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권력 감시에서 지역공동체활성화로
(From watching the local government To organizing community)
1. 최근 주민자치운동의 흐름
2004년부터 2005년까지에 이르는 시기동안 주민자치 분야에서는 그 이전시기의 부안 주민투표운동과 같이 외형적으로 크게 드러난 주민운동이 전개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물밑으로 잔잔히 그리고 꾸준하게 주민들의 참여를 통해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사회를 변화시켜나가려는 자치의 흐름은 더욱 커지고 확산되고 있다.
지방자치제도 시행 10년의 경험은 아직 ‘자치’라고 부르기에는 너무 부족하고 과도기적인 것이기는 하지만 해당지역 주민들이 단체장이나 지방의원을 직접 선출하는 권한을 행사하는 것을 넘어서서 정책생산과 예산편성에 참여하고 그것을 실행하는 과정에 함께 책임져 나가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참여정부의 지방분권 로드맵이 가동되면서 주민발의, 주민투표, 주민소송과 같은 주민자치를 위한 기본적인 법, 제도들이 도입되기 시작한 것도 주민자치운동을 위한 유리한 객관적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새로 도입된 법, 제도의 미비점을 개정하기 위한 운동과 함께 주민소환제와 같이 아직 실현되지 못한 주민자치 관련 법, 제도를 도입하기 위한 운동이 지속되고 있기도 하지만 이미 확보된 주민참정권을 활용하여 지역의 정책형성과정에 참여하기 위한 노력도 병행되고 있다.
주민자치를 지방자치단체의 구성과 운영에 주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제도와 과정이라는 측면에서 볼 수도 있지만, 보다 기본적이고 중요한 측면은 시민들의 생활세계와 밀접한 여러 분야에서 일상적으로 주민들이 자주적으로 결정하고 실행에 참여하며 결과에 책임질 수 있는 자치문화를 조성하고 이를 전개해 갈 수 있는 지역시민사회의 의식과 역량을 강화시키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더욱이 기초지방자치단체의 범위가 지나치게 넓고 지방자치의 형성과정이 위로부터의 권한이양과정에서 인위적으로 주어진 한국현실에서는 생활자치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은 주민자치운동 본연의 정신에 더욱 부합하는 일이다.
최근의 주민자치운동의 흐름은 마을이나 지구단위의 지역공동체를 활성화하기 위한 풀뿌리로부터의 운동, 즉 마을만들기와 마을의제 운동, 주민자치센터 활성화운동 등이 양적인 면에서나 관심도 면에서 보다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운동들은 특정사안에 대한 요구형 운동이 아니라 주민들의 일상적 생활과 관련된 지역사회의 여러 가지 과제들, 육아, 교육, 취업, 건강, 복지, 여가, 문화, 지역개발 등을 해당지역 주민들의 참여를 통해 해결하고 만들어가는 조성형(助成形) 운동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운동은 그 특성상 시민들의 자원봉사와 평생학습과 밀접히 연관되며 지역사회내의 네트워크 구축과 행정과의 파트너십 형성이 필연적으로 뒤따르게 된다.
운동의 실제 전개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운동의 과제를 발굴하고 주체들을 조직하는 시민운동단체와 활동가들이다. 주민자치운동에 있어서도 이것이 중요하기는 하지만 환경의 변화와 새로운 요구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할 때는 지체나 역전현상이 벌어지기도 한다. 지금 많은 지역시민단체와 활동가들이 겪고 있는 고민과 모색은 이 점과 관련되어 있으며 대표적인 지역시민단체의 하나인 충북참여자치연대의 집행책임자인 송재봉의 다음과 같은 발제문에서 그것을 읽어볼 수 있다.
“지역에서 활동하는 많은 시민단체의 경우 지역사회의 전근대성과 시민사회의 미성숙으로 인해 불가피하게 종합적인 권력감시형 시민운동을 요구받고 있다. ...중략... 단체들의 역량 강화와 주민참여형 정책결정에 대한 사회적요구의 증대로 지방행정에 대한 시민참여가 확대되면서, 전통적인 형태의 비판과 감시활동 방식에서 참여를 통한 감시의 영역이 증대되고 있다. 이와 함께 제한적인 영역이긴 하지만 지방권력 감시 단체들에게 참여를 통한 협력의 요구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며 권력에 대한 감시, 참여, 협력의 관계에서 무엇을 우선해야할 것인지에 대한 혼란스러움이 발생하고 있다. ...중략... 지방권력감시 시민운동의 성장에도 불구하고 지역시민사회의 조직화에는 실패한 것으로 평가되면서 광역의 경우 기초단위운동의 강화, 기초의 경우 마을(동)단위 운동의 강화론으로 나타나고 있다. ...중략...이상의 고민은 결과적으로 현 지역의 지방권력감시형 단체들이 주민조직의 강화를 통한 풀뿌리 주민참여운동으로 발전할 것인가, 전문운동가 중심의 대변형 운동으로 남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 즉 현재와 같은 시장형 조직을 유지할 것인가? 주민참여에 기반한 공동체형 조직으로 전환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로 귀결될 것이다.”
본문에서는 2004년에서 2005년에 이르는 시기동안 한국사회에서 전개된 주민자치운동을 크게 주민참정권과 관련된 활동과 지역공동체활성화와 관련된 활동으로 나누어 개괄적으로 서술하고자 한다.
2. 주민참정권과 관련된 주민자치운동
2004년 7월 주민투표법이 발효되면서 직접민주주의의 대표격인 주민투표제가 제도화되었다. 2005년도에는 제주도 행정구역 개편, 청주시와 청원군 통합, 방폐장 유치지역 선정 등 굵직굵직한 지역현안들이 주민투표에 붙여졌다. 이러한 사안들은 모두 해당지역주민들의 이해와 향후 지역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매우 중요한 정책들로 그 결과에 대한 가치평가여부를 떠나 지역주민들의 직접적 참여를 통해 정책결정이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주민자치의 큰 진전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3가지 사안 모두 국가나 지방정부에 의해 주민투표가 제안되었으며 주민청구에 의한 것은 1건도 없었다는 점에서 제도화의 일정한 한계를 엿볼 수 있다. 2005년 12월에는 시민운동계와 민주노동당 등에 의해 주민투표 제외대상축소, 국가행정기관 주민투표 실시 요구권 삭제, 주민투표운동 기간 동안의 행정개입 여지 축소 등을 골자로 하는 개정안이 발의되었다.
2005년 8월에는 지방자치법 중 주민감사청구, 주민소송 관련조항이 개정 또는 신설되었다. 2005년말 지방자치법 개정으로 주민감사청구인 자격연령이 19세로 하향 조정되었다. 2006년 1월 주민소송제가 시행됨과 동시에 주민감사청구에 관해서도 개정규정이 시행되어 감사청구인수가 축소되어 시도는 500명, 50만 이상 대도시는 300명, 시군구는 200명 범위내 조례로 정하는 수의 연서로 주민감사청구를 할 수 있게 되었으며 감사결과에 불복하는 자는 1인이라도 주민소송이 가능하도록 되었다. 하지만 주민소송제 도입시 시민단체 등이 강력 반대한 주민소송 전 주민감사청구 이행 의무화, 감사청구 가능기간 2년 전으로 제한, 감사청구시 다수서명 필요, 소송시 주민의 책임자에 대한 직접 손해배상청구 금지 등의 문제조항이 존재하게 된 것은 앞으로 개선의 여지가 있는 대목이다.
1997년 부천시에서 담배자동판매기설치금지조례가 주민운동으로 제정된 이래 주민발의제도를 활용한 조례제정 및 개폐청구운동은 가장 활발한 대표적 주민자치운동으로 되었다. 2001년 광명시에서의 숙박, 위락시설과 주거지역을 차단토록 하는 도시계획조례 개정운동, 2002년 과천시에서의 ‘영유아 및 아동보육조례 개정안’, 2001년 인천광역시 부평구에서 주민발의된 ‘부평미군기지이전을 위한 구민투표조례’, 2002년 안산시에서 주민발의된 ‘판공비 자동공개 및 지출에 관한 조례제정' 등이 대표적인 주민운동이었다.
하지만 단일 사안을 갖고 장기간에 걸쳐 전국적 범위에서 지속적으로 전개되고 있는 운동은 보육조례 제, 개정운동과 학교급식조례제정운동이다. 그 중에서 학교급식전국네트워크(2002년 11월 1일 결성)를 중심으로 전개된 학교급식조례제정운동은 2003년 11월11일 "학교급식법개정과조례제정을위한 국민운동본부"를 출범시켰고 2004년도와 2005년도에도 전국적으로 확산되었다. 이 운동은 상당한 성과를 거두어 2005년 말 현재 광역자치단체 16곳(이 중 주민발의 8곳, 주민청원 5곳, 의원발의 3곳)에서 조례를 제정하거나 시행을 준비 중에 있으며, 기초자치단체에서도 조례가 제정 시행된 지역이 104지역, 주민발의가 청구된 곳이 40, 주민발의 서명진행중인 곳이 18곳에 이르고 있다.
함께하는 시민행동 등 예산감시네트워크를 구성해 꾸준한 활동을 벌여온 예산참여운동도 일정한 성과를 거두어 몇 개 자치단체에서 주민참여예산제가 제도화되었다. 광주북구(2004년 3월)를 시작으로 울산 동구(2004년 6월), 충북청주(2004년 9월), 경기도 안산시(2005년 1월) 등지에서는 주민참여예산제도가 조례로 도입되었으며 지역단체들이 이런 제도적 틀 내로 들어가서 활동을 하고 있다. 그리고 주민참여예산제가 도입되지 않은 지역에서도 지역사회에서 네트워크를 형성하여 예산제안운동을 하거나, 복지예산이나 여성예산 확보를 위해 예산참여운동을 하고 있다. 이 중 청주시와 안산시는 단지 참여예산제뿐 아니라 시민참여기본조례로서의 성격을 갖고 있으며 적극적 정보공표제 도입, 각종 위원회 시민참여, 예산 편성의 시민참여, 시정정책토론청구제 도입, 주민의견 조사 실시 등을 주요 골자로 하고 있다.
주민발의제도도 2005년말 지방자치법 개정으로 일정한 개선이 이뤄어졌다. 조례제정 및 개폐 청구인 연령이 19세로 조정되고, 청구인수도 하향 조정(시도 및 50만 이상 대도시 주민총수 1/100~1/70 범위내, 시군구 주민총수 1/50~1/20 범위내 지자체 조례로 규정)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지방자치단체 주민총수의 과대에 따른 청구인수 확보의 어려움, 주민청구 조례안이 지방정부와 의회의 비협조로 사장될 경우 대처방안이 없다는 점 등이 지적되고 있다.
선출직 지방공직자의 부패·독단 및 전횡의 억제와 지방의회의 비합리적 운영의 견제를 위하서는 주민소환제도가 도입되어야 한다. 시민단체 등의 지속적인 요구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정치권은 주민소환제 도입을 명시적으로 반대하지는 않지만, 명확한 도입시기 등을 확정하지 않은 채 지연시키고 있다. 2004년 주민청구로 광주시와 전남도의회에서 제정한 ‘공직자소환조례’는 대법원 판결로 무효화된 바 있다. 2005년 8월 시민단체연대회의는 주민소환제입법운동본부를 출범하고 입법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3. 지역공동체 활성화와 관련된 주민자치운동
시민들의 생활세계에 근거하여 참여와 자치를 일구어가는 운동, 풀뿌리로부터의 지역공동체 활성화운동은 다양한 모습을 띄고 확산되고 있다. 담장허물기로 상징되었던 마을만들기운동이 지역의 물리적 환경을 바꾸어나가는 초기적 모습을 넘어서서 이제는 주민들의 삶과 관련된 다양한 영역에서 마을주민들이 협력하여 마을을 꾸리고 관리하는 노력, 즉 생활자치를 통한 지역공동체만들기로 나아가고 있다. 이러한 흐름들은 운동소재에 따라 여러 가지 형태의 운동들과 결합되는데, 공동육아, 대안학교, 대안미디어, 생협, 아파트공동체, 자활, 농어촌활력사업, 지역문화, 지역복지, 생활환경, 학습공동체, 평생학습, 자원봉사 등이 그것이다. 서울마포의 성미산공동체, 풀무학교로 유명한 충남홍성의 홍동마을, 전북 진안군의 으뜸마을가꾸기 등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또 그것은 마을의제운동으로도 발전되는데 90년대부터 진행되어 온 지방의제21운동의 성과로 만들어진 각 지역의 지방의제21기구들과 참여한 시민단체들은 2000년대 초반 마을의제21운동을 제기하여 충남 당진군 오봉제 고니마을, 강원도 태백 철암마을, 인천 계양구 효성동 등지에서 시범사업을 전개한 바 있다.
그런데 이러한 지역공동체운동의 사례들을 잘 들여다보면 최근 들어 일정한 흐름변화의 특징을 읽어볼 수 있다. 먼저 초기에 헌신적인 활동가나 시민단체가 주도하던 것에서 일반주민출신의 리더나 주민조직의 주도로 그 주체가 옮겨간 사례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또 소수의 대안찾기 운동, 모델만들기 운동에서 현실과 결합한 대중적인 운동으로 변화하는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그 과정에서 지방행정, 정부정책과의 연관성이 높아지고 민관협력과 거버넌스 형성에 관한 문제의식을 심화시키고 있다.
이러한 특징들은 특히 주민자치센터를 매개로 한 지역공동체운동에서 폭넓게 나타나고 있다. 초기부터 열린사회시민연합, 인천참여자치연대 주민자치운동본부, 광주와 진주를 비롯한 지역 YMCA, 녹색삶을위한여성들의모임을 비롯한 많은 풀뿌리단체들이 결합하여 꾸준한 활동으로 성과를 축적해왔으며, 지금은 광주북구, 제주시, 서귀포시, 청주시 등 많은 지방자치단체들의 관심과 지원이 확산되고 있다. 2004년과 2005년 전국주민자치센터박람회(이하 박람회로 약칭) 과정에서 선정된 69개의 우수사례들을 분석해보면 앞서가는 센터들의 모범사례를 많이 참고, 학습한 효과가 급속히 확대되어 상향평준화되고 있다는 점, 지역적 불균형의 우려를 씻고 전국화되고 있다는 점, 문화와 교육뿐만 아니라 자원봉사와 지역복지, 동아리 자치활동, 마을만들기, 마을의제, 지역현안해결 등 다양한 주민자치 프로그램이 확산되고 있다는 점 등이 최근의 흐름으로 파악된다. 이제 주민자치센터가 갖는 태생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헌신적 활동가들과 주민들의 노력에 힘입어 주민자치운동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가는 단계에 이르렀다고 할 수 있다. 이 점에 대해 인천참여자치연대의 공동대표인 천선혜는 다음과 같이 적극적으로 평가, 전망하고 있다.
“주민자치센터가 그 지역 주민자치운동의 중심이 될 수 있고 주민자치위원회는 자치운동의 중요한 역할을 하는 핵심조직이라는 사실이 입증되고 있다. 주민들은 자치센터에서 프로그램을 통해 학습하고 교육받으며 같은 관심을 가진 사람들끼리 모여 소모임을 꾸린다. 이렇게 동네 사랑방이 된 센터에 사람들이 자주 드나들면서 자연스럽게 마을에 대한 얘기를 나누게 되고 그러면서 마을의 일을 찾아내고 해결방법에 대해 고민하며 실천하게 된다. 현재 활성화된 자치센터의 경우 초기의 문화・교육프로그램 중심에서 점차 마을의제를 찾고 실행하는 마을 만들기를 하는 곳으로 변화, 발전하고 있다.
주민자치위원회는 지역의 모든 관변단체와 민간단체에 상위하는 단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그러므로 자치위원회는 지역에서의 힘이며 또 다른 권력이다. 물론 아직도 토착주민들과 보수적인 주민들이 위원회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지만 비교적 세대교체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앞으로는 주민자치원회가 어떤 성격이냐에 따라 그 마을의 자치능력이 좌우될 것이다.“
최근 주민자치센터를 통해 전개되고 있는 수많은 주민자치운동사례들 중에서 2005년도에 발굴된 대표적인 몇 가지 사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3-1 부산 해운대구 반송2동의 ‘반송을 세우자’
1970년대부터 부산시의 재개발을 위해서 철거민들이 강제 이주된 반송동은 가장 낙후된 지역이었다. 쓰레기 매립장이나 청과물시장 등 “부산의 못된 것은 다 반송으로 보낸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지역에 대한 피해의식이 강했던 지역이다. 반송이 변하기 시작한 것은 몇몇 지역 주민들이 뜻을 모아 “반송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는 주민 조직을 결성하여 마을일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시작하면서부터였다. 매월 마을신문 발행, 자녀교육을 위한 소모임에서 출발하여 인형극 공연 등 실천활동으로 발전하였고 풍물반, 좋은 아버지가 되기 위한 모임 등도 구성되었다. 반송2동 주민자치센터의 개소는 또 한 단계의 발전을 가져오게 계기가 되었다. 주민자치센터의 시민교육 프로그램 중에서 ‘지역학’ 강좌가 진행되었고 그 강좌 이수 후에 후속 학습조직으로 ‘반송, 우리 마을 잘 알기’가 생겨났다. 반송 지역에 대한 이해와 연구를 계속하게 됨으로써 지역에 대한 자긍심을 높이는 이 학습조직은 초중등학교의 특별활동 시간에 지역학 강좌를 담당하는 등의 자원봉사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이러한 학습공동체활동은 주민자치역량 형성의 기초가 되었으며 2005 박람회에서 최우수 주민자치센터로 선정될 정도의 모범적인 주민자치센터로 성장하게 된다. 이는 평생학습운동과 주민자치운동이 어떻게 만나야하는가를 잘 보여주는 전형적인 사례이다.
2004~5년에 걸친 반송2동 주민자치센터의 활동내용은 주민자치의 종합백화점이라고 할 정도의 풍부하고 다양한 내용을 담고 있다. 주민자치위원회(위원장 최낙용)가 주도가 되어 벌인 ‘반송을 세우자’ 지역혁신 주민한마음운동은 낙후되고 소외된 반송동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 미래와 비젼이 있는 지역이미지를 만들어가는 마을의제운동이다. 주민욕구조사를 기초로 주민공청회를 개최하고 10년의 중장기 추진전략을 세워 각 기관, 단체, 통, 아파트, 학교별 지역발전실천사업을 제시한 ‘반송발전 100대 실천과제’를 선정하고, ‘주민자치아카데미’와 ‘마을지도자워크숍’을 통해 구체적 실천계획과 프로그램을 마련하여 ‘주민실천선포식’과 ‘한여름문화거리축제’를 통해 지역의 붐 조성과 주민참여실천활동을 조직하고 있다. 토착부락민과 정책이주민, 집단영세민, 택지지구 아파트주민 등 계층간 배타적이던 주민의식을 지역의 지명이자 상징인 ‘반송’ 소나무를 심고 가꾸는 운동을 통해 지역통합을 이끌어내고, ‘반송역사 찾기’, ‘반송천 되살리기’, ‘아파트 담장 허물기’ 등 세부적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 또 주민자치위원회는 학교폭력 예방과 이탈청소년 결연, 청소년건전문화조성, 야간방범활동 등을 위해 지역내 17개 단체와, 4개 학교와 학부모회, 경찰, 주민이 참여하는 ‘청소년선도자율방범단’을 구성하고 정부의 교육복지우선투자지역사업과 결합하여 전개하고 있다. 이밖에도 사회복지분과의 ‘꿈나무 물주기 후원사업’, ‘우리마을 보물창고’, ‘사랑 나눔의 집’ 활동, 문화홍보분과의 ‘향토사랑 문화운동’, ‘소식지제작’ 및 ‘동아리 발표회’, 11개 아파트자치회와 함께하는 ‘공동주택 문화운동’ 및 ‘주민축제’, 노인회관 및 경노당이 중심이 된 ‘실버봉사단’ 운영 등의 활동이 전개되고 있다.
3-2 광주 북구 오치1동의 삼각산가꾸기사업
2005년 전개된 사례 중에 주민자치운동과 자원봉사운동의 만남을 시사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사례로 광주북구 오치1동의 ‘삼각산가꾸기사업’을 들 수 있다. 이 사업은 주민자치위원회가 중심이 되어 자원봉사 환경학교와 숲 해설가 양성반 운영을 통해 지역주민과 지역내 자생단체 회원들을 삼각산사랑봉사단으로 조직하여 정기적인 환경정화활동과 자연학습장 조성 등의 활동을 전개하고 마을 주민들이 참여하는 숲속의 작은 음악회로 연결시켜 낸 사업이다. 이 사업은 종래의 환경개선 중심의 마을만들기 사업을 넘어서 주민자원봉사조직의 결성을 중심으로 한 사람만들기라는 지향점을 갖고 진행되었으며, 환경과 문화의 결합, 그리고 지역정체성의 확보를 통한 주민공동체의식의 형성을 도모한 사업이었다. 특히 구자원봉사센터와의 긴밀한 협력, 전문환경단체의 지원, 지역내 기업체들의 후원 등을 결합시킴으로써 바람직한 지역 네트워크의 역할모델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도 시사점을 주고 있다.
오치1동 주민자치위원회(위원장 김영풍)가 단기간에 좋은 사례를 만들어 낼 수 있었던 데에는 ‘오치 옛터의 거리’ 조성 등 주민자치센터 초기부터 5년여에 걸쳐 꾸준하고 헌신적인 사업전개로 지역민들로부터 신뢰와 리더십을 인정받고 있었던 점이 크게 작용하였다. 광주북구에서는 2000년부터는 주민자치위원회 중심으로 아름다운 마을만들기운동이 시작되어 지금까지 130여 개 사업이 추진되었다. 시와 글귀를 담장에 옮겨놓은 ‘시화(詩畵)가 있는 마을’, 초등학생들이 희망하는 마을의 모습을 담은 ‘동화(童畵)의 거리’, 잊혀져가는 옛길의 모습을 재현한 ‘오치 옛터의 거리’ 등은 아름다운 마을만들기운동의 산물로서 이미 전국적 견학 명소가 되었다. 그 배경에는 ‘으뜸가는 주민자치, 살기좋은 문화북구’라는 구정목표를 내건 김재균 구청장의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주민자치 지원행정과 지역시민단체와 대학 등 전문가들의 참여가 숨어있다. 주민자치학교, 찾아가는 자치강좌 등 마을만들기 리더 육성, 마을만들기연구회, 주민자치센터운영자문단, 공공시설주민자치관리제 운영, 아름다운마을만들기조례제정(2004.3), 마을만들기지원센터 개설(2004.3) 등이 그것이다.
3-3 충북 청원군의 읍면중심경영체제
광주북구의 사례와 함께 읍면동단위 주민자치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로써 충북청원군의 사례를 들 수 있다. 특히 청원군의 사례는 도시지역이 아닌 인적, 물적자원이 열악하고 변변한 시민단체 하나를 찾아볼 수 없는 농촌의 면단위 지역에서의 사례라는 점에서 주목할 가치가 있다. 2005년 박람회에서 발굴, 소개된 사례 중에서는 현도면의 사례를 들 수 있는데, 100년만의 폭설로 농업생산시설이 무너지고 실의에 빠져있던 주민들이 폐목이 된 자재를 재활용하여 장승 500여개를 제작, 구룡산 등산로 주변에 장승단지를 조성하고 2005년 6월 현도장승민속축제를 개최한 사례이다. 이 사례는 어려운 지역여건 속에서도 주민들의 자발적 동참과 협력을 통해 관광자원 개발을 통한 주민소득증대로 연결시켜내려 했다는 점에서 지역혁신과 농어촌지역 활력사업에 좋은 시사점을 주는 사례이다. 장승단지 조성과 축제 준비과정이 주민자치위원회를 비롯한 이장단협의회, 새마을협의회 등의 적극적 참여로 이루어졌으며 주민자치센터활동을 통해 만들어진 주민동아리인 현도풍물놀이단도 축제에서 한몫을 담당하였다.
청원군에서는 현도면 외에도 노인 솜씨교실 운영으로 전통 생활공예품 재래시장을 조성하고 있는 부용면의 사례, 꽃과 어우러진 유실수 마을 가꾸기를 전개하고 있는 내수읍의 사례, 자전거 전용도로 개설을 통해 마을 발전사업을 모색하고 있는 미원면의 사례, 청주 인근에서 팔리는 혼수가구 판매량의 90%가 팔리는 전국 제일의 혼수가구단지를 형성한 남이면의 사례 등 각 읍면별로 특성 있는 지역발전사례들이 최근 만들어지고 있다. 그런데 주목해야할 점은 이런 일이 군청 주도가 아니라 군청의 측면 지원 속에 읍면장과 주민조직을 중심으로 마을주민들의 적극적인 노력으로 이룩한 값진 성취라는 점이다. 그 배경에는 읍면을 주민자치와 지역혁신의 기본 단위로 간주하고 읍면장의 자유재량을 인정하여 면민 주도의 지역사회개발사업을 적극 지원한 오효진 군수의 ‘읍면중심 경영체제’라는 군정시책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4. 주민자치운동의 몇가지 과제
지면 관계상 주민자치 활성화를 위한 주요 과제 몇 가지만 간략히 언급하도록 하겠다.
먼저 주민소환제도 2006년 지방선거를 계기로 도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비록 미흡한 부분들은 개선해 나가야 하겠지만 주민발의, 주민감사 및 소송, 주민투표, 주민소환까지 주요한 주민참정권은 제도로써 정착되어 나갈 것이다. 이제 보다 본질적인 주민자치제도의 도입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것은 읍면동 단위의 주민자치권의 보장이다. 곧 동네분권의 문제이다. 앞의 사례에서도 그 가능성과 위력을 확인할 수 있듯이 최소한 주민자치위원회의 실질적 권한의 보장, 더 나아가 읍면동단위의 독자적 의사결정과 집행권의 확대, 마을단위의 주민회 구성 등의 과제가 앞으로 주민자치운동의 주요한 제도 개선 과제로 부각되고 있다.
다음으로 운동주체의 인식전환과 현장화, 주민화를 보다 구체화하는 것이다. 서론에서도 언급했지만 지역시민단체들은 보다 풀뿌리현장으로 들어가야 하고 주민들과 밀착해야 한다. 자신들의 가치기준에만 매몰되지 말고 주민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주민주체의 자치운동이 진행되도록 도와야 한다. 복지와 분배뿐만 아니라 생산과 성장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이제는 현장주민지도력에 의해 주민자치운동이 발전해가는 단계에 들어섰다. 2004년도의 마을만들기 네트워크 결성에 이어 2006년도에는 주민자치센터의 전국적 네트워크 결성이 예상된다.
마지막으로 지방행정과 중앙정부의 지역공동체활성화를 위한 지원정책 방향이 올바로 잡혀야 한다는 점이다. 그간 읍면동기능전환정책, 지방분권, 균형발전정책 등이 주민자치운동에 직간접적 영향을 주어왔다. 앞으로 살고싶은지역만들기정책 등이 예상되고 있다. 지금 시점에서 정부정책이 순방향으로만 작용할 것을 바라는 것은 섣부른 것이긴 하지만 기왕의 정책요소들 중에 보다 지역과 주민들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존중하고 자치역량을 신장시킬 수 있는 부분들을 강화한다면 주민자치와 지역혁신을 위한 좋은 환경을 조성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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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자치정책센터 http://www.grassroo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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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사회시민연합 커뮤니티파트너십센터 http://www.partner.or.kr
『필자소개』
박홍순(Park Hong Soon),
현 열린사회시민연합 커뮤니티파트너십센터 소장, 서울대 인문대학 졸,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상임운영위원 역임, 한국자원봉사관리협회부회장, 교육인적자원부평생교육정책자문위원,
『지방분권시대의민관파트너십』(공저), 커뮤니티파트너십센터, 2003,
“풀뿌리시민운동과 주민참여”, 한국정책학회 춘계학술대회, 2001,
“시민단체의 평생학습운동방향”, 한국평생교육총연합회 춘계년차대회,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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