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는 지방자치선거여야 한다
6월 2일 지방선거에서 우리는 총 여덟 개의 투표지에 기표를 하게 된다. 시·도지사, 시·군·구청장, 시·도의원, 시·군·구의원, 교육감, 교육의원, 그리고 비례대표 시·도의원과 시·군·구의원까지 그 많은 후보자를 어떻게 다 기억하고 올바로 선택할 수 있을 지 걱정이 앞선다.
년초부터 시내 여기저기 후보자들의 현수막들이 넘쳐나고 공천과정의 이러저러한 잡음과 신문·방송들의 경마중계식 보도는 유권자들의 눈과 귀를 오히려 어지럽히고 있다. 지방선거를 바라보는 언론들의 관심은 온통 서울시장이 누가되고 단체장들을 여야 어느 정당이 얼마만큼 차지 하냐 하는데 쏠려있는 것 같다.
이명박정부 심판론이니 안정적 국정 운영론이니 하는 중앙정치판의 이해관계가 왜 지방선거의 모든 것을 좌지우지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지방선거는 어디까지나 지방자치선거여야 한다.
그런데 시민단체들도 이러한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주요 시민단체인 참여연대, 녹색연합, 여성단체연합 등이 참여하고 있는 '2010유권자희망연대'의 활동내용을 보면 반MB 단일후보를 위한 야4당과의 선거연합 협상과 4대강 사업중단, 무상급식 실시를 위한 캠페인과 시위가 주축을 이루고 있다.
이러한 시민단체들의 활동은 지방자치선거 본래의 취지도 살리고 있지 못할뿐 아니라 일반시민의 보편적 요구라기 보다는 시민단체활동가위주의 생각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이 활동의 주측이 되고 있는 '희망과 대안'이 지난해 말 실시한 유권자여론조사결과를 보더라도
정부의 일방적 독주를 막기 위해 야당이 승리해야 한다는 의견이 45.3%, 경제회복이 되려면 여당이 승리해야 한다는 의견이 40.2%로 나왔다. 그런데 같은 조사에서 시민단체 활동가들은 98%가 야당의 승리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가지고 있어 국민들과 인식의 큰 격차를 보여주었다.
또 지방선거의 주요의제를 묻는 조사에서는 국민들은 ‘서민중심 경제정책’(40.9%)을 압도적으로 꼽았으며, 두 번째가 ‘4대강 사업 저지’(21.4%)인 것으로 나타났으나 활동가들은 ‘서민중심 경제정책’(15.1%)보다도 ‘4대강 사업 저지’(28.5%)와 ‘민주주의와 인권 회복’(24.2%)을 우선 과제로 꼽았다.
시민단체들이 보편적 시민정서를 꼭 대변하지 않고 저마다 자신들의 주장과 이해를 내놓고 대변할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지방선거국면에서만큼은 중앙정치를 둘러싼 대립과 격돌보다는 지방자치를 성숙시키고 풀뿌리를 튼튼히 할 수 있는데 더 기여했으면 하는 바램이다.
우리나라 지방자치제도는 이제 성숙한 단계로 접어들 때가 되었다. 1991년 지방자치제도 부활로 치면 벌써 20여년이 흘러 민선자치 5기가 되었고, 1995년 시장, 군수, 도지사를 우리 손으로 직접 뽑기 시작한 것으로부터 따져도 벌써 4번째 임기의 자치단체장을 맞이하게 된다.
중앙집권적 전통이 강하고 지방분권의 추진이 지지부진한 데다가, 지방선거가 대통령임기 중간에 딱 걸쳐 있어서 이러저래 중간평가적 성격을 피하기가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중앙정치의 뒷치다꺼리나 하고 있을 수는 없다.
정부선택과 심판의 룰과 제도를 바꾸던 아니면 정당, 정치인들의 구성과 정치문화를 확 바꿔치던 간에 그것은 그렇게 하도록 하고, 지방자치선거만큼은 내 삶, 내가 사는 동네, 내가 사는 지역이 어떻게 변할 수 있는 지를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그런 장이 되었으면 좋겠다.
지방자치선거는 서울시장, 경기도지사와 같은 광역단체장만 뽑는 것이 아니라 우리 동네, 우리 마을 구석구석을 위해 열심히 뛸 그런 일꾼들을 선출하는 선거이다. 우리 지역의 예산을 어떻게 잘 써서 우리 동네를 좀 더 행복한 지역공동체로 만들까? 이런 얘기들이 중심이 되는 선거여야 한다.
그동안 풀뿌리시민단체들은 마을이나 지구단위의 지역공동체를 활성화하기 위한 밑으로부터의 운동, 즉 마을만들기, 마을의제 운동, 주민자치센터 활성화운동 등 풀뿌리공동체운동에 대한 비중을 넓혀왔다. 최근에는 지역밀착형 사회적 기업(커뮤니티 비즈니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등 시민들 스스로가 지역경제의 활력을 만들어가는 협동경제의 주체로 설 수 있도록 다양한 실험들을 하고 있다.
지방자치 5기를 맞이하면서 지역사회의 시민운동이 지역공동체의 활성화를 위한 주민자치역량강화운동에 보다 활발히 나섰으면 한다. ‘연합’이니 ‘심판’이니 하는 중앙정치의 틀에 너무 얽매이지 않고, 지방선거는 지방자치선거답게 치루고, 또 선거 이후에도 지역을 책임지고 함께 발전시켜나갈 역량을 키우고 관계를 만들어 가는데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주민들의 삶과 관련된 지역사회의 여러 가지 과제들, 육아, 교육, 취업, 건강, 복지, 여가, 문화, 지역개발 등을 해당지역 주민들의 참여를 통해 해결하고 만들어가는 주민자치형 운동을 어떻게 하면 더 발전시킬 수 있는지, 또 그것을 용이하게 할 수 있는 정책과 사람은 누구인지 잘 판단하고 선택할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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