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5월 4일 화요일

주민생활공동체에 밀착한 평생학습체제의 추진(2006.10/평생교육포럼)

토론문 : 주민생활공동체에 밀착한 평생학습체제의 추진


열린사회시민연합 박홍순

발표자가 분석한 부천시, 이천시, 칠곡군의 사례는 평생학습운동 추진에 있어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그 중에서도 필자가 관심을 갖고 있는 부분은 지역사회 재생과 공동체형성에 있어 평생학습도시정책과 지원체제가 보다 적절하게 결합할 수 있는 방안에 관한 부분이다.

UNESCO나 일본의 평생학습정책에 비해 아직 우리나라의 평생학습정책은 시민사회활성화를 기반으로 한 평생학습도시 추진에 소극적일 뿐만 아니라 정책담당자들 안에서도 충분히 그 가치와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이번 사례분석에서도 나타나고 있듯이 생활권역에서의 학습공동체만들기와 그를 통한 지역재생 내지 혁신의 필요성과 가능성은 매우 절박하고 현실적이라고 생각한다. 부천의 “평생학습마을만들기 운영 지원사업”이나 이천의 “주민자치학습센터”운영을 통한 지역재생운동, 칠곡군의 “배움의 시범마을 추진사업” 등이 그러한 예이다.

평생학습도시추진은 해당 지역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구성원들, 곧 일반시민들과 시민단체, 행정기관, 각급 학교와 교육기관, 상공업 기관과 단체 등의 공동의 목표설정과 공유, 자발적 참여와 협력을 통해서 이루어지고 또 그럴 때만이 성공적인 추진이 가능하다. 때문에 네트워크가 중시되고 파트너십이 강조되는 것이다. 또 시민들의 생활세계에 밀착한 현장에서의 학습지원시스템과 자발적 시민운동 동력의 확보여부가 실효성과 지속성을 담보하는 잣대가 되는 것이다. 


1) 살고싶은 마을만들기와 평생학습

누구나 살고 싶은 지역사회,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서는 시민들의 참여의식, 책임의식, 연대의식, 공동체의식이 성장할 때 가능한데, 이는 제도교육만을 통해 습득되지 않는다. 오히려 자원봉사와 같은 사회적 실천과정을 통해서 형성되고 성장할 수 있다. 자원봉사를 통해 사람들은 이웃과 지역사회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고, 내가 사는 지역사회의 주인이 바로 나, 우리 자신이라는 주인의식을 갖게 된다. 또 사람들은 참여를 통해 시민으로서의 책임의식을 갖게 된다. 예를 들어 환경보호 캠페인에 참여한 자원봉사자들은 자기 자신부터 친환경적인 생활을 해야 할 책임성을 배우게 되고, 선거자원봉사자로 참여한 사람들은 올바른 유권자로서의 권리와 책임을 배우게 된다. 결국 민주주의는 시민들의 사회에 대한 관심과 자발적 참여를 통해 성장하는 것이다. 또 사회적 약자들을 보호하고 지역복지를 구현해나가는 것도 국가기구와 같은 공식적 조직의 재원과 시스템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시민들이 상호부조의 정신으로 자각하고 사회적 연대와 공동체를 위한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도록 하는 과정이 보다 중요하고 바람직한 정책이 될 것이다. 이렇게 시민의식을 계발하고 학습하도록 하는 과정이 평생학습정책, 특히 시민들의 생활세계인 지역사회에서의 평생학습정책추진에 있어 중시되고 궁극적 목적이 되어야 한다. 

일반 생활인들을 주 대상으로 하는 시민교육은 일방적으로 새로운 정보나 지식을 전달하는 교육보다는 생활세계의 영역에서 공동으로 부딪히는 문제들을 자신들의 참여와 실천으로 해결해 가는 과정을 조직함으로써 ‘삶’과 ‘앎’이 통합되는 교육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공공시설물의 설치나 관리, 마을 현안문제 해결 등을 주민들의 참여를 통해 실현해나가는 ‘마을만들기’는 지역시민사회를 활성화시키고 평생학습도시의 기반을 튼튼히 하는 대표적인 평생학습도시프로젝트로 결합될 수 있다. 이는 또 지역개발정책에 있어 과거 행정주도의 하드웨어적 지역개발모델에서 주민주도의 공동체활성화방식으로의 일대전환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일본에서도 평생학습운동이 마을만들기(마찌즈꾸리)와 결합하여 큰 성과를 보고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마을만들기는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여 자신들의 가치가 실현되는 마을을 만드는 운동이다. 마을만들기의 영역은 주민들에게 의미있는 새로운 공간이나 장소를 만드는 일, 일상 생활환경 중 주민들에게 불편을 주는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는 일, 마을의 역사와 문화, 전통 등을 탐구하여 마을의 정체성을 공유하는 일, 마을의 자원을 조사하고 개발하여 공동작업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일 등 다양한 영역으로 발전하고 있다. 

마을만들기의 핵심은 주민들을 변화의 주체로 만드는 과정이고 그것은 곧 학습의 과정이기도 하다. 여기서의 학습은 주인의식, 연대의식의 계발을 의미하는 것인데, 마을만들기는 초기의 의사결정에서부터 구체적인 실행 및 평가의 전 과정, 즉 마을의 문제 혹은 의제(agenda)를 발굴하고, 이에 대한 주민들의 토론과 이해관계의 조정, 전문가의 조언, 행정과의 협력, 합리적 결론의 도출, 실행과정에서의 역할분담과 책임, 사후관리와 평가 등에서 생생한 집단학습의 경험을 하게 된다. 이 과정은 그 자체로 주민자치와 조직화, 민관파트너십 형성의 과정이기도 하다. 


2) 주민자치센터와 학습동아리

생활권역에서의 일상적인 주민자치 및 평생학습과 관련하여 최근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 주민자치센터이다. 부천시의 사례나 이천시의 사례에서도 주민자치센터가 주요한 현장평생학습기관임을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센터공간 안에서의 평면적인 개인학습서비스의 제공을 넘어서서 시민의식을 계발하고 지역사회의 변화를 촉진하는 역할로의 발전을 지향한다고 할 때 생각해볼 대목은 주민들의 학습동아리를 육성하고 연계하는 센터의 역할과 주민자치위원회 활동 등을 통해 센터 밖의 지역사회 전체를 고민하고 실천하는 마을만들기와 같은 역할을 들 수 있겠다. 

주민자치센터는 지역의 주민들로 구성된 학습동아리의 훌륭한 활동의 장이 될 수 있다. 주민학습동아리는 학습과 실천이 결합될 때만이 그 효과를 거둘 수 있는 만큼 자체의 학습활동뿐만 아니라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사회의 당면과제나 장기과제를 찾아내고 그 해결을 위한 활동에 참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풀뿌리시민단체에 속해있는 학습동아리들이 성과를 보이는 점도 바로 이러한 실천활동과의 연계성이 학습동아리의 성장에 기여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실천형의 주민학습동아리는 대부분 지역사회문제중심 토론과 성찰을 통해 학습하고 이를 실천한다. 즉, 사회적 실천을 위한 문제해결방안을 모색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과정을 통해 학습을 하게 된다. 이 때 학습자는 고립된 개인학습자가 아니라 지역사회의 구성원으로서 그 책임을 다하는 모습으로 나타난다. 

학습동아리의 활동과정에서 배출된 주민리더는 실천적 활동가이자 조직가이며, 토론 및 성찰의 촉진자 역할을 담당하기 때문에 주민자치위원회 참여로 연결될 필요가 있다. 주민자치위원회는 자치센터의 운영뿐만 아니라 지역 내 여러 문제들을 주민들의 협력을 얻어 해결해나가는 지역사회의 리더로 성장하게 된다. 주민자치센터를 통해 학습동아리는 지역사회와 보다 용이하게 만날 수 있다. 주민자치센터는 학습동아리의 활동공간 제공과 운영지원등을 통해 기여하고 학습동아리는 주민자치센터를 통해 지역사회와 협력함으로써 지역사회문제해결의 자원으로 기능할 수 있다. 

주민자치센터를 매개로 다양한 주민학습동아리들이 활동하게 되면 지역 주민의 합리적인 상호 소통력이 개발되고, 지역 사회의 각종 현안을 발굴하여 자치, 자율적으로 해결하는 주민자치역량 개발 중심의 자치센터로 발전하게 된다. 또 주민자치센터는 그 과정에서 주민의 욕구와 요구, 주민들 간을 연결하고 교류를 촉진하며, 주민의 생활과 삶에 필요한 각종 지역정보를 제공해주고(마을신문 혹은 소식지 제작, 인터넷을 이용한 홈페이지 운영, 지역 케이블TV활용 등), 지역의 단체, 기관, 민간모임(복지기관, 교육기관, 종교시설 및 각종 자율적 모임)들을 주민과 연계해 주며, 지역문제를 논의하는 토론장, 주민동아리 집회장이 되고, 주민자치력 개발과 현안문제 해결을 위한 주민운동의 활동장이 되며, 취약계층 보호와 재난구호 등 지역차원의 사회안전망 센터로서 역할할 수 있고, 도농 직거래, 공동구매, 중고물품교환, 소비자협동조합, 지역화폐 등 협동 경제활동의 중심이 되기도 한다.



3) 지원시스템, 정책개선의 문제

평생학습도시의 성공적인 지원체제와 관련하여 발표자가 제기한 과제에 덧붙여 몇 가지 아이디어를 발전시켜 보자면 다음과 같은 것들을 생각해 봤으면 한다. 

먼저 생활권역에서의 주민들의 자발적인 공익활동을 촉진시키기 위해 주민에게 일정한 권한을 부여하는 문제를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점이다. 앞에서 거론했듯이 시민들의 학습활동은 수동적인 학습서비스의 수혜대상자로 남기보다는 능동적인 자기주도학습, 체험학습, 참여학습이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역사회에서 공공의 영역에 해당하는 수많은 과제들, 예를 들면 주차문제, 생활환경의 개선문제, 소공원 등 공용시설의 조성과 관리문제, 아동센터 등 교육복지문제 등 많은 부분들이 그동안의 행정영역에서 자치영역으로 중심을 이동해야 한다. 자치의 과정은 학습이며 학습을 통해 자치는 성숙한다. 도시지역에서는 아파트단위의 자치회나 부녀회, 통장조직의 주민대표성 강화와 재편, 동단위에서의 주민자치위원회의 자치 권한 강화와 제도적, 재정적 뒷받침, 농촌지역에서는 마을단위 이장단과 부녀회 활동 촉진, 읍면단위의 자치력 강화 등이 필요하다. 

시민들의 학습활동에도 리더가 중요하다. 현장성, 실천성을 결합할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 그런데 여기서 리더는 조정자, 촉진자로서의 역할이 강조되어야 하고 그렇게 학습, 훈련되어야 한다. 외부의 전문가나 행정가가 그러한 역할을 매개할 수도 있겠지만 대개의 경우에는 한계가 있고 삶의 공동체, 이웃주민공동체 안의 신뢰를 바탕으로 리더가 발굴되고 훈련되어야만 성공할 수 있다. 전문센터로서의 평생학습센터의 역할과 관련하여 볼 때 이러한 지역사회 주민리더를 발굴 훈련하고 지원하는 역할에 주의를 기울이고, 그들이 주민과 더불어 여러 가지 공익활동을 통해 성장하도록 도울 수 있는 사업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이것이 단기간의 가시적 실적위주의 행정집행방식과 다른 점이고 기존 행정체제와 별도로 전문 평생학습센터가 존재해야 하는 이유이다. 

평생학습센터와 행정부서간의 관계의 발전방향을 말하자면 한마디로 간섭은 줄이고 자율성과 책임성은 높이며 예산도 확대해야 한다는 점이다. 더 나아가 시군구단위의 자원봉사센터, 문화복지센터 등의 공식 기관, 해당 지역사회의 시민공익활동을 촉진, 지원하는 비공식적 기구(NGO) 등 행정과 이들 민간 영역들간의 공동의 지역발전 비젼 공유와 과제 합의, 전문적 역할 분담 및 협력체제 구축 등 거버넌스 체제 구축으로 나아가야 한다. 

다음으로 교육단위와 행정자치단위간의 네트워크 구축과 통합성 확보이다. 학교와 운영위원회, 동사무소와 주민자치위원회 양자간의 벽허물기와 협력사업 경험의 축적이 필요하다. 이를 촉진하기 위해서는 시군구 차원의 행정청과 교육청, 지방의회와 교육위원회간의 통합성을 높이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것은 재론할 필요가 없다. 

마지막으로 중앙정부 유관부서, 정책간의 협력과 공조, 조정에 있어서 상호 유기적 연관성을 높이고 일관성을 확보하기 위한 획기적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특히 이제까지의 정책의 실행성과를 계승, 발전시키고 한계와 오류를 보완, 개선하려는 진지한 노력이 전제되지 않은 채 새로운 정책슬로건과 과제 제시로 앞서 달려 나가려고만 한다면 주관적 정책의지와 관계없이 그 성과를 기대할 수 없을 것이란 점만은 분명히 지적해 두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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