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에 페이스북에 “마을이 세상이고, 사람이 희망이다. 학습이 방법이고 관계가 관건이다"라는 짧은 글귀를 올린 적이 있다. 익산희망연대의 소식지에서 보고 공감하여 옮겨적은 것이다. 그런데 오늘 ‘살기좋은 광주만들기 네트워크’에서 발간한 ‘마을이 희망이다’이란 책을 읽으며 그것이 광주지역의 마을만들기운동 원로이신 최봉익 선생님의 핵심 가르침이었음을 다시금 일깨우게 되었다.
최근 마을만들기 현장 활동가들간의 교류가 다시 활발해지고 있다. 계기가 된 것은 페이스북의 ‘마을만들기네트워크’ 그룹을 통해 끊어졌던 인연들이 이어지고, 또 전북지역에 마을만들기지원센터가 설립되면서 전국교류모임에 적극적 의지를 가진 분들이 나섰기 때문이었다. 7월의 경기 화성모임, 8월의 강원 강릉모임에 이어 9월에는 충북 충주에서 모임을 갖는다. 우리 단체가 주관하는 주민자치전국박람회에서도 주제가 ‘함께 만드는 우리마을’이다. 20세기의 성자라 불리는 간디는 일찍이 ‘마을이 세계를 구한다’라고 했다. 탐욕과 무한경쟁으로 점철된 현대의 물질중심문명의 실패로부터 세계를 구할 희망을 ‘마을자치’로부터 찾아야 한다는 가르침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마을이 물리적 환경이자 지향해야 할 정신을 담고 있다면 그것을 만들고 현실화시킬 힘은 사람에게서 나온다. 10년간의 주민자치박람회 사례를 살펴보아도 그렇고, 마을만들기네트워크의 교류모임에서도 그렇고 참여자들이 한결같이 말하고 있는 것은 ‘좋은 사람이 있어 좋은 마을을 만든다’는 것이다. 마을리더가 중요하고 마을구성원들의 생각과 준비정도가 성패를 좌우한다는 경험법칙은 말할 것도 없고, 사례들을 분석해보면 반드시 거기에 공무원이든 활동가든 누군가 헌신적이고 능력있는 ‘사람’이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눈을 우리 내부로 돌려 ‘열린사회’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생각해볼 때도 역시 ‘사람’이 키워드임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열린사회’를 창립하면서 우리는 ‘사람을 존중하는 희망공동체’를 만들자고 하였다. 회원들, 그리고 주민들 사이의 관계를 잘 발전시키고 그들의 성장을 돕는 풀뿌리공동체운동을 전개해왔다. 하지만 우리 자신을 뒤돌아볼 때 자칫 ‘사람’이 아닌 ‘일’에 매몰되어 있지는 않은지, ‘나무’에만 매달리고 ‘숲’ 전체를 조망해보는 것에는 소홀하지 않았는지 반성하게 된다.
사람이 희망이지만 저절로 되지는 않는다. 그래서 ‘학습이 방법이고 관계가 관건’이라는 말씀이 소중하다. 우리가 잘 아는 논어의 유명한 구절, “배우고 때로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學而時習之不亦說乎)”를 이남곡 선생님과 함께 연찬하는 기회가 있었는데 새로운 깨달음을 얻었다. 학(學)은 진리를 탐구하는 것, 습(習)은 그것을 체득하는 것이다. 학이 머리라면 습은 몸에 비유할 수 있다. 학은 대개 혼자 하게 되지만 습은 여럿이 함께 한다. 사람이 희망으로 되게 만드는 학습은 여럿이 함께 익힐 때 비로소 꼴을 갖추게 된다. 관계 속에서 사람은 희망으로 성장해가는 것이다.
또 배워도 즐겁지(說) 않다면 자신의 학습을 한번 되돌아보야야 한다. 여기서 내가 다시한번 깨닫게 되었던 점은 시민운동의 생명력도 이와 같다는 것이다. 시민운동이 '옳다'에서만 출발하면 오래가지 못한다. 의무감이나 책임감만 가지고는 즐거울 수 없다. 옳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을 접하게 되면 화가 나고 갈등이 생기게 된다. 하지만 왜 화가 나는지도 모른다. 시민운동이 생명력을 가지려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무엇인가를 탐구하는데서 출발해서 그것을 찾고 실현해가는 데 기쁨을 느껴야 한다.
계절이 가을로 접어들고 있다. 학습의 계절이 되도록 노력하자. 우리의 활동을, 아니 나 자신을 연찬(硏鑽)해보고 새로운 깨달음을 얻어 보자. 학습은 혼자만 하는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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