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5월 24일 월요일

풀뿌리조직들의 지역공동체운동이 갖는 의의(2009.12/대전자원봉사센터토론회)

풀뿌리조직들의 지역공동체운동이 갖는 의의



박홍순
(사)열린사회시민연합 공동대표 
한국자원봉사관리협회 부회장


1. 현대사회에서 지역사회공동체가 쇠퇴, 해체되어 온 것은 분명하지만 역설적으로 개인주의화가 심화되고 세계화가 가속화될수록 공동체에 대한 사람들의 동경이 커져온 것도 사실이다. 현대사회가 봉착한 개인주의의 모순과 인간소외현상의 해결을 위해서는 개인과 공동체간의 관계에 대한 대립적 관점을 극복하고 새로운 관점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그것은 개인과 공동체가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인식의 전환과 사회적 관계의 실천을 통해 가능하다. 개인과 공동체의 조화는 무엇보다도 공동체에 참여하는 개인들의 공동체성원으로서의 자각, 공동체와의 일체감을 통해서만 가능할 것이다. 공동체와의 일체감이란 개인을 배제한 전통적 권위를 의미하지 않는다. 어떤 집단적 권위나 전통에 의존하지 않는 자유로운 개인들의 공동체에의 헌신과 봉사는 자발성에 의해서만 가능하고, 그것은 공동체의 일부로서의 자신에 대한 깊은 성찰과 자각을 할 수 있는 인간인식능력의 발전에 기초한 것이다.

민주주의가 발전하고 성찰성이 증대하면서 국가나 시장과 같은 전통적 부문이 아닌 시민사회와 같은 자발적 부문의 사회적 역할과 중요성이 점차 부각되고 있다. 오늘 날 시민사회는 국가나 시장이 갖지 못한 새로운 인적, 물적, 정신적 자원을 갖춰나가고 있다. 바로 자발적 부문이라는 특성에서 나오는 힘이다. 시민사회가 갖고 있는 자발성에 근거한 공익성의 추구, 이것이 국가실패, 시장실패의 문제를 해결해나갈 열쇠이다. 사람들의 지식문화수준, 기술발전과 생산력의 증대, 민주주의의 발전 등 사회의 전반적인 자율화 과정이 높아지고 있다. 시민사회의 두 가지 축은 권익과 책무의 측면에서 형성되는데, 사회발전에 따라 권익주창(Advocacy)에서 자원봉사(Volunteering)로 점차 기능의 중심이 이동하고 있다. 한국사회도 기본적으로 그러한 추세에 있다. 이에 따라 지역사회(Community)의 공동체 운동이 강화될 필요가 있다. 현대사회가 처한 많은 문제의 해결의 실마리는 개인의 자유를 억압받지 않고도 공공선의 실현이 가능할 수 있는 시민문화의 형성, 곧 공동체성의 체득으로부터 나온다. 그것은 구체적 삶의 현장, 시민들의 생활세계영역인 지역공동체에서부터 비롯된다. 개개 시민들이 커뮤니티활동의 경험 속에서 참여를 통한 학습이 이루어지며 그것은 곧 볼런티어링(Volunteering)이기도 하다. 자발적 부문의 지역사회에서의 실천, 그것은 공동체만들기(Community Building)에 다름 아니다. 지역사회를 살기 좋은 공동체로 만들자는 것은 물리적, 경제적 삶의 조건을 개선하는 하드웨어적 측면뿐 아니라 공동체적 인관관계의 실현이라는 소프트웨어적 측면도 포괄한다. 또 그것은 지역사회의 운영에 있어 행정과 주민이 동등한 자격으로 파트너가 되어 함께 기획하고 함께 실천해가는 새로운 거버넌스(Governance)모형을 탐색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2. 지역사회의 변화는 지역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주체들의 능동적 노력에 의해서 추동된다. 지역사회에 존재하는 많은 풀뿌리결사체들은 그것이 종교적 동기에서 출발했던, 취미활동이나 문화적 욕구에서 시작되었던, 또는 경제적이거나 행정적인 필요에 의해서 촉진되었던 지에 관계없이 지역주민들 간의 네트워크를 넓히는데 기여한다. 풀뿌리시민단체들의 공동체운동은 육아, 교육, 환경, 안전, 건강, 주거 등 시민생활상의 제반 요구들을 공동의 힘으로 해결해 가는 과정에서 참여하는 구성원들의 시민성을 높여왔다. 이러한 노력들은 주민자치센터, 자원봉사센터, 평생학습시스템, 마을만들기 지원체계, 지역의제 실천기구 등 시민들의 지역사회 참여활동을 증진시킬 수 있는 제도적 참여기반들이 확충될수록 지역공동체 형성에 더욱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한국의 주민자치운동의 흐름도 이제 마을이나 지구단위의 지역공동체를 활성화하기 위한 풀뿌리로부터의 운동, 즉 마을만들기와 마을의제 운동, 주민자치센터 활성화운동 등이 양적인 면에서나 관심도 면에서 보다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운동들은 특정사안에 대한 요구형 운동이 아니라 주민들의 일상적 생활과 관련된 지역사회의 여러 가지 과제들, 육아, 교육, 취업, 건강, 복지, 여가, 문화, 지역개발 등을 해당지역 주민들의 참여를 통해 해결하고 만들어가는 조성형(助成形) 운동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운동은 그 특성상 시민들의 자원봉사와 평생학습과 밀접히 연관되며 지역사회내의 네트워크 구축과 행정과의 파트너십 형성이 필연적으로 뒤따르게 된다. 

이러한 풀뿌리자치운동은 초기에 헌신적인 활동가나 시민단체가 주도하던 것으로부터 이제는 일반주민출신의 리더나 주민조직의 주도로 그 주체가 옮겨간 사례들이 많아지고 있다. 또 소수의 대안찾기 운동, 모델만들기 운동에서 현실과 결합한 대중적인 운동으로 변화하는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그 과정에서 지방행정, 정부정책과의 연관성이 높아지고 바람직한 민관협력의 추구가 현실적인 과제가 되고 있다. 이러한 특징들은 특히 주민자치센터를 매개로 한 지역공동체운동에서 폭넓게 나타나고 있다. 그동안의 주민자치박람회를 통해 소개된 우수사례들을 분석해보면 최근의 흐름을 알 수 있는데, 앞서가는 센터들의 모범사례를 많이 참고, 학습한 효과가 급속히 확대되어왔다는 점, 문화와 교육뿐만 아니라 자원봉사와 지역복지, 동아리 자치활동, 마을만들기, 마을의제, 지역현안해결 등 다양한 주민자치 프로그램이 확산되고 있다는 점 등이 그것이다.

2008년 전국주민자치박람회에서 열린 커뮤니티포럼에서는 그동안 자원봉사, 평생학습, 마을만들기, 주민자치운동 등 각 분야에서 지역공동체와 연관된 운동을 벌여온 실천가들과 연구자들이 함께 모여 ‘지역사회발전’이란 공동의 주제를 놓고 함께 논의하였다. 이 논의에서 다음의 몇 가지 점들이 제기되고 토론되었다. 

1)주민자치센터는 지역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고 미래를 개척해가기 위해 공동체의 힘을 기르는 데 기여하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역사회의 여러 구성부분들이 유대감을 갖고 파트너가 되어 협력하는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2)최근 자원봉사계에서도 읍면동단위의 자원봉사캠프나 자원봉사마을만들기활동이 주목받고 있는데 주민들의 근린생활권에 밀착한 읍면동단위에서 주민들 스스로가 자원봉사활동의 기획자이자 실행자가 되도록 함으로써 지역공동체를 만들어가는 주인이 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3)주민들이 생활공간인 지역사회에서 학습의 과제를 찾고 이 때 지역과제가 학습과제로 연결되게 되며, 주민의 사회 참가로 이어진다. 주민자치센터에 일상적으로 진행되는 교육, 문화 프로그램들 그리고 그와 관련된 강사들의 활동과 참여하는 주민들의 동아리 활동들이 공동체시민의식의 학습과 사회적 자본 형성에 어떻게 기여하는 지에 대한 보다 큰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4)그동안 민간차원에서 시도되어왔던 마을만들기가 이제는 정부의 정책과 결합하면서 다양한 형태로 전면화 되고 있다. 침체된 지역사회에 활력을 불러일으키고 새로운 발전의 비젼을 만드는 현실적 문제에 구체적으로 개입하는 것이므로 보다 큰 책임성과 유연성을 갖고 접근하지 않으면 안 된다. 

5)지역사회의 새로운 발전은 그 지역에 뿌리박고 살아가고 있는 시민들의 생각과 삶이 혁신될 때만 가능하다. 그것을 가능케 하는 힘은 지속적으로 전개되는 지역사회에서의 풀뿌리시민운동과 그 속에서 길러지는 주민자치의 역량이며, 그것이 지역발전과 잘 연결되도록 하는 거버넌스 구조이다. 

6)시민섹터를 움직여가는 주체들이 어떠한 관점을 갖느냐 하는 것은 결정적인 요소이다. 시민사회운동의 주체들이 기존 NGO의 관성을 넘어서는 일정한 인식의 전환과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복지나 분배 영역뿐 아니라 생산과 성장 영역에도 관심을 갖고 기여하여야 하며 시민 활동(activity)의 측면뿐만 아니라 시민 사업(business)의 측면도 발전시켜야 한다. 커뮤니티 비즈니스와 같이 시민들 스스로가 공공재를 창출하는 생산자이자 소비자로서 지역경제의 활력을 만들어가는 협동경제의 주체로 설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3. 풀뿌리조직들의 활동은 자원봉사에 근거하고 있다. 자원봉사센터 등에서 일하는 자원봉사관리자들은 시야를 넓히고 지역공동체 활성화를 위한 종합적 안목을 가져야 한다. 지역사회에서 활동하는 다양한 영역의 시민활동들과 만나야 하며 그들의 요구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특히 우리나라의 지역자원봉사센터는 민간 주도에 의해 설립되고 운영되고 있는 서구의 경우와는 달리 대부분 정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지원과 주도하에 운영되고 있다. 이런 특성을 잘 감안하여 자원봉사센터가 지역공동체활성화에 기여하는 풀뿌리자원봉사조직들의 허브로 역할하기 위해서는 세심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장기적 안목을 갖고 풀뿌리조직들을 비롯한 지역시민사회의 자생성과 역량강화를 위해 ‘아낌없이 주는 나무’와 같은 자세로 접근해야 한다. 상대적으로 많은 자원과 정보를 갖고 있는 행정의 영역과 무한한 창조력과 가능성을 갖고 있는 시민사회영역이 만나 새로운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도록 매개해야 한다. 새로운 가치의 창조는 신뢰의 기반 하에서만 싹틀 수 있고 공동체의 미래에 대한 공동의 책임성을 키울 때만 가능하다. 시민들의 자원봉사를 통한 지역공동체 활성화를 기대하면서 미국의 대표적인 공동체주의 이론가인 아미타이 에치오니의 다음과 같은 언급을 음미해본다.

“시민사회는 자신에 대한 존중(self-respect) 뿐 아니라 타인에 대한 존중을 배우는 곳이며, 개인적, 시민적 책임의식을 갖게 됨으로써 다른 사람과 자신의 권리를 찾는 곳이고, 우리 자신을 통제할 수 있는 습관(habit of governing ourselves)뿐 아니라 자기 자신을 통제할 수 있는 기술을 발전시키는 곳, 그럼으로써 자신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 봉사하는 것을 배우는 곳이다”. 





[참고자료]



김경동, 2007,『급변하는 시대의 시민사회와 자원봉사』, 아르케.

박홍순, 2006,“지방권력감시에서 지역공동체활성화로”,『2006 한국시민사회연감』, 시민의신문사.

열린사회시민연합, 2008, 『제8회 전국주민자치박람회 자료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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