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5월 4일 화요일

주민자치센터전국협의회 출범과 몇가지과제(2006.11)

주민자치센터전국협의회의 출범과 몇 가지 과제


박홍순(주민자치센터전국협의회 공동대표)

주민자치센터전국협의회가 1년간의 준비과정을 거쳐 지난 9월 28일 전북 익산의 2006주민자치센터전국박람회 현장에서 역사적인 출범의 닻을 올렸다. 1999년 처음 주민자치센터가 시범 설치되기 시작한지 7년 만에 새로운 도약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게 된 것이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주민자치센터는 읍면동기능의 재편이라는 행정개혁의 일환으로 시작되었고 관주도로 운영되어왔다. 따라서 ‘주민자치’라는 자신의 이름에 걸 맞는 주체역량의 준비와 제도적 뒷받침을 갖추어나가야 할 과제를 태생적으로 안고 출발한 것이었다. 하지만 여건의 어려움에 불구하고 헌신적인 주민자치위원들과 시민자원봉사자들의 노력에 힘입어 수많은 모범들이 만들어지고 확산되어왔다. 해를 거듭할수록 우열을 가리기 어려워지고 있는 주민자치센터박람회의 우수사례들에서 우리는 그것을 확인할 수 있다. 

작년 진주박람회에 모인 모든 참가자들은 “주민의 힘으로 자치시대를 열자”는 결의를 모았고, 주민자치위원 대토론회에서는 전국적인 네트워크를 결성해 나가자는 제안이 채택되었다. 그것은 그동안 축적해온 경험과 역량을 바탕으로 변화하는 내외환경을 주체적 힘으로 개척해나가자는 힘찬 선언이었다. 지난 1년여의 준비기간 동안 대전, 부산, 광주, 서울, 익산, 울산 등 전국의 주요도시를 순회하며 지역별 설명회와 준비위원회 회의가 개최되었다. 그 과정에서 지역을 넘어 전국적인 교류와 연대의 필요성이 공유되고 많은 건설적인 제안들이 이루어졌으며, 그 힘에 토대해 전국협의회가 창립된 것이다. 

주민자치센터전국협의회의 출범은 그간의 관주도의 단계를 뛰어넘어 민간이 자율적으로 활동하고 운영하는 새로운 단계를 열어가겠다는 주체들의 의지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주민자치센터가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중요한 기초를 마련한 것이긴 하지만 ‘출범’이라는 말 자체가 의미하고 있듯이 진정한 주민자치를 성취하기 위한 험난한 항해를 시작한 것에 다름 아니다. 전국협의회가 ‘주민자치의 실현’이라는 자신의 푯대를 향해 순조롭게 항해하기 위해 갖춰나가야 할 몇 가지 핵심적 과제들을 짚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주민자치센터 상호간의 교류와 협력을 강화하고 지역별 협의회의 결성을 추진하는 등 조직의 내실을 다져야 한다. 

2006년 1월을 기준으로 할 때 주민자치센터는 전국적으로 도시지역 1,681개 동(99.3%), 농어촌지역 811개 읍면동(42.8%)에 설치되어 운영되고 있다. 또 주민자치위원회는 도시지역 99.7%, 농어촌지역 45.2%가 구성되어 활동하고 있다. 2500여 전국 주민자치센터의 설치 수에 비하면 지금 전국협의회에 가입한 센터 수는 극히 미미하다고 밖에 할 수 없다. 

물론 내용 없이 부실한 운영을 하는 센터들의 형식적 가입에 목을 맬 필요는 없으나, 실제 활동력이 있고 경험이 축적되어 온 많은 센터들에게 전국협의회의 취지를 잘 설명하고 함께 할 수 있도록 정성을 기울여야 한다. 또 지역별 특성에 맞는 긴밀한 협력을 위해 지역별협의회도 활성화시켜야 한다. 기존에 행정구역단위로 구성되어있는 70여개의 주민자치위원장협의회가 전국협의회와 유기적 관계를 잘 맺도록 노력해야 한다. 

주민자치의 실현을 위해 노력하는 모든 센터들이 함께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전국협의회는 완성된 조직이 아니라 만들어가는 과정에 있는 조직이라는 정신이 필요하다. 전국협의회 결성총회에서 30여명의 공동대표와 운영위원을 선임하면서 완결된 대표성보다는 지역별로 조직화 과정을 맡아 수고해줄 일꾼들임을 결의해 준 회원들의 뜻도 바로 거기에 있다. 

다음으로 주민자치센터는 자랑스런 우리 마을, 살기 좋은 지역사회를 만드는 일에 앞장서야 한다. 

주민자치센터의 사명은 주민자치역량을 강화하고 지역공동체활성화의 구심체역할을 하는 것이다. 도시화율이 90.2%(2005년 통계)에 이르고 평균 5년에 한번씩 이사를 가는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주민들이 자기가 살고 있는 마을에 애정을 갖고 동네일에 참여하는 문화를 만드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개인주의로 파편화된 현대인의 소외된 삶을 치유하고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는 행복한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일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소명이 되고 있다. 

때마침 정부의 정책도 과거의 물량위주의 대규모 지역개발정책에서 삶의 질을 중시하고 마을, 도시 단위의 주민주도형 지역발전을 지원하는 것으로 선회하고 있다. 쾌적하고 아름답고 특색있는 지역공동체를 창조하자는 ‘살기좋은 지역만들기’ 정책은 지역사회의 특성과 자원을 활용하여 지역사회와 주민의 자율기획과 자기책임 하에 지역공동체의 발전을 도모하고 이를 정부가 지원하겠다는 정책이다. 

그동안 앞서가는 주민자치센터에서는 어린이도서관, 체험학습장 설치와 운영, 맞춤형 자원봉사 네트워크 구축, 지역품앗이 등 교육과 복지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사업, 공한지 꽃밭조성, 통학로 개선, 화단조성과 공원가꾸기, 걷고싶은 아름다운 거리 만들기 등 생활환경과 경관을 개선하는 사업, 재래시장 살리기, 자전거전용도로 개설이나 체류형 농촌관광마을 조성 등 지역경제활성화 사업, 지역발전 100대 실천과제 선정, 좋은동네 마을의제 만들기 운동 등 모범적인 지역공동체활성화사업들을 펼쳐왔고 날로 확산되는 추세에 있다. 

정부의 ‘살기좋은 지역만들기’ 정책시행을 계기로 그간의 활동경험을 더욱 발전시켜 각 지역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해나가는 데 주민자치센터가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특히 전국협의회가 출범한 올해는 지방자치 민선3기가 시작되는 해이기도 하다. 이제 우리나라의 지방자치도 제도자치의 정착뿐 아니라 주민자치의 내용으로 풍부해져야 할 때가 되었다. 동네일은 주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주민자치권의 확보를 위해 노력해야 하며, 주민자치를 활성화할 수 있는 환경과 여건의 조성을 위해 전국협의회를 중심으로 연대와 공동실천에 더욱 힘을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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