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시민운동의 역할과 방향
박홍순
열린사회시민연합 커뮤니티파트너십센터 소장
1. 경쟁과 갈등에서 자치와 상생(相生)의 시대로
이제까지 한국사회에서 권위주의와 독점을 몰아내고 자유와 평등을 신장시키는 데 시민운동은 많은 기여를 하였다. 한국사회의 시민운동 발전과정을 크게 나누어 보면 87년을 기준으로 그 이전을 제1세대 운동시기, 그 이후를 제2세대 운동시기로 구분해 볼 수 있다. 제1세대 운동의 특성은 ‘저항과 투쟁’의 운동이었다. 권위적인 독재권력에 맞서 강한 이념성과 정치성을 띠고 있었으며 90년대 초중반까지 영향력을 발휘하였다. 제2세대 운동은 87년 이후 열려진 공간을 통해 성장한 현재 우리사회의 주류 시민운동이다. 이 운동의 특성은 ‘비판과 권익옹호’라고 할 수 있다. 제2세대 시민운동은 우리사회의 민주개혁를 촉진하는데 많은 기여를 하였다. 또 사회 여러 분야로 확산되고 전문화되었다.
그런데 비판과 견제, 그리고 정책대안의 제출을 통해 민주주의를 심화, 발전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제 보다 근본적인 방향에서 총체적으로 사회의 운영원리와 발전방향을 이해하고 그에 맞게 시민운동의 역할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21세기의 시민사회는근대적 시민성(civility)이 갖는 개인주의적 한계를 넘어서 시민들이 자기존중뿐 아니라 타인존중을 배우며, 개인과 공동체간의 유기성을 체득해나가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제 세계는 대립과 경쟁, 투쟁의 원리보다는 상생과 협조, 참여와 자치의 원리들에 입각하여 사회발전의 동력을 조직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는 것이다.
20세기의 진보운동은 모순의 대립과 투쟁의 원리에 입각하여 세상을 해석하고 실천하였다. 그것은 전근대적인 억압과 굴종에서 해방되어 자아를 찾고 각성된 개인들간의 자유와 평등의 실현을 향해 즉, 민주주의의 실현을 위해 투쟁한 역사였다. 그 성과를 딛고 21세기에는 더 나아간 인류의 비젼, 개인의 자유와 평등을 바탕으로 개인과 공동체와의 조화와 통일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러한 비젼은 공동체를 구성하는 개인들의 보다 깊은 성찰과 성숙을 전제로 한다. ‘나’와 다른 ‘너’에 대한 이해와 더불어 함께 해야 할 ‘우리’에 대한 끈끈한 애정과 책임이 없이는 인류공동체의 새로운 비젼에 한발자욱도 다가갈 수 없다.
인류공동체의 새로운 전진을 위해 세계의 시민사회는 커다란 역사의 물줄기를 형성해가고 있다. 7,80년대에 걸쳐 우리 나라뿐 아니라 남미와 동구권에서도 민주화운동이 광범위하게 전개되었고 이것은 시민사회를 형성, 발전시키고 각종 NGO들을 활성화시켰다. 개발도상국에서의 시민운동은 국제적 협력을 얻어 사회개발을 지원하는 개발NGO들뿐 아니라 토착적인 뿌리를 갖고 시민사회의 변화를 주도하는 시민사회단체들의 활동으로 그 영역이 풍부해지고 역동적으로 변하였다.
선진국에서의 NGO는 80년대 이후 ‘커뮤니티 활성화’, ‘파트너십 전략’ 을 내세우며, 기존의 계급대립 중심의 시민사회관을 비판하고 그에서 탈피하여 시민사회를 이루는 다양한 구성요소들 즉, 정당, 노조, 교회, 각종 문화단체, 자선단체, 자원봉사단체, 지역사회단체 들간의 네트워크와 협력을 통해 사회를 발전시키고 건강한 시민문화를 형성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제 우리사회의 시민운동도 민주화의 진전과 시민의식의 성숙에 밑받침되면서 문제제기형 운동에서 가치지향형 운동으로 변화, 발전하여야 한다. 점차 비판과 견제, 권익옹호와 같은 전통적인 역할에서 제3섹터의 창출과 확산, 공동체 형성과 같은 미래 창조적이고 생산적인 역할로 옮겨가야 하는 것이다. 21세기 우리사회에서 제3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점차 커질 것이다. 국가권력에 의해 조직되는 제1섹터나 시장원리에 의해 움직이는 제2섹터와 달리 제3섹터는 자원성에 입각한 시민들의 참여와 비영리적 동기에 의해 움직인다.
제3섹터 조직들의 특성은 첫째로 민간(private)조직이라는 점이다. 정부의 간섭을 받지 않는 비정부(nongovernmental)조직이다. 둘째, 비영리적(non-profit)이라는 점이다. 조직구성원들의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고 공익적 목적의 기금 모금을 통해 재원을 조달한다. 셋째, 자원적(voluntary)이라는 점이다. 조직의 주요사업과 활동이 자원봉사자들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 넷째, 자치적(self-governing)이라는 점이다. 조직의 의사를 결정하고 운영하는 원리가 외부의 간섭이 아닌 구성원들의 자발적인 참여에 의해 민주적으로 이루어진다.
이러한 제3섹터의 특성들은 21세기 새로운 사회운영의 기초가 되고 있다. 비영리적이고 자원적이며 자치적인 NGO가 주도하는 제3섹터의 자율성과 창의력이 높아지고 상생, 협조, 사랑의 사회운영원리가 자리잡을 때 21세기 우리사회는 새로운 사회발전을 이루게 될 것이다.
2. 지역공동체 활성화는 21세기 우리사회 전략과제
지역공동체(Community)의 활성화는 우리사회가 21세기의 성숙한 미래형사회로 가는데 있어 핵심적인 전략과제이다. 지구적으로 생각하고(Think globally) 지역에서 실천한다(Act locally)는 측면에서도 그렇고, 참여와 자치, 상생과 협조의 세계를 만들어간다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실현을 위해서도 지역공동체의 활성화는 핵심적인 과제이다.
커뮤니티(Community)의 형성과 발전은 인류의 역사와 함께 해왔다. 인간이 자유 없이는 살 수 없듯이 공동체에 대한 소속감 없이는 행복감과 성취감을 맛볼 수 없다. 현대사회에 와서 도시생활이 현대인 대다수의 생활양식이 되면서 공동체를 상실한 듯이 착각하게 되었지만, 역으로 개인주의와 산업화의 물결 속에서 많은 사람들이 공동체성을 갈구하게 된 것도 사실이다. 공동체는 머리 속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들의 삶의 현장 속에 바로 “여기에” 위치하여 있다. 중앙중심의 근대 산업화는 많은 문제를 초래하였다. 지역경제의 추락과 주택의 노후화, 전통적 상가의 몰락, 문화시설의 부족 등이 그것이다. 또 현대사회의 보편적인 위기는 만성적 대량청년실업, 가족붕괴와 범죄, 쓰레기 등 생활환경의 악화, 교육환경의 열악, 사회적 신뢰상실 등 여러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문제의 해결은 바로 공동체성의 회복과 내가 살아가고 있는 삶의 현장, 지역공동체의 재생과 혁신으로부터만 가능하다. 그리고 그러한 과정을 실현해나갈 주체형성 또한 “여기에” 살고 있는 공동체 구성원들 스스로의 참여와 새로운 관계맺음에 의해서이다. 시민사회의 재창조와 활성화의 구체적 현장은 시민들의 생활세계영역인 지역공동체에서부터 시작된다. 협치(Governance)의 기초는 마을마다 거리마다 존재하고 또 만들어가야 할 주민들의 자발적 공동체와 행정과의 적절한 파트너십 형성이고 이를 조정하고 촉진하고 도와줄 수 있는 NGO들의 역할에 대한 올바른 이해에서부터이다.
요즈음 국가적인 어젠더가 되고 있는 지역혁신을 위해서도 지역공동체의 활성화에 주목해야만 한다. 국가차원에서는 지방과 지역사회의 특성에 맞춘 다양한 혁신운동을 통해 전국적으로 일률적으로 실시하기 곤란한 개혁을 지방자치단체와 지역사회 차원에서 실현하자는 것이 지역혁신전략이고, 지방분권화시대를 감당해나갈 지역의 능력을 배양하기 위해서도 지역혁신이 필수적이다. 그런데 지방분권과 국가균형발전이 제 자리를 잡기 위해 필수적인 지역혁신이 가능키 위해서는 위로부터의 행정적 조치로 되는 것이 아니라 밑으로부터의 시민사회의 공동체운동과 만날 때만이 혁신의 동력을 공급받게 되고 그 본질의 실현에 접근해 갈 수 있는 것이다.
지역혁신전략은 단지 우리나라만의 과제가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볼 때도 근대화를 일정정도 성취한 나라에서는 보편적으로 제기되고 추진되고 있는 전략이다. 그것은 근대국가들이 추구했던 복지국가모델, 시장주도의 작은정부 모델 모두 한계가 있다는 경험에 근거한 것이고 삶의 질을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효율성을 추구하는 시대에 맞는 사회발전전략을 취하기 위한 것이다. 근대 산업경제와 민주주의가 성장하고 정착되면서 또 지방자치와 분권이 확대될수록 점점 확대되고 높아지는 주민의 요구 즉, 삶의 질 향상 요구에 대한 대응에서 기존의 시스템만으로는 한계에 부딪히게 된다. 공공서비스를 제공해야 할 정부의 능력은 부족하고 경직된 관료시스템만으로는 유연한 대응이 어려워진다. 그렇다고 민영화를 확대하고 거기에 모든 것을 맡길 때에는 시장 기능만으로는 공공서비스를 방기할 위험에 처하게 된다.
사회발전의 주체측면에서 본다면 제1섹터의 관료주의와 제2섹터의 이기주의 모두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제3섹터의 자율적이고 창의적인 동력이 결합되어야 한다는 것이고, 통치(Government)에서 협치(Governance)로의 전환을 의미하는 것이다. 시민사회의 구성원들도 이제 고립되고 수동적인 개인이 아니라 책임과 권한을 함께 안고 참여를 통해 공동체 안에서 활동하는 능동적 시민으로 새롭게 태어나야 한다. 곧 시민사회의 재창조와 활성화가 중요한 지점이다.
혁신을 위한 구체적 현장, 즉 지역사회에서는 주민들의 자발적 공동체의 활성화와 공공역역과의 적절한 파트너십 형성이 중요하다. 정부는 협력적 조정자 역할을 해야 하고 시민사회(제3섹터)의 중요성을 재발견하고 그 능력의 신장을 통해 사회적 통합발전의 주체로 나서도록 해야 한다. 이를 통해 공동생산의 경험과 영역들을 확장해가야 한다. 특히 지방자치단체는 민간이 갖고 있는 자율성과 창의성을 고양하는 방식으로 태도를 바꾸어야 하며 그럴 때만이 진정한 파트너십이 구축될 수 있다. 지역사회의 시민단체, 자원봉사조직, 종교기관, 학교, 노조, 기업 등이 갖고 있는 인적, 물적 자원을 효과적으로 연결하고 그들의 리더십, 관리 기술, 교육 경험, 자원봉사 동원 능력 등 보유하고 있는 장점을 존중하고 신장시켜야 한다. 민간의 자율성과 창의력을 방해하는 장애물을 파악해서 제거하며, 인센티브를 마련하여야 한다. 정부가 비정부기구를 육성하고 영리기업이 비영리단체들을 지원하는 것은 이제 더 이상 터부시될 일이 아니다. 시민사회가 갖는 자정력과 창조력은 NGO를 훌륭한 파트너로 성장시킬 것이며 정부나 영리기업에 부족한 단점을 보완하게 될 것이다.
또 지역공동체의 각종 문제의 해결과 개발전략에 있어서도 중앙정부와 대기업 등 지역공동체 바깥으로부터의 지원에만 의존하지 않고 지역공동체 내부의 기관들, 기업들, 학교, 병원, 복지관, 시민단체, 주민자원봉사자 등이 파트너가 되어 나서는 주민참여형 문제해결전략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이제까지는 지역사회의 여러 문제들 즉 범죄, 교육, 도시계획, 교통, 실업 등 너무나 많은 부분들을 중앙정부에 의존해왔고 당연히 그 관계는 종속적인 것이 되었다. 서구의 복지국가형의 정책들도 문제해결의 자원을 주로 외부에 의존하는 것이었고 결과적으로 수동적이고 소모적인 반복이 계속되었다. 앞으로는 지역공동체의 형성이라는 관점에서 능동적인 주민참여를 이끌어내는 자원동원 모델이 정립되어야 한다.
3. 지역공동체 활성화를 위한 풀뿌리시민운동
지역공동체를 활성화하기 위한 노력은 다양한 영역에서 검토되고 준비되어야 한다. 지역사회의 정책적 대안능력을 높이고 건강한 정치적 리더십 형성을 촉진하는 것, 지역의 특성과 결합한 신활력산업을 통해 경영자립도를 높이고 경쟁력을 키우는 것, 고령화, 저출산 등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복지시스템을 갖추는 것 등등 많은 과제들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과제들은 모두 중요하고 필요한 일이기는 하나 보다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역시민사회의 성숙을 위한 운동과제로서 생활권단위에서의 참여와 자치를 통한 공동체형성, 즉 풀뿌리시민운동의 활성화에 주의를 기울였으면 한다.
90년대 이후 지역사회에서 활동하는 대부분의 시민단체들은 자신의 사명과 활동목적과 관련하여 "참여"와 "자치" 또는 "공동체"라는 용어를 사용해왔다. 그러나 실제 활동의 내용에서 그러한 지향성들이 잘 결합되고 실현되고 있는 지는 이제 진지하게 생각해볼 문제이다. 그동안의 많은 지역시민단체들은 과거로부터 잔존하고 있는 지역사회의 여러 병폐에 맞서 그를 고발하고 시정하기 위한 운동들을 주로 벌여왔다. 그것은 과거 권위주의적 국가체제에 대항하여 격렬한 민주화운동을 벌여온 한국 시민운동의 전통에서 연유한 것이기도 하다. 높아진 주민들의 권리의식들과 맞물려 일반주민들의 참여도 증대하였다. 이제는 특별히 시민단체가 먼저 조직하지 않아도 각종 지역개발과 관련된 반대운동 등 비교적 큰 규모의 주민운동에서부터 아파트관리비 문제 등 작은 지역단위에서 생활상의 권익을 옹호하기 위한 주민운동까지 수 많은 움직임들이 자생적 형태로 매일같이 벌어지고 있다.
앞으로의 지역사회에서의 시민운동이 이러한 권리찾기 수준의 초보적인 민주주의운동에 머무르는 것을 바라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자기단체의 특정한 이념이나 정치적 입장을 관철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주민참여를 바라보지 않는다면 말이다. 미래지향적 가치를 실현하는 시민운동으로서 보다 성숙한 "참여"와 "자치"는 어떤 모습으로 전개되어야 할까? 풀뿌리시민운동을 전개하는 많은 활동가들은 이를 "주민자치"라는 말로 표현한다. 주민자치는 말 그대로 주민 스스로가 자발적으로 지역을 운영해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의 민주주의제도에만 의존하지 않고 지역의 여러 문제에 대한 결정과 그 해결을 위한 활동에 주민이 직접 참여하는 것을 지향하는 것이다.
주민자치가 가능하려면 그 주체인 지역주민들의 의식과 능력의 개발이 동반되어야 한다. 권리의식만이 아닌 책임의식, 합리적인 의사결정과 실행능력을 갖추어나가야 하며, 자신들의 이해에만 머물지 말고 이웃과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적 의식으로의 변화를 전제로 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주민자치는 완벽하게 규정된 어떤 형태를 갖는 것이 아니라, 주민들의 공동체 의식의 성숙도에 따라 그 형태와 정도가 결정될 수 있다. 즉, 주민자치는 훈련이고 계속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풀뿌리시민운동의 향후 전개방향과 관련하여 고민되고 있는 지점이 바로 여기에 있다. 일반적으로 풀뿌리시민단체들의 사명과 활동의 목적은 주민들의 권익을 옹호․대변(advocacy)하며, 주민들의 자발적이고 민주적인 참여(participation)를 통해 주민들의 정치력을 비롯한 제반 영향력의 증대(empowerment)를 꾀하는 데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보다 성숙한 참여와 자치, 주민들의 공동체의식 성장을 통해 지역사회공동체의 근본적 변화를 꾀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시민운동과는 다른 사고방식과 활동방식이 요구되고 그를 촉진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어야 한다.
지역공동체의 형성과 활성화를 지향하는 주민참여형의 풀뿌리시민운동은 아래로부터의 운동, 즉 삶터에서, 가족과 이웃과 지역사회를 돌보고 함께 하는 운동을 중시한다. 또 주민참여․밀착형 프로그램을 주로 전개하고, 단기적 잇슈가 아닌 지속적 실천을 통해 성과를 축적하는 것을 중요시 하며, 지역자원의 발굴․연계․동원전략을 구사한다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풀뿌리시민운동의 특징을 아래와 같이 몇 가지로 정리해볼 수 있다.
첫째, 지역주민들의 생활상의 문제, 삶터에서 발생하는 문제로부터 운동의 소재를 찾는다.
둘째, 단기적 잇슈가 아니라 지속적인 실천활동을 통해 성과를 축적하는 방식으로 활동한다.
셋째, 참여하는 사람들의 의식변화, 생활양식의 변화를 추구한다.
넷째, 주민 스스로가 실천과정에서 역할을 찾도록 한다.
다섯째, 문제해결을 위해 지역사회내의 각종 자원을 발굴하고 연계하고 동원하는 전략을 구사한다.
여섯째, 자원봉사자를 적극적으로 조직하고 활용한다.
일곱째, 해당사안뿐 아니라 지역사회공동체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불러일키도록 한다.
여덟째, 일상적인 교육, 문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회원소모임, 각종 동아리활동 등을 조직한다.
아홉째, 회원들의 성장과 발전에 주의를 기울인다.
그런데 이러한 특징들이 보여주고 있는 것과 같이 풀뿌리시민운동이 주민을 참여시켜 궁극적으로 이루려 하는 것은 참다운 공동체 형성에 있다. 그것은 동시에 새로운 삶터가꾸기이고 사람만들기이다. 참여의 시작은 자신의 삶터에서부터이다. 생활주변의 여러문제들은 함께사는 이웃들과 연관성을 갖고 발생한다. 그리고 그들과의 이해와 갈등 조정부터 시작하여 새로운 조건과 질서를 만들어 내는 과정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생활하는 데 고통과 불편을 주는 생활환경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고 개선하며, 공용시설이나 장소 등을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필요한 공간으로 변화시키는 '삶터 가꾸기'는 새로운 주민 참여의 좋은 출발점이다. 공유공간에서 벌어지는 공동의 문제를 함께 해결하고 개선하며 새롭게 만들어 가는 과정을 통해 단절된 이웃과의 관계를 회복하고 의사소통의 경로와 시스템을 형성해가는 것, 그것은 공동체를 이뤄가는 과정이다. 또 이러한 과정은 새로운 사람을 만드는 과정이기도 하다. 자기문제에만 집착하던 개인들이 공동의 문제에 관심을 갖고 이웃과 더불어 공동의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학습하고 체험함으로써 진정한 공동체의 구성원으로, 민주시민으로 새롭게 태어나는 과정이기도 한 것이다.
개개인의 의식변화없이 사회적 시스템의 변화가 자연적으로 새로운 삶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착각이다. 우리는 오랫동안 국가중심적 사고에 빠져있었다. 근대사회가 국민국가체계를 중심으로 이루어졌고 우리의 생활도 그러한 관성 속에서 길들여져 왔다. 하지만 이제 그러한 사회시스템과 생활양식만으로는 우리의 삶은 더 이상 행복할 수 없다.
지역공동체를 형성해가는 풀뿌리시민운동은 사회전체적으로 보면 새로운 사회운영원리를 만들고 쌓아가는 과정이다. 21세기 사회운영에서 점차 중요한 역영이 되어가고 있는 것은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자율적 시민참여와 비영리적 원리에 의해 운영되는 제3섹터인 것이다. 풀뿌리시민운동은 제3섹터적인 새로운 사회운영원리를 사람들로 하여금 체득케 한다. 사람들은 지역사회의 이러저러한 문제들을 인식하고 참여하여 그를 해결해가는 과정에서 자기존중만이 아니라 타인존중을 배우게 되고 공동체의 시민으로서의 책임감을 체득하게 되며 자기통제의 기술과 자치의 원리들을 배우게 된다. 이런 맥락에서 풀뿌리시민운동이 추구하는 주민의 지역사회 참여는 미래사회를 주도할 새로운 생활양식을 예비하고 훈련하는 과정으로서 의의가 있는 것이다.
4. 맺으며
21세기를 맞는 시민운동의 새로운 과제인 지역공동체(Community)의 활성화는 인류의 새로운 삶을 개척하는 운동이다. 개인 위주의 이기적이고 황폐한 인간관계를 상생(相生)의 참된 인간관계로 변화시키고 세대간의 갈등, 지역간의 갈등, 온갖 차별과 소외를 극복해 가는 함께 나누고 함께 섬기는 운동을 지향해야 한다. 생활실천 속에서 새로운 윤리적 기준을 정립해가고 공공선의 문화를 창조하는 운동으로 발전해야 한다. 그것은 단순한 캠페인이나 제도정비만으로는 실현될 수 없으며 꾸준한 체험학습과 생활실천운동을 결합할 때만이 가능하다. 한 예로 자원봉사운동의 활성화는 지역내 복지서비스의 해결을 위한 자원의 동원과 효율적 결합이란 측면뿐 아니라 오히려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적 미래형 인간의 학습․훈련이란 측면이 강조될 필요가 있다.
NGO는 새로운 시민사회 문화창조의 주역이 될 것이다. 그것은 풀뿌리(GrassRoot, 民草)가 운동주체가 되어 지역사회에 기반하여(Community Based) 전개하는 시민운동, 생활실천 속에서 공동체적 가치를 실현하는 운동을 통해 가능하게 될 것이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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