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5월 10일 월요일

'한국시민사회환경’에 대한 비판적 고찰(2008.6)

'한국시민사회환경’에 대한 비판적 고찰




한양대 제3섹터연구소가 CIVICUS와 공동으로 진행한 “한국의 시민사회 지표 연구”가 중점적으로 수행된 것은 2004년경이었다. 연구 이후 4년여가 지난 지금 시점에서 보면 한국시민사회를 둘러싼 내외환경의 일정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짧은 기간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사회의 특징 중에 하나인 역동성을 반영하여 시민사회운동의 추세와 시민운동에 대한 시민들의 태도변화가 빠른 속도로 나타나고 있으며, 2007년 말의 보수 정부로의 정권교체는 시민사회의 객관적 환경변화에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최근의 미국산 소고기 수입협상을 둘러싼 촛불시위양상을 분석해보면 지난 4~5년간 시민사회의 변화가 반영되고 있음이 감지되고 있는데, 2004년의 탄핵반대시위나 그 이전의 촛불시위 등과 비교해서 시위의 주도세력, 집회시위의 주된 방법, 주요 잇슈의 성격 등에서 유의미한 차이가 발견되고 있다. 

물론 그런 유의미한 차이가 지난 4~5년간의 한국시민사회의 환경변화와 어떤 상관관계를 갖고 있는지를 본격적으로 분석해보는 것은 이 글의 작성의도를 벗어난 별도의 연구과제로 되겠지만, 분명 일정한 상관성을 발견할 수 있는 흥미 있는 작업이 될 것이다. 이 글에서는 다만 최근의 변화를 반영하여 한국시민사회를 재평가하는 연구가 진행된다고 했을 때 고려해봐야 할 점을 중심으로, 가급적 기존 연구에 대한 비판적 시각에서 몇 가지 생각해 볼 점을 지적하는 데 그치려고 한다.


1. 정치적 환경 분야


정치적 권리 지표는 자유공정선거, 정당결사자유 등의 보편적 측면이 보다 비중 있게 평가 되어야 한다. 그럴 경우 정치적 권리 점수는 보다 상향될 것으로 예측된다. 지난 정부에서 선거법의 개정을 거쳐 일반 시민사회단체의 특정 정당, 후보에 대한 지지표명이 가능해졌고, 개인이 아닌 단체의 정치자금 기부는 금지되어 있으나 이것이 보편적인 정치적 권리의 제약인지 여부는 좀 더 면밀히 따져 볼 필요가 있다. 국가보안법의 문제는 시민적 자유 지표 부분에서 다루는 것이 타당할 것 같다. 

정치적 경쟁의 측면은 한국의 정당정치의 발전정도가 서구의 기준에 비추어볼 때 미흡한 것은 사실이지만, 2004년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가 도입되었다는 점, 1997년과 2007년 선거를 통해 좌우파간 정권교체가 선거를 통해 무리 없이 진행되었다는 점이 평가되어야 한다. 또 정당 간 이데올로기적 스펙트럼에 대한 평가에 있어서도 20세기 서구의 기준을 절대화하여 좌, 우파 정당을 구분하는 것은 현실성이 떨어지며 오히려 한국 상황에 맞는 구분기준을 설정하는 것이 타당하다. 예를 들어 미국과 북한에 대한 태도, 성장과 분배정책에 대한 태도 등이 그것이다.

법치에 대한 평가 분야에서도 정부기관의 불법적이거나 자의적인 법집행에 대한 평가도 필요하지만 일반 시민들의 준법의식이나 집회시위 등 시민활동의 법질서 준수실태 등에 대해서도 평가가 이루어져야 한다.

공공부문의 부정부패 항목에서는 2005년도 체결된 ‘투명사회협약’과 그 효과에 대한 평가가 보다 비중있게 다루어질 필요가 있다. 한국의 ‘투명사회협약’은 다른 나라의 경우와는 달리 시민사회의 주도로 체결된 투명사회분야 협약으로, 시민사회를 비롯한 정부, 정계, 경제계 등 사회 주요 분야가 함께 참여하였고, 선언에 그치지 않고 공동실천기구를 구성하였으며 부정부패 발생의 여지가 있는 보건, 교육, 건설, 금융 등 사회여러분야로 협약을 확산, 구체화시켜 왔다. 투명사회실천협의회의 2007 평가결과를 보면 공공부분의 투명성평가가 상향되고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와 함께 국제투명성기구(TI)의 평가지수도 함께 살펴봐야 한다. 또 신정부 들어서 국가청렴위원회의의 국민권익위원회로의 통합신설, 투명사회실천협의회에 대한 예산지원중단 등 정부의 투명성 관련 정책의지의 약화도 평가에 반영해야 할 것이다.


2. 기본권적 자유 분야


시민적 자유 지표는 시민들의 보편적인 사상, 양심의 자유, 집회, 결사, 언론, 출판의 자유 등을 다룬다. 이 기준에서 세계 모든 나라들을 4분위로 나눈다면 한국사회는 상위 1분위에 속할 것이 거의 확실하다. 국가보안법의 문제가 남아있기는 하지만 국가보안법도 과거 권위주의 정부 시절과는 달리 북한 통치집단과 특수관계에 있는 특정정치집단을 제외한 일반 시민들의 생활에서는 거의 영향을 주고 있지 못하다.

언론의 자유 지표에서는 지난 정부 말기에 언론탄압문제가 여론화되기는 했지만, 이는 국가기관에 의한 언론의 정치적 통제라는 ‘자유’의 범주에 속한 문제라기 보다는 한국적 상황 하에서 정치적 헤게모니 장악과 관련된 정쟁적 성격에 가깝기 때문에 크게 고려치 않아도 된다고 생각한다. 역으로 언론구조의 독과점과 관련된 지적도 그것이 법과 정부정책에 의해 지지되는 인위적인 것이라기 보다는(언론 관련 법 참조) 시장구조 안에서의 현상으로 보는 것이 보다 타당하므로 언론의 자유로 연결하여 평가하는 것은 지나친 점이 있다고 생각된다.


3. 사회, 문화적 환경 분야


1990년도의 세계가치조사에서 한국 시민들의 사회적 신뢰도가 34%였던 반면 2000년 조사에서는 27%로, 시민들의 신뢰수준이 지속적 하락 추세를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본 조사연구의 본래 과제는 아니지만 향후 보완연구가 필요한 부분이다. 그 이유를 산업화와 세계화가 가속화되면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개인주의가 심화되었기 때문이라고 일반적으로 설명할 수 있지만, 이와 함께 사회 전반의 민주화는 신뢰수준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민주화의 진전에 따라 시민들의 결사체활동은 증가했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신뢰수준의 향상에 도움을 못 주었는가? 하는 문제를 따져보아야 한다. 만약 지난 20여년간의 민주화진전이 시민들의 신뢰수준향상에 긍정적 방향으로 작용하지 않았다면 지난 기간의 민주화 수준이 시민적 책무보다는 권익을 중심으로 한 초보적 민주화였기 때문은 아닌지 분석해보아야 한다. 또 사회자본 형성과 관련되어 민주화진전에 따른 증가된 결사체의 성격이 신뢰도 증진에 어떤 효과를 주었는지 등에 대한 경험적 연구가 필요하다. 

관용의 문제에서도 위 신뢰의 문제와 마찬가지로 민주주의의 수준문제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전통적인 영향의 측면(예를 들면 강한 민족주의, 배타성, 유교문화, 혈연중심주의 등)과 근대화, 개방의 속도가 시민들의 사상문화에 주는 영향 간의 상관관계에 관한 연구분석이 필요하다.

또 측정지표에 있어 한국상황에 맞는 응용지표 개발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AIDS나 무슬림에 관란 불관용도 비교는 서구 상황에는 적절할 지 모르나 한국 상황에서는 보편적 현상으로 측정하기는 무리가 있다. 반사회적 행위에 대한 측정에서 부동산투기 항목이나 허위 병역면제 항목을 추가했듯이 보다 적절한 측정지표가 개발되어야 한다.


4. 법률적 환경 분야


이 분야는 전반적으로 평가 잣대가 너무 엄격하지 않았나 하는 의문이 든다. 1999년 비영리민간단체지원법의 제정과 함께 국무총리실 산하의 시민사회발전위원회, 청와대의 시민사회비서실 등이 설치되고 운영된 것은 지난 10년간 한국의 진보정권 하에서 시민사회 분야의 법률적, 정책적 환경이 매우 우호적으로 변하였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미국의 NPO면세혜택, 일본의 NPO법인격 인정 등 선진국의 법률적 환경과 비교하면 미흡한 측면이 있지만, 비슷한 정치경제사회 발전수준에 있는 다른 나라들에 비하면 법률적 환경이 많이 열악하다고 평가할 수는 없다. 이는 RSC(지역 시민사회 이해관계자) 2004에 참여한 조사대상자들과 NAG(National Advisory Group) 위원들의 주관적 기대치가 많이 반영된 결과로 생각되어 진다. 

권익주창 활동의 허용정도 항목은 상향평가되어야 한다. 한국 시민운동만큼 권익주창활동이 활발하고, 그 권리를 향유하고 있는 나라도 그렇게 많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최근 기부금품모집규제법의 개정으로 기부금모금이 보다 자유로와졌으나 이것이 실제 개인이나 기업의 기부활동 촉진에 어떤 도움을 주고 있는 가는 실증적인 조사연구가 필요하다. 

자원봉사진흥법의 제정은 다른 나라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적극적인 국가의 자원봉사활동 지원법체계이다. 하지만 민간비영리부문, 특히 자원봉사나 사회복지와 같은 서비스분야에서의 시민사회의 자율성과 자립성이 부족한 상황에서 국가(특히 지방자치단체)의 과도한 지원은 불필요한 간섭과 정치적 이용의 여지를 만들게 됨으로써 역작용이 나타나고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 


5. 국가 - 시민사회 관계


한국 시민사회의 자율성에서 주목할 부분은 권익주창 분야와 서비스 분야의 지나친 불균형이다. 그것은 권위주의 체제하에서 조합주의적 통제를 통해 생성되어온 서비스 분야와 민주화과정에서 정치적 투쟁과 경쟁의 과정에서 발전해온 권익주창 분야의 생성배경을 반영한 것이긴 하지만 지금 양자의 특징을 구분해온 사회적 환경이 양자가 수렴되는 방향으로 변화가 오고 있고, 87년 체제 이후에 본격적으로 활성화되기 시작한 시민사회 자체의 물적, 인적, 문화적 기반이 차차 상향되고 있는 만큼 이러한 상황을 반영해야 한다.


국가 시민사회 양자간의 대화와 참여의 통로는 지난 10여년의 진보정권을 거치면서 양적으로 매우 많이 늘어났지만 질적 측면에서는 제고해봐야 할 점이 많다. 중앙정부에의 참여와 대화는 매우 활발하고 기회도 많지만, 지방정부와의 관계는 매우 형식적이거나 제한되어 있다.

CSO에 대한 정부의 재정적 지원문제는 비영리민간단체지원법에 의한 지원 이외에, 각 부처와 지방자치단체의 각 종 사업 수행과정에서의 민간보조금 규모와 구조에 대해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분석이 있어야만 보다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있다. 특히 보건복지부나 문화청소년부, 여성부, 환경부, 체육부 등을 통해 지원되는 지원규모는 매우 큰 데 이에 대한 체계적인 분석을 찾아보기 힘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민사회단체의 재정수입에서 차지하는 정부부분의 비중을 보면 전반적으로 OECD 국가에 비해 매우 적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이는 한국정부의 사회 투자분야에 대한 소극성과 함께 한국시민사회의 강력한 정부 견제적 전통 과 여론의 요구로 말미암은 측면이 크다. 


6. 시장-시민사회 관계


이 분야 역시 국가-시민사회 관계와 마찬가지로 권익주창분야와 서비스분야간의 격차가 크다는 점을 유의해 봐야 한다. 권익주창분야에서는 대립적 관계가 뚜렷한 편이다. 특히 대기업집단과 대규모 시민단체와의 관계는 상호 적대적 공생관계(?)라는 말이 유의미하게 여겨질 정도이다. 하지만 이러한 관계도 지속되지만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대기업집단도 과거의 정경유착 관행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정치사회적 환경이 조성되고 있고, 글로벌한 시장환경 하에서 보다 투명하고 공정하며 친사회공헌적인 경영체제의 수립을 요구받게 되었으며, 한편 대규모 권익주창 시민단체도 사회적 영향력을 상실하고 퇴조해가고 있는 추세이고 반시장주의적 사회주의 담론의 영향력도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관한 강조는 최근 들어 늘어나고 있다. 2005년도의 투명사회협약에의 재계의 적극적 참여와 유엔 글로벌 컴팩트 가입(2006-7), 최근의 대기업집단들의 잇단 윤리경영 선언 및 사회공헌 활동강화 등이 잇따르고 있다. 교보, SK 등 일부 기업군에서는 사회적 기업 등의 보다 진전된 사회 공헌 활동에 앞장서는 사례도 나오고 있으며, 사회서비스 분야에서의 시민사회에 대한 적극적 지원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지원과 협력의 양적 측면 말고 질적 측면을 보면 개선되어야 할 점이 많다. 개선되고는 있지만 기부처에 있어 아직도 자신들이 출연한 특정공익법인에 대한 비중이 압도적으로 많다는 점, 기업인 등 개인자산가들의 기부는 매우 적고 기업법인체의 기부비중이 크다는 점, 사회공헌활동에 있어 시민사회단체와 기관의 전문성을 육성지원하거나 협력하려 하기 보다는 기업집단 자신의 사회공헌파트를 확장하거나 심지어 시민사회영역을 자신의 헤게모니 아래로 두고 잠식해 들어올려고 하는 경향 등이 보여지고 있는 점은 우려될 만한 지점이다. 



7. 결론


전반적으로 한국의 시민사회 환경에 대한 평가는 상향평가되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같은 환경분야에서도 정치, 법률, 사회경제와 같은 객관적 환경분야가 실제에 비해 더 부정적으로 평가되었다고 판단되는데, 이는 조사대상의 모집단이 시민사회단체관련 종사자이어서 그들의 주관적 이해관계가 많이 반영될 결과로 추측되므로 이에 대한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반면에 시민들의 사회문화적 환경이나 국가-시장-시민사회 3자관계와 같은 주관적 환경분야에 대해서는 한국사회가 질적으로 취약한 환경을 여전히 갖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이러한 결론은 곧 향후 시민사회운동이 추구해야할 주요 과제가 무엇인가 하는 시민운동의 의제설정에도 밀접한 연관성을 갖고 시사점을 제공해 준다고 볼 수 있다. 다시 말해서 그동안의 시민사회운동이 인권 등 시민의 권익옹호, 부정부패의 척결과 정치개혁, 사회적 평등권의 추구 등을 위한 운동에 주력해왔고 그 결과 시민사회를 둘러싼 정치, 법률적 환경 등 객관적 환경은 상당한 수준의 개선을 이룩해 온 반면, 시민사회의 생성과 발전이 내발적이지 못하고 그 기간이 짧은 한국사회의 특성을 반영하여 시민들의 의식과 문화의 성숙, 사회자본의 축적, 사회 각 분야 간의 파트너십과 새로운 거버넌스의 형성 등 보다 진일보된 시민운동의 과제가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촛불시위의 내용과 양상을 잘 분석해보면 이러한 흐름이 일부 반영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므로 속단해서 말할 수는 없지만 몇 가지 시사점을 줄만한 현상들을 들어보면, 주요 이슈가 안전한 먹거리 문제 등 생활상의 요구와 관련되어 있으며 정부에 대한 반대의 주요 이유로 ‘소통의 부재’라고 하는 민주주의 ‘과정’의 문제가 제기되었다는 점, 시위의 촉발이 전통적인 권익주창형 시민단체에 의해 조직적으로 제기된 것이 아니라 온라인을 배경으로 한 자발적인 시민들의 커뮤니티들에 의해 제기되고 주도되어지고 있다는 점 등인데, 이는 과거의 법, 제도의 개혁 등 객관 환경의 변화를 추구해온 시민운동의 양상과는 사뭇 다른 요소를 갖고 있다. 

물론 시위가 확대되면서 현 정부의 집권과정에서 패배감에 빠져있던 범야권진영이 자신감을 회복하였고 점차 시위의 양상이 정치적 입장을 달리하는 양진영간의 대립과 경쟁의 전면화로 치닫거나, 정치사회와 시민사회간의 충돌과 대립 그리고 수렴과 제도화라는 전통적 궤적을 따라갈 가능성도 있는 등 한국사회의 특성을 설명할 수 있는 전통적 요소와 새로운 요소가 중층적으로 맞물려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어쨌든 한국의 시민사회는 역동적인 변화의 과정에 놓여있으며, 변화의 추세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올바로 해석할 수 있는 새로운 잣대가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그를 위해서는 세계 여러 나라의 시민사회 비교연구에 기반한 보편성을 한 축으로 하고, 실시간으로 진행되고 있는 시민사회의 흐름에 밀착할 수 있는 현장성을 또 다른 한 축으로 한 조사연구의 관점과 방법이 개발되고 심화되어야 할 것이다. 


댓글 1개:

  1. 2008년 당시(이명박정부 초기 촛불시위 )의 싯점에서 한국의 시민사회를 둘러싼 환경과 객관적 분석을 위한 좋은 가이드가 되는 글이었음. 한양대 제3섹터 연구소(소장은 주성수교수)쪽에서 작성된 글이었을 것으로 추정됨.

    답글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