 평생교육이 만나 함께 추구해나가야 할 교육운동 방향의 이론적 근거로 삼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9)앞의 보고서 p69~73 참조.
10)앞의 보고서 p73~75 참조.
11)앞의 보고서 p50~54 참조.
12)앞의 보고서 p55~62 참조
13)광명YMCA의 생협사례에 대해 자세히 보려면 앞의 보고서 p199-224를 참고하고, 학습동아리운동의 현황에 대해서는 YMCA중앙연맹에서 발행한 관련 자료집을 참고하기 바람.
14)녹색여성모임의 사례는 정외영(녹색여성모임 대표)의 석사학위논문, “지역사회 조직사업 활성화 방안에 관한 연구”, 가톨릭대학교 청소년학과, 1999년을 참고하기 바람.
15)졸고(2001), “풀뿌리시민운동과 주민참여”, 한국정책학회 춘계학술대회 NGO정책분야 주제발표문. 을 참고.
16)『공동체시민교육의 이해와 모색』이란 제목으로 열린사회시민연합 시민교육기획단이 2002년 발간한 내부참고자료집에 수록된 충남대 육동일 교수의 “지역사회문제해결형 성인학습동아리”와 김남선 교수의 “지역사회봉사형 성인학습동아리”를 보면 문제의식의 동질성을 공감할 수 있다.
17)자세한 내용은 볼런티어21 홈페이지(http://www.volunteer21.org)를 참조.
18)이 모임에 대해 자세한 내용을 참고하려면 홈페이지(http://www.openc.or.kr/citi_edu/majung.asp)를 참조.
19)주민자치센터는 최근 몇 년간 필자가 가장 관심을 갖고 활동하고 있는 분야이기도 하다. 주민자치센터에 관한 보다 자세한 정보와 관련 논의를 보려면 커뮤니티파트너십센터 홈페이지 자료실(http://partner.or.kr)를 참고하기 바람.
20)졸고, “주민자치센터와 파트너십” p169~170, 『지방분권시대의 민관파트너십』, 커뮤니티파트너십센터, 2003.에서 발췌 인용함.
21)보다 자세한 내용은 이숭규, “시민교육의 의의와 사업방향”p19, 『공동체시민교육의 이해와 모색』, 열린사회시민연합 공동체시민교육기획단 참고자료집, 2002년 발간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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