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지문(초안)
주민들의 생활권과 밀착한 지역사회에서 풀뿌리시민운동을 꾸준히 전개해온 단체와 활동가들은 생각보다 꽤 많습니다. 주민들의 권익옹호로부터 시작하여 시민들의 참여와 자치를 통한 참된 풀뿌리민주주의의 실현, 소외된 이웃을 돌보고 더불어 함께 성장하는 공동체정신의 구현에 이르기까지 환경, 교육, 주거, 보건, 복지 등등 여러 분야에서 오늘도 쉼 없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많은 수고와 성과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여타 시민운동에 비해 사회적 주목과 지원을 받지 못해 온 것도 사실입니다. 최근에 풀뿌리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은 좋은 일이기는 하지만 그것이 풀뿌리시민운동의 자주적 성장을 촉진시키는 순방향으로 잘 작동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주체들의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서울지역은 지방의 다른 중소도시에 비해 비교적 자치구 단위를 중심으로 한 풀뿌리시민운동이 활성화되어 있습니다. 반면에 서울이라고 하는 광역적 단위에서의 의제발굴이나 연대에는 소홀히 해왔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동안의 우리 현대사가 국민국가단위의 근대화와 민주화 과정에 있어 왔고, 서울은 곧 중앙이라는 인식이 팽배해 있는 상황 하에서 서울지역이라는 ‘지역’으로서의 정체성을 만들어 가는 데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시민운동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여서 서울에 소재한 많은 시민단체들은 서울지역의 주민이나 의제보다는 중앙(국가단위)의 문제에 관심을 갖고 활동을 벌여왔고, 주민들의 생활권 단위에서 활동해온 시민단체들도 아직 서울전체의 문제에 관심을 가질 여력이나 필요를 못 느끼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서울지역에서 풀뿌리시민단체들간의 네트워크의 필요성은 객관적으로 존재하고 점차 높아지고 있으며 적절한 계기가 주어진다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먼저 풀뿌리시민단체들간의 정보를 교류하고 전문성을 높여 나가는 데 네크워크가 필요합니다. 물론 단체의 주력사업에 따라 해당 분야의 전국적 네트워크망을 통해 일정정도 이 요구를 해결해 나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분야별 전문성이 아닌 지역적 특성과 결합된 정보, 특히 지역주민의 임파워먼트를 주된 목적으로 하는 지역운동의 특성에 부합하는 경험과 정보를 교류하려면 해당 지역의 네트워크가 필요합니다.
다음으로 대부분의 풀뿌리시민단체들의 사업내용들은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정책 및 행정과 밀접한 연관성을 갖고 있습니다. 일차적으로는 자치구가 관련되겠지만 대도시인 서울지역의 특성상 서울시의 정책과 행, 재정적 영향력은 자치구에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도시계획, 교육, 복지, 교통, 환경 등 거의 전 분야가 그렇습니다. 따라서 풀뿌리시민운동의 여러 사업들을 전개하는 데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자면 서울시 정책에 대한 개입력을 높이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다음으로 지역운동의 건강한 발전을 위해 네트워크가 필요합니다. 시민운동의 흐름이나 국가정책이 최근 지역분권, 균형발전, 지역혁신, 풀뿌리운동 등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이것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지만, 그것이 그동안의 중앙중심의 관성에 대한 철저한 성찰과 풀뿌리로부터의 건강한 흐름에 대한 존중을 통해서 진행되어야지, 겉옷만 바꿔 입은 섣부른 시도가 되어 오히려 건강한 흐름의 싹을 고사시킬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가장 바람직한 것은 지역사회에 기반하여 풀뿌리운동을 전개해온 주체들이 시야를 넓히고 역할을 강화하여 새로운 흐름을 촉진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면에서 볼 때도 네트워크와 연대의 필요성은 강조되어야 합니다.
서울지역의 풀뿌리시민단체들이 서로 만나고 교류해나가야 한다는 요구와 시도는 예전에도 있어왔습니다만 이번에 계기가 된 것은 서울시민센터의 설립과 관련된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의 제안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서울지역에서 풀뿌리시민운동에 힘을 기울여온 몇 몇 단체의 대표자들이 이 문제에 대한 제안을 받고 논의한 결과 1)서울에 소재한 중앙시민운동단체로 추진주체가 꾸려지기 보다는 서울지역에서 풀뿌리시민운동을 전개해온 지역운동단체들이 중심이 되는 것이 필요하다. 2)서울시민센터의 성격과 역할, 추진방법 등은 밑으로부터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이 중시되어야 하며, 풀뿌리시민단체들의 어려움을 개선하고 활동을 지원할 수 있어야 하며, 용이한 접근성의 보장 등 일반시민들의 생활권역에서의 공익적 활동을 촉진하고 지원하는 역할이 되어야 한다. 3)시민센터의 설립을 앞세우기 보다는 이를 계기로 서울지역의 풀뿌리시민운동이 서로 교류하고 연대하는 데 일차적인 중점을 두어야 한다. 고 공동의 의견을 모았습니다. 이를 위해 위 간담회에 모인 단체대표자들 공동의 명의로 서울지역의 풀뿌리시민단체들에게 취지문을 전달하고 가능한 범위 안에서 각기 의견들을 모아 나가며 11월 중에 취지에 동의하는 서울지역의 모든 단체와 활동가들의 연석회의를 갖기로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연대회의시민센터추진위가 실무적으로 협조해주기로 하였습니다. 아무쪼록 많은 단체와 활동가들이 관심을 갖고 참여하시고 좋은 의견들을 제안해주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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