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9월 15일 수요일

제10회전국주민자치박람회 대회사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했습니다. 지난 10년간 전국 2500여 곳의 지역현장에 주민자치씨앗들이 뿌려졌고 여기저기서 새싹들이 움터 오르더니 이제는 제법 주민자치나무들이 무성하게 자라 지역공동체의 모습을 바꿔놓고 있습니다. 지역사회 생활공간의 질을 개선하는 활동, 이웃의 아픔과 어려움을 함께 돌보는 활동, 다양한 문화여가와 평생학습활동, 주민들의 참여와 제안으로 지역문제를 해결해가는 활동에 이르기까지 소중한 주민자치나무들은 씩씩하게 자라고 있습니다.


10년 전 주민자치센터 제도가 처음 도입되었을 때만 해도 생소한 제도에 행정담당자들은 당황했고 자치경험이 전무하다시피한 일반주민자치위원들이 자치센터를 잘 운영해갈 수 있을까 하는 우려를 품은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한번 자치의 샘물에서 흘러나오기 시작한 물줄기는 멈출 줄을 모르고 메마른 대지를 적셔가고 있습니다. 우리는 매년 박람회의 큰마당에 모여 서로의 경험을 공유하고 노고를 격려하고 모범을 배우고 퍼뜨렸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제 제 10회 행사를 기쁜 축제의 장으로 맞이하고 있습니다. 유서 깊은 진주 남강에 찬란히 흐르는 저 유등들도 우리들의 축제를 축복해주고 있습니다.


오늘 제 10회 행사는 또한 새로운 전진을 약속하는 결의의 장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지난 10년의 경험을 발판으로 주민자치, 생활자치 실천의 장(場)인 주민자치센터의 성과를 확인하고 더욱 발전시켜나갈 것입니다. 또한 우리는 시민들의 생활터전을 더욱 쾌적하고 안전하게 만들고 우리 아이들이 맘껏 뛰어놀고 이웃들과 함께 웃을 수 있는 살기좋은 공동체 마을만들기운동을 계속 확대해 나갈 것입니다. 더 나아가 지역의 특성과 자원을 활용하여 지역에 활력을 가져오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커뮤니티 비즈니스도 적극적으로 개발하고 확산시켜 갈 것입니다. 지방자치단체들이 시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시정에 참여하고 책임을 다하도록 더욱 노력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 관련된 다른 분야와도 열린자세로 교류하고 협력도 넓혀가며 민・관 파트너십도 더욱 심화시켜갈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뜻깊은 이번 행사가 성공적으로 개최될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준비해주신 진주시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후원해주신 행정안전부와 경상남도에도 감사드립니다. 한국 주민자치역사의 한 이정표가 될 제10회 전국주민자치박람회의 개최도시 진주는 영원히 기억될 것입니다. 고맙습니다.

2010년 9월 29일
(사)열린사회시민연합 공동대표 박홍순

2010년 9월 10일 금요일

학습의 계절

일전에 페이스북에 “마을이 세상이고, 사람이 희망이다. 학습이 방법이고 관계가 관건이다"라는 짧은 글귀를 올린 적이 있다. 익산희망연대의 소식지에서 보고 공감하여 옮겨적은 것이다. 그런데 오늘 ‘살기좋은 광주만들기 네트워크’에서 발간한 ‘마을이 희망이다’이란 책을 읽으며 그것이 광주지역의 마을만들기운동 원로이신 최봉익 선생님의 핵심 가르침이었음을 다시금 일깨우게 되었다.
최근 마을만들기 현장 활동가들간의 교류가 다시 활발해지고 있다. 계기가 된 것은 페이스북의 ‘마을만들기네트워크’ 그룹을 통해 끊어졌던 인연들이 이어지고, 또 전북지역에 마을만들기지원센터가 설립되면서 전국교류모임에 적극적 의지를 가진 분들이 나섰기 때문이었다. 7월의 경기 화성모임, 8월의 강원 강릉모임에 이어 9월에는 충북 충주에서 모임을 갖는다. 우리 단체가 주관하는 주민자치전국박람회에서도 주제가 ‘함께 만드는 우리마을’이다. 20세기의 성자라 불리는 간디는 일찍이 ‘마을이 세계를 구한다’라고 했다. 탐욕과 무한경쟁으로 점철된 현대의 물질중심문명의 실패로부터 세계를 구할 희망을 ‘마을자치’로부터 찾아야 한다는 가르침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마을이 물리적 환경이자 지향해야 할 정신을 담고 있다면 그것을 만들고 현실화시킬 힘은 사람에게서 나온다. 10년간의 주민자치박람회 사례를 살펴보아도 그렇고, 마을만들기네트워크의 교류모임에서도 그렇고 참여자들이 한결같이 말하고 있는 것은 ‘좋은 사람이 있어 좋은 마을을 만든다’는 것이다. 마을리더가 중요하고 마을구성원들의 생각과 준비정도가 성패를 좌우한다는 경험법칙은 말할 것도 없고, 사례들을 분석해보면 반드시 거기에 공무원이든 활동가든 누군가 헌신적이고 능력있는 ‘사람’이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눈을 우리 내부로 돌려 ‘열린사회’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생각해볼 때도 역시 ‘사람’이 키워드임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열린사회’를 창립하면서 우리는 ‘사람을 존중하는 희망공동체’를 만들자고 하였다. 회원들, 그리고 주민들 사이의 관계를 잘 발전시키고 그들의 성장을 돕는 풀뿌리공동체운동을 전개해왔다. 하지만 우리 자신을 뒤돌아볼 때 자칫 ‘사람’이 아닌 ‘일’에 매몰되어 있지는 않은지, ‘나무’에만 매달리고 ‘숲’ 전체를 조망해보는 것에는 소홀하지 않았는지 반성하게 된다.
사람이 희망이지만 저절로 되지는 않는다. 그래서 ‘학습이 방법이고 관계가 관건’이라는 말씀이 소중하다. 우리가 잘 아는 논어의 유명한 구절, “배우고 때로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學而時習之不亦說乎)”를 이남곡 선생님과 함께 연찬하는 기회가 있었는데 새로운 깨달음을 얻었다. 학(學)은 진리를 탐구하는 것, 습(習)은 그것을 체득하는 것이다. 학이 머리라면 습은 몸에 비유할 수 있다. 학은 대개 혼자 하게 되지만 습은 여럿이 함께 한다. 사람이 희망으로 되게 만드는 학습은 여럿이 함께 익힐 때 비로소 꼴을 갖추게 된다. 관계 속에서 사람은 희망으로 성장해가는 것이다.
또 배워도 즐겁지(說) 않다면 자신의 학습을 한번 되돌아보야야 한다. 여기서 내가 다시한번 깨닫게 되었던 점은 시민운동의 생명력도 이와 같다는 것이다. 시민운동이 '옳다'에서만 출발하면 오래가지 못한다. 의무감이나 책임감만 가지고는 즐거울 수 없다. 옳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을 접하게 되면 화가 나고 갈등이 생기게 된다. 하지만 왜 화가 나는지도 모른다. 시민운동이 생명력을 가지려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무엇인가를 탐구하는데서 출발해서 그것을 찾고 실현해가는 데 기쁨을 느껴야 한다.
계절이 가을로 접어들고 있다. 학습의 계절이 되도록 노력하자. 우리의 활동을, 아니 나 자신을 연찬(硏鑽)해보고 새로운 깨달음을 얻어 보자. 학습은 혼자만 하는 게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