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대응전략에 대한 토론문
박홍순
열린사회시민연합 커뮤니티파트너십센터 소장
1. 지역을 바라보는 관점
1)지난 10년간의 민선자치 기간동안 지역은 보수화하였는가? 지속가능한 발전이라는 관점에서 퇴보하였는가?
보수화로 평가하는 근거로 지방자치단체의 단체장과 의회의 구성이 한나라당 등 중앙정치에서 보수정당으로 평가받는 정당출신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현실을 드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객관적 기준이 되기 어렵다. 그것은 지역정치에서의 진보가 중앙정치의 잣대로 평가할 수 없다라고 하는 점 하나와 현대사회에서 보수, 진보를 평가할 수 있는 공정한 기준을 어떻게 볼 것이며 지역사회에서 현실적으로 실현가능한 정책은 무엇인가 하는 점을 먼저 따져 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같은 점들을 모두 따져 볼려면 별도의 많은 논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여기서는 다룰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하고 꼭 생각해 봐야 할 점 두 가지만 간단히 언급하려고 한다.
먼저 진보를 평가하는 기준을 설정할 때 생태 등 가치지향성을 중시할 것인가 아니면 지역의 자율성 내지는 거버넌스 형성 등에 방점을 둘 것인가 하는 데 따라 많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현 싯점에서 지역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후자를 중심에 두고 전자가 녹아들어 가는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또 지속가능한 발전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하는 점도 환경적 가치뿐만 아니라 지역경제의 지속적 성장과 경쟁력 확보, 지역구성원들의 현재적 요구, 상호간의 갈등중재과 통합 등 다양한 측면을 종합적으로 보고 합리적인 정책을 제시해야 하며, 그 과정에서의 다양한 이해당사자들의 참여와 동의 및 이후 실행과정에서의 책임성이 중요 하다고 생각한다.
2)이른바 지방의 기득권세력(유지 그룹)의 형성배경은 무엇이고 이들은 향후 지역의 혁신과 지속가능한 발전 과정에서에서의 걸림돌인가 아니면 긍정적 역할을 기대할 수 있는가?
잘 알다시피 우리 사회에서의 지방기득권세력은 과거 개발년대에 중앙집중의 ‘돌진적 근대화’과정에서 형성된 산물이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지방분권과 창의적 활력을 요구하는 현재적 요구에 비쳐봤을 때 당연히 이 세력은 청산되어야 할 세력이라고 쉽게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의 선택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먼저 지역발전을 위해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책임 있는 세력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지방은 중앙집중적인 근대화과정에서 쓸만한 인재들은 모두 중앙에 빼앗겼다. 더욱이 농촌지역으로 가면 엘리트지식층들은 물론이고 상대적으로 진취적 사고를 할 수 있는 젊은 층도 찾아보기 힘들다. 4,50대도 청년층으로 분류되는 것이 현실이다. 지방분권과 활력사업을 통해 인재의 흐름을 역류시킨다고 하지만 그것은 한계가 뚜렷한 것이고 그것도 지역이 어느 정도 경쟁력을 확보한 연후에나 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더 근본적으로 고려해야 할 점은 지역사회의 지속가능한 발전이 과거의 청산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관점의 전환과 과거 성과의 재활용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점이다. 지역의 내재적 발전을 중시하는 입장에서 본다면 더욱 그렇다. 근대화 과정에서 형성된 이들의 경험과 능력, 더 나아가 가치관이 지역의 혁신에 반드시 대립적이거나 부정적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버려야 할 것은 정보와 자원의 독점과 특권의식, 그리고 그로부터 파생되는 부정부패, 비효율, 권위주의, 관료주의 같은 것이다. 살려야 할 것은 지역사회에 대한 애정과 관심, 그리고 지역 일에 대한 헌신적 태도와 경험 등이다. 전자는 돌진적 근대화의 부산물이지 근대화의 본질은 아니다. 정보와 자원의 배분권한과 시스템이 바뀌고 투명성과 경쟁시스템이 정착돼 가면 그러한 부작용은 현저히 힘을 잃게 된다.
또 근대를 넘어서는 새로운 가치와 사회의 실현은 근대의 성과를 충분히 성숙시키지 않은 조건에서 외부로부터 이식될 수 없다는 점을 염두에 둔다면 지역사회의 합리성과 경쟁력을 확보하고 정치, 경제와 사회문화 등 다방면에서의 성장동력을 만들어가는 것이 현재 시점에서 여전히 중요하다. 특히 상대적 저발전의 극복이라는 과제와 세계화시대의 지역자율성과 경쟁력확보라는 이중의 과제를 안고 있는 우리 지역사회의 현실을 냉철히 본다면 지역정책의 선택에 있어 보다 신중을 요해야 하며 지역사회 구성원들의 자조의식과 능력활용에 보다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2. 지방선거시기의 정책
1)지역의 의제가 선거 잇슈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자.
지난 몇 차례의 지방선거에서 가장 큰 문제는 선거 시기의 잇슈가 지역 의제가 중심으로 되지 못하고 중앙정치의 대리전이었다는 점이다. 대통령선거나 국회의원 선거에서도 정책대결이 중심이 되지 못하는 것이 한국정치의 후진성이라고 거론되는 현실에서 지방선거까지 정책중심의 선거가 되기를 기대하는 것은 연목구어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지방분권이 국가정책으로 추진되고 지역의 활성화가 국가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도 필수적이라는 공감이 어느정도 형성되어 있는 지금의 시기가 지역의 의제를 지방선거의 중심잇슈로 만들 수 있도록 적극적 노력을 기울일 수 있는 호기라 생각한다.
지역의제의 부각은 두 방향에서 생각해볼 수 있는데 하나는 선거구별로 해당 지역의 발전과제와 관련하여 유권자와 후보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개별 과제나 종합적 비젼에 대한 정책적 대안을 제시하고 지역내의 합의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기존의 지역별로 작성된 지방의제들은 좋은 기초가 될 수 있다. 하지만 기존의 지역의제들이 현실과 유리된 이상적 목표를 제시하고 있지는 아니한지, 해당지역의 구성원들간의 합의과정과 실행에 대한 책임성을 담보하고 있는지 검토해 보아야 한다. 또 선거시기의 특성에 맞춰 대중적 관심을 끌 수 있는 현실적이고 파급력이 큰 사안을 중심으로 논의를 부각시키고 후보들의 공약으로 연결함으로써 지역민의 선택과 검증을 받도록 해야 한다. 지역특성에 부합하는 친환경적 관광농업단지의 조성이라든지, 주민참여에 기반한 경쟁력 있는 평생학습도시의 건설 등등이 그 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다른 하나의 방향은 전국적 차원에서 지방화가 주요한 시대의 화두가 되도록 선거잇슈화 시키는 것이다. 지난 개발년대의 중앙집중적인 성장전략이 한계에 부딪히고 지방인구의 감소, 노령화, 수도권중심의 불균형성장, 생활환경의 악화 등의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지방분권과 지역균형발전의 필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강조되고 있다. 이러한 방향성에 대해서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고 할 수 있으나, 오히려 문제는 정책의 실현과정이 중앙정치의 주도권을 둘러싼 정쟁의 수단으로 전락하거나 수도권과 지방간의 대립, 가진 자와 그렇지 못한 자간의 갈등으로 왜곡되고 증폭됨으로 해서 지방화의 순방향적 의미가 희석되고 핵심잇슈가 주변화되고 있다는 데 있다. 이러한 역작용을 불식하려면 지역주체들의 목소리가 중앙여론형성과정에 제대로 반영될 수 있는 통로를 만들고 상생의 방향에서 win-win할 수 있는 정책적 대안들이 합리적으로 토론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2)지역내부의 분권화, 지역시민사회의 활성화가 중요하다.
지방분권정책이 건강하게 정착하려면 지역내부의 분권화와 함께 할 때만이 가능하다. 지방분권정책의 핵심은 그동안 중앙정부에 집중되어 있던 권한과 자원을 지방자치단체에 돌려주겠다는 것이다. 재정권, 인사권, 조직권, 정책결정권 등 지역주민들의 안전과 복지, 지역경제발전과 관련된 권한과 책임을 지방자치단체에 줌으로써 지역의 자립성과 다양성을 보장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지방자치의 현실은 밑으로부터 형성되어 온 것이 아니라 위로부터 기획된 것이기에 주민자치의 기반이 너무 취약하다. 지방화시대를 경영해 나갈 수 있는 지역 능력에 대한 불신, 이것이 항상 지방분권을 주춤거리게 하는 명분이 되어 왔다. 주민자치에 기반한 지방자치의 경영능력을 향상시키려면 지역내부의 분권화, 지역시민사회의 활성화에서 그 해답을 찾아야 한다. 그럴 때만이 지역내부로부터의 견제와 균형이 가능하고 책임성과 자율성을 신장시킬 수 있다.
지역내부의 분권화를 위한 구체적 정책으로는 읍면동단위의 지역공동체(Community) 기능 강화와 주민생활서비스분야에서의 민간역할 강화를 검토해 볼만 하다. 자치계층을 단순화하고 시군통합 등 규모의 효율성을 추구하는 시대의 추세로 볼 때 읍면단위 등 전통적 의미에서의 지방자치계층의 부활은 꼭 바람직하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상대적인 자율성을 부여받아 주민자치위원회 등 주민자치조직을 중심으로 자치단체(시, 군)와 협력하면서 지역경제의 활성화를 위한 지역특화산업의 개발(예 관광농원조성, 특수작물재배, 지역특산물 생산 등)과 주민복지(노인문제, 교육문제 등)해결을 도모해감으로써 주민자치를 훈련하고 공동체를 강화해가는 형태는 충분히 검토해볼 수 있다. 특히 지리적, 문화적 특성상 농어촌지역에서는 이러한 모델을 적극 모색해볼 수 있다(예: 충북 청원군의 읍면중심경영체제 참조).
도시지역에서는 위의 공동체기능 강화정책에 대한 검토와 함께 주민생활과 관련된 보건, 복지, 고용, 문화, 생활체육, 교육 등 각종 서비스 분야에서 민간참여형 시스템을 구축하는 방안을 검토해 볼 수 있다. 이른바 웰빙시대를 맞아 주민들의 삶의 질에 대한 요구는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우리의 복지서비스체계는 그 절대적인 양과 질에서 떨어질 뿐만 아니라 서비스분야간 통합성이 약하고 관주도의 경직된 운영으로 효율성과 형평성에 문제가 많다. 이러한 문제를 개선할 수 있는 합리적 방안은 주민과 밀착한 현장에서 활동하는 민간주체들을 지원확충하고 계획입안과 실행과정에서 그들의 참여와 이니셔티브를 보장하고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것이다. 그를 위한 행, 재정적 지원과 효율적인 시스템의 구축을 정책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일방적으로 서비스를 베풀고 또 그것을 수동적으로 받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주민공동체 스스로가 자신들의 삶을 설계하고 향상시켜나갈 수 있도록 자치적 기재들이 적극적으로 결합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마을의제21운동이 주민자치위원회를 매개로 활성화되도록 지원하는 지방자치단체의 정책이 구체화된다면 위와 같은 문제의식을 실현시켜나가는 데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
3)의제21기구가 직접 시민정책공약을 만들고 후보들에게 요구하는 것은 바람직한가?
의제21기구는 행정, 시민사회, 기업이 함께 참여하는 거버넌스 기구이다. 따라서 특정의 정치적 입장에 서거나 대변할 수는 없다. 다만 지속가능한 발전이라는 합의된 공동의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정책을 생산하고 실행하거나 평가, 환류시키는 과정을 진행한다. 선거시기에 후보들에게 일정한 정책공약을 받아들이도록 요구하는 것은 그것이 아무리 보편적으로 인정된 정책이라 해도 특정의 정치적 입장을 관철시키는 행위로 이해될 수 있다. 선거에 나선 후보진영에서 의제기구가 생산한 내용을 자신의 정책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가능한 일이고 바람직한 것이다. 하지만 그 반대는 아니다. 다만 의제기구에 참여한 개별주체가 예를 들어 시민단체들이 의제의 내용을 정책공약화하고 후보들에게 제시하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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