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봉사부문의 자치성을 강화해야 한다.
우리사회는 민주주의의 성장을 바탕으로 한 단계 더 성숙한 사회로 나아가고 있다. 성숙한 사회는 대립과 경쟁이 아닌 참여와 자치, 상생과 협조의 원리가 주도하는 사회이다. 이러한 사회를 만들어가려면 민간비영리부문인 제3섹터와 정부영역간의 파트너십․ 형성이 중요한데, 그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시민의 자발적 참여, 즉 자원봉사를 본질로 하는 제3섹터의 자율성과 창의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관계형성이 이루어지는 것이 중요하다. 왜냐하면 범죄, 부정부패, 환경오염, 각 종 차별, 소외 등 현대사회의 제반 병폐들의 해결은 개인 간의 경쟁을 본질로 하는 영리적 활동과 일방적 권력행사를 수단으로 하는 공권력의 역할만으로는 한계가 있고, 시민의 공동체의식 성숙과 자발적 참여를 통해서만이 충분한 문제해결에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새 정부가 ‘작고 효율적인’ 정부를 표방하면서 공공부문의 군살을 빼고 각종 규제를 개혁하는 동시에 시장의 역할을 높이는 방향으로 정책을 준비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이 경제를 활성화하는 데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사회문화 분야에서도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고 새로운 활력을 가져오려면 민간시민사회의 역할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 새 정부의 출범에 앞서 이미 서울시가 2년 전부터 직영이었던 서울시자원봉사센터를 사단법인으로 독립시키고 민간전문가에 의한 운영체제를 시도해온 것은 바람직한 것이었다. 이제 3년차를 맞이하며 새롭게 집행체제를 정비한 서울시자원봉사센터가 자율적 시민사회에 기반한 새로운 민관협력의 모범으로 성장해가기를 기대해 본다.
지역사회개발(Community Development)에 대해 연구한 많은 연구자들이 지역발전을 위해서는 거버넌스체계 구축을 통한 사회적 자본 형성이 선행되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지역시민사회의 역량강화가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좋은 거버넌스가 성립하기 위한 조건으로는 첫째 시민의 자발적 협력관계에 토대한 민주주의의 확립, 둘째 성숙한 지방분권의 확립, 셋째 시민의식을 가진 자원봉사조직의 역할 등을 들 수 있다.
지역사회를 움직여가는 데에는 행정기관 이외에도 시민자원봉사자, 주민자생조직, 풀뿌리시민단체(CBO), 각종 전문기관 등 많은 민간주체들이 있다. 이들 간에 지역사회 발전을 위한 공동의 책임의식을 갖고 교류, 협력할 수 있도록 상호 파트너십을 형성해야 한다. 지역사회에서 파트너십을 형성한다는 것은 지역의 다양한 자원들을 파악하여, 각 자원들이 유기적인 관계를 맺도록 함으로써 지역사회의 발전을 위한 보다 효율적인 활동들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파트너십은 일방적인 관계가 아니라 평등한 관계를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다. 행정은 지역시민사회를 동등한 파트너로 인식하고 시민들의 참여와 민간기관들의 자율적이고 창의적인 활동을 촉진하기 위한 제반 행, 재정적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주제발표자는 현재의 서울시와 자원봉사센터 그리고 민간 자원봉사조직들 사이의 기본적인 파트너십 관계는 심각하게 재고되어야 한다고 진단하고 있다. 서울 각 자치구 자원봉사센터 소장, 실무자, 공무원 등 현장 담당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와 포커스그룹 인터뷰를 통해 조사 분석한 결과다. 본 토론자는 이러한 현실진단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그 중 주목을 끈 것은 관계자들의 인터뷰에서 “서울시나 자치구들이‘주창’역할이 강한 시민단체들에게는 독립성과 자율성을 인정해주고 동등한 파트너로 대우해주지만, 자원봉사센터 등 자원봉사조직들에 대해서는 마치 과거 관변단체를 대하듯이 주종관계로 지시하고 감독하는 입장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자원봉사’조직이라고 해서 시민사회단체가 아닌 ‘관변단체’쯤으로 간주하는 관행이 자리하고 있는 것 같다.”라고 인식하고 있는 대목이다.
필자의 경험으로는 서울시나 자치구가 주창형 시민단체에게도 별로 파트너로써 대우하고 있다고 보지는 않지만, 고압적인 관료주의적 태도로 말미암아 자원봉사와 같이 협렵적인 요소가 주가 되는 시민사회 부문까지도 오히려 적대시하게 만들고, 잠재적인 거버넌스의 발전요소를 밑둥부터 싹둑 잘라버리고 있다는 것이 안타깝게 생각된다.
서울시의 자원봉사 민관파트너십의 제고를 위해서는 이와 같이 1차적으로 행정당국의 태도와 정책변화가 선행되어야 한다. 그동안 서울시와 각 자치구가 자원봉사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그를 확산시키기 위한 정책적 노력을 기울여온 점에 대해서는 많은 성과가 있었다고 평가한다. 하지만 이제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해야만 한다. 자원봉사는 행정당국의 노력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핵심은 민간시민분야의 자발적인 참여와 역할 강화이고 더 나아가 상호간의 건강한 파트너십을 통한 시너지의 창출이다. 그것이 자원봉사분야의 ‘창의시정’이다. 자원봉사센터와 같은 자원봉사 지원시스템과 기관들은 정부의 공적 서비스전달체계가 아니다. 때문에 하부기관과 같이 취급되어서는 안 된다. 재정이나 인사권이 독립되어야 하고 프로그램이나 사업에 행정당국이 간섭해서는 안 된다. 이를 위한 제도의 개선, 공무원 교육, 행정관행의 시정 등이 시급하다.
다음으로 자원봉사 민관파트너십의 제고를 위해서는 자원봉사 분야 자체의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휴먼웨어 각 측면에서의 자립성을 높여야 한다. 재정적 기반에 있어서 세입이 다각화되고 자립성이 강화되어야 한다. 세입에서 차지하는 지방정부로부터의 지원금 비중이 줄 수 있도록 기업이나 개인 후원금 모금이 활성화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부와 민간이 공동으로 출자하는 별도의 독립적인 자원봉사재단과 기금이 조성되어지고, 자원봉사센터운영 등에 소요되는 재정이 행정당국에 의존해서가 아니라 독립적인 경로를 통해 지원되고 감독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자원봉사 프로그램개발의 측면에서 보면 지역시민사회 영역에 적극 참여해 다른 풀뿌리시민활동조직들과 더불어 마을 만들기 프로그램, 공동체 만들기 사업 등 지역사회의 변화를 만들어가는 적극적 활동을 강화해야 한다. 시민운동, 사회복지계를 막론하고 요즘 강조되고 있는 것은 지역사회, 풀뿌리에 대한 관심이다. 이러한 경향은 일시적인 것이 아니고 시대의 발전 추세를 반영하고 있는 미래지향적 흐름이다. 자원봉사활동은 사회의 아픔과 상처의 치유뿐만 아니라 미래가치의 창조를 위해서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인적 측면에서도 민간전문가들의 역할을 높이고 공무원들의 결합은 필요범위에서 최소화해야 한다. 또 자원봉사 관리자 및 지도자의 교육 및 훈련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직업적 전문관리자의 훈련도 중요하지만 자원봉사현장에서 자원봉사자들을 이끌 수 있는 중간지도자들을 발굴하고 육성하는 것도 중요하다. 더욱 중요한 것은 각 자원봉사그룹들의 자치적인 활동능력을 높이고 풀뿌리시민활동을 하는 다양한 시민그룹과의 관계를 발전시키는 것이다. 자원봉사센터가 지역사회의 각종 자발적인 시민그룹들을 네트워킹하고 그들의 공익적 활동에 허브역할을 하는 일종의 NPO지원센터로도 발전할 수 있다는 그런 꿈, 비젼을 그려보는 것이 중요하다.
자원봉사분야는 미래 가치를 창조하는 매력 있고 경쟁력 있는 불루오션이다. 빌게이츠가 왜 가장 존경받는 기업인이 되었는가? 젊은이들이 김장훈에게 열광하고 빠져드는 이유가 무엇인가? 그 매력과 경쟁력은 어디에서 오는가? 자원봉사라는 상품이 아무리 도덕적으로 훌륭하고 좋은 제품이라고 하더라도 공공기관에서 배급주는 식으로 해서는 그 경쟁력이 살아나지 못한다. 제아무리 화려한 몇 무더기의 조화보다도 제 손으로 직접 꺽은 한 송이의 야생화가 연인의 마음을 움직이는 법이다. 가장 유망한 기대주의 미래가치를 제대로 살리는 투자법은 무엇일까? 그 자원적 특성과 매력이 한껏 살아나도록 민간시민사회의 자발성과 창의성을 최대한 고양시킬 수 있는 방법으로 시스템을 짜고 그런 인프라가 깔릴 수 있도록 집중 투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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