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자치회의 전망과 자치위원의 역할"
*이 글은 부산 청학2동 주민자치회 초청강연을 위해 작성한 글로 본문 중 일부내용은 특별한 인용표시없이 언론자료 등을 사용하였습니다.
1. 지방선거에서 표출된 민심
여러분은 이번 6.2 지방선거에서 표출된 민심을 어떻게 보십니까? 이번 지방선거는 집권여당에게는 참담한 패배를 안겨주었고, 야당에게는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성공을 안겨주었습니다. 이번 선거결과는 여당과 중앙정부의 독식구조, '일방통행식' 행정에 견제세력을 낳고 민심이 무섭다는 경각심을 심어준 의미가 큽니다.
부산지역에서도 6.2 지방선거 결과 한나라당 '독주'에 대한 견제의 필요성을 느낀 민심이 야권 후보들을 지지하면서 야권, 무소속 당선자는 65명으로 지난 2006년 지방선거 당선자인 21명에 비해 3배나 늘었습니다. 전체적인 한나라당 대 야권, 무소속의 비율도 6대 4로 균형이 맞춰졌습니다.
그런데 선거결과를 받아들임에 있어 우리가 생각해봐야 할 점이 몇 가지 있습니다. 우선 유권자들이 매우 똑똑해지고 놀라운 균형감각을 갖고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됩니다. 과거처럼 일방적인 지역감정에 휘둘리거나 자포자기식 무력감에 빠져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충남과 강원, 인천과 경남에서 야권에 승리를 안겨주었지만 가장 인구가 많고 상징적 의미가 있는 서울과 경기에서는 여당이 계속 책임을 지고 한번 더 해보라고 결론지어 주었습니다.
여야 어느 누구도 오만하지 말라는 뜻입니다. 집권여당이 선거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쇄신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겠지만, 야당도 "이번 선거 결과는 민주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현 정권의 오만과 독선, 일방 독주를 견제하려는 차선의 선택"이라는 세간의 지적에서 배워야 합니다.
다음으로 생각해 볼 점은 이번선거결과가 과연 지방의 승리였는가 하는 점입니다. 외형적으로 보면 지방 유권자들의 선택은 세종시와 4대강으로 상징되는 현 중앙정부의 독주를 더 이상 용납하지 않겠다는 뜻이 강력히 반영되었습니다. 곧 현재의 중앙정치에 대한 비토, 거부권 행사였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선거이슈도 전체적으로 지역 현안들이 중심이 됐습니다. 하지만 한 꺼풀만 베껴서 생각해보면 무늬만 지방선거였지 실제는 지방에서 치룬 전국선거, 집권여당과 야당이 서로 겨눈 중앙정치의 연장이었다는 것을 쉽게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투표는 지방 후보에게 했지만 선거는 전국적으로 한 셈입니다.
우리나라 지방자치도 이제 성숙한 단계로 접어들 때가 되었습니다. 1991년 지방자치제도 부활로 치면 벌써 20여년이 흘러 민선자치 5기가 되었고, 1995년 시장, 군수, 도지사를 우리 손으로 직접 뽑기 시작한 것으로부터 따져도 벌써 4번째 임기의 자치단체장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중앙정치의 대리전이 아니라 진정 지역의 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지역민들의 피부에 와 닿는 교육, 복지, 생활 등의 문제를 조례를 통해, 또, 지방자치단체장의 전시행정 등에 제동을 걸면서 사실상 제도적으로 머물러 있던 지방자치가 '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주민들이 적극 나서야 합니다.
유명한 정치사상가인 루소는‘투표하는 날 하루만 유권자가 주인일 뿐 투표가 끝나면 다시 노예로 돌아간다’고 얘기했습니다. 선거 때에는 굽실거리고 겸손한 척하지만, 선거가 끝나면 목에 깁스를 한 것처럼 뻣뻣해지는 정치인들을 수없이 보아왔습니다. 게다가 많은 정치인들은 자기가 잘나서 당선된 것으로 생각하고, 선거가 끝나면 제 맘대로 합니다. 정치인들은 우리 생활을 위해 쓰는 대리인들일 뿐입니다.
사실 주인 노릇을 제대로 하는 일은 수고스러운 것입니다. 그렇지만 평범한 유권자인 우리들이 믿을 것은 우리 자신뿐입니다. 우리는 권력을 탐하지도 않고 정치를 통해 이득을 얻을 생각도 없습니다. 단지 바라는 것이 있다면, 사회가 조금 더 정의롭게 되고 지역의 살림이 좀 더 나아지는 것입니다. 그런 순수한 마음을 가진 우리가 주인 노릇을 해야 지역이 제대로 바뀔 것입니다.
2. 지역발전을 위해 주민자치가 왜 중요한가?
"사람에게 물고기를 주면 하루를 먹고 살 수 있지만, 물고기를 잡는 법을 가르쳐 주면 평생 먹고살게 해 준다." 라는 말이 있습니다. 다른 사람이나 국가로부터 받기만 하는 시스템은 그 생명력이 오래 갈 수 없습니다. 인간사회의 장점은 스스로 학습하고 개척해나갈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는 점입니다. 지역사회의 개발도 이러한 원리가 중요합니다.
하지만 물고기 잡는 법을 익혔다고 한들 강이나 바다에 가서 물고기를 잡을 수 있는 권한이 없다면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그래서 무엇보다 먼저 고기를 잡을 수 있는 권리를 갖는 것이 중요합니다. 바로 이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 주민자치입니다.
주민자치는 글자 그대로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지역을 스스로 운영해 나가는 것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여기 부산시처럼 현대의 대도시에서 정치, 경제, 사회, 문화생활 전반에 걸쳐 광역권 전체단위의 연관성이 높아 주민자치가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때문에 이번 지방선거처럼 대의제 민주주의의 원리에 따라 우리의 대리자를 뽑고 위임하여 문제를 해결하게 합니다.
하지만 적어도 동 단위와 같이 보다 직접적인 생활단위에서는 주민들이 지역의 여러 의사결정과정에 직접 참여하고, 또 스스로 지역사회의 활동에 참여해 보는 경험이 중요합니다. 따라서 주민자치라고 하는 것은 주민들의 자발적인 지역사회활동에의 참여를 전제로 한 것이며, 이러한 참여에 대해 지역사회에 권한을 부여해 주는 것입니다.
주민자치의 기능을 강화한다고 하는 것은 주민들이 지역사회에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도록 그 계기를 만들어 주는 일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합니다. 이러한 일은 자신들의 이해에만 머물러 있는 주민들을 이웃과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적 의식의 변화를 지향해야 본래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주민자치는 미리부터 완벽하게 규정된 어떤 형태를 갖는 것이 아니라, 주민들의 공동체 의식과 자치역량의 성숙도에 따라 그 형태와 정도가 결정될 수 있습니다. 즉, 주민자치는 계속되는 과정으로 바라보아야 합니다.
참여의 시작은 자신의 삶터에서부터입니다. 생활주변의 여러 문제들은 함께 사는 이웃들과 연관성을 갖고 발생합니다. 그리고 그들과의 이해와 갈등 조정부터 시작하여 새로운 조건과 질서를 만들어 내는 과정으로 나아가는 것입니다.
생활하는 데 고통과 불편을 주는 생활환경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고 개선하며, 공용시설이나 장소 등을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필요한 공간으로 변화시키는 '마을 만들기'는 새로운 주민 참여의 좋은 출발점입니다. 공유공간에서 벌어지는 공동의 문제를 함께 해결하고 개선하며 새롭게 만들어 가는 과정을 통해 단절된 이웃과의 관계를 회복하고 의사소통의 경로와 시스템을 형성해가는 것, 그것은 공동체를 이뤄가는 과정입니다.
또 이러한 과정은 새로운 사람을 만드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자기문제에만 집착하던 개인들이 공동의 문제에 관심을 갖고 이웃과 더불어 공동의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학습하고 체험함으로써 진정한 공동체의 구성원으로, 민주시민으로 새롭게 태어나는 과정이기도 한 것입니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지역개발정책들은 산업경제개발전략을 중심으로 진행되어 왔고 사람들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사회개발전략이 결여되어 있었습니다. 지역의 지속적 발전이 가능하려면 산업경제의 발전과 지역사회의 성장, 양 측면 모두가 균형 있게 발전하고 서로 시너지효과를 내야만 합니다.
지방의 산업발전이 그 지역 주민들의 삶과 무관하게 되고 오히려 지역사회의 갈등을 증폭시키게 만들어서는 안 됩니다. 교육과 복지, 환경과 보건, 주거와 문화 등 지역주민들의 삶을 규정하는 사회발전 영역에서의 새로운 성장과 변화가 이루어질 때만 지속적 발전의 동력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는 고부가가치의 IT지식기반산업과 서비스산업이 사회발전을 이끌 것이라고들 말을 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고부가가치산업의 활성화가 그것을 생산하거나 소비하는 시민사회의 지식문화수준의 향상과 사회적 인프라의 구축 없이 어떻게 가능하겠습니까? 또 지역의 소상공인들과 자영업자들의 안정적 영업과 노동자들의 소비를 통해서만이 지속적인 내수시장의 확대도 가능합니다. 결국 지역사회발전을 위한 투자는 산업경제발전을 위한 선순환적 투자인 것입니다.
지역사회개발(Community Development)에 대해 연구한 많은 학자들이 지역발전을 위해서는 새로운 거버넌스 구축을 통한 사회적 자본 형성이 선행되어야 한다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를 위해서는 지역시민사회의 역량강화가 중요합니다. 지역사회의 새로운 변화를 가져 오려면 그 지역에 뿌리박고 살아가고 있는 시민들의 생각과 삶이 변화되어야 합니다.
그것을 가능케 하는 힘은 지속적으로 전개되는 지역사회에서의 풀뿌리시민운동과 그 속에서 길러지는 주민자치의 역량입니다. 새로운 거버넌스는 지역시민사회의 참여를 촉진하고 민간과 행정 간의 파트너십을 형성하는 것입니다.
이제 우리나라의 지방행정은 지역사회 운영에서 민간의 역할을 높이고 지역사회의 자원들을 적극 활용하며 나아가 바람직한 파트너십을 구축함으로써 민간과 행정 간의 공동생산의 영역들을 확장시키는 방향으로 발전되어야 합니다.
3. 앞으로 주민자치회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하나?
부산시나 서울시와 같이 규모가 매우 큰 광역시와 특별시는 점차 도시의 규모가 확대되면서 행정의 편의를 위해 인위적으로 일정지역을 분할한 행정구를 설치 운영해오다가, 지방자치제도가 부활하면서 자치구로 성격을 변화시켜 의회와 집행부를 구성하고 현재는 별도의 지방자치단체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자치구가 가까운 장래에 독립된 지방자치단체로서의 성격을 상실하고 준자치구(법적으로는 행정구)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년초에 국회에서 여야가 합의한 바에 따르면 구청장은 주민직선으로 뽑는 것은 그대로 유지하지만 구의회 대신에 구정협의회를 설치한다는 것입니다.
도시경쟁력 또는 지역경쟁력의 확보를 위해서는 특별시, 광역시 차원에서 통합적으로 지방자치단체를 운영해야 하며, 시민참여를 위한 제도적 보완 장치들은 별도로 마련하겠다는 것입니다.
만일 그렇게 될 경우 단체자치의 법형식이 보다 일관성을 갖게 되고 행정의 효율성은 높아질 지 모르지만, 거대집행부를 견제할 수 있는 지방의회의 강화와 구단위의 공백을 보완할 수 있는 주민자치의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합니다. 동 단위와 같은 생활권역에서의 시민들의 참여자치가 활성화되고 그에 합당한 권한이 주어져야 합니다.
서구의 대도시 같은 경우에도 대부분 광역대도시 차원의 지방정부를 운영하고 있고 구단위는 대개 법적으로 행정구로 성격지워져 있습니다만, 오랜 주민자치의 전통이 살아있고 커뮤니티 차원의 시민 참여도 활발하여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미국의 뉴욕 같은 도시는 구청장은 직선이고 구의회는 없지만 대신 구출신 뉴욕시의원과 구내 각 커뮤니티위원회의 장으로 구성된 구정협의회가 운영됩니다. 프랑스 파리시의 경우에는 구의회는 주민직선으로 선출되지만 권한은 파리시의 자문역할을 하고 구의원 중에 구청장을 뽑아서 파리시의원과 당연직 부시장 신분을 부여합니다. 독일의 베를린시는 구의회를 주민직선으로 구성하고 거기서 집행부를 선출합니다. 하지만 입법기관이 아닌 심의의결기관입니다.
2004과 2005년 전국주민자치박람회를 통해서 뉴욕 북부에 한인들이 많이 모여사는 플로싱이란 지역의 커뮤니티위원회의 활동상황과 파리 근교 세리지시의 커뮤니티센터 운영사례를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 두 사례 모두 공통으로 확인했던 것은 대도시지역의 주민들의 삶을 행복하게 만드는데 중요한 요소는 지방정부의 효율적인 정책 못지 않게 해당 지역 주민들의 자발적 참여를 보장할 수 있는 제도와 분위기를 조성하고 그것을 운영해갈 수 있는 시민들의 실질적인 자치역량을 강화해야 된다는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주민자치센터(주민자치회)는 그러한 자치역량과 공동체 의식을 훈련하는 장(場)이 되어야 합니다. 따라서 주민자치센터는 단순히 주민편의시설을 설치하여 개방하거나 몇 가지 취미, 교양프로그램을 개설, 운영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의 문제들에 대해 주민들이 직접 관심을 갖고 참여하고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의식을 함양할 수 있는 방향으로 구성하고 프로그램을 운영해야만 궁극적 목적을 실현할 수 있는 것입니다.
주민자치센터(주민자치회)의 기본 성격은 정치권력의 통치를 위한 말단 행정기관도 아니고 시장원리에 따라 사적인 이윤 추구를 하는 영리 기관도 아닌 제3의 성격 즉, 지역공동체활성화를 위해 지역주민들이 자율적으로 운영하는 자치기구를 지향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자치센터는 점차 제3섹터의 조직들이 갖고 있는 일반적 특성인 민간적(private)이고 비영리적(non-profit)이고 자원적(voluntary)이며 자치적(self-governing)인 성격들을 강화시켜 나가야 합니다.
따라서 주민자치센터(주민자치회)의 기능은 문화여가기능, 시민교육기능, 정보교류기능, 협동경제기능, 지역복지기능 등 다양하고 종합적인 성격을 갖고 있지만, 기본이 되는 것은 지역의 문화, 교육, 정보, 경제, 복지 등 여러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주민들이 직접 참여케 하는 자치기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마디로 주민자치센터(주민자치회)는 주민들이 서로 만나 교류하고 공동의 문제를 함께 도와 해결하는 주민광장이고 주민들의 참여와 자주적 관리에 의해 운영되는 주민자치기관을 지향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주민자치센터의 활동을 통해서 지역사회의 문제들에 대해 주민들이 직접 관심을 갖고 참여하고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는 아름다운 지역공동체를 만드는 구심체가 되도록 하는 것입니다.
4. 주민자치를 위한 올바른 리더십
주민자치역량을 강화하는 데 있어 올바른 리더십의 형성은 필수적인 요소입니다. 향후 동단위의 주민생활권 영역에서 주민자치가 강화된다고 했을 때, 기존의 주민자치위원회의 운영경험은 좋은 기초가 될 것입니다.
물론 제도적 측면에서 주민들의 대표성을 강화할 수 있는 구성방법이 보완되고, 주민센터 운영의 경영 능력과 전문성을 어떻게 보강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해결되어야 하겠지만 주민자치위원회를 대신할 만한 새로운 제도의 모색은 신중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주의할 점은 주민자치위원회가 기존의 행정권력을 단순 대체하는 새로운 통치기구로 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입니다. 또한 예산권이나 조례재정권을 갖는 지방의회와 같은 기능을 하는 것도 아니라는 점입니다.
주민자치센터(주민자치회)의 설치와 운영은 그와는 별도로 생활권역에서 임의적이고 자율적으로 지역사회활성화에 봉사하는 공익성을 갖는 주민공동체를 만들어간다는 의미인 것입니다. 따라서 주민자치위원들은 주민들의 대의적 위임을 받은 대표자라기보다는 자발적으로 주민과 공동체에 헌신하는 자원봉사자의 성격으로 이해하는 편이 더 가깝다고 할 수 있습니다.
주민자치위원의 자원봉사자로서의 역할을 의미부여하는 것은 지역사회의 새로운 리더십 형성과 밀접히 관련되어 있습니다. 지금 지역사회에 요구되고 있는 리더십은‘힘의 리더십-추진력 중심의 리더십’이 아닙니다. 과거 개발연대에 근대화의 물결이 지역사회를 휩쓸었을 때 우리에게 요구되었던 리더십은 강력한 추진력을 갖고 힘있게 밀어붙일 수 있는 그런 유형의 지도자였고 그것도 중앙집권식의 일사분란한 체계를 통한 전국적 통일성을 갖는 조직에 의해 뒷받침되는 지도력이었습니다.
하지만 민주주의가 정착되고 지방분권과 자치가 자연스런 흐름으로 되고 시민들의 권리의식이 높아지고 주민들의 요구가 양적 성장이 아닌 삶의 질에 대한 요구로 바뀐 현 시대적 조건에서는 과거와는 전혀 다른 유형의 리더십이 요구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시대에 과거 유형의 리더십을 고집한다면 그것은 권위주의로 비판받고 주민들로부터 외면받으며, 현실적으로는 지역사회의 각종 이권과 결합된 기득권을 유지하는 수단으로 전락하기 쉽다는 것입니다.
지금 지역사회에 요구되는 리더십은 미래에 대한 비젼을 제시할 수 있는 머리의 리더십, 사람들간의 관계를 중시하는 리더십, 구성원들의 잠재적 역량을 끌어내어 공동체의 성장에 함께 참여할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할 수 있는 촉진자로서의 역할을 하는 그런 유형의 리더십입니다.
어떤 특별한, 선택된 사람들만이 지역사회의 리더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라 선량한 보통 시민이라면, 지역사회에 대한 애정과 최소한의 민주시민으로서의 자질과 양식이 있다면 모두가 함께 참여하여 지역사회를 가꾸어나갈 수 있는 사회적 조건이 형성되고 있으며, 그것을 촉진하고 조직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사람이 리더로서 역할을 해야 하는 것입니다.
또 하나 리더십은 항상 주민과 더불어 배우고 익히는 것을 즐기는 데서 만들어진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동양고전인 논어에는“배우고 때로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않겠는가?”(學而時習之不亦說乎)라는 말이 나옵니다. 배움(學)은 진리를 탐구하는 것이고, 익힘(習)은 그것을 체득하는 것입니다. 배움(學)이 머리라면 익힘(習)은 몸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배움(學)보다 익힘(習)이 어렵습니다. 몸으로 익히기 위해서는 여럿이 함께 실천을 해봐야 합니다.
그런데 학습은 즐거워야 합니다. 사람은 어느 때 희열(喜說)을 느낄 수 있을까요? 하나는 자신이 정말로 하고 싶은 일을 할 때이고 또 하나는 새로운 것을 탐구할 때입니다. '옳다'라는 당위성에서만 출발하면 오래가지 못합니다. 의무감이나 책임감만 가지고는 즐거울 수 없습니다.
‘옳은가 옳지 않은가’하는 기준에서만 판단하면 옳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을 접하게 되었을 때 화가 나고 갈등이 생기게 됩니다. 왜 화가 나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무엇인가를 탐구하는데서 출발하게 되면 화가 날 리도 없고 갈등에 시달리지 않아도 됩니다.
자원봉사와 주민자치활동의 원리도 이와 같습니다. 새로운 것을 탐구하고 기쁨을 느껴야 오래갈 수 있습니다. 주민자치센터(주민자치회)가 이루고자 하는 사명은 지역주민들의 힘과 지혜를 모으는 구심체 역할을 함으로써 지역사회 공동의 문제를 해결하고 그 구성원들이 함께 성장하도록 돕는 데 있습니다.
리더십의 본질은 조직의 사명을 실현하기 위해 구성원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창조적 활력을 끌어내는 것입니다. 주민자치위원회는 지역사회의 성장발전을 위해 공헌할 수 있도록 주민들에게 동기를 부여해서 참여하도록 하고 그들이 갖고 있는 자발성과 창조적 에너지를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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