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5월 4일 화요일

서울시민으로 살아가기(2006.5/회지)

서울시민으로 살아가기


내가 서울에서 살아온 것이 올해로 25년째이다. 가만히 따져보니 나고 자란 고향, 청주보다 이제 서울에서 살아온 세월이 더 길다. 그럼 ‘나는 서울사람이다’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까?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에서 산 지도 어느덧 14년이나 되었고 가까운 친구들이나 내가 하는 일과 관련된 사람들도 다 서울에서 만난 사람들이건만 좀처럼 ‘서울사람’으로서의 내 정체성을 확인한다는 것이 싶지만은 않다. 그것은 비단 나 개인만의 느낌은 아닌 것 같다. 서울이란 곳이 전국 8도에서 뜨내기처럼 모인 사람들이 정신없이 바쁘게 살아가는 곳이다.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에 대한 애정과 관심도 가질 겨를도 없이 또 특별히 그럴 필요도 없이 그렇게 살아왔다. 

지금 서울에서 사는 사람들이 ‘서울사람’으로서의 정체성을 갖지 못하게 된 것은 아마도 그동안의 우리 역사가 ‘중앙으로서의 서울’은 있었을지 몰라도 독자적인 ‘지역으로서의 서울’은 없었던 때문이 아닐까 싶다. 최근 531지방선거를 맞아 매니페스토운동을 하면서 새삼 깨닫게 된 점은 서울에 수많은 시민단체가 있지만 정작 서울시를 상대로 서울지역 고유의 문제를 고민하고 활동하는 단체가 의외로 거의 없다는 점이었다. 시민단체만 그런 것이 아니라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교육 등 우리나라의 거의 전 분야가 다 그러하다. 

서울시장 후보들의 TV토론에서 어떤 시민논객이 던진 질문에 답하면서 한 후보가 했던 말이 떠오른다. “중앙의 유력한 정치인출신으로서 소속정당의 입장에서 자유로울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자신은 “서울시장이 되면 소속당의 눈치도 보지 않고 서울시민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행동하겠다”는 취지의 대답이었다. “과연 그렇게 될까?”하는 회의가 들면서도 “한 번쯤 그런 시장 나와 봤으면 좋겠다”라는 은근한 기대를 버리지 못하는 건 어리숙한 나만의 바램이었을까... 이번 선거부터 적용된 개정선거법이 개악이라고 지방자치전문가들이 이구동성으로 지적했던 건 지방자치후보들에 대한 중앙정당공천제의 확대라는 점 때문이었다. 그건 결국 입으로는 지방화시대와 분권을 말하면서도 내심으로는 지방을 믿지 못하고 어떻게든 ‘지도’해 보려고 하는 우리나라 정치엘리트집단들의 단견에 대한 지적에 다름 아니다. 

선진국일수록 지방화가 사회발전의 주요한 의제로 부각되었던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다. 근대산업화시대의 중앙집권적인 제도와 문화, 관성을 갖고는 더 이상 지식기반사회와 세계화시대의 역동적인 환경변화에 적응할 수 없고 새로운 활력과 경쟁력도 갖출 수 없다는 깨달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각각의 도시마다 지역마다 자신의 개성과 문화를 살리고 그 지역사회구성원들이 자율성과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럴 때만이 그 지역에 기반한 특성있는 산업도 육성하고 자립적인 지역경영능력도 신장할 수 있다. 

열린사회가 여타 시민단체와 다른 특징점을 든다면 서울의 각 자치구에 터잡고 살아가는 생활인들이 회원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고 또 활동의 내용도 회원들이 속한 지역의 발전과 주민들의 삶을 보다 행복하게 하기 위한 시민활동을 조직하는 데 있지 않나 싶다. 해뜨는 집 무료집수리자원봉사활동이 그러하고 방과후학교사업이며, 어린이도서관사업, 마을만들기, 주민자치센터 관련사업 등 거의 모든 사업이 그런 성격을 갖고 있다. 이러한 특성은 분명 지방화시대의 시민운동을 앞서 개척해나갈 수 있는 장점에 틀림없다. 하지만 조금 더 시야를 넓게 보고 생각을 깊게 해보면 서울지역 전체와의 유기적 연관성을 고려하면서 서울이라는 도시의 경쟁력과 개성을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도 서울지역에서 시민운동하는 사람의 빼놓을 수 없는 책임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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