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5월 4일 화요일

한국시민사회의 위기(2007.11)

한국 시민사회의 위기


1. 위기의 현상

한겨레신문이 6월항쟁 20주년을 맞아 전국의 시민단체 30곳 상근 활동가 114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48.6%가 현재 상황을 시민운동의 위기로 보고 있었다. 위기가 아니라고 답한 이는 24.3%에 그쳤다.

1) 구체적 징표1 : 활동가가 빠져 나간다.

한겨레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60.5%는 ‘시민운동을 그만둘 고민을 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전직을 하겠다’는 응답자도 34.2%나 됐다. 대부분 단체활동가의 한 달 급여가 100만원에 못미치는 게 현실이다. “시민운동 지도자와 신참 활동가 사이에 중간 세대가 엷어 조직 운영의 지속성이 위협받는 상황이어서, 앞으로가 더욱 문제”라고 시민운동가들은 말한다. 시민운동 초기에 풍부했던 ‘전문가 그룹’도 상당 부분 맥이 빠진 상태다. 시민단체에 참여하는 교수나 변호사 수가 급격히 준 것은 아니지만 ‘열정’은 많이 식었다. 사회적 의제뿐만 아니라 인력도 제도권으로 많이 흡수된 것이다.


2) 구체적 징표2 : NGO에 대한 일반국민들의 신뢰도가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동아일보와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의 2007. 11. 국민의식조사, “IMF 10년, 한국 사회 어떻게 변했나”를 보면 NGO에 대한 일반국민들의 신뢰도가 급격히 저하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동 조사에 따르면 조직과 제도에 대한 불신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부문(34%→30%)과 비정부 부문(50.5%→44.8%)으로 나눠 볼 때 1996년과 비교해 양쪽 모두 신뢰도가 하락했다. 다만 비정부 부문이 정부 부문에 비해 여전히 상대적인 신뢰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신뢰도가 낮은 기관은 정당(2.9%), 국회(3.2%), 행정부(8%), 사법부(10.1%) 순으로 꼽혀 권력 기관에 대한 불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10년 전에는 비교적 높은 신뢰를 얻었던 곳들도 큰 폭의 신뢰 하락을 보였다. 하락 폭이 큰 곳은 시민단체(48.8%→21.6%), 경찰(47.5%→24%), 노조(31.9%→10.6%), 언론(28.8%→13.3%), 종교단체(31.7%→16.5%) 순으로 나타났다. 유일하게 신뢰도가 오른 곳은 군대(26.8%→33.9%)였다.



3) 기존 연구들

이른바 ‘경실련식 시민운동’의 한계에 대해 일찍이 당사자인 경실련은 1994년 창립 5주년 기념심포지엄에서 경실련 운동이 시민과 밀착된 운동보다는 정책정당의 성격이 강하다는 점을 지적하며 ‘시민없는 시민운동’이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했다. 90년대 후반이 되면서 ‘시민없는 시민운동’, ‘백화점식 운동’, ‘과도한 중앙집중화’, ‘정치적 중립 문제’ 등이 시민운동에 대한 고정적 평가로 자리잡는다. 2000년 총선연대 활동 이후 시민운동의 최고의 사회적 영향력을 갖게되면서 각 보수언론들은 이를 이용해 시민운동에 대한 공격을 본격화하게 된다.

시민단체 함께하는 행동의 정책위원장인 하승창의 연구에 따르면 2000년대 시민운동의 위기의 원인을 90년대 시민단체의 중앙집중형 운동방식에서 찾았다. 이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탈근대적 가치에 기초한 운동의 재구성 △네트워크적 운동방식으로의 전환 △시민단체의 전문화와 분화 등을 제시하고 있다. 성공회대 교수이며 참여연대 창립멤머인 조희연의 연구에서는 ‘전환기적 위기국면’이란 말로 시민운동의 위기를 정의하고 있다. 6월 민주항쟁과 6·29 선언으로 형성된 ‘87년 체제’가 개혁적 자유주의 정부 집권으로 인해 ‘포스트 87년 체제’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진통과 위기가 현재의 위기의 원인이라고 규정했다. 민주개혁을 시대정신으로 했던 ‘87년 체제’ 속에서 반독재민주세력의 헤게모니가 위기에 처했다는 분석이다.

같은 맥락에서 참여연대의 정책실장을 역임한 이태호는 ‘전환기적 위기론’이란 분석에서 양극화, 분단구조 재편, 기존 담론과 동력, 주체의 퇴조 등 사회는 급변하고 있는데 정작 사회운동의 주체는 그것에 맞춰 변화하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성공회대의 김정훈교수는 ‘시민운동의 현황과 과제: 우울한 미래, 불안한 희망’이란 논문에서 2004년 총선 이후 정치적으로 민주/반민주 구도가 해체되며 보수단일구조로 결빙됐고, 심화되고 있는 양극화로 시민들은 개별화, 시민운동은 고립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시민운동도 구조적으로 재생산의 위기와 이념의 위기 속에서 민주노동당의 원내진입이후 여론에 대한 영향력마저 급속히 약화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2. 위기의 본질

1)위기에 대한 진단

시민운동의 위기에 대한 진단을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질문들이 해결되어야 한다. 즉 무엇이 위기인가? 위기의 원인을 어디서 찾을 것인가? 위기는 내부에서 오는가? 외부에서 오는가?가 그것이다. 위기는 대체로 다음과 같은 세 차원에서 나타난다. 먼저 정당성의 위기이다. NGO의 정치적 개입과 관여에 대한 도덕적 명분과 국민적 합의가 존재하는가? 하는 것이다. 이것은 이른바 시민단체의 과잉대표성의 문제로도 제기되고 있다. 다음으로 신뢰의 위기이다. 신뢰성은 정당성과도 밀접한 연관을 갖고 있지만 NGO에 대한 일반국민들의 태도를 수치화하여 직접적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위기의 실체를 체감하는 데 보다 직접적이다. 또 NGO대한 신뢰도의 등락이 지난 10여년의 정부 신뢰도와의 상관성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는데 이것은 현재 한국NGO의 위기원인을 추적하는데 유의미한 시사점이 될 수 있다. 다음으로 지속가능성의 위기이다. 지속가능성 여부는 인력충원의 문제, 재정안정성의 문제 등으로 현상화되고, 사회적 매력이 얼마나 있나? 정보화, 세계화, 고령화 등 사회변화에 대한 대응력 등이 주요한 포인트가 될 수 있다.

2) 한국 시민사회의 권익주창 특성

한국 시민사회의 가장 두드러진 특성은 무엇인가? 한양대 제3섹터연구소가 CIVICUS와 협력하여 진행한 국제공동연구에서 주성수 교수는 한국시민사회의 특성을 가치와 영향이라는 두 측면에서 분석해보았을 때 각각 서비스, 사회자본, 권익주창에 대한 지표점수를 비교하였다.

1)가치: 시민사회(단체)는 정치, 사회경제적 가치의 증진에 얼마나 기여하는가?
서비스
사회자본
권익주창
빈곤퇴치 증진 2.3
사회적 관용 증진 1.9
사회 비폭력 평화증진 2.0
민주주의 증진 2.6
사회 투명성 증진 2.6
양성평등 증진 2.7
지속가능 환경 증진 2.6
2)영향: 시민사회(단체)는 정책, 시장, 시민에 얼마나 영향력을 갖고 있는가?
서비스
사회자본
권익주창
이해관계 호응 2.0
사회적 약자의 욕구충족1.5
소외층 서비스 1.5
사회자본 축적 1.0
시민교육,정보제공 1.5
시민집단행동강화 1.8
소외층 역량강화 1.6
정치적 개혁 2.5
환경보호 2.7
부정부패 방지 2.6
양성평등정책 2.7
사회복지정책 2.0
인권보호정책 2.5
국가책무성 감시 2.4


지표 점수는 0:영향력 없음, 1: 적은 영향력, 2:일부 영향력, 3:강한 영향력 이다.

이 연구에 따르면 가치와 영향 두 측면 보다 사회자본이나 서비스 분야에 비해 권익주창 영역이 월등히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한국 시민운동의 대표적 특성이 권익주창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3) 한국시민운동의 역사적 맥락

한국 시민운동의 권익주창적 특성은 그 형성역사와 맥락을 보면 바로 이해할 수 있다. 지난 20년간 발전과정을 더듬어 보면, 한국 시민운동은 결코 실패한 역사가 아니다. 한국의 시민운동은 짧은 기간 동안 양과 질, 수직과 수평, 안과 밖 어느 방향으로 보더라도 많은 것을 성취하였고, 또 장래 운동의 토대를 일정하게 구축한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상태로 계속 된다면 시민참여, 운동가의 재생산, 전문성, 영향력 등에서 한계상황에 부딪히고 있다는 위기의식이 상존하고 있다.
한국 민주주의 확립과정에서의 시민운동의 역할은 지대하다. 시민운동의 뿌리는 7,80년대의 민주화운동에 있다. 87년 체제가 성립하면서 시민운동의 토양이 본격적으로 형성되고 전개되기 시작했으며, 2000년 총선시민연대는 그 정점이었다.

 
민중운동 ----
시민운동
민주화
영향력
1960 1970 1980 1990 2000

한국사회의 정치는 시민사회의 토대 위에서 진전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근대국가 수립 이후 5공화국까지 권위주의 국가에서 지내오면서 국가가 먼저 이루어지고 다음으로 경제 및 사회가 국가에 의하여 만들어지는 역순의 과정을 밟아왔다. 시민사회를 양육하지 못한 채, 국가가 오히려 사회와 부르주아를 양육해 온 과정을 밟고 있는 것이다. 한국을 포함한 제3세계의 부르주아는 서구의 부르주아와 달리 탄생과정의 모태가 시민사회가 아니라 국가라는 점에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한편으로 국가에 의하여 양성된 부르주아는 권위주의 체제에 포섭되기는 하나, 반발하기도 하였다. 또 한국사회에서 아래로부터의 시민사회 형성은 서구와 같이 역사적 단계를 전체사회가 밟아오면서 다원화하는 방식이 아니라 군부와 관료, 재벌을 중심으로 한 체제의 비대화에 대하여 민주화세력의 도전 즉 정치적 공간에서 상징능력이 가장 두드러진 세력들이 서구의 공공권역과 상응하거나 그 과정을 축약한 정치적 공간을 확보하는 노력과정에서 생겨났다.

이른바 87년체제의 성립으로 한국사회는 저강도민주주의(low intensity democracy)를 넘어 고강도민주주의(high intensity democracy)의 단계로 이행하기 시작했고, 개발도상국형 사회갈등구조와 선진국형의 탈근대성을 띤 생활세계의 과제가 중첩되어 표출되는 복잡성을 띄게 되었다. 최근에 들어와서는 성장과 분배의 문제, 북한과 미국 문제 등을 둘러싼 계층별, 세대별, 이념별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그동안 한국의 시민운동은 정치권에 대한 견제와 비판 기능, 나아가 대안적 정치기능을 수행해왔다. 그것은 한국 정치권이 전근대적인 정치사회구조 개혁의지의 부족, 정치부패행위의 만연과 국민의 불신 등으로 한국사회발전의 장애물이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2000년대 초반을 전후로 하여 시민사회의 강력한 정치개혁운동, 정치권의 자구적 노력이 진행되면서 정치의 투명성과 전문성 제고, 대의체계의 개선 등 거시적으로 볼 때 정치사회 정상화의 흐름이 형성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한국 NGO의 구조적 특성은 권익주창 활동의 상대적 강함에 있다. NGO의 성장이 민주화로의 이행 및 공고화 과정과 동시에 이루어졌기 때문에 한국의 NGO들은 권익주창 특히 정치적 활동에 깊숙이 연관되었다. 시민사회의 열망과 요구를 제도 정당을 대신하여 반영하여 온 대의의 대행(proxy representation) 혹은 준정당적 기능을 수행해 오면서 한국의 시민운동은 다른 나라와 다른 몇 가지 특징을 갖게 된다. 그 중 하나는 연대를 통한 정치운동의 강한 전통이며, 다른 하나는 경실련이나 참여연대와 같은 종합형 시민운동의 커다란 영향력이다.
민주노동당을 비롯, 진보·개혁세력의 대규모 의회진출로 인해 권력감시, 정책개입 운동을 펼쳤던 소위 종합시민운동과 단체들의 '역할 위기론'이 표면화되었다. 그동안 준정당·대안정당 기능을 수행하며 벌인 입법운동, 공공의제 설정기능을 이들 진보·개혁의회 정치세력에게 넘겨주게 되었다.

이제 정치적 영역에서의 시민사회의 역할이 확연하게 변화하고 있다. 준정당적 기능을 제도권 영역으로 이양하는 과정에 있으며, 시민사회 안에서도 정치적 스펙트럼의 다양성을 갖춰나가고 있는 과정에 있다. 한국에서의 시민사회와 정치사회의 관계를 서구의 고전적 모델과 비교 분석해보면 서구는 선 시민사회 형성 후 정치민주화(제도화), 사회운동의 제도화와 신사회운동의 등장의 경로를 거친 반면, 한국은 시민사회의 미성숙과 외부로부터의 근대화, 민주화운동의 맥락과 신사회운동의 영향이라는 특수성을 갖고 있음을 이해할 수 있다.


4) 위기의 새로운 요소들

그런데 한국시민사회의 근본위기가 그 권익주창적 특성에서 연유하여 시대 변화에 따른 역할변화요구와의 불일치에 있다는 점과 관계없이, 2000년대 이후에는 새로운 환경의 변화와 도전과제들에 직면하여 중첩되고 복잡한 양상을 띄게 된다. 그것은 민주화세력의 집권10년, 신자유주의의 물결의 전면화 등의 객관적 조건과 맞물려 있다. 또 지식정보화, 세계화, 고령화 등과 같은 보편적인 시대변화의 영향을 받고 있기도 하다.

이러한 환경변화에 따라 새로운 의제 발굴(탈근대적 의제, 신사회운동적 성격 강화)의 필요성이 강해지고, 시민운동의 관심과 눈길을 지구촌으로, 풀뿌리로 (국제연대, 지역, 복지, 생활세계) 향하게 되었으며, 다양성과 전문성 확보(다품종 소량생산?, 사회적 경쟁력 확보, 비영리단체 경영, 마켓팅 등 조직의 지속가능성과 전문적 운영능력의 확보)의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다른 한편으로 전사회적으로 시민사회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역설적으로 시민운동은 이중의 압력에 처하게 된다. 그 하나는 국가로부터의 압력(그림자국가론)이고 다른 하나는 시장으로부터 압력(기업의사회공헌활동, 사회적 경제)이다. 시민사회와 정부간의 협력, 시민사회와 기업과의 협력은 역할의 분담, 경쟁과 협력, 공동의 미션과 새로운 가치 창조를 내용으로 하는 거버넌스 담론이 확산되면서 상당한 진전을 보게 된 것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위의 이중의 압력현상과 맞물려 거버넌스의 위기라는 역설적인 문제의식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거버넌스의 기반은 파트너십이고 파트너십의 전제는 대등한 관계이다. 하지만 시민사회의 역량이 절대적으로 취약하다면 기업이나 정부와의 대등한 관계 형성은 쉽게 무너지게 된다. 따라서 시민사회 역량의 강화가 가장 본질적인 문제이다. 이와 관련하여 시민운동의 급격한 확장과 영향력 확보에 비해 시민사회의 형성과 성숙은 아직 요원하다는 이른바 시민사회와 시민(운동)단체의 불균형(?)에 대해서도 심각하게 검토해보아야 한다. 시민사회의 역량강화를 위한 인프라의 확충 - 재정, 인력충원훈련, 법제도환경, 시민의 참여 등 -이 중요한 과제이다.

따라서 시민사회의 위기는 외부로부터가 아니라 내부로부터 올 수 있다. 곧 정치적 역할, 사회적 영향력의 상실에서 오는 정당성, 신뢰성의 위기보다 한국 시민사회의 취약성으로부터 오는 위협이 보다 본질적인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


3. 위기 극복의 방향

1) 문제의식의 점검

위기의 본질은 무엇인가? 그것은 일부 저널리즘에서 호들갑스럽게 떠들듯이 마치 시민사회와 NGO가 소멸해 갈지도 모른다는 의미에서의 위기가 아니라, 자신의 성과를 바탕으로 사회적 역할에 일정한 변화가 온 것이고 그에 대응하여 올바른 전환과 심화가 필요한 국면이라는 것이다. 한국 NGO의 사회적 각광은 한국사회발전의 과도기적 현상이다. 이제 과거의 영광에 연연해 하지 말고 미래를 바라보아야 한다. 이제 한국 NGO들은 새로운 도전과제들에 직면하고 있다. 시민사회의 역할은 선진사회일수록, 고급단계의 민주주의사회일수록 보다 중요해 진다. 한국사회의 성장발전추세에 맞추어 한국의 NGO들은 보다 성숙한 모습으로 자신들의 과제를 점검해보아야 한다.

올바른 전환과 심화를 위해서는 위기를 초래했던 세 가지 차원의 문제, 즉 정당성, 신뢰성, 지속성의 세 차원에서 다음의 3가지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 먼저 정치개혁을 위한 개입이 아닌 사회발전을 위한 새로운 역할을 찾음으로써 지속적인 정당성을 획득할 수 있는가? 둘째 정치적 중립성의 시비로부터 벗어나 공익적 가치의 사회적 인정을 통한 신뢰성을 발전시킬 수 있는가? 셋째 지속적인 재생산이 가능한 사회적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는가?하는 것이 그 질문이다.


2) 한국 시민사회의 현주소

한양대 제3섹터연구소가 CIVICUS와 함께 진행한 국제공동연구에서 이선미 박사는 구조, 환경, 가치, 영향의 네 차원에서 한국시민사회의 지수를 국제 비교하였다. 이 연구에서 환경과 구조는 상대적으로 낮은 평가를 받은 반면, 시민사회가 추구하고 있는 민주적 가치와 그 영향력은 긍정적이다.

환경의 경우 법률과 제도는 시민단체들이 활동하는데 매우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특히 세법은 시민단체들이 재정적 어려움을 타개하는데 커다란 걸림돌이 되고 있다. 주요 선진국들의 경우에 공익적 시민단체 모금활동에 많은 세제상 혜택을 주고 있는데 반해 한국은 오히려 제약을 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의 비우호적인 태도 또한 시민단체의 활성화에 제약요인이 되고 있다. 시민사회 내부 구조 역시 낮은 평가를 받았다. 자선기부행위, 자원봉사활동, 지역사회활동 등에 참여하는 시민이 소수에 불과하다는 점은 시민사회가 발전하는데 커다란 애로 사항이다. 그에 못지 않게 시민사회 발전을 가로막는 요인은 공익적 활동에 필요한 재정적 자원이 매우 취약하다는 사실이다.

구조
환경
가치
영향
한국
1.5
1.6
2.3
1.9
볼리비아
1.8
1.4
1.7
1.8
베트남
1.6
1.4
1.7
1.2
대만
1.4
2.2
2.2
2.2
체코
1.7
2.1
2.3
1.8
독일
1.6
2.3
2.2
2.5


추구하는 가치는 매우 높은 평가를 받는다. 한국의 시민단체들은  정치적·경제적 투명성, 관용, 양성 평등과 같은 민주적 가치들을 적극적으로 추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치·경제·사회에 미치는 영향력 또한 매우 높은 수준으로 평가한다. 한국의 시민단체는 양성평등을 크게 진척시켰으며, 정치적·경제적 투명성을 진작시키는데 기여하였다. 그러나 다른나라에 비교할 때 관용과 비폭력 가치 확산에는 현저하게 낮은 점수를 기록하고 있다.  자료 : 이선미, ‘국제비교를 통해 본 한국 시민사회’, 주성수 편, “한국시민사회지표:CIVICUS 국제공동연구 한국보고서”, 아르케, 2006.

또 시민의신문 600호(2005.6.)에서 이재환의 기사에 따르면 한국의 자원봉사참가율(정부·정당·비영리단체 평균)은 성인 기준 16%에 불과하다. 이는 일본의 25%, 영국, 37%, 미국 55% 등에 크게 못 미치는 수치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최근 각종 선거에 참여한 국민들의 참여도는 대통령 선거 70.8%(2002), 국회의원 선거 57.2%(2000), 지방의회 선거 48.8%(2002)였다. 이에 비해 시민사회단체 참여는 1999년 현재  사교단체 54.1%, 종교단체 19.0%, 봉사단체 7.5%, 이익단체 1.6%로 평균 23.1%에 머물고 있다.

비영리민간단체지원법을 근거로 중앙행정기관과 광역시·도에 등록한 단체는 4천6백23개이며, 종교기관을 제외한 한국인의 평균 기부참여율은 성인 기준 48%이고, 기부금액은 연간 5만여원정도다. 2002년 통계(볼런티어21)에 따르면 기부금의 37%가 언론기관에, 나머지는 대부분 비영리단체에 기부한 것이다.

각종 비영리단체에 대한 공적지원금은 1999년 1조5천억원에 달했다. 이는 중앙과 지방, 일반회계와 특별회계를 합친 정부예산 1백57조7천억원의 약 1%다. 그 중 NGO에 대한 지원은 2002년 약 1천5백억원 정도다. 이 중 행자부가 공개경쟁을 통해 NGO에 지원한 재정규모는 1백50억원이었다. 그러나 2004년부터는 1백억원으로 축소됐다


3) 한국 시민운동의 과제

이제 한국 시민운동은 점차 정치적 영역에서 사회문화 영역으로 자신의 역할을 옮겨가야 한다. 그것은 정상화된 민주주의사회, 발전된 선진사회에서의 NGO의 역할인 시민사회 활성화와 여타 섹터(정부와 기업섹터)와의 새로운 협력관계(거버넌스) 형성으로 중심축을 이동시킨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과정에서 정부와 시장에 대한 견제, 비판기능과 보완 ,협력 기능사이의 균형, 사회적 갈등중재와 합의된 기본가치의 선도 기능, 시민여론의 형성과 참여, 시민들의 생활세계영역에서의 삶의 질 향상, 세계시민사회와 국제협력 등의 과제 등도 고민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시민사회의 성숙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시민사회 활성화를 위한 과제로는 자원봉사와 기부문화 확산, 민주시민교육과 노블리스 오블리주 문화의 형성, 지역시민사회의 활성화와 풀뿌리NGO인프라 확충, 시민사회단체의 책임성, 투명성, 전문성, 지속성 확보 등을 들 수 있다.

오늘 날 시민사회는 국가나 시장이 갖지 못한 새로운 인적, 물적, 정신적 자원을 갖춰나가고 있다. 바로 자발적 부문이라는 특성에서 나오는 힘이다. 시민사회가 갖고 있는 자발성에 근거한 공익성의 추구, 이것이 문제를 해결해나갈 열쇠이다. 사람들의 지식문화수준, 기술발전과 생산력의 증대, 민주주의의 발전 등 사회의 전반적인 자율화 과정이 높아지고 있다. 시민사회의 두 가지 축은 권익과 책무의 측면에서 형성되는데, 사회발전에 따라 권익주창(Advocacy)에서 자원봉사(Volunteering)로 점차 기능의 중심이 이동하고 있다. 한국사회도 기본적으로 그러한 추세에 있다.

이에 따라 지역사회(Community)의 공동체 운동이 강화될 필요가 있다. 현대사회가 처한 많은 문제의 해결의 실마리는 개인의 자유를 억압받지 않고도 공공선의 실현이 가능할 수 있는 시민문화의 형성, 곧 공동체성의 체득으로부터 나온다. 그것은 구체적 삶의 현장, 시민들의 생활세계영역인 지역공동체에서부터 비롯된다. 개개 시민들이 커뮤니티활동의 경험 속에서 참여를 통한 학습이 이루어지며 그것은 곧 볼런티어링(Volunteering)이기도 하다. 자발적 부문의 지역사회에서의 실천, 그것은 공동체만들기(Community Building)에 다름 아니다. 지역사회를 살기 좋은 공동체로 만들자는 것은 물리적, 경제적 삶의 조건을 개선하는 하드웨어적 측면뿐 아니라 공동체적 인관관계의 실현이라는 소프트웨어적 측면도 포괄한다. 또 그것은 지역사회의 운영에 있어 행정과 주민이 동등한 자격으로 파트너가 되어 함께 기획하고 함께 실천해가는 새로운 거버넌스(Governance)모형을 탐색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댓글 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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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이글은 2007~8년경 한양대 행정대학원 NGO과정에서 과제물로 정리한 글이다. 당시의 시민사회 현황과 문제의식을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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