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사무소명칭의 단순개칭이 아니라
주민자치를 위한 실질적 대책이 필요하다.
행정자치부가 9월 1일부터 전국의 2166개 동사무소의 명칭을 “주민센터”로 개칭하겠다고 나서자 전국의 많은 주민자치위원들이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주민자치위원들이 동사무소 이름을 바꾸는 데 발끈하게 된 진짜 이유는 동사무소 이름 자체의 변경보다는 동사무소와 함께 설치되어 지난 8년간 운영되어 온 “주민자치센터”의 명칭을 자치사랑방 등 다른 명칭을 사용하도록 행정자치부가 유도하고 있는 데 있다. ‘주민자치센터’는 주민자치를 강화하고 지역공동체를 활성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각 읍면동에 설치한 것으로, 해당지역의 주민단체 등이 추천하거나 선출한 주민자치위원들이 중심이 되어 운영되어왔다. 비록 동사무소 공간을 사용하고 있고 동장이 운영의 행정적 책임을 지고 있어, 일반인들로서는 딱히 동사무소의 행정기능과 구분하지 않고 동사무소의 연장선상에서 바라봐 왔을 뿐이다. 하지만 ‘주민자치센터’는 그 설립목적이나 구성원리로 볼 때 행정동사무소와는 분명히 다른 별개의 실체이고 또 그러한 주민참여와 자치기능이 점차 확대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이제 와서 동사무소의 명칭을 그와 유사한 ‘주민센터’로 개칭하려고 하니 ‘주민자치센터’의 명칭을 일방적으로 바꾸라고 한 것이다. 주민자치위원들의 입장에서는 ‘굴러온 돌이 박힌 돌 보고 나가라’고 하는 꼴이 된 것이다.
행정자치부는 동사무소 명칭을 바꾸게 된 배경을 주민들이 부르기 쉽고, 통합서비스 제공기관 임을 쉽게 인식하게 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는 중앙정부가 주민생활과 밀접한 통합서비스를 효율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행정체제 개편을 전국적으로 확대, 시행하고 있는 것과 관련되어 있다. 점증하는 주민들의 문화, 복지 수요에 부응하고 행정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서비스전달체계를 개편하는 것은 전향적인 일이기는 하지만 이와 함께 간과하지 말아야 할 중요한 것이 있다. 그것은 지역공동체를 위해 봉사하는 주민자치조직을 활성화하여 민간의 지역복지해결능력을 키워나가야 한다는 점이다. 소득이 높아지고 삶의 질을 추구하면 할수록 사람들의 문화, 복지적 요구는 점점 더 다양해지고 수준이 높아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런 요구들을 행정기관에서 다 감당할 수도 없으며, 그럴 필요도 없다. 기초적이고 필수적인 공공서비스는 정부가 담당해야겠지만 그 외에 선택적인 성격이 강한 서비스일수록 민간기능에 맡기는 것이 타당하다. 많은 선진국에서도 각종 커뮤니티 센터들이 활성화되어 민간과 지자체가 협력하여 지역사회의 여러 공공서비스를 해결해 나가고 있다.
그런데 정부의 동 행정체계 개편과 관련해 아쉬운 점은 주민자치 강화와 관련된 구체적 대책을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이다. 지난 8년간 시행해온 주민자치센터 관련 시책을 어떻게 발전시켜나갈 것인지에 대한 일관된 방침도 없고, 중앙정부가 향후주민자치역량 강화를 위해 어떤 정책을 펼 것인지에 대한 정책 비젼도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8년간 잘 사용해온 ‘주민자치센터’라는 명칭을 일방적으로 포기하라는 지침만 있으니, 지방자치단체나 주민자치위원들로서는 정말 답답할 노릇이라 아니할 수 없다.
8년 전 주민자치센터를 설치하면서 정부는 읍면동단위의 주민자치센터 발전방향과 관련하여 관주도단계->민관협력단계->민주도단계로의 순차적인 발전방향을 밝힌 바 있다. 그동안에 읍면동에서는 동사무소와 주민자치센터가 병존하고 협력하는 민관협력단계에 있었다고 할 수 있다. 대다수의 지역에서는 아직도 동사무소와 주민자치센터가 병존하는 기간이 상당기간 지속돼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판단된다. 하지만 행자부의 방침대로 동사무소를 ‘주민센터’로 개칭한다면, 기존의 동사무소와 ‘주민자치센터’의 이중성을 해소하고 ‘주민센터’로의 일원화방향을 취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는데, 만약 그렇다면 그 방향은 주민주도성의 강화가 되어야지 관주도성의 강화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그 같은 경우에는 ‘주민자치위원회’의 권한강화를 통한 주민주도성의 강화가 올바른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주민자치위원회의 구성에 있어 주민대표성과 선출권 강화, 읍면동 운영에 있어서의 심의, 의결권 부여를 통한 준자치기관으로의 성격변화를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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