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선약수(上善若水)라는 말이 있습니다. "가장 높은 선(善)은 물과 같다"라는 뜻입니다.
물은 세상의 모든 것을 이롭게 합니다. 생명의 근원이지요. 하지만 물은 아래로만 흐르고 가장 낮은 곳에 처합니다. 세상의 비천한 곳, 소외된 곳, 억압받는 곳에 함께 합니다.
물은 결코 다투지 않습니다. 물이 바위를 만나면 몸을 나누어 비켜갑니다. 가다가 막히면 차서 넘칠 때까지 머무를 줄도 압니다. 때로는 험난한 절벽을 만나면 용사처럼 과감히 뛰어내기도 합니다.
물의 미덕은 유연함에도 있습니다. 물은 네모진 곳에 담으면 네모난 모양이 되고 세모진 그릇에 담으면 세모난 모양이 됩니다. 이처럼 물은 어떤 상황에서나 순응하지만 본질은 변치 않습니다.
물의 진정한 가치는 남의 더러움을 씻어주면서 남을 더럽힐 줄 모른다는 것입니다. 먹물이 번진 물을 깨끗이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계속해서 맑은 물을 부어주는 것이라고 합니다.
앞으로 시민운동이 더 좋고 더 밝은 우리사회를 만들기 위해 해야 할 일은 이 물과 같은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익과 경쟁, 대립과 투쟁을 넘어서는 상생의 사회를 꿈꾸기 위해서는 정치사회제도의 개혁이나 물질적 발전보다도 사람들의 의식 성장이 중요합니다.
열린사회는 창립시부터 지금까지 소통과 조화, 배려와 협력, 사랑이 넘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우리의 의식과 삶의 방식을 뿌리에서부터 변화시키는 풀뿌리공동체운동을 꾸준히 전개해왔습니다. 우리는 여기에 큰 긍지와 자부심을 갖고 있습니다. 낮은 곳에 이웃과 함께 하고 세상에 맑은 물을 끊임없이 붓고자 하는 우리의 노력은 지역사회를 변화시키고 있습니다.
우리의 의지와 무관하게 주변 상황은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때는 차서 넘칠 때까지 머무를 줄도 알고 유연하게 순응하면서도 본질을 잃지 않는 물의 속성에서 배워야 합니다. 때로는 큰 산을 에돌아 가기도 하고 절벽에서 곤두박질치기도 하겠지만 결국은 큰 바다에 이르게 됩니다.
지난 한 해동안 집수리자원봉사, 방과후 학교, 작은 도서관, 주민자치센터 등 따뜻한 지역사회를 만들기 위해 많은 수고를 해 주신 회원 여러분, 진심으로 자랑스럽습니다. 관심과 애정으로 함께 하신 모든 분들께도 감사드립니다.
올해 우리는 환경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새로운 도전을 시작합니다. 국가와 시장과 시민사회의 경계를 넘어 창조적 협력으로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실험이 진행됩니다. 해뜨는집 사업의 기반을 발전시켜 착한기업, 사회적 기업을 만들고 운영합니다. 지방자치 발전을 위한 매니페스토 등 유권자운동을 전개하고 픽스마이스트리트 등 인터넷기반과 지역사회를 연결하는 시민참여운동도 시도하려고 합니다. 이러한 우리의 도전은 본질은 잃지 않으면서도 상황변화에 자유자재로 변신하는 물의 속성을 체화하려는 노력입니다.
2010년은 새로운 10년이 시작되는 해입니다. 창립이후 지난 십수년의 우리가 그러했듯이 새로 시작되는 10년도 상선약수의 그 모습으로 나아갔으면 합니다.
2010년 2월 2일
박홍순, 주영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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