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성숙과 공동체활성화에 기여하는 풀뿌리시민운동
- 미국과 일본의 풀뿌리시민운동 경험이 한국에 주는 함의를 중심으로-
2007402050 박홍순
목 차
1. 序 : 문제의식
2. 풀뿌리민주주의와 자발적 부문 - 이론적 측면에서의 검토
1) 직접민주주의적 참여와 풀뿌리민주주의
2) 풀뿌리민주주의의 성공 조건
3) 지역공동체(community) 재인식의 이유
4) 지역공동체활성화의 내용
3. 미국 민주주의의 기초와 지역공동체운동의 특성
1) 미국 민주주의의 전통
2) 근린참여제도의 두 가지 유형과 시사점
3) 지역공동체운동의 사적 맥락
4) Community 활동유형과 3가지 모델
5) 지역공동체운동의 주체와 내용
4. 일본형 시민사회의 맥락과 볼런티어조직의 역할
1) 일본 지역사회의 전통과 인보조직
2) 관치형 시스템으로의 전환과 전후의 변화
3) 일본 주민조직의 특성
4) 시민운동의 연속성과 단절성
5) ‘분권형 사회’와 NPO의 대두
6) 생활세계 속의 시민운동
5. 結 : 한국사회 성숙을 위한 풀뿌리시민운동의 역할
1) 지역시민사회의 자발성 강화
2) 지역공동체의 활성화를 위하여
1. 序 : 문제의식
한국 시민운동의 최근의 관심은 풀뿌리운동이다. 90년대 이후 여러 지역에서 많은 시민 단체들이 주민들의 권익옹호를 위한 다양한 활동들을 전개해왔고, 특히 환경, 여성, 교육, 안전, 복지 등과 같은 일반 시민들의 생활상의 주제들이 다루어지면서 풀뿌리란 용어가 중요시되고 있다. ‘풀뿌리(grassroots)’라는 개념은 민초(民草)의 순우리말이다. 즉, 일반적 대중을 의미하는데, 정치적 의미로는 “특별히 권력을 지니지 않은 일반 대중”을 의미하기도 하고 “근본적인 원리”를 의미하기도 한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서 특별히 풀뿌리운동이라 사용할 때에는 ‘지역성(locality)’의 의미가 내포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즉, 한국의 시민운동에서 풀뿌리운동을 지칭할 때는 주로 지역사회에서 일반 생활인들이 참여하는 시민운동을 의미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한국 주류시민운동의 전통적인 주제는 정치개혁이나 경제개혁과 같은 국민국가 차원의 아젠다였다. 2000년 총선연대의 활동을 계기로 한국사회에서 시민운동의 정치적 영향력은 최고조에 이르렀고, 그 후 여론의 역풍을 맞아 하강곡선을 그리게 되면서 그간 주목의 대상이 되지 못했던 풀뿌리운동에 대한 관심이 부각되었다. 총선연대를 이끌었던 대표적 시민운동지도자인 박원순 변호사가 새로 창립한 씽크탱크적 성격의 시민운동단체 ‘희망제작소’가 현재 주력하고 있는 사업이 ‘풀뿌리분야’인 것만 봐도 시민운동의 향후 관심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짐작해볼 수 있다.
그런데 시민사회의 성장은 민주주의 성숙과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다. 87년 이후 한국사회가 보여주고 있듯이, 민주주의제도의 정착은 시민사회의 활성화를 불러왔고, 또 역으로 시민운동의 성장은 민주주의의 내용을 심화시켜왔다. 때문에 풀뿌리시민운동이 부각되는 배경에는 한국 민주주의 발전의 한 단계 심화된 요구와 관련이 있음을 쉽게 추측해볼 수 있다. 대의제 민주주의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처방으로 거론되고 있는 풀뿌리민주주의가 그것이다. 직접민주주의적 주민참여제도를 근간으로 하는 풀뿌리민주주의의 도입은 지역사회의 발전을 촉진하고 나아가 한국민주주의의 내용을 질적으로 심화시킬 수 있을 것인가? 풀뿌리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한 핵심적인 조건은 무엇인가? 이것이 이 글의 첫 번째 문제의식이다.
다음으로 풀뿌리시민운동은 무엇을 이루기 위해, 어떤 내용과 방법을 위주로 전개해야하는가 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시민사회는 정치사회의 밑바탕으로 이해되어왔다. 시민사회의 이러저러한 이해관계가 표출되어 경쟁하거나 통합되는 것이 정치과정이고, 그러기에 시민운동은 결과적으로 민주주의와 관련되어서만 논의되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좀 다른 측면에서 정치영역과는 상대적으로 독립된 사회문화영역에서 시민운동의 역할을 거론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특히 국민국가 차원이 아닌 지역사회에서의 풀뿌리시민운동의 역할은 그 내용과 방법에 있어 지금까지의 한국사회 주류시민운동과는 다른 점을 분명히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두 가지 문제의식을 이 글에서는 두 측면에서 검토해 보려고 한다. 먼저 이론적 측면에서 풀뿌리민주주의 이론연구의 성과들을 살펴보고, 그 조건과 한국적 적용 가능성을 살펴볼 것이다. 또 지역공동체에 대한 재인식과 자발적 부문의 역할에 대한 이론들도 검토, 정리해 볼 것이다. 다음으로 경험적 측면에서 미국과 일본의 풀뿌리운동에 대한 사례를 살펴보려고 한다. 미국과 일본은 한국 근대사회의 형성과 전개과정에서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고 지금도 시민운동을 포함하여 여러 영역에서 가장 많은 영향을 주고받는 나라들이다. 특정한 정치제도나 사회운동의 적용은 해당 사회의 형성 맥락이나 특질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미국과 일본의 지역사회 형성 배경과 풀뿌리시민운동의 특성들에 관한 기존 연구들을 분석해보고, 한국의 현실과 비교해봄으로써 풀뿌리시민운동의 바람직한 전개를 위한 유의미한 시사점을 얻고자 한다.
2. 풀뿌리민주주의와 자발적 부문(the Voluntary Sector)
- 이론적 측면에서의 검토
1) 직접민주주의적 참여와 풀뿌리민주주의
87년 6월민주항쟁을 깃점으로 한국정치는 결코 돌이킬 수 없는 민주주의의 확고한 길로 들어섰다. 대통령직선제를 골간으로 한 민주적 헌법, 지방자치제도의 실시, 여야간의 수평적 정권교체 등이 그 것이다. 그런데 지난 20여년 동안 민주주의 발전을 위한 다양한 노력들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민주주의에 대한 효능감은 미약하고 정치에 대한 냉소는 점차 더 커가는 것은 왜일까? 지방자치제도가 부활한 지 15년이 지나가고, 정부는 분권, 자치, 혁신을 주요 정책으로 추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방민주화의 수준은 여전히 미약하고 주민자치가 아닌 행정자치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계속되고 있다.
권위적인 중앙집권적 통치제제의 유산을 걷어내고 자율과 분권을 촉진하며, 시민들의 정치적 냉소와 불신, 투표율 감소라는 정통성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 필수불가결한 처방으로 논의되어 온 것이 주민발안이나 주민투표와 같은 직접민주주의 제도이다. 현대민주주의에서 직접민주주의는 대의민주주의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한 방안으로 고려된 측면이 강하다. 특히 지방자치가 발달하면서 시민참여의 기회를 확대해야 된다는 요구는 점증한다. 시민들이 정치과정에 참여하는 방법은 크게 직접 참여하는 유형과 간접적으로 참여하는 유형으로 나눌 수 있는데, 간접참여의 대표적인 것이 지방의회를 통한 참여, 곧 대의민주제이다. 반면 직접적 참여는 정책결정과정에의 참여, 시민감시에 의한 참여, 시민의사 반영 시스템을 통한 참여로 나눌 수 있다.
정책결정과정에의 참여의 가장 대표적인 방법이 공청회와 심의회이다. 공청회는 일반시민들의 의견은 물론이고 전문가들의 전문지식을 정책에 반영할 수 있는 공개된 통로이며, 심의회는 전문가나 관련 단체 대표들을 위원으로 한 참여제도이다. 시민감시에 의한 참여방법으로 가장 대표적인 제도는 직접청구제도와 주민소송제도, 그리고 옴부즈맨 제도이다. 직접청구제도는 단체장 및 행정관리의 소환권, 지방의회 해산권, 감사청구권, 조례개폐청구권 등이 있다. 주민소송제도는 주민이 개인적인 자격으로 행정에 대해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제도로 개인적인 이해나 명예를 위해 이용되는 경우가 있어 비판받고 있지만 주민의 참정수단, 공공이익을 옹호하기 위한 수단, 그리고 행정감시를 위한 수단으로 평가받고 있다. 옴부즈맨은 공권력의 행사가 적법하게 이루어지고 있는가를 감시하는 전문가로 법 자체가 적절한가, 정책 자체가 적법한 것인가를 감시한다. 옴부즈맨제도는 또한 시민들의 행정에 대한 의견, 특히 고충을 수렴하는 기능을 한다. 시민의사 반영 시스템은 행정에 대한 시민의 의견을 청취하는 것으로 여론조사, 모니터, 대화집회, 상담, 행정패트롤 등이 있다. 시민의사반영시스템은 행정 정책에 대한 시민의 고충을 처리하고 정책의 효과를 측정하는 수단으로 되었으며, 이를 통하여 정책에 대한 시민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문제를 상담하는 창구가 된다.
주성수는 “풀뿌리민주주의의 이론적 기초”(1995)란 논문에서 대의제 민주주의의 결손을 보충하기 위한 대안으로서 풀뿌리민주주의를 거론하면서 직접민주주의에서 그 기반을 찾고 있다. ‘풀뿌리’민주주의는 ‘지방(local)’ 민주주의, ‘공동체(community)’ 민주주의, 또는 ‘마을(neighborhood)' 민주주의 등으로 표현되기도 하는데, 이 개념들의 공통점은 소규모 공동체에서 실질적인 민주주의의 실현 가능성이 높다는 가설이며, 이는 토크빌(Tocqueville) 등이 민주주의의 비젼으로 삼았던 뉴잉글랜드 타운과 스위스의 코뮨과 같은 자치 공동체에서 확인되었다. 현대에 와서도 시민의 직접 참여에 의해 가능한 직접민주주의 제도가 풀뿌리민주주의의 전통을 계승하고 있다. 또 풀뿌리민주주의는 무엇보다도 먼저 공동체 구성원들 사이의 직접적인 대화와 모임으로 가능한 '대면(face-to-face)' 민주주의라고 볼 수 있는데, 대면 민주주의는 사적 이해에 얽매이는 개인의 행동을 거부하며, 사람들의 행동이 사익보다는 공동체의 이해에 적합한 해결책을 찾아 자연스럽게 이끌리도록 하는 명분을 제시해준다.
주성수는 앞의 글에서 풀뿌리민주주의의 이론들은 지방민주주의의 특성에 관심이 집중되어있다고 하면서, 시민들의 참여에 의한 입법과 정책결정 제도를 가진 직접민주주의는 지방차원에서 가장 잘 실현되는 것이 세계적으로 공통된 역사적 전통이라고 논하였다. 20세기 초 미국의 지방정부 개혁의 예를 들어 이익집단들에 의한 대의제 민주주의의 부패를 치유하기 위한 처방으로 풀뿌리 차원의 직접민주제 도입배경을 들고 있으며, 주민발안, 주민투표를 중심으로 한 직접민주주의는 선거에 구속되고 논쟁적 이슈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는 대의제 기구의 한계를 극복하는데 있어 중요한 기여를 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결국 직접민주제는 “공동체가 당면한 문제들에 대처하도록 의도된 제도라는 역사적 유산”을 계승해서 풀뿌리민주주의의 핵심이 된다고 볼 수 있다. 직접민주제 실시에 따른 참여의 과잉이 가져다 줄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으나, 이런 문제도 시민주도적 참여를 통한 직접민주주의의 확대로 시민의 관심과 참여역량을 높임으로써 해결가능하다는 것이다. 해외의 다양한 주민자치적 공동체들의 사례에서도 보듯이 작은 풀뿌리 자치가 강한 민주주의를 만드는 토대라는 것이다.
2) 풀뿌리민주주의의 성공 조건
그런데 직접 민주주의적 제도의 도입만으로 풀뿌리민주주의는 성공할 수 있을까? 풀뿌리민주주의를 가능케 하는 조건은 무엇인가? 이론적으로는 직접민주제에 따른 참여의 과잉에 대해 걱정하지만 한국적 현실에서는 오히려 참여의 과소, 즉 형해화된 제도만 있고 정작 직접참여제도를 자신의 것으로 누려야 할 시민사회가 준비되어 있지 않음을 걱정해야 한다. 민주주의(民主主義)는 민(民)이 주인(主人)이 되는 것을 말한다. 쉬운 비유를 하나 들어본다면 번듯한 집을 새로 하나 지었으나 주인다운 주인이 없을 때는, 객이 주인행세를 하거나 빈집으로 방치되어 결국 못쓰게 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풀뿌리민주주의의 주인은 지역사회의 주민이다. 풀뿌리민주주의는 참여제도의 도입이라는 ‘결과’만을 보지 말고 지역주민들의 자치역량을 강화하는 일련의 ‘과정’으로 접근해야 한다.
이와 관련하여 염정민은 민주주의의 민주화 즉 민주주의와 삶을 근본부터 재구성하는 차원에서 풀뿌리민주주의의 가능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는 민주주의의 이상과 현실의 괴리에서 이제는 ‘민주주의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서 벗어나 ‘어떤 민주주의인가?’라는 물음을 던질 필요가 있으며, 이점에서 민주주의의 확장과 심화의 차원에서 풀뿌리 민주주의에 대한 적극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는 아래로부터의 권력 형성과 시민의 직접참여라는 ‘참여민주주의’와 지역단위 풀뿌리 차원의 공론의 장을 통한 의사결정과 영향력 확보라는 ‘토의민주주의’를 풀뿌리 민주주의의 이론적 자원으로 설정하고 있다. 또한 풀뿌리 민주주의의 가능성 조건으로 ‘정치 행위’ 측면에서 참여, 토의, 소통의 확대와, ‘정치적 장’으로서 분권과 공론의 장 확장, 그리고 ‘정치 주체’로서 능동적 자기결정권과 자치를 실현할 수 있는 새로운 시민의 등장이 필요함을 강조하고 있다.
풀뿌리민주주의를 주민들의 자치역량의 강화라는 과정으로 접근하게 되면, 주민들의 일상적인 생활과 소통의 장으로서 지역공동체(community)를 어떻게 재인식하고 어떤 내용과 방법으로 활성화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가 제기되게 된다.
3) 지역공동체 재인식의 이유
지역공동체(community)는 거주지역을 중심으로 동일한 생활문화권을 형성하는 지역사회를 지칭한다. 행정적으로 구분되기도 하지만 사람들의 의식적, 문화적 관계 속에서 형성된 개념에 가깝다. 보통 지방자치단체의 구역보다는 작은 단위지역을 지칭하며, 여러 개의 동네(neighborhood ; 근린지역)가 모여 형성되는 지역단위를 지칭하기도 하고 neighborhood와 동일한 의미로 사용되기도 한다. 지역공동체(community)에 대한 사회학의 이념형적 정의를 다음과 같이 정리해 볼 수 있다.
① 지리적 공간의 맥락에서 형성되는 원초집단(primary group)으로서 지난날의 전통적인 농경사회의 촌락 형 지역사회가 대표적인 보기이다.
② 대체로 인구규모가 작은 단위집합체로서 구성원들은 대개 서로 잘 아는 친족, 이웃, 친구와 같은 자연발생적이고 원초적인 관계로 맺어진다.
③ 주로 친밀하고 표출적인 상호작용에 의하여 공통의 가치와 규범과 목표와 이해관심을 공유한다.
④ 정서적으로 소속감, 일체감, 집단동일시, 집단충성심, 집단존중감, 집단유대감이 강하다.⑤ 따라서 집단적 영향력 행사와 사회적 통합이 용이하며 상부상조의 관행이 보편적인지라 개인의 욕구충족이 쉽사리 이루어지는 집단이다.
그런데 왜 최근에 와서 전 지구적인 차원에서 지역공동체에 대한 재인식과 재생이 하나의 추세가 되고 있는 것일까? 그것은 인류가 당면한 문명론적 딜레마 즉, 개인과 사회의 변증법적 긴장관계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개인과 사회는 서로가 서로를 필요로 하면서도 상호간에 긴장이 본원적으로 존재한다는 이 딜레마는 동서문명의 대표적 이념인 개인주의와 집합주의, 자유주의와 공동체주의 간의 딜레마로 연결된다.
자유주의(liberalism)는 개인권(individual rights)을 최고의 이념적 가치로 추구한다. 개인이 공동체보다 우선이며, 개인주의를 기반으로 개인의 자유, 자율을 옹호한다. 공동체주의(communitarianism)는 공동체라는 맥락 속에서 자리한 자아와 자유가 진정한 것이라 주장한다. 공동체를 전제하지 않은 개인이 있을 수 없고 인간형성과 자아실현도 결국은 공동체 안에서 가능하다고 본다. 이들의 최상의 이념적 가치는 개인의 선택에 앞서는 공익, 공생, 공동선(common good)이다. 자유주의가 강조하는 경쟁에 의한 개인의 발전과 계발이 공동체적 유대를 손상시키고 사회적 약자를 양산하는 결과를 자아낸다. 공동체주의는 공공선(public good)을 앞세워 개인의 자유를 속박하고 자아실현의 장애가 될 수 있는 요소를 지녔다.
개인의 자유, 자율과 공공선의 실현 사이의 모순은 근대화 과정 속에 전통적인 공동체가 붕괴되면서 극단적으로 표출되었다. 근대화 과정에서 일어난 공업화와 도시화로 말미암아 인정적(personal)이고 표출적(expressive)이며 목적적(consummatory)인 상호작용과 사회적 관계의 조직 원리가 지배하는 게마인샤프트(Gemeinschaft)성격의 공동체는 약화, 쇠퇴, 붕괴를 경험하게 되고, 그 대신 대규모 인구가 모여 사는 도시적인 대중사회에서는 이해 타산적(calculative)이고 사무적(business-like)이며 지극히 수단적(instrumental)인 상호작용과 사회관계가 지배적인 이익사회(Gesellschaft)의 성격이 우세해지는 방향의 변화가 일어난 것이다.
공동체 상실이라는 근대화의 비관적 현실은 역설적으로 현대의 사람들로 하여금 공동체적 삶에 대한 동경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중앙중심의 근대 산업화는 많은 문제를 초래하였다. 지역경제의 추락과 주택의 노후화, 전통적 상가의 몰락, 문화시설의 부족 등이 그것이다. 또 현대사회의 보편적인 위기는 만성적 대량청년실업, 가족붕괴와 범죄, 쓰레기 등 생활환경의 악화, 교육환경의 열악, 사회적 신뢰상실 등 여러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문제의 해결은 바로 공동체성의 회복과 내가 살아가고 있는 삶의 현장, 지역공동체의 재생과 혁신으로부터만 가능하다. 그리고 그러한 과정을 실현해나갈 주체형성 또한 '여기에' 살고 있는 공동체 구성원들 스스로의 참여와 새로운 관계맺음에 의해서이다. 시민사회의 활성화를 위한 구체적 현장은 시민들의 생활세계영역인 지역공동체에서부터 시작된다.
4)지역공동체활성화의 내용
지역공동체 재생을 위한 주민참여는 어디에서 시작되는가? 참여의 시작은 자신의 삶터에서부터이다. 생활주변의 여러문제들은 함께 사는 이웃들과 연관성을 갖고 발생한다. 그리고 그들과의 이해와 갈등 조정부터 시작하여 새로운 조건과 질서를 만들어 내는 과정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생활하는 데 고통과 불편을 주는 생활환경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고 개선하며, 공용시설이나 장소 등을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필요한 공간으로 변화시키는 '삶터 가꾸기'는 새로운 주민 참여의 좋은 출발점이다. 공유공간에서 벌어지는 공동의 문제를 함께 해결하고 개선하며 새롭게 만들어 가는 과정을 통해 단절된 이웃과의 관계를 회복하고 의사소통의 경로와 시스템을 형성해가는 것, 그것은 공동체를 이뤄가는 과정이다. 또 이러한 과정은 새로운 사람을 만드는 과정이기도 하다. 자기문제에만 집착하던 개인들이 공동의 문제에 관심을 갖고 이웃과 더불어 공동의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학습하고 체험함으로써 진정한 공동체의 구성원으로, 민주시민으로 새롭게 태어나는 과정이기도 한 것이다.
김경동은 앞의 글에서 인간은 공동체의 틀 속에서 삶을 영위할 때 한층 더 인간적이고 풍요한 사회생활이 가능하며 진정한 자아실현을 맛볼 수 있다고 하면서, 이제는 지역사회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공동체의 조성에 힘써야 할 때라고 주장하고 있다. 오늘 날 시민사회의 자발적 부문은 풍부한 인적 자원과 국가나 시장이 갖지 못한 물적, 정신적 자원으로 무장된 사회의 보고라고 하면서, 사회의 자율화 과정이 높아지면서 시민사회의 기능이 애드보커시(Advocacy)에서 볼런티어링(Volunteering)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밝히고, 그 자발적 부문이 지역사회의 맥락에서 이룩해야 하는 과업이 곧 다름 아닌 공동체 만들기라고 하고 있다.
실제로 세계적으로 볼 때도 선진사회로 갈 수록 지역공동체에 대한 관심과 그 활성화를 위한 구체적인 노력과 정책이 여러 가지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일본의 마을만들기(まちづくり)운동이나 미국의 지역공동체건설(community building)운동, 유럽연합의 ‘UrbanⅡ프로젝트’ 같은 것을 들 수 있다. 이들 지역공동체운동들은 크게 두 가지 방향에서 목표를 지니고 있는데, 하나는 지역사회를 살기좋은 공동체로 만들자는 것이고 또 하나는 새로운 거버넌스(governance)모형을 탐색하는 일이다.
먼저 지역사회를 ‘살기 좋고’ ‘살고 싶은’ 공동체로 만드는 일은 외형적, 물리적, 생태적, 경제적 삶의 조건을 개선하는 하드웨어의 측면과 공동체적 인간관계의 복원이라는 소프트웨어의 측면을 모두 포괄한다.
거버넌스의 차원은 주민참여의 자치모형을 추구하는 일이지만 여기에는 자원봉사라는 기제가 절대적인 요소로 개입할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개발, 실험해온 거버넌스의 유형에는 세 가지 사례를 들 수 있다.
① 행정서비스의 전달체계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 지역주민을 고객으로 보고 주민이 원하는 주민자치센터의 프로그램 등을 제공하는 관리주의 모형(Managerial Model)
② 주민자치센터를 주민의 문화 및 여가활용을 위한 시설로서만이 아니라 주민 스스로 공공재를 만들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주체로 참여하도록 유도,관리하는 방식의 파트너십 모형(Partnership Model)
③ 주민이 자신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결정이나 집행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주민자치기구로서 주민자치센터를 활용하는 주민자치 모형(Citizen Governance Model).
3. 미국 민주주의의 기초와 지역공동체운동의 특성
1) 미국 민주주의의 전통
1831년 신대륙을 방문한 프랑스의 한 엘리트청년은 자유롭고 평등한 미국 민주주의의 현장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아 『미국의 민주주의』라는 명저를 쓰게 된다. 그가 대표적인 자유주의 사상가인 알레시스 드 토크빌(Alexis de Tocqueville)이다. 토크빌이 감탄한 미국민주주의의 저력은 지역사회에 존재하는 수많은 자발적 결사체들의 발견이었다. 그가 애찬해마지 않았던 뉴잉글랜드 지역의 타운미팅의 전통은 오늘날까지도 면면히 이어져 미국민주주의의 탄탄한 풀뿌리가 되고 있다.
미국의 시민사회의 특성은 시민적 자유(civil liberties)의 확대와 시민권리운동(civil rights movement)으로 전개되는 인권(human rights)의 확장과정을 통해서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미국 정치문화의 중요한 특징으로서 다원주의를 들고 있다. 그것은 미국 국가성립의 특성과 관계가 있는데, 미국은 영국과의 식민지 독립전쟁을 통해 태어났으며 ‘이민의 국가’로서 인종적, 종교적, 문화적 다양성을 포용할 수 있는 가치 및 신념체계의 다원성을 필요로 하였다. 미국사회의 전통에서 정부와 개인, 또는 국가와 시민사회 간의 관계를 설정하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된다. 개인주의(individualism)와 고전적 공화주의 전통(classical republicanism)이 그것이다.
하지만 건국이래 보다 지배적이고 일반적인 미국정치문화의 전통은 개인주의적이고 자유주의적 전통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전통하에서는 정치질서도 일종의 시장으로서 간주되는데 이 시장에서의 공적 관계들은 자신의 이익에 입각하여 행동하는 개인과 결사체들간의 협상의 산물로 이해된다. 현대 미국의 경쟁적 개인주의는 이기심, 파편화, 부정의를 조장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데 이를 보완하거나 대체할 수 있는 이념적 대안으로 고전적 공화주의의 전통이 현재의 공동체주의로 이어지고 있다. 고전적 공화주의의 핵심적 단어는 ‘덕(virtue)'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 덕은 공동체의 선을 위해 사적이익을 희생시킬 수 있는 개인의 자발성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결국 개인의 자유를 파괴하지 않으면서도 어떻게 하면 동질적이고 결속력 있는 공동체의 성격을 유지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 미국 민주주의의 전통 속에 흐르는 딜레마인 것이다.
2) 근린참여제도의 두 가지 유형과 시사점
풀뿌리민주주의의 제도적 실현은 주민참여제도이다. 미국의 대표적인 주민참여제도로서 1970년대에 시작되어 1990년대 중반이후 다시 관심을 끌고 있는 근린참여(neighborhood participation)제도가 주목할만 하다. 앞에서 언급한 미국 민주주의의 전통 속에 흐르는 딜레마와 연관지어 흥미로운 것은 70년대의 근린참여제도는 공동체주의적 영향을 받았고 90년대의 그것은 자유주의적 영향을 받았다는 점이다. 서로 다른 참여제도를 탄생시킨 요인이 무엇인지, 각 유형의 차이가 민주주의 전통과 연관하여 어떤 차이를 빚어내고 있는지, 효과적인 참여제도가 정착하기 위해서는 어떤 조건이 형성되어야 하는지 등이 이 글의 문제의식과 관련하여 해명되어야 할 문제제기들이다.
한상일의 연구는 이러한 문제를 풀어갈 수 있는 매우 시사적인 연구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그는 주민참여의 유형을 의사소통 방식과 결정권, 참여의 폭과 깊이 등에 따라 적극형, 구체적 협의형, 포괄적 협의형, 정보수여형으로 구분하고, 70년대 근린참여제도가 형성된 세인트폴(St. Paul)과 포틀랜드(Portland), 90년대 형성된 로스앤젤레스(Los Angeles)와 시애틀(Seattle)을 비교분석하였다.
정치문화 | 공동체주의 | 자유주의 | ||
참여모형 | 적극형 | 적극적 협의형 | 소극적 협의형 | 정보제공형 |
도시 | 세인트폴 | 포틀랜드 | 시애틀 | 로스앤젤레스 |
정부형태 | Strong mayor | Pure commission | Strong mayor | Strong mayor |
도입시기 | 1975년 | 1974년 | 1987년 | 2000년 |
기능 | 의사결정참여 및 자문 | 구체적인 분야별로 자문 | 전반적인 시정에 대한 자문 | 조기통지시스템에 반응 |
근린의회당 중위인구 | 15,800 | 4,250 | 44,000 | 40,325 |
근린의회당인구범위 | 7,000 - 28,000 (시중심부는 3,300) | 70 - 13,800 | - | 13,819 - 85,913 |
참여기관 | 자본증진예산 위원회 | 예산자문위원회 | 시단위 근린의회 | 시단위 근린의회 |
경계설정 | 자율적 조정/ 경계중복 불허 | 자율적 조정/ 경계중복 허용 | 자율적 조정/ 경계중복 불허 | 자율적 조정/ 경계중복 불허 |
주요사업 | 조기경보시스템, 지역발전계획, 도시계획과정지원, 커뮤니티 센터 | 근린욕구분석과정, 범죄예방사업, 토지이용 및 종합지역계획, Self-help 보조금 | Matching fund 프로그램, 지역서비스센터, 훈련프로그램, 사적보존프로그램 | 조기경보시스템 |
차이점도 몇 가지 있는데 그것은 한국의 주민참여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첫째 참여의 인센티브에 차이가 있다. 세인트폴과 포틀랜드는 연방정부의 지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던 반면에 시애틀과 로스앤젤레스는 활용기회가 드물었다. 연방정부의 공동체 지원기금 관리는 공동체조직의 사업 및 조직관리 역량의 발전에 매우 큰 역할을 한다. 둘째, 참여제도 도입을 위한 계획안의 구체성에 차이가 있다. 의견대립이 있는 분야를 모호한 채로 남겨둘 경우 제도설계의 시간을 지연하고 의사결정 비용도 증대시킨다. 셋째, 제도 도입의 배경의 차이가 주민참여의 효능감 실현에 큰 차이를 낳는다. 세인트폴과 포틀랜드는 혁신적 사회개혁이라는 이념적 흐름에 맞춰 민주주의 실현의 궁극목적을 위해 참여제도를 도입했고 이는 두 도시의 시민의식, 정치적 효능감이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난 반면, 시애틀과 로스앤젤레스는 각각 님비주의와 도시 분리운동이라는 시정의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수단으로 도입됨으로서 참여의 본질을 실현하지 못하고 효율적인 도시행정의 촉진수단으로 기능했다는 점이다.
3) 지역공동체(community)운동의 사적 맥락
미국은 간접민주제를 채택하고 있지만, 건국을 전후한 초기부터 직접민주제의 한 형태인 '타운미팅'이 광범위하게 시행되었다. 타운미팅과 같은 ‘자기결정의 권리와 책임’의 전통이 현재까지도 살아 숨쉬고 있어, 미국인이 커뮤니티를 형성할 때의 잠재적인 의식이라고 일컬어지고 있다. 그러나 20세기에 들어서서 미국의 지역사회는 큰 변화를 맞게 된다. 도시 지역사회는 인구의 급속한 팽창으로 도시 문제를 악화시켰으며, 부유층은 자신들의 대체주거장소를 찾기 시작하였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보급되기 시작한 자동차는 교외에 살면서 통근할 수 있게 하였고, 따라서 부유층이 사는 교외는 점차 확대되어 나갔다. 한편 도시내부에서는 오후 5시가 넘으면 공동화되고, 교외에 살 수 없는 빈곤층에 의해 도시 빈민화가 이뤄지고 있다. 이렇게 해서 도시와 교외는 분리되고, 지역공동체의 연대의식이 희석화되었다. 주거․취업․구매 등 모든 것이 격리되었으며, 그것을 연결하는 것은 단지 자동차와 고속도로였다.
상황이 변한 것은 1960년대부터였다. 그 원인은 크게 3가지로 나눌 수 있을 것이다. 첫째는, 정부 시책의 실패이다. 1950년대부터 1960년대에 걸쳐서, 도시내부의 빈곤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실시된 제도가 top-down방식의 '백지 상태(Clean Slate)'방식이었다. 도시에 문제가 많아지면, 그 부분을 모두 파괴하고, 불도저로 밀어서 정리하여 새로 만든다는 방식이었다. 대다수의 사업은 실패로 끝나고, 몇 번이나 '백지상태'가 계속되는 가운데, 특히 도시내부의 빈곤지역에서 서서히 파괴되어 가는 시설을 가까이에서 지켜본 빈곤층으로부터 많은 커뮤니티가 자발적으로 생겨났다. 그것은 현재의 커뮤니티의 발아였다. 둘째는, 이와 같은 커뮤니티의 발아를 조직화시킨 것이 1960년대에 활약한 시민운동가였다. 그들은 시민운동으로 얻은 조직화에 관한 지식을 커뮤니티에 도입하여, 커뮤니티 내부에 있는 문제를 해결시키기 위한 조직으로서 커뮤니티협의회를 설립한 것이다.
셋째는, 비정부조직의 지원을 들 수 있다. 그 시작은 19세기 후반부터 시작된 ‘근린주거(Settlement House)’운동이었다. 이것은 상류계급의 교양인 시민(대부분이 여성)에 의해 운영되었으며, 커뮤니티를 위한 자선활동을 실시하였다. 20세기 전반이 되면 지식인들 사이에서는 ‘과학적인 자선활동’으로서, 근린 거주 운동과 같은 비정부조직 활동이나 조직화에 대해서 연구하는 움직임이 일어났다. 1960년대에 들어가면, 커뮤니티형성 운동을 여기저기에서 볼 수 있게 되었는데, 이런 움직임을 자금 면에서 지원했던 것이 포드재단(Ford Foundation) 등의 대규모 기업 fund(기금)이었다. 특히, 당시 경제계는 ‘기업양심’을 내걸고, 활발하게 기부하였다. 그러나 1970년대 전반부터 경제상황이 악화되면서 기업의 사회공헌에 대한 움직임은 줄어들었지만, 기업 fund(기금)은 여전히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었다.
이러한 움직임을 이어서, 1960년대 후반부터 1970년대에 걸쳐서 연방정부의 커뮤니티에 대한 태도가 변하기 시작했다. 연방정부는 커뮤니티의 의견을 듣고, 커뮤니티의 요구를 파악하기 시작했다. 물론, 처음에는 커뮤니티의 단순한 참가, 정부의 정책에 대한 반응을 보는 정도였지만, 테크노크라시(technocracy)라는 사고가 지배할 때에 비하면 크게 진보한 것이었다. 1970년대 후반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커뮤니티 개발공사라는 형태로 민-관의 파트너십으로 협동하는 등, 1980년대부터 정부가 커뮤니티에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모습을 볼 수 있게 되었다.
4) Community 활동유형과 3가지 모델
위와 같이 미국 지역공동체운동의 역사를 살펴보면 대체적으로 ‘빈곤문제를 안고 있는 지역’에서 범죄의 문제, 비효율적인 행정의 문제, 주택문제, 지역경제발전, 실업문제, 보건복지문제, 교육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한 과정에서 시작되고 발전하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결국 도시의 빈곤지역이 다른 지역들 보다 문제해결을 위한 ‘사회자본’의 형성 필요성이 높았기에 커뮤니티의 형성이 촉진되었던 것이다.
다음에 나오는 커뮤니티의 3가지 모델은 이 같은 커뮤니티 발전의 역사를 몇 가지 유형으로 구분해 본 것이다. 하지만 이 3가지 모델이 ‘빈곤문제를 안고 있는 도시형커뮤니티’에만 한정적으로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모든 커뮤니티는 지역사회가 안고 있는 각 종 문제에 있어 본질적으로 많든 적든 공통되는 특징이 있으며, 그 해결을 위해서도 공통된 방법론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1) 커뮤니티 조직화 모델
지역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해당 커뮤니티 주민들을 조직하여 자치권한을 스스로 갖고 자립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며 필요하다면 지방정부 등 권력과 투쟁할 수 있는 능력을 갖도록 하는 모델. 미국의 커뮤니티운동사에서 가장 긴 역사를 갖는 모델로 수십년 전에 비해 현재는 많이 약화되어 있다.
(2) 커뮤니티 개발 모델
도시내부의 쇠퇴에 대응하여 주민개인의 문제부터 지역의 하드웨어적인 문제까지 모든 커뮤니티의 문제해결을 위해 지역을 개발하는 모델. (지방)정부 주도의 사업형태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고 지역의 자치적 능력향상보다는 문제해결 자체를 중시하며 이를 위한 제도화를 동반하기도 한다.
(3) 커뮤니티 형성 모델
가장 최근에 시도되고 있는 모델로 커뮤니티에 내재하는 자원을 발굴, 연계, 동원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모델. 다른 한편으로는 타 지역 커뮤니티협의회와의 협력 등을 통해 지역 외부로부터의 자원조달을 도모하기도 한다. 외부세계와 다양한 방법으로 서로 영향을 미치지만, 책임을 갖는 것은 커뮤니티협의회 자신이라는 사고방식이다. 이 모델은 커뮤니티 안에 ‘사회자본’을 구축하는 것이 최종적인 목표가 되며, 그 달성을 위해서는 주민들 간의 협동이 중요시 되고 있다.
5) 지역공동체운동의 주체와 특성
이들 커뮤니티의 여러 활동들을 주도하는 주민조직으로 보통 커뮤니티 협의회가 조직된다. 지방에 따라서 커뮤니티협의회 구역에 대한 결정방법이 다르지만, 대부분의 경우에는 커뮤니티협의회는 자발적으로 형성된다(단, 지방정부가 구역을 설정하는 경우도 드물지만 존재한다). 구역을 설정할 때, 호수 등의 자연지형이나 주요 고속도로 등의 구조물의 경계선을 반영시키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러한 커뮤니티 조직은 Community Association 혹은 Neighborhood Association 등으로 불리고 있다.
이들 커뮤니티 조직들은 이사회를 조직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사회에는 의장․부의장․밀서․회계가 선정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사업을 실시하는 것은 각종 위원회를 만들어 이에 맡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들 커뮤니티 조직들은 커뮤니티가 대응해야할 과제에 대해서 대응활동을 전개한다. 예를 들면, 커뮤니티 개발, 커뮤니티의 안전, 행정에 대한 작용, 행정이 실시하는 사업의 하청, 자금조달․주민융자나 장학금, 홍보, 역사보존, 사교 등을 들 수 있으며, 다양한 종류의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특히, ‘마을만들기’에서 큰 역할을 담당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주민들 간의 연락․조정에 그치지 않고, 사업의 기획․결정․실시를 담당하는 커뮤니티 협의회가 일반적이다. 시민생활에 관한 법률 제정권은 모두 지방정부 및 지방의회에서 가지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으로, 커뮤니티협의회에서 독자적으로 결정하는 경우는 없지만, 시 관계 각 부처에서 필요한 규칙을 제정하거나 개폐(改廢)할 때 제언하는 것은 협의회의 기본적인 기능이다.
최근에는 정부사업에 대한 입찰참가를 시도한다거나, 정부의 정책결정에 참가한다거나, 또는 커뮤니티의 관계기관이 각각의 목표와 역할을 정한 ‘사회계약’의 체결에 대한 움직임도 볼 수 있다. 과거의 커뮤니티 협의회는 sprawl화 된 교외와 빈곤화된 도시내부 문제를 해결하는 역할을 담당해왔지만, 최근에는 복지분야나 교육분야에서도 커뮤니티협의회의 역할이 크다.
이들의 활동에 소요되는 재원을 마련하는 기본은 회원의 자비부담 원칙인 회원비용이며, 보통 적은 금액으로서 연간 10$ 정도이다. 두 번째로 개인이나 자선단체로부터 받는 기부금, 세 번째는 정부나 커뮤니티․기금(基金), 민간조직으로부터 받는 보조금을 들 수 있다. 커뮤니티의 설립취지에서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커뮤니티협의회는 재원(財源)을 한 특정 조직에만 의존하지 않고 폭 넓은 자금 조달 활동을 전개하는 경우가 많다.
주민조직인 커뮤니티협의회와 행정과의 관계는 커뮤니티의 3가지 모델유형에 따라 다양한 형태를 띠며 3가지 성격이 혼재되어 있다. 즉, 커뮤니티협의회 자신은 커뮤니티가 만들어 낸 것 (커뮤니티조직화모델)이기도 하지만, 지방자치단체가 창설한 것이 많아(커뮤니티개발모델), 지방자치단체와의 공동의 목표를 추구하며 협력하고 있는 커뮤니티협의회도 볼 수 있다(커뮤니티형성모델).
지방정부와 커뮤니티협의회 양자간에는 적당한 긴장이 형성되어 있고 또 그것이 바람직하다. 지방정부로서는 커뮤니티 조직을 행정수행의 일선기관으로서 일정한 역할을 하도록 하게 할 필요가 있는 반면, 그 자발성을 존중하면서 효과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이 무언인지에 대해 항상 고민하게 된다. 마찬가지로 주민조직들은 자신의 독자성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지방정부의 정책형성과정에 적절히 영향을 미치거나 행정과정에 참여하고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관계를 유지하려 애쓰게 된다. 이러한 결과 지방정부는 이들 커뮤니티협의회와 같은 주민조직들에 대해 (1) 경계선의 창설지원 (2) 커뮤니티 형성지원 (3) 회의 장소의 제공 (4) 단체 간의 중개 (5) 회의 운영에 대한 지원 (6) 연방정부나 주 정부로부터 받은 보조금의 집행 등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70년대 후반부터 미국정부는 커뮤니티를 정책형성에 있어서 중요하게 인식하기 시작하고, 각종 지원책을 실시하고 있다. 지방정부는 관할 내의 커뮤니티에 대한 정책을 정하는 하나의 책임을 갖고 있으며, 연방정부나 주정부는 각자의 고유업무즉, 연방사적등록제도(National Register of Historic Places)에 등록된 커뮤니티의 활동과 같은 지원사업을 제외하고, 지방정부의 정책에 참견하지 않는다. 단, 특히 자금 면에 있어서 연방정부․주정부의 역할이 매우 크다는 사실은 주의할 필요가 있다. 연방정부 차원에서 주택도시 개발성(the Department of Housing and Urban Development; HUD)의 커뮤니티 개발포괄보조금(Community Development Block Grants ; CDBG)이 큰 역할을 하고 있으며, 각 부처에서도 커뮤니티 관련시책을 실시하고 있다.
4. 일본형 시민사회의 맥락과 볼런티어조직의 역할
1) 일본 지역사회의 전통과 인보조직
쵸나이카이(町內會), 부락회 등 일본의 전통적인 인보조직(隣保組織)의 기원은 메이지(明治)이전인 에도시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17세기초 토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는 에도막부를 열고 쇄국정책을 실시한 후 약 260년간의 에도시대는 현대 일본의 정치와 행정, 일본인의 사고나 행동양식에 적지 않은 영향을 주고 있는 지극히 일본적인 사회구조와 행동규범이 만들어진 시기이다.
토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의 병농분리 정책이 진행되면서, 각 번의 영주를 정점으로 하는 지배계급으로서의 사무라이는 성곽도시에 살며, 무라(村;일본의 촌락단위)에는 한 사람의 사무라이도 없이 그 대행을 명주(촌장)를 우두머리로 한 촌 관료들이 하게 되었다. 영주는 세무행정 이외에는 원칙적으로 각 촌락의 자치에 맡겼으며, 촌락공동체의 의사결정은 무라요리아이(村奇合)이라고 하는 합의제에 의해 행해졌다. 무라요리아이에서의 의사결정방법은 ‘화(和)’라고 불리우는 총의의 창출을 통한 만장일치제였는데, 이것은 개인의 합리적 선택은 배제되고 집단의 전통과 단결을 우선시하는 것이었다. 명주는 대부분 지주로서 해당 촌락의 명망가로서 교양인으로서 또 지도자로서 최고의 공공정신이 요구되는 위치에 있었다.
이렇게 전개된 일본의 ‘촌락적 자치’는 몇 가지의 특징을 갖고 있는데, 첫째 포괄적이고 종적인 인간관계가 지배하고 있기 때문에, 촌락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공동관계의 유지와 형성이 합리적 선택보다 앞섰다는 것이다. 이러한 질서를 어기는 경우에는 무라하치부(村八分)로 대표되는 제재가 어김없이 내려진다. 이러한 의식과 행태는 오늘 날의 지방의회에 까지도 이어지는 경향이 있어 이른바 ‘서로 잘 봐주는’ 상태가 지속되고 기득권이 온존되는 보수적 성향을 낳게 한다.
둘째로 수장을 세우고 수장에게 따르는 전통이 있다. 막번(幕藩)체제시대 수장=촌관료는 촌락공동체의 대표이기도 하지만, 영주권력의 대행자이기도 한 양면성을 갖고 있었다. 그들은 영주를 대신하고 그 지배를 촌민에게 관철시키는 공권력의 행사자였던 것이다. 현대 일본의 지방자치제 하에서도 의회는 단체장에 대해 제도적으로 열세에 있으며 단체장과 여당의원 사이에는 일종의 이익공동체 혹은 운명공동체의 정서가 형성되어있다. 또 시정촌장(단체장)에 의해 임명된 마을유지들이 마을공동체의 공공사업 등에 있어 중간대리인의 역할을 하는 등 전통이 이어지고 있다.
셋째, 에도시대 일본의 지역사회는 볼런티어에 의하여 유지되었다는 것이다. 여기서의 볼런티어란 서구식의 개념이 아니라 지역공동선을 위한 무상의 공헌이라는 의미이다. 일본의 촌락에는 조(組), 중(衆), 강(講), 결(結), 좌(座) 등과 같은 하위 조직들이 있었는데, 젊은사람조(若者組), 여자조(娘組), 노인조(老人組) 등은 메이지시기 이후에는 청년단 등으로 개조되어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상호부조의 구조로 강(講)은 우리의 계와 비슷하고, 결(結)은 품앗이와 비슷한 조직이다. 이렇게 지역사회의 복리 후생과 공공재의 유지관리는 영주나 무사와 같은 외부의 지배계급이 아니라 지역사회내의 인보조직들에 의해 이루어졌다.
2) 관치형 시스템으로의 전환과 전후의 변화
쵸나이카이 등 전통적인 인보조직(隣保組織)이 국가의 지배체계의 하나로써 재편성되기 시작하는 것은 메이지시기라고 할 수 있다. 메이지 21년(1888년) 공포된 [市制町村制理由書]에 따르면 지금의 기초자치단체인 시정촌(市․町․村)에게 자치를 보장하지 않고 국가의 집권적 통치체제의 일익을 담당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와 같은 지방개혁을 법률로써 공포하며 시행하는 가운데 쵸나이카이 등 전통적인 인보조직을 조직화하고 행정의 말단기능을 담당시켰던 것이다. 쵸나이카이 등 전통적인 인보조직의 간부에게는 명예직 공무원과 같은 직위와 권한을 주어 국가와 지역사회를 잇는 선으로써 활용했던 것이다. 예를 들어 정부가 [救護法], [軍人扶助法] 등 복지서비스를 행하는 경우 이들 주민조직의 간부에게 수혜자를 추천토록 하였으며 시혜를 주민조직을 통하여 베풀도록 하는 것이다. 메이지시기에 조직화되기 시작한 주민조직이 보다 적극적으로 국가지배체계의 일원으로써 활용되기 시작한 때는 1910년대의 쌀 소동부터 라고 할 수 있다. 그 후 2차세계대전 시기 국가총동원법이 제정되어 본격적인 전시체제에 돌입하면서 내무성훈령 17호 ‘부락회, 정내회 등 정비요령’에 따라 일사분란한 체계를 갖추게 되고 국민의 정신적 단결과 국가정책 총력수행의 하부단위, 국민경제생활의 통제단위, 불온사상 감시시스템으로 작동하게 되었다. 그 이후 본래 지역주민의 호조조직이었던 정내회 등은 중앙집권적 행정시스템의 말단기관으로서의 성격이 강화되게 된다.
패전 직후는 쵸나이카이 등 인보조직의 최대 시련기라고 할 수 있다. 전후 쵸나이카이 등 전통적인 인보조직이 전쟁시에 충실한 국가기구로써 기능했다는 점을 연합군은 부정적으로 받아들여 진주하자마자 쵸나이카이 등 인보조직의 폐지를 명했던 것이다. 그러나 점령군사령부의 역할이 끝나는 시점인 1951년의 샌프란시스코쵸 조약 체결 후에는 다시금 쵸나이카이 등 인보조직이 부활하게 된다. 전전(戰前)과 전후의 쵸나이카이 등 인보조직의 운영에 있어서 차이점은 간부선임에 있어서는 주민들이 자율성을 가지게 되었으나 예산상으로써는 소액이지만 해당자치단체로부터 교부금을 받고 있다는 사실은 이전과 다름없다. 쵸나이카이 등 인보조직은 전전이나 전후나 자발적인 요소보다는 행정 동원적인 요소가 강하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전전(戰前)에는 행정측이 주민에게 보다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하여 쵸나이카이 등 인보조직을 활용한 것이 아니고 주민을 통치․관리하기 위하여 활용했다는 점이 다르다. 즉, 이들 조직들이 국가 지배체계의 말단적인 기능을 해왔던 것이다.
3) 일본 주민조직의 특성
일본 지역사회에서 관하여 논의하는 경우 대개의 논자들은 전통적 주민조직인 정내회(町內會)의 기능과 역할에 대해 사례연구를 통해 분석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일본의 지역사회에서의 주민조직의 역할을 주민참여라는 서구의 이론적 잣대로 보려고 하는 경우 전혀 다른 메카니즘이 있다는 사실에 직면하게 된다. 단순히 말하자면 서구의 주민참여는 시민사회가 형성된 후에 발달된 것으로서 이곳에서의 주민참여는 자신들의 이익극대화를 위한 것이라고 말 할 수 있다. 이에 반하여 일본의 주민참여는 서구와 마찬가지로 그 모태를 전통적인 주민조직에서 찾을 수 있으나 이들은 자기 이익의 극대화 보다는 자신의 희생을 전제로 한 주민참여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 일본적 특성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이들 주민조직의 구성원들은 행정의 협력자로서 혹은 대변자로서 행정활동을 하고 동시에 주민의 의견을 수렴하여 행정에 전달하는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일본의 행정은 적은 인원의 주민조직을 準행정기관과 같이 이용하여 행정의 생산성을 높이고 있으며 정책침투의 용이함을 동시에 얻고 있는 것이다(임승빈,1997:64). 따라서 일본의 지역사회에서는 주민-주민조직-행정의 3자간의 관계를 매개시켜주는 지역사회의 조직은 준행정기관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특색이다. 이상 논의된 일본의 지역사회에서의 주민조직의 특성은 다음과 같이 4가지 정도로 요약할 수 있겠다.
첫째로, 주민조직의 비정치성(非政治性)이다. 법률의 규정에 의하여 정당 활동, 의원의 후원회 가입 등을 제한하고 있으며 특정인에 대한 지지를 요구하는 선거활동도 금하고 있다. 그 이유는 행정서비스의 급부를 지역사회의 대상자에게 직접 수행하고 있으므로 정치에 이용당하는 것을 막기 위하여 규정한 것이다.
둘째로, 주민조직의 비영리성(非營利性)이다. 민생아동위원은 무보수이며 약간의 실비만 받고 있다. 국가로부터 보상을 받는 것이 있다면 상훈제도가 있다는 점이다.
셋째로, 주민조직의 지역성이다. 각종 주민조직의 활동영역은 지역사회의 구역으로써 정해져 있으며 주민의 전통조직인 자치회 등의 지역과 일치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넷째로, 전통적 주민조직에의 참가는 반자발성(半自發性)이다. 민생아동위원은 추천이라는 경로를 통하여 위촉되기 때문에 자발적이라고는 말 할 수는 없으나, 농촌지역에서의 쵸나이카이 가입은 거의 의무적이기 때문에 반자발적이다. 따라서 엄밀한 의미에서 본다면 인보형의 전통적 조직(neighborhood organization)인 쵸나이카이 활동은 半자원봉사 半동원적인 성격도 띄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지역사회에서의 권력구조는 쵸나이카이를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인구 100만 명 정도의 카나자와(金澤)市의 사례를 통해 보면 이를 잘 알 수 있다. 카나자와(金澤)市의 지역사회의 주민조직은 가장 작은 단위인 쵸카이(町會) - 校下(町會聯合會) - 복합생활거점지구 - 市정부라는 4층 구조를 가지고 있다. 校下(町會聯合會)는 카나자와시의 특수한 형태라고 하나 다른 지역사회와 마찬가지로 공민관, 소방단, 청년단, 부인회, 어린이회 등이 校下 단위로 조직되어 있는 것은 같다.
4) 시민운동의 연속성과 단절성
일본에서 50년대 중반부터 70년대 중반까지는 고도성장기이다. 기적의 성장이라 불리는 이 시기에 급격한 도시화가 진행되었으며, 이른바 ‘과밀과소’의 문제가 심각해졌다. 이 시기는 또한 지방권에 있어서 지역공동체가 활력을 잃고, 인구가 급증하는 도시지역은 커뮤니티의 미정비 때문에 여러가지 문제가 발생하는 “커뮤니티의 위기’의 시대였다. 7-80년대에 종래의 전통적 지역공동체로서가 아닌 ‘시민사회’로서의 커뮤니티운동이 민간시민단체에 의해 체계적으로 진행된 바는 별로 없다. 다만 자치성이 70년도에 ”커뮤니티(근린사회)에 관한 대책요강“을 공표하고 73년에는 전국 83개소에 모델커뮤니티 지구를 지정하는 등 날로 점증하는 커뮤니티 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였고 이는 커뮤니티센터 등 시설정비의 측면이 강했다. 80년대가 되면 정내회, 부인회, 노인회 등 기성조직뿐 아니라, 지역만들기, 지역복지, 생애학습, 지역방재, 볼런티어그룹과 같은 각 분야에 특화된 테마형 조직이 많아지기 시작한다. 이 시기에 탄생한 대표적 조직은 지역만들기 협의회이다. 지역협의회는 종래형 기존 조직에 테마형 조직이 가담하여 설립된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 시기에 일본 민간시민운동이 표면에 잘 드러나지 않는 현상은 일본시민운동의 연속성 및 단절성과 관련하여 흥미있게 살펴볼 대목이다. 안보투쟁이후 노동운동, 농민운동 등은 60년대까지 지속되었지만 60년대 중반이후에는 반공해운동, 반전평화운동, 교육운동, 복지운동 등으로 지평이 확대되었다. 그 중 65년 도농직거래를 위한 생활클럽에서 시작되어 최근까지 발전해온 생협운동은 예외적이지만 대부분의 시민운동들은 70년대 중반이후 침체기에 들어가게 된다. 거기에는 혁신자치체의 흥망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1971년 일본 전국 도시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124시에 혁신 자치체가 들어섰고, 1970년경에 전국 3천여개로 추정되던 시민단체가 1975년에는 6,424개로 늘어날 정도로 활성화되었던 시민운동은 1974년 지방선거를 깃점으로 급속하게 쇠퇴의 길로 들어서게 되었으며, 80년대에는 시민운동을 둘러싼 보수화와 행정개혁의 흐름 아래서 시민운동은 분산되고 생협운동, 소비자운동, 행정에 대한 주민참가 등 소극적 형태의 운동으로 다양화된다.
그 배경에는 다음과 같은 요인들이 있다. 첫째 혁신자치체는 시민운동의 정치적 영향력의 귀결로 탄생한 까닭에 환경과 복지의 행정수요의 공급에만 급급할 뿐, 뿌리깊은 보수세력을 극복할 수 있는 대안적 발전모델 제시와 중간층 지지확보에 실패했다는 점, 둘째 소속집단의 이익을 우선시하여 친기업화한 노조와 환경가치 수호 위주의 시민운동의 대립을 조정하지 못한 점. 셋째 시민단체와 혁신지자체간의 협력구조, 전국적인 횡적 유대나 계층간 연합구조 창출에도 실패한 점 등이다.
5) ‘분권형 사회’와 NPO의 대두
전통적으로 중앙단위의 시민운동이 취약하고 지역단위의 운동이 강세를 보여온 일본이지만, 혁신자치체의 실패를 깃점으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일본 시민운동이 다시 수면위로 부상하기 시작한 것은 90년대로써 전세계적으로 세계화-지방화의 바람이 거세게 몰아친 것과도 연관성이 있다. 그리고 그것은 과거의 시민운동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맥락에서 검토될 필요가 있다.
80년대 이후 전세계적으로 몰아치고 있는 신자유주의적 개혁은 한편으로 세계화( globalization)를 다른 한편으로는 지방화(localization)를 불러왔고, 관료화된 행정의 개혁과 민간시민사회의 역할 증대에 대한 기대를 불러일으켜 왔다. 그것은 최근 들어 자주 거론되고 있는 ‘로컬 거버넌스(local-governance)’라는 표현에도 함축되어 있듯이 점차 확산, 심화되고 있다. 일본에서도 지방개혁에 대한 시도들이 꾸준히 증가되어 왔으며, 과거의 통치(government)를 대신해 공치(共治:governance)가 강조되고 있다. 이것은 ‘투명성’, ‘참가’, ‘공유’라는 키워드들이 잘 말해주고 있듯이 정책기획과 결정, 집행과정에 이르기까지 수익자인 주민을 비롯한 시민사회가 함께 참가하고 행동하는 것을 의미한다. 정부와 시민사회의 관계는 과거의 상하관계가 아닌 대등하고 쌍방향적 관계를 지향하는 것이다.
일본에서 2000년 4월에 시행된 지방분권일괄법은 메이지시대 이후 130년 이상 계속되어온 중앙집권시스템이 분권의 방향으로 해체되기 시작했다는 상징을 보여주고 있다. 일본정부의 지방분권추진의 원동력인 된 ‘지방분권추진위원회’의 보고문에는 ‘분권형 사회의 창조’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데, 위원회의 모로이 켄(諸井處)위원장은 ‘분권형 사회’를 다음과 같이 정리하고 있다.
-. 주민이 자부심을 가지고 살 수 있는 다양하고 개성적인 지역사회
-.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여러 경제환경의 변화에도 대응하여) 풍요로움을 실감할 수 있는 사회
-. 주민이 서로 힘이 되고, 고령자가 안심하며 살 수 있는 사회
-. 계속하여 사회의 활력이 유지되고, 보다 자유롭고 창조성이 넘치는 사회
또 시민운동에 있어서도 새로운 변화가 있었다. 60년대 안보투쟁 및 반공해운동 그리고 70년대 혁신자치제운동의 실패는 일본 시민활동가들 대부분에게 커다란 좌절을 주었다. 국가권력을 상대로 한 사회운동은 사라졌고, 생명력을 유지한 것은 소규모 지역단위에서 참가자들 스스로 보람을 느낄 수 있는 동아리형의 운동, 생활 주변의 문제를 이슈로 삼아 삶의 질을 발전시키는 운동, 즉 소비자운동, 환경운동, 복지운동(특히 고령화에 따른 介護문제)이었다. 이러한 생활 중심의 시민운동들이 다시 여론의 주목을 바도 수면위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95년 한신아와지(阪神淡路) 대지진을 계기로 한 볼런티어활동이었다. 이를 전후하여 일본사회에서는 다양한 분야의 NPO들이 만들어지고 네트워크가 강화되었다.
1995년 1월 17일에 발생한 한신아와지(阪神淡路) 대지진이 나자 수 많은 볼런티어들이 구름같이 몰려들었고 이들의 발빠른 원조활동은 늦장행정에 비교되어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를 계기로 일본에서도 민간 시민사회 부문의 자발적인 활동의 중요성에 대해 새롭게 인식하게 되었고 1998년 특정비영리활동촉진법(일명 NPO법)을 의원입법으로 제정하는 것으로 연결된다. 그런데 한국과는 달리(한국은 2000년 비영리민간단체지원법 제정) 등록된 단체들에게 법인격이 부여된다는 것과, NPO관련 업무가 자치사무로 되어 조례에 기초하여 시행하게 되었으므로 각 지역마다 조례제정 과정에서 시민사회가 관여하기 시작한 것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6) 생활세계 속의 시민운동
NPO법의 실시이후 등록된 NPO 수만 하더라도 크게 늘어나 2003년에는 1만여개를 상회하게 되었다. 이전의 시민운동과는 달리 보통사람들의 생활세계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그를 소재로 한 시민활동을 전개하며, 행정과도 대립적 관점보다는 협력적 관점을 유지하는 경향이 높아지면서 일반 생활인들의 참여 가능성이 늘어나는 추세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이기호는 90년대 이후의 일본의 새로운 시민운동을 생활정치에 대한 관심의 증대와 새로운 공공재의 창출이라는 관점에서 정리하고 있는데, 이를 크게 다음의 네 가지로 분류하고 있다. 첫째, 시민들 스스로가 공공재를 창출하는 회원 중심의 공동체형 운동, 둘째 자치단체와 새로운 파트너십을 만들어가는 협력형운동, 셋째 선거시기가 아닌 일상적인 시기에 주민들이 직접 의견을 제출할 수 있는 주민투표제도를 활성화시키려는 시민참여형운동, 넷째, 시민들이 직접 지방자치선거에서 후보를 내거나 자신들의 정치활동을 상설화하는 준정치조직 혹은 지역정당의 결성 등 정치참여형 운동이다.
이기호가 일본의 최근 시민운동을 생활‘정치’라는 관점을 강조하여 정리하고 있는 반면, 커뮤니티 비즈니스(community business:일본에서 만든 영어식 조어)라는 표현을 사용하여 시민운동의 공공재 창출활동을 비영리적인 ‘경제’활동에 초점을 두고 분석하는 입장도 있다. 이 관점에 따르면 아래의 표에서 보여주고 있듯이 활동의 형태와 내용은 다양하지만 공통된 것은 복지, 지역만들기, 환경 등 공공목적 실현을 위한 공익활동이라는 점과 공공재의 생산과 소비라는 경제적 측면에서의 사업성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구분 | 단체명 | 활동내용 |
지역사회기업형 | 제3섹터 ‘흑벽(黑壁)’ | 전통건출물보존, 관광자원개발, 판매시설경영 |
지역문제해결형 | 주식회사 ‘무엇이든 협동서비스’ | 비공익사업형 복지서비스를 사업화 |
시민공동사업형 | 워커즈 콜렉티브 ‘미치’ | 주민상호복지사업을 기업화 |
서비스통합형 | NPO퓨전 ‘나가이케’ | 볼런티어서비스사업을 사업경영형으로 강화 |
행정수탁사업형 | 사회복지협의회, 지역진흥협회 | 시민단체에 지원, 지역행정의 수탁 |
시민활동지원형 | NPO후쿠오카, CS고베 | 시민활동단체에 각종지원 |
5. 結 : 한국사회 성숙을 위한 풀뿌리시민운동의 역할
- 미국과 일본 사례가 주는 시사점의 한국적 적용을 중심으로
1) 지역시민사회의 자발성 강화
풀뿌리민주주의의 제도적 측면에서의 실현은 주민참여제도이고 그것은 직접민주제적 요소를 갖고 있다. 2장에서 검토하였듯이 풀뿌리민주주의는 대의민주주의의 부패를 치유하고 한계를 보완하는 데 중요한 기여를 할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하지만 직접민주주의적 제도의 도입만으로 풀뿌리민주주의가 성공할 수 있다고 기대할 수는 없다. 풀뿌리민주주의가 성공하기 위한 조건으로 정치 행위 측면에서 참여, 토의, 소통의 확대와, ‘정치적 장’으로서 분권과 공론의 장 확장, 그리고 ‘정치 주체’로서 능동적 자기결정권과 자치를 실현할 수 있는 시민의 등장이 필요하다.
3장에서 소개한 미국의 근린참여제도의 도입과정에 대한 비교연구의 결과에 따르면 성공적인 근린참여제도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균형적인 지역 정치사회가 정립되어야 하고, 주민들의 의사를 표출할 공동체조직이 존재해야 하고, 정치적 행위자들 사이의 타협과 양보의 전통과 같은 공동체 규범이 있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또 미국의 지역공동체운동의 역사적 경험을 보면 급속한 도시화 과정에서 빚어지는 각종 지역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주민들의 자각과 조직화 과정에서 현재의 커뮤니티가 발아되고 그 조직화의 동력을 배경으로 외부의 비정부기구, 기업펀드, 연방정부들의 지원과 결합이 이루어져 커뮤니티 개발과 제도화, 파트너십으로 나아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한국사회의 정치는 시민사회의 토대 위에서 진전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근대국가 수립 이후 5공화국까지 권위주의 국가에서 지내오면서 국가가 먼저 이루어지고 다음으로 경제 및 사회가 국가에 의하여 만들어지는 역순의 과정을 밟아왔다. 시민사회를 양육하지 못한 채, 국가가 오히려 사회와 부르주아를 양육해 온 과정을 밟고 있는 것이다. 한국을 포함한 제3세계의 부르주아는 서구의 부르주아와 달리 탄생과정의 모태가 시민사회가 아니라 국가라는 점에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한편으로 국가에 의하여 양성된 부르주아는 권위주의 체제에 포섭되기는 하나, 반발하기도 하였다.
또 한국사회에서 아래로부터의 시민사회 형성은 서구와 같이 역사적 단계를 전체사회가 밟아오면서 다원화하는 방식이 아니라 군부와 관료, 재벌을 중심으로 한 체제의 비대화에 대하여 민주화세력의 도전 즉 정치적 공간에서 상징능력이 가장 두드러진 세력들이 서구의 공공권역과 상응하거나 그 과정을 축약한 정치적 공간을 확보하는 노력과정에서 생겨났다. 이렇게 성장한 민주화세력이 중앙정부의 권력에 참여하면서 민주주의의 확대과정에서 지방자치제도를 실시하고 나아가 주민발안, 주민투표, 주민소송, 주민소환과 같은 직접민주주의적 주민참여제도를 도입한 것이다. 기본적으로는 위로부터의 제도도입이었다.
때문에 한국사회는 참여의 과소, 즉 형해화(形骸化)된 제도만 있고 정작 직접참여제도를 자신의 것으로 누려야 할 시민사회가 준비되어 있지 않음을 걱정해야 하는 것이다. 풀뿌리민주주의의 주인은 지역사회의 주민이다. 풀뿌리민주주의는 참여제도의 도입이라는 ‘결과’만을 보지 말고 지역주민들의 자치역량을 강화하는 일련의 ‘과정’으로 접근해야 한다. 그렇다면 지역주민들의 자치역량의 강화, 곧 앞에서 거론한 균형잡힌 지역사회, 공동체조직의 활성화, 양보와 타협 같은 공동체 규범, 이런 것들은 어떻게 형성 가능할까? 여기에서 우리는 각 나라마다 처해있는 사적, 문화적 맥락에 대한 고려가 있어야 하고, 특히 지역사회에 있어서는 공동체적인 지향이 어떻게 발현되는가에 대해 유의하여야 한다.
후쿠야마는 “일본의 반(半)유교적 문화는 지난 두 세대간 아무런 마찰 없이 민주주의제도와 공존할 수 있다는 것을 여실히 증명하였다.”라고 말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미국의 시민사회가 반드시 개인주의적인 관습과 전통에 기인하는 것만은 아니라고 하면서, “토크빌이나 막스 베버가 미국사회에 대하여 지적한 바와 마찬가지로 미국은 미국 프로테스탄티즘의 분파적인 성향으로 인하여 한번도 원자화된 개인으로 구성된 모래더미(‘Sand heap' of Atomized Individuals)를 닮아본 적이 없으며, 이러한 요소들이 강력한 반개인주의 압력을 투과시켜 그룹지향적인 문화를 정착케 하였다. 개인주의적인 경향이 공동체적인 지향을 추월하기 시작한 것은 불과 최근 50여년 동안 일어난 것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라고 말하고 있다.
4장에서 일본형 시민사회의 형성 맥락에 대해서 상술하였듯이, 일본의 시민사회 특히 지역사회는 에도시대로부터 형성된 ‘촌락적 자치’와 인보(隣保)적인 반(半)자원봉사조직의 전통을 갖고 있다. 물론 이런 전통적 맥락이 서구의 이념형으로서의 시민사회-개인의 자율에 기반한 자유와 평등의 실현-와는 다를지 모르지만 적어도 일본사회에서 주민들의 지역사회에의 참가활동을 구성하는데 현재까지 유의미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일본에 있어 지금까지 지역사회의 시민운동을 이끌고 있는 조직들의 특성을 살펴보면 몇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첫째 정내회(町內會)형은 정내회나 자치회를 통해서 사회적인 자원이 최대한 활용되는 경우로 전통적인 주민조직이 시민운동을 주도하는 경우이다. 다음으로 협의회(協議會)형은 지역사회의 과제해결에 있어서 기존 정내회나 자치회만으로는 부족하여 광역적인 연계나 대응이 필요해진 경우에 해당된다. 마지막으로 네트워크형은 시민사회에서 보이는 지연, 혈연관계를 떠나 교육,복지,문화,국제교류 등 특정 문제에 대하여 공통관심을 계기로 조직되어 다양한 활동을 벌이는 자원봉사 협의회(Voluntary Association)을 가리키며, 대도시의 시민활동에서 주로 나타나는 형태이다.
90년대 이후 새롭게 등장한 NPO들의 활동 또한 기본적으로 지역사회에 기반한 볼런티어리즘이라는 점에서 6,70년대의 안보투쟁, 반공해운동, 혁신자치체운동에서 보여준 권익옹호적 성격의 운동과는 구분된다. 이들을 전통적인 인보형 조직과 비교할 때 시대적 발전에 조응하여 상대적으로 참여자들의 지식수준이 높고 젊은 층과 여성들의 참여가 두드러지며 조직의 자발성이 높고 시민공익사업 등 현대적 감각에 맞는 활동능력을 발휘한다는 점에서 다를 뿐, 기본적으로는 공동체적 지향과 볼런티어리즘이라는 측면에서 일본적 전통에 기초하거나 결합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앞의 미국의 근린참여제도의 두 가지 유형의 사례분석에서도 자유주의적 전통의 시애틀이나 로스앤젤레스보다는 공동체주의적 전통의 세인트폴이나 포틀랜드에서의 주민참여의 효능감이 휠씬 크다는 것이 입증되었다. 이는 결국 개인의 자유를 파괴하지 않으면서도 어떻게 하면 동질적이고 결속력있는 공동체의 성격을 유지할 수 있을까하는 미국시민사회의 전통을 반영하는 것임과 동시에 적어도 근린의회와 같은 직접적인 주민들의 참여제도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공동체적 요소의 강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2) 지역공동체 활성화를 위하여
2장에서 상술하고 있듯이 개인주의와 공동체주의의 딜레마는 곧 현대문명의 진로와 관련된 딜레마이다. 개인의 자유, 자율과 공공선의 실현 사이의 모순을 넘어서 조화와 상생의 새 길을 개척해가야 한다. 오늘 날 시민사회는 국가나 시장이 갖지 못한 새로운 인적, 물적, 정신적 자원을 갖춰나가고 있다. 바로 자발적 부문이라는 특성에서 나오는 힘이다. 시민사회가 갖고 있는 자발성에 근거한 공익성의 추구, 이것이 문제를 해결해나갈 열쇠이다. 사람들의 지식문화수준, 기술발전과 생산력의 증대, 민주주의의 발전 등 사회의 전반적인 자율화 과정이 높아지고 있다. 시민사회의 두 가지 축은 권익과 책무의 측면에서 형성되는데, 사회발전에 따라 권익주창(Advocacy)에서 자원봉사(Volunteering)로 점차 기능의 중심이 이동하고 있다. 한국사회도 기본적으로 그러한 추세에 있다. 이에 따라 지역사회(Community)의 공동체 운동이 강화될 필요가 있다. 현대사회가 처한 많은 문제의 해결의 실마리는 개인의 자유를 억압받지 않고도 공공선의 실현이 가능할 수 있는 시민문화의 형성, 곧 공동체성의 체득으로부터 나온다. 그것은 구체적 삶의 현장, 시민들의 생활세계영역인 지역공동체에서부터 비롯된다. 개개 시민들이 커뮤니티활동의 경험 속에서 참여를 통한 학습이 이루어지며 그것은 곧 볼런티어링(Volunteering)이기도 하다. 자발적 부문의 지역사회에서의 실천, 그것은 공동체만들기(Community Building)에 다름 아니다. 지역사회를 살기 좋은 공동체로 만들자는 것은 물리적, 경제적 삶의 조건을 개선하는 하드웨어적 측면뿐 아니라 공동체적 인관관계의 실현이라는 소프트웨어적 측면도 포괄한다. 또 그것은 지역사회의 운영에 있어 행정과 주민이 동등한 자격으로 파트너가 되어 함께 기획하고 함께 실천해가는 새로운 거버넌스(Governance)모형을 탐색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3장에서 언급하였듯이 미국의 최근의 커뮤니티형성모델들을 보면 지역사회에 내재하는 자원을 발굴, 연계, 동원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모델을 취하고 있다. 이 모델들은 지역사회 안에 ‘사회자본’을 구축해가는 데 목표를 두고 있으며, 그 달성을 위해 주민들 간의 협동을 중요시하고 있다. 커뮤니티협의회들은 정부사업에 대한 입찰참가를 시도한다거나, 정부의 정책결정에 참가하기도 하고 커뮤니티의 관계기관이 각각의 목표와 역할을 정한 ‘사회협약’의 체결을 시도하기도 한다, 또한 복지분야나 교육분야와 같이 주민들의 생활과 밀접한 분야에서 공익적 사업을 전개하기도 한다. 세인트폴이나 포틀랜드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CDBG(커뮤니티개발보조금)과 같은 중앙정부의 적절한 지원은 공동체조직들을 활성화시키고 자치역량을 훈련, 강화하는데 중요한 기여를 할 수 있다. 하지만 명목적 참여제도만의 도입이나 외부 의존도만을 키울 수 있는 행정중심의 일방적 지원은 경계해야 한다.
역사적, 문화적 맥락에서 유사성이 많은 일본의 지역사회 풀뿌리시민운동으로부터 우리는 많은 것을 참고할 수 있다. 하지만 일본의 지역사회는 한국에 비해 자발성이 높은 조직들이 많이 형성되어 있다는 점을 고려되어야 한다. 반면 한국은 중앙으로부터의 영향력이 매우 크다는 점을 잘 고려해야 한다. 일본의 최근 시민운동은 일상적인 시기에 주민들의 직접 의견을 정책형성에 반영하는 주민참가운동, 시민들 스스로가 공공재를 창출하는 회원 중심의 공동체형 운동, 자치단체와 새로운 파트너십을 형성가는 협력형운동 등이 활발해지고 있다. 복지, 환경, 마을만들기 등의 분야에서 공공목적 실현과 공공재를 생산해내는 커뮤니티비지니스에 대해서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이같은 활동들은 주민들의 지역정체성, 공공의식의 강화, 지역시민사회의 역량 강화, 사회자본의 형성 등 지역공동체(Community)의 재생과 혁신에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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