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교육의 거점, 주민자치센터
우리나라에서의 주민자치센터의 설치와 운영은 지역사회 행정과 시민참여활동에 큰 변화를 줄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되고 있다. 주민자치센터는 단지 동(읍․면)사무소에 설치된 주민서비스공간으로서의 의미가 아니라 그 지역사회 전체단위로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설치된 각종 문화, 복지, 교육, 편익시설과 프로그램 등을 총칭하는 개념으로 설정되었으며, 특히 주민자치위원회의 구성과 맞물려 설계되었기 때문에 더욱 더 주민참여에 의한 지역공동체의 활성화 측면을 중요시해야 한다. 한마디로 주민자치센터는 주민들이 서로 만나 교류하고 공동의 문제를 함께 도와 해결하는 주민광장이고 주민들의 참여와 자주적 관리에 의해 운영되는 주민자치기관을 지향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주민자치센터의 기능은 문화여가기능, 시민교육기능, 정보교류기능, 협동경제기능, 지역복지기능 등 다양하고 종합적인 성격을 갖고 있다. 물론 이렇게 다양한 기능 중에서 지역실정에 따라 역점 기능을 달리 할 수도 있는데, 기본이 되는 것은 지역의 문화, 교육, 정보, 경제, 복지 등 여러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주민들이 직접 참여케 하는 자치기능이라고 할 수 있다.
주민자치센터는 시민교육의 측면에서 본다면 매우 훌륭한 시민학습거점 내지 단위시설로 활용될 수 있다. 주민자치력의 향상과 지역공동체의식의 함양이라는 자치센터 본연의 사명을 잘 수행하기 위해서도 전제가 되는 것은 지역주민들이 민주공동체의식으로 의식화되는 것이 필수이다. 주민자치센터의 사명실현정도를 가늠하는 것은 곧 그 주체인 지역주민들과 주민자치위원들의 민주시민으로서의 자질과 공동체시민의식의 체현정도에 비례하는 것인 만큼 주민자치센터가 다른 어떤 기능보다도 시민교육기능에 중점을 두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한편 1999년도에 평생교육법이 제정된 이후 기존의 행정기관의 주도로 간헐적으로 시행되어온 각종 사회교육 프로그램들이 평생교육체제로 재편성되어 일반시민들의 학습에 대한 욕구에 대응해왔다. 그런데 현재의 평생교육 프로그램이 취미교양이나 직업훈련 등에 한정되는 경우가 많고 대부분의 주민자치센터에서 개설된 관련 교육 프로그램도 대동소이한 경우가 많은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그동안 주민자치센터 운영과정에서 발굴된 우수 프로그램들을 보면 적절한 지원여건이 갖추어진다면 시민교육의 거점으로서 주민자치센터가 역할할 수 있는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실제 사례에서도 방과 후 교실이나 어린이도서관 운영 등을 통해 지역주민들 특히 여성들의 참여를 높이고 가족단위 체험학습프로그램으로 발전한 경우를 많이 찾아볼 수 있고 환경교육 프로그램이나 “다같이 돌자 동네한바퀴” 등 지역사회 알기 교육 프로그램, 농촌지역 여성고령자를 대상으로 한 문해교육, 부모역할훈련, 주민자치위원 리더십 교육 프로그램 등 현장성 있고 역동적인 학습프로그램이 많이 발견되고 있어 바람직한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주민자치센터가 시민교육의 거점으로서 정착하기 위해서 먼저 시급한 것은 올바른 시민교육의 내용과 프로그램 개발의 측면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지역평생교육정보센터 등 지원기관들의 미래지향적인 컨텐츠 개발과 주민들과 잘 호흡할 수 있는 현장실무인력의 양성이 필요하고 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상호 관계가 형성되고 발전되어야 할 것이다. 행정지원체계에 있어서도 지금과 같이 지방자치와 교육자치가 분리되어 있는 구조 하에서는 효율적인 지원체계가 구축되는데 여러 가지 장애가 발생하므로, 빠른 시일 내에 지방자치제도에 있어 행정과 교육부분이 통합되어 종합적인 정책과 효과적인 지원이 이루어 져야 할 것이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를 봐도 우리의 주민자치센터와 유사한 공민관이 각 지역마다 평생교육기관으로서 자리 잡고 있으며 지방정부의 교육관련 전문공무원들이 파견되어 공민관의 운영을 지원하고 마을 주민들로 구성된 운영위원회와 각 종 학습동아리 모임들이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사례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우리의 주민자치센터가 일본과는 환경과 설립목적에서 많은 차이를 갖고 있어 일률적으로 말할 수는 없겠지만 주민자치기능의 강화라는 우리의 장점을 잘 살려나가면서도 지역에 따라서는 평생교육센터로서의 역할을 특성화하는 등 창조적 모색을 할 필요가 있다.
일본의 평생학습추진 사업의 특징 중에 하나는 지역의 평생학습사업이 공민관을 거점으로 한 커뮤니티 재생사업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이 있다는 것이다. 공민관이 본래는 사회교육기관으로서 설치되었고 운영되어 왔지만 사회교육 이외에도 행정관계 단체, 지역내 시민단체, 지역주민행사 등과 관련된 업무들도 함께 진행하기도 한다. 지구공민관들은 사회교육사업 추진뿐만 아니라 많은 행정정보를 제공하면서 균형있는 마을 만들기의 추진과 지역사회의 특성을 살린 활동을 전개하였다. 교육시설로서의 공민관에서 지역만들기, 마을살리기의 거점시설로서 발전시키면서 주민의 의견과 제언, 아이디어 등이 용이하게 기초지방자치단체의 행정에 반응할 수 있는 안테나 역할을 하였고, 이것이 지역혁신을 위한 평생학습거점 시설 활용의 한 예가 되고 있다.
주민자치센터의 특성에 맞는 시민교육은 평면적인 교육서비스의 제공이라는 형태보다는 시민들의 자주적인 실천활동과 결합되는 형태가 보다 바람직하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문제해결형 학습동아리의 활성화가 반드시 요구된다. 문제해결형 학습동아리는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사회의 당면과제나 장기과제를 찾아내고 그 해결을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다. 시민운동 단체에 속해있는 학습동아리들이 이 문제해결형의 특성을 지니고 이슈 중심의 관심을 가지고 학습을 한다.
운영방식은 리더와 참여자 중심으로 이루어지며, 조직의 특성상 리더와 참여자간의 공유를 통해 학습이 이루어진다. 문제상황에 적합한 의제를 선택하고 다양한 토론 촉진 자료로 TV, 신문, 국내외 사례자료 등을 활용하다. 문제해결형 학습동아리는 대부분 지역사회문제중심 토론과 성찰을 통해 학습하고 이를 실천한다. 즉, 사회적 실천을 위한 문제해결방안을 모색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과정을 통해 학습을 하게 된다. 그러므로 학습자는 해결사로서의 위상을 지니며, 지역사회의 구성원으로서 그 책임을 다하는 모습으로 나타난다.
이와 같이 문제해결형 학습동아리의 리더는 실천적 전략가이자 조직가, 토론 및 성찰의 촉진자 역할을 담당하기 때문에 주민자치위원회로의 참여가 필요하다. 지역 내 환경오염문제, 댐 건설 문제 등에 대처하기 위한 모임들이 대표적인 문제해결의 대상이 되는데 이것이 자치센터 활동의 중심과제가 되어야 한다. 학습동아리가 지역사회와 연대하는 방법은 주로 지역사회의 공공 및 민간기관과 조직들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학습동아리 입장에서는 지역사회와 협력함으로써 동아리를 만드는 과정, 운영하는 과정, 그리고 목표를 실천하는 과정 모두에 협력을 얻을 수 있다. 특히 지역사회는 학습동아리의 활동공간의 제공과 운영지원 등을 받을 수 있다. 무엇보다 조직화 초기부터 주민자치센터와 연대하는 것이 시급하다. 그렇지 않으면 아무리 공익적인 이슈를 다룰지라도 그 실천에 어려움을 겪게 될 뿐만 아니라 주민자치센터의 성공적인 정착에도 기여하지 못하게 된다.
주민자치센터는 주민에게 시혜적으로 문화여가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치중하는 문화센터에 그치지 말고 지역 주민의 합리적인 상호 소통력을 개발하고 지역 사회의 각종 현안을 발굴하여 자치, 자율적으로 해결하는 주민자치역량 개발 중심의 자치센터로 발전되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본다면 주민자치센터는 주민의 욕구와 요구, 주민들간의 교류를 연결해 주는 연계센터, 주민의 생활과 삶에 필요한 각종 지역정보를 제공해주는 정보제공센터(예 : 마을신문 혹은 소식지 제작, 인터넷을 이용한 홈페이지 운영, 지역 케이블TV활용 등), 지역의 단체, 기관, 민간모임(복지기관, 교육기관, 종교시설 및 각종 자율적 모임)들을 주민과 연계하는 센터, 지역현안문제를 논의하는 토론장, 주민동아리의 학습장소이자 집회장, 아동, 청소년, 여성 등을 위한 지역사회의 교육프로그램 제공 등을 생각해볼 수 있다.
또한, 각종 주민운동 실천과제를 자치센터 프로그램과 접목시켜야 한다. 예를 들어 「우리 동네 작은 개혁운동」, 「기초질서지키기 운동」, 「국민생활체육프로그램」등의 실천과제를 모두 읍․면․동 자치센터의 프로그램과 접목시켜 이들 운동이 지역단위에서 자체 프로그램과 연결되어 활성화되어야 한다. 이는 읍․면․동 커뮤니티가 이들 운동을 담는 그릇이고 실천하는 모체가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에 활성화되고 있는 아파트공동체 운동, 마을 만들기 프로그램, 풀뿌리공동체 운동 등의 사례를 검토하고 지역사회와의 파트너십과 주민참여 자원동원전략, 사회적 자본 등의 개념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 중에서 주민자치센터사업과 풀뿌리공동체운동의 경험을 공유하는 전국적인 민간네트워크의 형성이 절실히 필요하다. 전국 각지에서 지역주민과 밀착하여 운동하고 있는 풀뿌리시민단체들은 그 수가 많고 다양하며 활동가들도 높은 헌신성으로 일하고 있지만 대개는 고립분산적인 활동수준을 넘지 못하고 있다. 이들 단체와 활동가들간에 상호 정보와 활동경험을 공유하고 공동의 지향을 확인해가는 것은 매우 의미있는 작업이 될 것이다. 주민자치센터사업은 풀뿌리단체들의 다양한 사업을 매개하고 연결해 줄 수 잇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으며, 이 사업을 장기적 관점을 갖고 꾸준히 전개한다면 풀뿌리공동체운동 활성화에도 새로운 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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