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5월 10일 월요일

한국문화예술위원회토론회(2008.7)

토 론 요 지




촛불문화제를 시작으로 최근의 미국산소고기문제가 확산되었던 원인을 둘러싸고 여러 가지 측면에서 진단하는 말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 중에서 ‘소통의 부재’, ‘신뢰의 상실’이란 말이 정치적 입장차를 떠나 가장 폭넓게 거론되고 있는 말인것 같습니다. 사태의 해법을 둘러싸고 이러저러한 많은 요구와 처방들이 시도되고 때로는 그것이 더 많은 갈등을 불러오고 있습니다만 장기적으로 볼 때 가장 확실한 해법은 우리 사회에 ‘소통과 신뢰의 문화’를 정착시키는 것임을 부정할 사람은 아마 없을 것입니다. 오늘 토론회의 주제와는 다소 동떨어진 감이 없진 않겠지만, 저는 바로 이 ‘소통과 신뢰의 문화’를 정착시키는 데 있어 ‘사회적 자본’의 형성이 갖는 중요성과 사회적 자본 형성에 있어 문화동아리 내지 문화클럽활동이 갖는 결정적 역할에 대한 강조로서 토론을 시작하려고 합니다. 

미국의 저명한 정치학자 푸트남은 이탈리아사회의 남북부간 사회발전격차의 원인에 대한 25년에 걸친 체계적이고 실증적인 연구를 통해, 특정 사회의 정치경제적 사회발전정도의 차이가 신뢰, 호헤성의 규범, 네트워크와 같은 사회적 자본의 축적정도와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다는 점을 밝혔습니다. 즉 스포츠클럽, 문화동아리, 상호부조모임과 같은 자발적이고 수평적인 조직들이 활성화된 지역이 전통적인 카톨릭성당과 같이 위계적이고 구조화된 조직들이 지배하는 지역에 비해 민주화정도나 경제발전정도가 현저히 달라졌다는 점을 실증적, 이론적으로 밝힌 것입니다. 

사회적 자본 이론이야 이미 널리 공인되어 우리나라에서도 국가정책에까지 적용되어지고 있지만 오늘 이야기되고 있는 “생활속 문화클럽 활성화 정책”처럼 보다 구체적이고 현장실정에 맞게 점검되고 논의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기존의 전문문화예술단체중심 지원정책이나 사회적 문화취약계층 지원정책이 갖는 일면성을 탈피하여 “일상을 지향하고”, “지역이나 직장 등에서의 공동체성 강화”를 꾀하며, “자발성에 기초한 문화시민역량”을 강화하려는 데 지향점을 두고 있는 생활속 문화활동지원정책을 전개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한발 더 나가서 같은 문화활동 지원정책이라고 하더라도 그 본래 취지에 맞게 ‘자발적이고 수평적인 시민들의 네트워크’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추진방식 등에서 보다 세심한 정책적 고려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이 사업의 핵심은 ‘몇 개의 문화클럽이 조성되었는가’에 있는 것이 아니라 ‘조성한 환경을 얼마나 많은 문화동아리들이 활용하였는가’에 있다”라고 한 것은 기존의 행정중심, 성과중심의 추진방식을 벗어나 문화활동주체들의 자율성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좋은 추진원칙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직접지원방식이 아닌 공간지원, 교육지원과 같은 간접지원방식을 택하고 지역사회공헌과 같은 공동체성 지향을 결합시키고 있는 점도 훌륭한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요컨대 모든 문화활동 지원시스템과 프로세스가 “민간역량 강화에 기여”라는 일관된 관점 하에 기획되고 실행되어야 한다는 점이고 그 점이 제가 강조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중앙의 정책기획자들이 현장의 세세한 문제를 다 잘 알 수도 없고, 그것을 일일이 규명하고 규정해서 규제하려고 하는 지나친 욕심을 부리지 말아야 한다는 점도 언급해 두고자 합니다. 가능한한 권한위임, 그리고 자율적 환경과 여건 마련이 중요하며 주체들 상호간의 학습을 통한 “집단지성”의 창조방식으로 정책이 시행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오늘 세미나에서 소개되고 있는 성남의 사랑방문화클럽정책은 매우 훌륭한 벤치마킹대상이고 혹은 반면교사로 삼을 수 있는 ‘생활속 문화클럽활성화정책’의 살아 숨쉬는 교재가 아닐 까 생각합니다. 무엇보다도 일관된 철학과 종합적 비젼이 있는 지역문화정책이고 지역의 특성과 현장실천에 기반하려는 정책이며, 지역공동체성 강화와 민간 자발적 역량 강화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저는 시민들의 생활영역에서 전개되는 문화활동이 갖는 다면성과 관련 분야와의 협력필요성에 대해 얘기하고자 합니다. ‘동네’라고 하는 시민들의 생활공간의 특성은 다면적이고 복합적입니다. 일상적인 경제활동의 공간이기도 하고 생활정치의 현장이기도 합니다. 지역사회에서의 시민들의 문화활동은 사적인 욕구와 관심에서 출발하여 공공의 문제에 접근해가는 중요한 통로가 됩니다. 오랫동안 풀뿌리시민운동과 주민자치센터에 관련을 맺고 활동해온 저의 경험에 바탕해 볼 때도 시민들의 자발적인 문화동아리들은 그 자체가 평생학습의 기초단위이고 자원봉사활동의 기반으로 연결되며 주민자치를 위한 사회적 토대를 형성하게 됩니다. 때문에 ‘생활속 문화활동 지원정책’은 그 자체로 독자적인 영역으로만 진행될 것이 아니라, 자원봉사, 평생학습, 주민자치, 지역복지, 마을만들기 등 제반 관련된 분야와의 협조를 통해 시너지 효과를 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여기에서도 중요한 것은 Top-Down이 아닌 Bottom-Up의 관점이 견지되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Top-Down은 자칫 지역현장을 정책기획자들의 주관적 의지나 관점을 증명하는 수단으로 전락시키거나, 각 영역간의 경쟁이나 중복을 몰고 옴으로써 오히려 지역공동체를 파괴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생활속 문화활동활성화정책’은 이제까지의 문화지원정책이 갖는 한계를 넘어서는 새롭고 바람직한 정책이라고 생각됩니다. 모쪼록 마련된 정책이 좋은 결실을 거둘 수 있도록 함께 노력했으면 좋겠습니다. 고맙습니다. 

토론자 : 열린사회시민연합 공동대표 박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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