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5월 4일 화요일

살기 좋은 지역 만들기와 주민참여(2006.11/광주 지역혁신박람회)

살기 좋은 지역 만들기와 주민참여
박홍순
열린사회시민연합 공동대표

1. 살기 좋은 지역 누가 만들 것인가?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살기 좋은 지역 만들기’ 사업은 기존의 지역개발정책과는 전혀 다른 접근방식을 갖고 있는 새로운 정책이다. 참여정부 들어와서 주요정책으로 추진되어 온 지역균현발전정책조차도 중앙정부가 주축이 되어 관이 주도하는 물량중심의 Hardware에 초점이 맞추어진 정책이었던 점에서 추진방식에 있어 과거의 지역개발정책과 큰 차이가 없었다. 반면 이번의 ‘살기 좋은 지역만들기’ 정책은 지방이 중심이 되어 민이 주도하는 질 위주의 Software를 강조하는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또 기존의 정책이 경제개발을 중심으로 대규모 단위로 국가차원의 자원과 수단을 동원하여 Top-Down방식으로 진행한 것인 반면 이번에 새롭게 추진되는 정책은 삶의 질을 중시하고 마을, 도시 등 주민생활 단위로 지역사회의 자원을 결합하고 역량을 키워서 Bottom-Up 방식으로 추진한다는 데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살기 좋은 지역 만들기’ 사업에서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관점과 방법은 정부정책으로서는 전혀 새로운 것이지만, 민간 차원의 시민운동에서는 그동안 줄기차게 제기하고 선도적으로 개척해온 지역사회개발전략의 기본적인 관점이고 방법이다. 마을만들기운동, 주민자치운동, 풀뿌리시민운동, 지역공동체운동이라 불리는 것들이 그것이다. 이러한 운동은 앞에서 언급된 주민주도, 질 중심, Software중시, Bottom-Up방식, 생활권단위, 지역사회자원결합 등을 기본적인 사업추진의 원칙으로 삼아왔는데, 그간의 운동 경험 속에서 확인되어온 사업성공을 위한 기본요인은 무엇보다도 주체역량의 육성과 지속여부였다. 주민조직과 리더십을 중심으로 그들의 역량을 키우고 역할을 높일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전문적 지원과 환경의 조성이 중요하다. 그것은 또한 운동의 목적이기도 하였다.
‘살기 좋은 지역 만들기’ 정책은 참 좋은 정책이다. 하지만 그 좋은 정책이 빛을 발하려면 그 취지에 걸 맞는 추진주체와 추진방식이 형성되고 갖추어져야만 한다. 우리가 살 집을 하나 지을 때도 설계도를 멋지게 그렸다고 해서 집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경험이 풍부한 기술자가 있어야 하고 적절한 기자재를 준비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 추진되고 있는 정부정책을 보고 있노라면 과연 그 사업의 취지에 맞는 추진주체와 방식이 지켜질까에 대해 깊은 우려와 회의가 드는 것이 숨길 수 없는 사실이다.

참여정부는 큰 의욕을 갖고 ‘살고 싶은 지역만들기’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대통령 산하의 국가균형발전위원회가 정책조정을 하고 도시지역과 관련하여 건설교통부가, 농어촌지역과 관련하여 농림부가 나서고 있고, 행정자치부는 시도광역단체별로 전담조직을 만들며 사업추진을 총괄하려 하고 있다. 하지만 기존의 행정조직이 새 정책이 표방하고 있는 주민주도, 질 중심, Software중시, Bottom-Up방식, 생활권단위, 지역사회자원결합 등의 원칙을 제대로 구현할 수 있는 경험과 조직문화, 시스템을 갖추고 있을까? 오히려 관주도, 물량위주, Hardware, Top-down, 대규모단위, 국가자원동원 등에 풍부한 경험과 적합한 조직문화, 시스템을 갖고 있다고 하는 것이 사실과 부합하지 않겠는가?
물론 새로운 관점을 수용하고 혁신하려고 하는 노력을 나무랄 일은 아니다. 그것은 좋은 일이고 권장할 일이다. 하지만 변화와 혁신을 위해서는 뼈를 깎는 체질개선의 노력이 지속되고 경험이 축적되고 시간이 필요한 일이다. 우선 새 정책이 표방하고 있는 추진원칙에 입각한 사업경험과 노하우를 갖고 있는 주체들을 찾아보고 그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사업에 결합시키며, 그 속에서 새로운 것을 배우고 주체들의 역량을 발전시키면서 그 준비정도에 맞게 점차적으로 사업을 확대해나가는 것이 정도가 아닐까? 필자는 아직 사업추진과 관련하여 책임을 맡은 행정부처들이 기존의 마을만들기운동 등 민간의 운동주체들의 현황을 조사하고 그들과 협력 체제를 구축하며 사업추진을 위한 구체적 방법들을 진지하게 논의하였다는 얘기를 들은 바 없다.
뒤로 물러나 앉아서 무엇이 가장 바람직한가를 논평하고 있는 것만으로는 현실을 변화시킬 수는 없다. 부족하다면 부족한데로 서로 도와서 최선의 결과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 그것이 실천하는 사람의 올바른 자세일 것이다. 지역을 스스로 변화시켜나갈 주체역량을 강화시키기 위한 꾸준한 노력을 경주하면서도 주어진 계기가 순방향으로 잘 작동하도록 적절한 개입과 협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 이유는 우리가 매일같이 일하고(working) 살아가고(living) 누리고 있는(playing) 지역사회를 어떻게 바꾸고 만들어갈 것인가는 하는 운명을 결정하는 주인은 우리 시민들 자신이기 때문이다.
‘살기 좋은 지역’을 만들려면 해당 지역사회의 주인인 주민들의 참여를 촉진하고 변화추진자로서의 역량을 배가하는 데 일차적인 초점을 두어야 한다. 모든 정책적 지원의 우선순위를 여기에 두어야 한다.
초기 시범사업에서 모델을 선정하고 지원하는 것이 전체 사업에 큰 영향을 끼칠 것인데 여기서도 이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모델선정에 있어 산업형이냐, 생태형이냐, 관광형이냐 하는 식의 ‘결과중시’의 선정이 아니라, 주민, 행정, 전문가들이 어떤 협력을 통해 그 지역의 특성과 자원을 어떻게 발굴, 연계하고 계획을 준비하였으며 그 사업의 추진이 향후 지속적인 발전을 위한 어떤 토대를 만들 수 있는지, 또 그것이 다른 지역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 하는 ‘과정중시’의 선정이 되어야 한다.
가장 효율적인 투자는 사업대상의 잠재적 역량을 개발하여 자체적으로 지속적인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사업주체로 만드는 데 집중적인 투자를 하는 것이다. 마치 펌프질을 할 때 마중물 한 바가지를 부어 지하갱도의 무궁무진한 물을 끌어올려 내듯이 말이다. 마을지도자 등 주민운동의 주체를 발굴하고 그를 전문적으로 지원하는 지역활동가(Community Worker)를 육성 배치하는데 1차적인 지원의 초점을 두어야 한다. 의지와 가능성이 있는 지역에 기존 행정의 관성에서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지원센터를 설립하고 현장에 밀착한 사업추진이 가능하도록 보장해야 한다. 지역사회에서 주민들의 자발적 공동체의 활성화와 행정과의 건강한 파트너십 형성이 되어야 한다. 행정은 시민사회의 중요성을 재발견하고 그 능력의 신장을 통해 지역사회혁신의 동력을 재생산해낼 수 있도록 관점을 전환해야 한다.

2. 살기 좋은 지역만들기 정책 어떻게 추진되고 있나?

60년대 이후 급속한 경제성장 과정에서 양적성장에만 주력해오면서 농촌의 공동체는 급속히 해체되고 도시는 비대화되었다. 도시화율은 90%를 상회하고 사람들의 삶의 질을 보장할 수 있는 도시환경은 도외시되어 왔다. 90년대 중반이후 마을만들기 등 민간의 자발적 시민운동이 전개되어 생활공간의 질을 개선하고 공동체를 재생하기 위한 노력이 전개되어왔지만 개발중심의 거대한 도시화, 산업화 물결의 폐해를 극복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정부 차원에서 도시규모와 삶의 질의 상관관계를 규명하고 ‘살고 싶은 도시 만들기’라는 새로운 정책구상을 본격적으로 연구검토하기 시작한 것은 2005년 4월 노무현대통령의 과업추진 지시 이후였다. 청와대 정책실의 논의를 거쳐 건설교통부 국토연구원에서 “살고 싶은 도시 만들기 추진계획(안)”이 자체연구과제로 1단계 연구에 착수하였고, 연구의 주요 내용으로는 우리나라 도시환경의 여건 진단과 주요 과제 도출, 도시환경에 대한 시민의식 조사, 거주환경 가치관 변화 분석, 주요국의 도시환경 패러다임 변화와 동향, 살고 싶은 도시의 개념과 필요성, 살고 싶은 도시 만들기 추진과제 등이 연구되었다.
그 이후 정부 여러 부처의 관련된 정책 관계자와 전문분야별 외부 전문가들의 연구 참여와 자문, 의견수렴을 통해 2005년 하반기에는 ‘주민참여형 도시만들기’의 개념과 추진과제, 추진체계 등에 관한 종합적인 연구보고서가 마련되었고, 그해 말에는 사업추진과 관련하여 건교부에서 추진해오던 ‘살고 싶은 도시만들기’ 추진과제와 농특위에서 추진하는 ‘농어촌 복합생활공간 조성방안’, 균형위에서 추진 중인 ‘전원지역 및 중소도시 연계지원방안’ 등을 “살고 싶은 지역사회 만들기”로 통합하여 추진키로 결정하였다.
그런데 2006년 1월에 들어서면서 일부 언론에서 다가오는 지방선거와 연계하여 이 정책추진이 “관주도 범국민운동추진”이고 “노무현식 새마을 운동”의 추진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 것을 전후로 연구보고서에서 검토되었던 기존 행정조직이 아닌 별도의 추진위원회의 구성이나 자자체의 추진센터 설립, 마을단위의 주민협의체 등 새로운 추진체계와 관련된 논의는 실종되었다. 그 대신 균형위가 ‘하나의 과제’ 차원에서 이 추진과제를 총괄, 조정하고 도시부분정책개발은 건교부가 농촌부분정책개발은 농림부가 도농연계정책 및 종합은 균형위가 각각 담당하기로 하였으며, 2월말 이후 관계된 정부 각 부처 등이 참여하는 협의회가 구성되어 운영되어 왔다.
2006년 3월에는 상기 관련 정책이 일원화된 “살고싶은 국토공간 만들기 기본구상”이 발표되었고, 상반기에 걸쳐 정부 각 부처의 유사 사업과 신규사업을 재편성한 100대 실천 세부과제가 정리되었다. 이와 함께 각 부처별로 정책 공론화과정이 진행되면서 3월초 국토연구원 토론회, 5월 국가균형발전위원회 3주년 기념 심포지움 등 각 종 토론회가 이어지게 된다. 지방선거가 끝난 후 본격적인 추진단계에 돌입하면서 정책기획과 총괄기능을 담당하는 균형위와 별도로 집행적 차원에서 통합적 지원조정업무를 행정자치부가 담당해 나가게 된다. 행정자치부는 기존의 연구성과를 활용하여 몇 개의 살기좋은 지역모델을 유형화하고 여기에 해당 모델별로 각 부처 관련사업을 패키지화한 후 8월 Happy Korea Project라는 이름으로 추진계획을 발표하고 지방행정연구원, 서울신문사와 공동 협약을 체결하여 우수사례 발굴, 각종 이벤트 개최, 기획보도 등을 추진하고 있다.
행자부가 밝힌 추진계획에 따르면 살기좋은 지역만들기의 비젼은 아름답고, 쾌적하고, 특색있는 ‘살기좋은 지역’ 만들기이고 3대 목표는 쾌적한 지역공동체, 아름다운 지역공동체, 특색있는 지역공동체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한 5대 과제로 공간의 질 향상, 삶의 질 향상, 도농상생형 복합생활공간 조성, 지역공동체 형성 및 복원, 지역별 특화브랜드 창출을 제시하고 있다. 이의 구체적 내용은 다음의 그림과 도표에서 잘 보여주고 있다.



5대 과제
세부 과제
공간의 질 제고
① 아름답고 개성있는 도시경관·미관 가꾸기
② 품격있는 건축문화 확산하기
③ 숲과 공원으로 둘러싸인 녹색도시 만들기
④ 사람중심의 녹색교통도시 만들기
삶의 질 향상
⑤ 풍요로운 삶을 위한 문화여건 만들기
⑥ 수준높은 교육·의료·복지 등 생활서비스 갖추기
도농상생형
복합생활공간 조
⑦ 도시민을 위한 귀향마을 만들기
⑧ 농촌 및 중소도시에 양질의 생활서비스 제공하기
⑨ 귀향도시민들의 여가 및 느린생활 즐기기
지역공동체 형성 및
⑩ 어울려 사는 커뮤니티 만들기
⑪ 학교·의료 공동체 만들기
⑫ 사회적 약자와 함께하는 도시·마을 만들기
지역별 특화브랜드
창 출
⑬ 지역고유의 테마만들기
⑭ 장소마케팅 전개하기
⑮ 균형발전 선도도시를 살고싶은 도시로 만들기


행자부는 이와 함께 1)지역의 ‘자율기획과 자기책임’에 의한 추진, 2)중앙정부·지자체·지역사회간 협력적 파트너십 형성, 3)범정부적 협력·지원체계 구축이라는 정책지원의 3대원칙을 마련하고, 10월 2일 발표된 우수계획 선정계획에 따라 각 지자체가 여건이 좋은 지역을 선정하여 계획을 작성, 제출케 하였다. 이중에서 30개 지역을 선정, 선정된 지역은 3년간(‘07~’09) 중앙정부의 정책(사업예산+비사업예산)들을 패키지로 지원하고 추가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 집중적인 지원을 하겠다는 것이 행자부의 복안이다. 또 이 선정계획에 적용될 모델로 지방행정연구원에 연구용역을 의뢰하여 개발한 살기 좋은 지역 9대 기본모델과 선정을 위한 평가지표를 제시하였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추진계획이 구체화되면 될 수록 초기의 연구과정에서 강조된 주민주도의 원칙이 약화된 반면 추진단계에 들어서면서 행정의 역할이 강화되고 있는 현실을 발견할 수 있게 된다. 이와 관련하여 현장에서 지역발전사업에 참여해온 한 전문연구자의 다음과 같은 우려가 현실로 들어나고 있는 것이다.
첫째 살고싶은 지역만들기의 주요 과제와 내용이 기존의 중앙부처 사업을 망라한 계획으로 현재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타부처의 사업이나 지역 현안사업에 살고싶은 지역만들기를 덧붙이는 형태로 되고 결국 행정주도의 계획 수립으로 귀결될 우려가 있다. 이는 주민 주체의 계획수립이나 지역의 자율기획과 자기책임이라는 원칙이 단순한 외형적 포장에 그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둘째, 지역의 유형을 구분하고, 그 유형에 적합한 사업시책을 연계하여 패키지 사업을 추진코자 함으로써 중앙에서 제시하는 사업모델(산업형, 생태형, 관광형 등)에 맞게 연계, 패키지화한 사업단위를 지역사업 콘텐츠로 특성화, 브랜드화하게 될 것이고, 이는 종합적 전략계획이 되어 주민들의 참여할 자리는 더더욱 빈약해질 수 밖에 없다.
셋째 사업성과에 급급한 행정위주의 사업추진이 될 것이라는 점이다. 선정계획이 10월에 발표되었고 12월에 선정작업이 이루어지며 내년 1월부터 시범사업이 추진된다. 불과 2개월 만에 지역주민의 역량을 배가시키고, 주민들을 교육하며, 추진조직체를 조성하고, 파트너십과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단 말인가? 이는 애시당초 주민참여나 사업의 지속성 확보를 위한 지역주체역량 형성에는 관심이 없고 단기적 사업성과를 내기 위한 기존 행정관성, 바로 그것이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기본모델
주요 내용
특화형 예시
①산업형
•지역소재 산업 지원을 통한 마을조성·발전
•지역고유 산업, 기술, 인력이 소재한 지역
•향토산업형, 외부기업유치형 등
②교육형
•교육특화를 통한 커뮤니티 강화
•교육기관과 지역사회의 유대관계가 구축된 지역
•학교교육형, 평생학습형 등
③정보형
•정보서비스를 활용한 정보형 마을 조성
•정보인프라가 구축되고 정보컨테츠가 풍부한 지역
•정보화마을형, U-village형 등
④생태형
•양질의 환경 및 생태를 자원으로 정주여건 조성
•생태환경적 요소를 보유한 지역
•수변공간형, 녹색교통형 등
⑤전통형
•고유한 전통과 역사를 보존하고 활용한 공간창조
•역사적 자원을 구비한 지역
•전통마을형, 전통시장형 등
⑥문화형
•문화예술 진흥을 통한 지역의 특화발전
•다양한 문화, 인물, 시설 등이 풍부한 지역
•문화예술지향형, 문화산업창출형 등
⑦관광형
•관광자원 개발을 통한 주민복리 증진
•독특한 관광자원과 매력이 소재한 지역
•스포츠형, 가족리조트형 등
⑧건강형
•건강시설 및 문화조성을 통한 지역재창조
•운동, 영양, 휴식을 충족시킬 수 있는 지역
•건강장수형, 휴양형 등
⑨가족형
•보육, 요양, 돌봄 등을 중심으로 한 여건조성
•가족친화시설 확보가 용이한 지역
•돌봄네트워크형 등


행자부의 추진 계획안에 나타난 예시와 평가지표는 실제 적용에 있어 주민 참여 계획, 운영프로그램과 같은 소프트웨어가 아니라 “눈에 아름답게 보이고 편리해 보이는” 물적 시설, 즉 하드웨어에 치중하게 만드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살고싶은 지역만들기’ 정책이 갖고 있는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 형성에 기반한 질적 발전의 추구라고 하는 훌륭한 취지를 무색케 하고 있는 것이다. 또 중앙정부의 사업추진과 선정의 편의성에 치중한 나머지 계획대상지역의 공간적 범위가 명확하지 않고 혼재된 상태에서 일률적 평가기준을 들이대고 있으며, 단기적 사업성과에 급급한 나머지 기존의 여건이 좋은 지역을 중심으로 가시적인 실적 올리기에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문제 발생의 원인에 대해서 한 연구자는 “기본모델의 유형화 및 기본모델별 우수계획 선정방식, 계획대상지역의 도시(지역)계층과 공간범위를 고려하지 않은 단일한 평가지표체계에 근본적 문제가 있다”라고 지적하고 있다.

항 목
평 가 지 표
배 점
지역여건
및 의지
여건
■ 대상지역의 특화브랜드 소지정도
3
17
30
■ 대상지역이 발전에 필요한 기반 구비정도
4
■ 대상지역 구성원의 특성
3
■ 대상지역의 소득기반 존재 정도
5
■ 지역공동체 의식 존재 정도
2
의지
■ 시군구 자체 재원확보 정도
6
13
■ 민간자본 유치정도
4
■ 시군구 전담조직 정비 및 업무조정 정비
3
계획내용
목표
■ 비전 및 목표의 적합성
5
5
60
충실성
■ 계획의 포괄성
7
18
■ 재원투자계획의 효율성
6
■ 비재정활동의 모색정도
5
예술성
■ 품격과 예술성을 갖춘 지역재창조 계획정도
7
7
지속
가능성
■ 주민구성원 증가 가능성
4
8
■ 지역소득기반 확대 가능성
4
실현
가능성
■ 대상지역 범위 선정의 현실성
5
11
■ 재원확보 방안의 현실성
3
■ 전문가적 지원체계 구비정도
3
민간
참여
■ 계획의 아이디어 원천발굴과정에 주민참여도
3
11
■ 계획수립과정에서의 주민참여도
4
지역만들기 시행과정에서의 주민참여방안 반영도
4
기대 효과
■ 타 지역으로의 파급성
5
10
■ 지역사회 삶의 질 개선 기여 정도
5
기타 가점
■ 모델별로 사업계획의 독창적 아이디어 정도에 따라 주관적으로 차등적 가점 부여
5
총 점
105

이를 개선하기 위해 기본모델별 차이를 반영하는 서로 다른 평가지표체계를 개발하여 적용하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보다 근본적으로 민간참여의 활성화와 사회적 자본 형성 등 지역추진주체의 역량강화라는 기본 관점에서 모델개발을 새롭게 하고, 평가지표에 있어서도 이와 관련된 항목과 배점을 대폭 강화한 새로운 추진계획이 마련되어야 한다.

3. 지역공동체 활성화를 위한 시민사회의 노력

90년대 중반 지방자치제도가 시행되면서 지역주민들의 참여, 자치를 지향하는 시민운동이 활발하게 전개되기 시작하였다. 해당지역 주민들이 단체장이나 지방의원을 직접 선출하는 권한을 행사하는 것을 넘어서서 정책생산과 예산편성에 참여하고 그것을 실행하는 과정에 함께 책임져 나가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참여정부의 지방분권 로드맵이 가동되면서 주민발의, 주민투표, 주민소송, 주민소환제와 같은 주민자치를 위한 기본적인 법, 제도들이 도입되기 시작한 것도 지역에서의 풀뿌리시민운동을 위한 유리한 객관적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최근의 지역사회 시민운동의 흐름은 마을이나 지구단위의 지역공동체를 활성화하기 위한 풀뿌리로부터의 운동, 즉 마을만들기와 마을의제 운동, 주민자치센터 활성화운동 등이 양적인 면에서나 관심도 면에서 보다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운동들은 특정사안에 대한 요구형 운동이 아니라 주민들의 일상적 생활과 관련된 지역사회의 여러 가지 과제들, 육아, 교육, 취업, 건강, 복지, 여가, 문화, 지역개발 등을 해당지역 주민들의 참여를 통해 해결하고 만들어가는 조성형(助成形) 운동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운동은 그 특성상 시민들의 자원봉사와 평생학습과 밀접히 연관되며 지역사회내의 네트워크 구축과 행정과의 파트너십 형성이 필연적으로 뒤따르게 된다.
지역공동체운동은 연구자에 따라 다양한 유형으로 분류하지만 최근의 연구에 따르면 다음 도표와 같이 분류해 볼 수 있다.

소극적/국지적
적극적/포괄적
주거공동체운동
세입자운동
아파트자주관리운동
공동체마을운동
환경공동체운동
녹색아파트운동
생태마을운동
생태자치구운동
경제공동체운동
녹색가게운동
생활협동조합운동
지역통화운동
문화공동체운동
지역축제운동
대안학교운동
사이버공동체운동
자치공동체운동
쥬민자치센터운동
지역자치운동
민회운동


또 다른 연구에 따르면 비교적 활발한 활동을 보여주고 있는 사례를 중심으로 마을만들기운동, 아파트공동체운동, 기타 지역사회공동체운동 등으로 구분하기도 하는데 이 연구에서는 성공적인 지역공동체운동을 위한 중요 요소로 주민들의 참여의식, 강력한 리더십, 구체적인 동기, 행정의 지원 등을 들고 있다.
마을만들기운동은 주로 대도시를 중심으로 주거환경개선을 소재로 이루어지는데 주거환경개선은 어느 지역에서나 보편적으로 발생하는 문제이며 가장 용이하게 접근할 수 있는 주제라는 점에서 지역공동체 형성과정에 보편적으로 적용 가능한 효과적 프로젝트라고 분석하고 있다.

사 례 명
위 치
시기
주요내용
주 체
대구시 삼덕동 담장허물기
대구시 중구
삼덕동3가
1998
당장허물기
시민운동가(주민)
사당동 양지공원
동작구 사당3 220-6
1998
주민의 손으로 공원
만들기와 가꾸기
주민,행정, 전문가
용두동 꿏길골목
동대문구 용두1동
1993
꽃길골목 조성
주민
전농동 차없는 골목
동대문구
전농1동 457-2
1996
차량통제후
어린이놀이터로 이용
행정,주민
정릉 차없는 골목만들기
성북구 정릉1동 16
1996
무산
행정, 주민
녹번동 어린이손으로 통학로 만들기
은평구 녹번동
1997
어린이와 학부모와 통학로
문제점 조사후 개선 건의
시민단체, 학생,
녹색어머니회
금호동 송악마을
친환경 마을만들기
성동구 금호동 행당동 일대
1993
신용협동조합과 생산협동조합등 운영
유해환경조사 및
환경교실운영등
시민단체, 주민
자활생산공동체한솥밥
서대문구 무악동
1998
삶의 질 향상, 공동체정신회복, 지역사회와 연대를 목적으로 철거민들의 출자로 사업시작
주민, 시민단체
난초골 공동체
관악구 난곡
1999
결식어린이 밥 나눠주기운동에서 시작하여 현재 김치공장 운영
주민, 시민운동가
관악구 지역화폐운동
관악구
2000
'나무'라는 지역화폐를 이용, 물건이나 용역을 교환
주민, 시민단체


아파트공동체운동은 도시 주거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아파트지역의 공동체운동으로서 보편성을 띠고 전개되고 있다. 대구시 아파트공동체 사례연구(최근열, 장영두, 2002)에서는 우리나라 아파트 공동체운동을 몇 가지로 유형화하고 있다. 첫째, 공유공간에서 생활하면서 자연스럽게 아파트 입주민들간 요구되는 공동체적 요소를 확보, 발전시키고자 하는 자치형․대내형 공동체운동, 둘째는 아파트 조경시설, 일조권확보, 아파트 주위 소음공해 추방 등과 같이 동일공간에 거주하면서 문제시되는 회부환경요인에 대해 대처하고자 하는 권리요구형․대외적 공동체운동, 셋째는 도농공동체운동, 소비자생협운동, 대외적 조직과 연계를 통한 참여민주주의운동확대와 같은 대내적 공동체운동과 대외적 공동체운동이 결합되어 나타나는 시민참여형 공동체운동이다.
이외에 널리 알려진 지역공동체운동으로는 부산의 물만골공동체운동과 전남영암의 왕인문화축제사례 등이 있다. 부산시 물만골 공동체운동은 단순한 마을만들기의 차원을 넘어서 도시빈곤지역 재활성화전략을 취하고 있다(윤일성, 2006). 이 지역주민들은 아파트위주의 재개발에 반대하고 지역주민이 주체가 되는 생태공동체를 이루고자 하는 목적에서 운동을 시작하였다. 현재 전체 13만평 가운데 2/3를 매입한 상태이다. 부지매입이 완료되면 기존의 노후주택을 정비해서 7-8만평에 새로운 주거지를 형성하고 나머지 5-6만평은 생태공간으로 조성할 계획이며 주택은 아파트가 아닌 여러 주택유형으로 24평 기준 500-600호를 건설할 계획이다. 수익의 극대화전략을 취하는 기존 재개발과 달리 이윤이 생기지 않더라도 자연과 공생하는 주거지를 만들고자 하는 것이 물만골 공동체운동의 목적이다. 또한 자원재활용사업, 의류생산사업, 건설사업 등 사업도 시행. 의료복지상담소, 신부님이 운영하는 공부방, 수녀님이 운영하는 놀이방 등을 통해 지역의 물리적환경정비뿐 아니라 총체적 활성화를 시도하고 있는 사례이다.
전남 영암 구림마을의 문화프로젝트에 대한 연구는 이 지역이 400년간 지속된 대동계를 가지고 있으며 지역축제인 왕인문화축제, 도자기문화센터 등 역사적 문화적 자원을 공동체형성의 자원으로 활용함으로써 문화전략이 지역공동체 활성화 전략으로 활용된 사례를 보여주고 있다(정근식, 2006).
그런데 최근 들어 시민들의 생활세계에 근거하여 참여와 자치를 일구어가는 운동, 풀뿌리로부터의 지역공동체 활성화운동은 다양한 모습을 띄고 확산, 발전되고 있다. 담장허물기로 상징되었던 마을만들기운동이 지역의 물리적 환경을 바꾸어나가는 초기적 모습을 넘어서서 이제는 주민들의 삶과 관련된 다양한 영역에서 마을주민들이 협력하여 마을을 꾸리고 관리하는 노력, 즉 생활자치를 통한 지역공동체만들기로 나아가고 있다. 이러한 흐름들은 운동소재에 따라 여러 가지 형태의 운동들과 결합되는데, 공동육아, 대안학교, 대안미디어, 생협, 아파트공동체, 자활, 농어촌활력사업, 지역문화, 지역복지, 생활환경, 학습공동체, 평생학습, 자원봉사 등이 그것이다. 서울마포의 성미산공동체, 풀무학교로 유명한 충남홍성의 홍동마을, 전북 진안군의 으뜸마을가꾸기 등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또 그것은 마을의제운동으로도 발전되는데 90년대부터 진행되어 온 지방의제운동의 성과로 만들어진 각 지역의 지방의제21기구들과 참여한 시민단체들은 2000년대 초반 마을의제운동을 제기하여 충남 당진군 오봉제 고니마을, 강원도 태백 철암마을, 인천 계양구 효성동 등지에서 시범사업을 전개한 바 있다.
이러한 지역공동체운동의 사례들을 잘 들여다보면 일정한 흐름변화의 특징을 읽어볼 수 있다. 먼저 초기에 헌신적인 활동가나 시민단체가 주도하던 것에서 일반주민출신의 리더나 주민조직의 주도로 그 주체가 옮겨간 사례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또 소수의 대안찾기 운동, 모델만들기 운동에서 현실과 결합한 대중적인 운동으로 변화하는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그 과정에서 지방행정, 정부정책과의 연관성이 높아지고 민관협력과 거버넌스 형성에 관한 문제의식을 심화시키고 있다.
이러한 특징들은 특히 주민자치센터를 매개로 한 지역공동체운동에서 폭넓게 나타나고 있다. 초기부터 열린사회시민연합, 인천참여자치연대 주민자치운동본부, 광주와 진주를 비롯한 지역 YMCA, 녹색삶을위한여성들의모임을 비롯한 많은 풀뿌리단체들이 결합하여 꾸준한 활동으로 성과를 축적해왔으며, 지금은 광주북구, 제주시, 서귀포시, 청주시, 익산시. 안산시 등 많은 지방자치단체들의 관심과 지원이 확산되고 있다.
2004년과 2005년 전국주민자치센터박람회 과정에서 선정된 69개의 우수사례들을 분석해보면 앞서가는 센터들의 모범사례를 많이 참고, 학습한 효과가 급속히 확대되어 상향평준화되고 있다는 점, 지역적 불균형의 우려를 씻고 전국화되고 있다는 점, 문화와 교육뿐만 아니라 자원봉사와 지역복지, 동아리 자치활동, 마을만들기, 마을의제, 지역현안해결 등 다양한 주민자치 프로그램이 확산되고 있다는 점 등이 최근의 흐름으로 파악된다. 이제 주민자치센터가 갖는 태생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헌신적 활동가들과 주민들의 노력에 힘입어 주민자치운동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가는 단계에 이르렀다고 할 수 있다.

4. 마을만들기의 발전을 위한 주민자치센터의 가능성

마을만들기는 지역공동체를 활성화시키기 위한 가장 기초적인 단위에서의 좋은 프로그램이다. 마을만들기는 단순한 생활환경의 개선운동이 아니라 나아가 공동체만들기운동이고 사람만들기운동이다. 지방행정의 발전방향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도 민관파트너십 강화를 통한 로컬 거버넌스 형성의 기반을 조성하는 커뮤니티행정의 일반적 모델로 적극 도입할 필요가 있다. 마을만들기는 일본에서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지역행정에 반영되기 시작하고 있는데 최근 광주 북구에서 “마을만들기 지원조례”를 제정하고 적극적 시책으로 전개하고 있는 것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또 마을만들기가 심화, 발전된 형태인 “마을의제운동”의 전개는 마을만들기를 단기적, 이벤트성 프로그램으로 인식할 수 있는 한계를 극복하고 장기적 비젼과 정책을 담보할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또 기존의 “지방의제21운동”을 커뮤니티 차원으로 확산하고 공고히 한다는 점에서 매우 바람직한 운동이다.
마을의제운동을 전개하고 확산시키기 위해서는 주민자치센터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주민자치센터의 설치목적은 주민을 위한 문화, 복지, 편익시설과 프로그램 운영을 통해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지역주민의 참여를 통해 주민자치의식과 공동체의식을 향상시키는 구심체 역할을 수행하는데 있다. 주민자치센터는 1999년 도시지역 시범실시를 시작으로 하여 단계적으로 확대되었는데 2006년 1월을 기준으로 할 때 전국적으로 1단계 도시지역 1,681개 동(99.3%), 2단계 농어촌지역 811개 읍면동(42.8%)에 설치되어 운영되고 있다. 또 주민자치위원회는 1단계지역 99.7%, 2단계 지역 45.2%가 구성되어 활동하고 있다.
주민자치센터는 그 설치목적에서 명시하고 있듯이 주민자치역량을 육성하고 지역공동체를 활성화시키는 역할이 중요하다. 때문에 시설을 설치하여 운영하는 것에 한정하지 않으며, 동사무소라는 공간을 넘어 지역사회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지역실정에 맞게 운영하는 것이 중요시 되고 있다. 실제 운영사례들을 보아도 지역사회의 거의 모든 문제들, 즉 복지, 교육, 문화, 치안, 안전, 환경, 교통, 공공시설설치와 유지보수, 지역개발 등 주민들의 삶과 관련된 모든 영역이 주민자치센터와 연관을 맺고 진행될 수밖에 없고 또 실제 현실이 그러하다. 그 동안 자치센터운영과정에서 발굴된 좋은 사례들을 보면, 녹색가게 운영 등 녹색소비와 자원재활용운동, 내집앞 내가 쓸기 운동, 쓰레기무단투기지역 양심화분설치, 도시와 농촌 자치센터 간의 자매결연과 도농직거래 장터 개설, 지역생태보전운동, 지역문화 보전운동, 인라인스케이트순찰대 등 청소년범죄예방활동, 소방안전훈련, 찾아가는 거리음악회, 동네가수왕 선발대회, 동 경계 따라 시오리길 걷기대회, 유채꽃축제, 철쭉동산축제, 해변축제 등 지역주민들의 화합과 공동체성을 촉진하는 축제, 지역화폐 운영, 재래시장 활성화 운동, 텃밭가꾸기, 쌈지공원조성, 담장 없는 마을 만들기, 아름다운 마을가꾸기, 마을진입도로 확장사업 등 다양한 영역에서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종류의 프로그램은 어느 특정 영역의 프로그램이라기 보다는 문화, 교육, 환경, 복지 등 다 영역에 걸쳐 관계된 프로그램으로 그 바탕을 이루는 것은 주민들의 자발적 참여와 자주적 결정과정을 거쳐 삶의 질을 풍요롭게 하고 지역공동체를 활성화시키기 위한 주민자치의 과정이고, 커뮤니티활성화의 모델이 되는 것들이다. 주민자치센터가 어느 한 분야의 전문적 기능을 수행하는 센터가 아니라 지역공동체의 구심체임을 보여주고 있는 예들이다.
또한 이러한 프로그램들은 마을만들기 프로그램과 밀접한 연관을 갖는다고 할 수 있는데, 마을만들기는 생활주변의 환경을 주민 스스로의 힘으로 개선하고 공용시설이나 장소를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데 필요한 공간으로 탈바꿈시키는 데로부터 출발한다. 하지만 마을만들기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과정에서의 의사소통과 관계 증진을 만들어 감으로써 공동체만들기, 사람만들기로 나아가는 데 의의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향후 지향해야 할 자치센터의 프로그램은 마을만들기 방식이며 주민자치의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주민자치센터의 기능은 특정분야의 전문센터로서의 분화도 가능하겠지만 일반적으로는 종합적 성격의 지역공동체활성화 프로그램을 주민자치로 수행해나가는 말 그대로의 “주민자치센터=마을만들기센터”를 상정해도 좋다고 생각한다.
더욱이 주민자치센터 설치와 운영이 주민자치위원회와 맞물려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본다면 해당 지역사회의 주민들이 자치훈련의 장으로써 자치센터의 의의를 더욱 살려나가야 하는 것은 물론, “마을만들기와 마을의제”운동의 주체로 주민자치위원회를 적극 상정해가는 것이 필요하다. “마을의제”운동이 지속가능한 지역공동체의 발전을 위한 관련 주체들의 미래비젼의 공유이고 실천협약이라고 한다면, 해당 지역사회의 여러 구성부분을 대표해서 조직된 주민자치위원회가 중심이 되어 행정조직인 읍면동과의 협력 속에서 읍면동단위의 지역의제 또는 관내의 정주형태를 고려한 마을단위의 지역의제를 만들고 실천해 갈 수 있을 것이다. 특히나 지방정부 전체차원의 발전계획이나 “지방의제 21”과의 종합적인 연관성에 대한 고려나 행정과의 협력의 필요성 등을 볼 때 읍면동사무소단위를 매개로 하여 구성된 주민자치위원회의 현실적 유효성은 더욱 커진다고 할 수 있다.

5. 지역사회발전(Community Development)을 위한 역량 강화

마을만들기, 마을의제, 주민자치센터 등 지역공동체운동이 활성화되면서 그 운동주체들간의 교류와 협력의 필요성이 증대되었고 한편으로는 관련된 정부정책이 시행되면서 체계적인 대응과 건강한 파트너십 형성의 문제의식이 심화되었다. 2004년 하반기에 대화문화아카데미 주최로 전국의 마을만들기, 주민자치운동 관련 단체활동가, 현장주민지도자 등이 함께 모이는 워크숍이 개최되었다. 이 자리에서는 “풀뿌리 주민자치에 기반한 마을만들기의 과제와 방향”이 심도깊게 논의되었고, 정부 균형발전정책의 올바른 방향정립과 관련하여 지역시민사회역량의 강화를 제안하는 “지역혁신전략과 시민참여”라는 주제가 논의되었다. 이러한 논의의 성과를 기반으로 그해 말 ‘마을만들기 네트워크’가 결성되었으며, ‘마을만들기 네트워크’는 일상적 정보교류와 워크숍 개최, 마을만들기 대학 운영 등을 해오고 있다. 또 2006년 하반기에는 6년간의 주민자치센터박람회의 성과를 기반으로 주민자치센터전국협의회가 출범하였다.
정부의 살기 좋은 지역만들기 정책구상이 구체화되면서 민간 차원에서도 이에 대한 체계적인 대응을 위한 노력이 기울여졌는데 지방의제21전국협의회의 제안과 노력을 바탕으로 2006년 초부터 ‘마을만들기 네트워크’에 참여한 단체와 활동가들을 중심으로 수차례에 걸친 논의가 진행되고 관련 토론회에 참여하여 민간시민운동의 입장을 개진하였다. 지방선거 이후 6월 27일 개최된 ‘살기 좋은 지역 만들기 시민단체 2차 토론회’를 계기로 정부의 ‘살기 좋은 지역 만들기’ 사업에 대응한 민간추진기구를 구성하기로 의견을 모았고, 하반기에도 정책간담회와 평가지표연구, 전북, 광주, 경남, 강원 등 각 지역별 워크숍, 네트워크 준비모임 등이 이루어지고 있다.
정부에 의한 ‘살기 좋은 지역 만들기’ 정책의 전면적 추진은 지역공동체운동을 전개해온 풀뿌리시민운동의 입장에서는 일대 기회이자 위기이기도 하다. 좀 과장해서 말하자면 소규모, 수공업적으로 전개되어온 지역공동체운동이 행정의 힘을 등에 업고 대규모, 보편화 국면으로 나아가느냐 아니면 과거의 관성에 사로잡힌 행정의 힘에 눌려 최소한의 운동 동력도 보전하지 못하고 고사하느냐 하는 갈림길인 것이다.
지역사회개발(Community Development)이나 지역공동체활성화(Community Building)에 대해 연구한 많은 연구자들이 지역발전을 위해서는 거버넌스체계 구축을 통한 사회적 자본 형성이 선행되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지역시민사회의 역량강화가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좋은 거버넌스가 성립하기 위한 조건으로 첫째 시민의 자발적 협력관계에 토대한 민주주의의 확립, 둘째 성숙한 지방분권의 확립, 셋째 시민의식을 가진 시민들의 근린조직의 역할을 들 수 있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그 어느 것 하나도 제대로 갖추어진 것이 없는 상태에서 지역개발의 전환기를 맞이하게 되었다. 이런 상태에서의 조급한 사업추진은 의도하지 않은 역풍을 불러올 것이며 조건의 성숙정도에 맞게 참여주체들의 준비정도에 맞게 완급을 조정하며 추진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각 참여주체들의 역할을 올바로 이해하고 그에 충실하며 참여주체들 사이의 바람직한 거버넌스 구축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살기 좋은 지역 만들기’는 주민이 주도하는 것이어야 하지만 중앙과 지방, 중앙과 지방의 NGO와 전문가, 지방정부와 지역내 NGO 및 전문가, 주민 조직과 지도자간의 상호 협력적 거버넌스 체제가 어떻게 구축되느냐 하는 것도 중요하다. 중앙정부는 정책조정, 재정 및 운영 지원, 특히 사회적 자본 형성 구축을 위해 노력하는 역할이 중요하다. 지방자치단체는 정책목표의 이해와 전파, 지역현황에 대한 조사 분석, 자원의 발굴과 동원, 추진계획의 수립, 사업실천 지원, 지역사회의 사회적 자본 형성에 힘써야 한다. NGO 및 전문가 집단은 전문 영역에서의 자문 및 조력, 선도 기관으로서의 역할, 외부와의 네트워킹 등에 기능해야 하며 주민지도자는 사업추진의 주도자, 사업추진과정에서의 조정자, 비전 제시자로 역할하고 주민들은 사업 참여의 주체이고 주민조직화가 필수적이며 사회적 자본 형성의 주체로 되어야 한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살기좋은 지역만들기’ 정책이 주민참여를 통한 지역공동체 활성화와 새로운 지역사회발전의 성공적 모델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결과가 아닌 ‘과정중시’의 지원정책과 지역의 주체역량강화에 역점을 두어야만 한다.
주민 참여는 계획 수립 과정에서부터가 중요하다. 행정은 계획 수립을 위한 접근 자세부터 바꾸어야 한다. 기존의 계획이 계획의 결과(Plan)를 중시하는 계획이었다면, 이제는 계획과정(Planning process)을 중시하는 풍토를 조성해야 한다. 계획과정을 충실히 밟는 것은 동시에 학습의 과정이 되는 것이고 이는 주체역량의 배가과정이기도 하다. 계획과정은 크게 세 단계로 나뉘어 질 수 있는데 현황과 여건 분석, 목표와 전략 수립, 구체적 사업계획의 수립이 그것이다.
여건분석단계에서 주민의견을 바르게 수렴하기 위해서는 첫째, 사업의 목적과 내용을 주민에게 숙지시킬 것. 둘째, 일회성의 형식적인 조사가 아니라 다양한 형태의 주민의견을 수렴할 것. 셋째, 주민과는 대화와 타협을 전제로 한 토론 위주의 진행으로, 주민이 스스로 학습하는 분위기를 조성할 것. 넷째, 계획수립의 전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이를 실천하겠다는 신뢰감을 형성할 것. 다섯째, 기존의 선심성의 계획수립 방식은 절대 지양할 것. 등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
목표와 전략 수립의 단계에서는 사업 선정이 주민의 최대 관심사인 만큼 지역주민들이 직접 사업선정 원칙과 기준을 작성토록 하고 그 과정에서 주민 스스로 학습하고 고민하게 만들어야 한다. 계획수립의 지속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선정과정과 결과에 대한 공개는 필수이며, 선정된 사업과 관련된 주민은 사업계획 수립에 참여토록 하여야 하고, 관련이 없는 주민에게는 사업추진을 모니터링하고 평가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여 주민참여가 지속적으로 유지되도록 하여야 한다.
구체적 사업계획 수립단계에서는 첫째, 지역이기주의의 극복, 둘째, 주민화합과 개발에의 합의 형성, 셋째, 주체적인 추진 조직체의 활성화 및 역량강화, 넷째, 지역내 재생산체제 구축에 따른 파급효과 극대화, 다섯째, 주민․행정․전문가․자문그룹간의 파트너십을 형성, 여섯째, 지속적인 유지관리의 과제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
주체역량 강화를 위한 구체적인 과제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을 꼽을 수 있다.
첫 번째로 생활권 단위에서의 주민들의 자치권한을 확대하고 보장할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을 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 내부에서의 민주주의, 곧 동네분권의 문제이다. 최근의 주민자치센터 모범사례 등에서 그 가능성과 위력을 확인할 수 있듯이 최소한 주민자치위원회의 실질적 권한의 보장, 더 나아가 읍면동단위의 독자적 의사결정과 집행권의 확대, 마을단위의 주민회나 주민협의회의 구성 등이 필요하고, 당면해서는 살기좋은 지역만들기 사업계획의 작성과 추진과정에서의 주민주도방식의 경험이 축적되도록 해야 한다.
다음으로 주민지도자의 발굴과 육성은 말할 것도 없고, 주민들의 학습과정을 돕고 조직화를 지원하며 행정과 연계할 수 있는 전문조력자(Community worker)를 양성하고 현장에 배치해야 한다. 물론 시민운동도 운동주체의 인식전환과 현장화, 주민화를 보다 구체화해야 한다. 이제는 현장주민지도력에 의해 주민자치운동이 발전해가는 단계에 들어섰다. 지역시민단체들은 보다 풀뿌리현장으로 들어가야 하고 주민들과 밀착해야 한다. 자신들의 가치기준에만 매몰되지 말고 주민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주민주체의 자치운동이 진행되도록 도와야 한다. 복지와 분배뿐만 아니라 생산과 성장에도 주의를 기울이는 균형 잡힌 시각이 요청된다. 또 행정과의 건강한 파트너십 형성에도 적극성을 가져야 한다.
역량이 있고 여건이 가능한 지역에서는 보다 체계적인 ‘마을만들기 지원센터(시민활동촉진센터)’를 설치할 필요가 있다. 지자체 관련부서 책임자와 민간전문가가 참여하는 민관합동기구로 구성하고 사업 참여 주민들을 위한 회의 공간, 워크숍 및 교육 공간, 정보공개 및 자료열람실, 행정지원실 등을 설치한다. 시정개발연구원, 민간연구소, 대학, NGO 연계하여 전문가 싱크탱크를 구성하고 지역주민협의체, 주민자치위원회 등과의 연계 체계를 구축하며 파견전문가(Community worker)들을 지원한다. 가능하다면 별도의 지역사회개발기금(Community Fund)을 조성한다.
중앙정부 유관 부처 간의 협력체계 구축에 있어서도 지역역량의 강화, 시민사회역량의 강화와 관련된 정책을 추진하는 부서들 간의 유기적 협조체제와 관련 사업 간의 조정과 체계화가 필요하다. 행자부의 주민자치센터 관련 업무, 비영리민간단체 관련 업무, 자원봉사관련 업무, 교육부의 평생학습도시 관련 업무, 청와대의 시민사회비서실 업무 등이 그것이다.
중앙정부의 지원정책은 지역사회에 큰 파급효과를 가져온다. 때문에 정책은 구체적인 하나까지 신중해야 하고 취지와 목적 실현에 적합한 방식을 취해야 한다. 그간 읍면동기능전환정책, 지방분권, 균형발전정책 등이 풀뿌리의 주민자치운동에 직간접적 영향을 주어왔고 그에 따른 어려움도 많았다. 지금 시점에서 정부정책이 순방향으로만 작용할 것을 바라는 것은 섣부른 것이긴 하지만 기왕의 정책요소들 중에 보다 지역과 주민들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존중하고 자치역량을 신장시킬 수 있는 부분들을 강화해 나간다면 주민자치역량의 강화와 지역사회 발전을 위한 좋은 환경을 조성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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