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2월 6일 월요일

주민학습을 통한 공동체 짓기(2010.10.21, 마산/아태시민교육대회)

‘열린사회’의 시민교육 - 주민학습을 통한 공동체 짓기




1) 마을만들기의 핵심은 사람만들기

20세기의 성자라 불리는 간디는 일찍이 ‘마을이 세계를 구한다’라고 했다. 간디는 마을 스와라지(swaraj, 자치)에 대한 글을 통해 그 의미를 설명하면서 ‘스와라지’가 ‘독립’이라는 말처럼 모든 억제로부터의 자유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통치, 자기억제의 의미를 갖고 있다고 했다. 이런 맥락에서 ‘마을이 세계를 구한다’라는 의미는 탐욕과 무한경쟁으로 점철된 현대의 물질중심문명의 실패로부터 세계를 구할 희망을 ‘마을자치’를 통해 사람들이 ‘스와라지’정신을 익히는 것에서 찾아야 한다는 가르침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마을이 물리적 환경이자 지향해야 할 정신을 담고 있다면 그것을 만들고 현실화시킬 힘은 사람에게서 나온다. 우리단체가 지난 10년간 주최해왔던 전국주민자치박람회의 수많은 사례를 살펴보아도 그렇고, 수차례의 마을만들기네트워크 교류모임에서도 그렇고 참여자들이 한결같이 말하고 있는 것은 ‘좋은 사람이 있어 좋은 마을을 만든다’는 것이다. 마을리더가 중요하고 마을구성원들의 생각과 준비정도가 마을만들기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좋은 사례들을 분석해보면 반드시 거기에 마을리더이든 공무원이든 활동가든 누군가 헌신적이고 유능한 ‘사람’이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사람이 희망이긴 하지만 그것이 저절로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그래서 마을만들기운동을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학습이 방법이고 관계가 관건’이라는 암묵지가 통한다. 누구나 살고 싶은 지역사회,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서는 시민들의 참여의식, 책임의식, 연대의식이 성장할 때 가능하다. 그런데 이는 제도교육만을 통해 습득되지 않는다. 일반 생활인들을 주 대상으로 하는 시민교육은 일방적으로 새로운 정보나 지식을 전달하는 교육보다는 생활세계의 영역에서 공동으로 부딪히는 문제들을 자신들의 참여와 실천으로 해결해 가는 과정을 조직함으로써 ‘삶’과 ‘앎’이 통합되는 교육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
마을만들기는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여 자신들의 가치가 실현되는 마을을 만드는 운동이다. 마을만들기의 영역은 주민들에게 의미있는 새로운 공간이나 장소를 만드는 일, 일상 생활환경 중 주민들에게 불편을 주는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는 일, 마을의 역사와 문화, 전통 등을 탐구하여 마을의 정체성을 공유하는 일, 마을의 자원을 조사하고 개발하여 공동작업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일 등 다양한 영역으로 발전하고 있다.
마을만들기의 핵심은 주민들을 변화의 주체로 만드는 과정이고 그것은 곧 학습의 과정이기도 하다. 여기서의 학습은 주인의식, 연대의식의 계발을 의미하는 것인데, 마을만들기는 초기의 의사결정에서부터 구체적인 실행 및 평가의 전 과정, 즉 마을의 문제 혹은 의제(agenda)를 발굴하고, 이에 대한 주민들의 토론과 이해관계의 조정, 전문가의 조언, 행정과의 협력, 합리적 결론의 도출, 실행과정에서의 역할분담과 책임, 사후관리와 평가 등에서 생생한 집단학습의 경험을 하게 된다.


3) 시민교육의 지향점

사회의 발전은 어떤 다른 힘이 아니라 사람의 힘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며, 사람의 힘은 사회구성원들의 이성적 사고능력과 이들 사이의 협조성이 구현되는 수준에 의해 좌우된다. 사람들 사이의 협조성은 공동체의식의 체현정도에 비례한다. 우리가 사회의 발전을 위해 수행하고 있는 활동들은 사회구성원들의 생각과 인격의 변화발전을 통하여 공동체적 협력관계를 실현하려는 노력이 기본을 이룬다. 이러한 바탕 위에서라야 다른 사회적 활동들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시민들의 공동체의식 형성에 기여하는 핵심적인 분야가 바로 시민교육이다. 그런데 시민교육은 시민들의 생활세계 속에 깊이 들어가 그들의 삶과 앎이 유기적으로 묶여 돌아갈 때만이 비로소 현실성을 갖게 된다. 시민교육은 생애의 전 기간에 걸쳐 이루어지는 평생학습의 과정이며 사회의 변화발전과 함께 그 내용과 방법을 끊임없이 개선해 간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시민교육은 사회를 이루고 있는 시민들이 1) 사회의 주인으로서의 공적 책임을 자각하고, 2) 인간의 삶의 전반적인 현실에 대해 정확히 이해하여 제반 문제들에 대한 자주적 판단력을 가지며, 3) 다른 사람들과의 사회적 협조성을 발전시킬 수 있게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볼 수 있다.
시민단체들에 의해 수행된 민주시민교육에서 최근에는 다음과 같은 몇가지 경향들이 두드러지고 있다. 즉 풀뿌리지역사회에서의 시민교육, 체험학습, 학습동아리의 결성과 실천으로의 연결, 참여자 중심의 교수방법 등이 그것이다. 민중교육으로부터 시작하여 민주시민교육을 거쳐 새로운 모색을 거듭하고 있는 시민단체들의 시민교육운동이 자연스럽게 여기로 수렴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이론적 측면에서도 교육연구자들이 최근 많이 주장하고 있는 자기주도학습, 체험학습, 참여학습 등을 기본요소로 하는 공동체참여학습론과도 맞아떨어지고 있다.
지역사회공동체(community)는 새로운 시민교육의 기반이다. 지역사회는 국민국가체제의 약화경향과 시민사회의 다양성 증대, 지구촌화의 흐름 속에서 시민들의 일상적 삶의 현장에 근거한 배움터로 새롭게 인식되어 지고 있는 영역이다. 또 새로운 시민교육은 사회적 제도와 구조 속에서 규정되어진 개인으로의 접근이 아니라 자유로운 개인과 그들 상호간의 관계와 그를 통해 만들어지고 운영되어지는 사회에 대한 이해와 훈련의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 그러한 교육은 개개인의 사적 관계를 공공영역의 공적 관계로 승화시키면서 그 안에서 이기적 공동체가 공동선을 지향하는 공동체로 전환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드는 것이며 성숙한 시민사회를 이뤄가는 과정이 될 것이다.
4) 열린사회 시민교육 프로그램의 특징

열린사회시민연합의 시민교육 프로그램은 위와 같은 인식에 기반하여 2000년대 초반에 재정립되었는데 그것은 그 이전시기의 교육활동경험을 새롭게 재해석하고 시민사회의 요구와 새로운 흐름에 부응하기 위한 것이었다. ‘공동체시민교육’이라 이름붙인 열린사회의 시민교육 프로그램은 사회발전의 근본적 동력이 사람들의 사고능력의 발전과 협조성의 실현정도에 있다고 보고 사람들의 공동체의식 성장에 기여하는 시민교육 프로그램, 특히 풀뿌리지역사회에서의 체험학습, 공동체학습, 참여자 중심 교육에 중점을 두고 있다. 그리고 마을만들기와 같은 실천프로그램, 주민자치센터의 운영과 사업을 매개로 한 주민들의 학습을 조직하는데 역점을 두고 있다. 그것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주민학습을 통한 공동체 짓기’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열린사회의 공동체시민교육에 대한 모색과 인식은 2002년도에 편찬된 참고자료집 “공동체시민교육의 이해와 모색”과 2004 5월에 발표된 “시민사회단체의 평생학습 전개방향”이란 글에서 잘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이상도 좋은 방법이 있어야 실현된다. ‘좋은 방법’의 모색과 관련해서는 당시 독일 콘라드아데나워재단 한국지부와의 협력을 통해 연구학습을 진행하고 교육방법론을 개발했던 열린사회의 공동체시민교육기획단 ‘마중물’의 역할이 컸다. ‘마중물’팀은 이제까지의 일방향의 주입식 교육방법에서 탈피하여 교육에 참가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교육이 진행되는 참여형교육방법론을 널리 확산시켰다. 이 교육방법론의 특징은 “준비된 교육진행자(모더레이터)가 있는 교육”, “교육에 참가한 모든 사람이 선생입니다.”라는 표현에서 잘 드러나고 있다. 지역사회에서 주민들과 호흡하며 활동해왔던 우리 활동가들에게 그것은 새로운 가능성과의 만남을 의미했다.
이러한 참여형교육방법론을 널리 확산시키는데 기여했던 출판물은 2004 10월에 발간한 “참여와 자치를 위한 시민교육 필드북”, 2006 12월에 발간한 “필드북2, 발로쓰는 시민교육”, 2007 12월에 교육기획진행자들의 현장고민을 모아놓은 “필드북3 교육기획에서 진행까지” 등 일련의 필드북 시리즈였다.
열린사회의 실제 진행하는 시민교육의 특징을 간단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재미있는교육: 교육효과와 집중력을 높입니다.
-. 공동체교육: 참여자와 교육자가 서로 배우고 가르친다.
-. 참여형교육: 참여자가 교육의 중심에서 교육을 이끌어간다.
-. 맞춤형교육: 참여자의 욕구와 필요를 우선적으로 고려한다.

열린사회 시민교육의 영역은 다음과 같이 분류해볼 수 있다.
-. 주민자치리더십교육 : 주민자치위원 역량강화를 위한 제반 교육. 주민자치센터 활성화, 지역공동체 활성화 방안, 주민자치위원 역할 강화를 위한 교육
-. 자원봉사리더십교육 : 자원봉사자 기본교육, 프로그램개발 및 리더십 교육, 자원봉사 관리자를 위한 교육
-. 풀뿌리리더십교육 : 지역 커뮤니티 활성화를 위한 조직가, 주민리더, 자원봉사자를 위한 교육
-. 청소년자원봉사학교 : 청소년 자원봉사 동기부여 및 프로그램 개발을 위한 교육, 지역사회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자원봉사 DIY
-. 시민교육모더레이터양성교육 : 시민교육 강사를 양성하기 위한 시민교육방법론(강의 및 워크숍) 학습 과정

이 밖에도 일상적으로 동네도서관을 운영하면서 벌이고 있는 각종 강좌와 교육프로그램, 저소득방임아동들을 돌보기 위한 방과후학교인 ‘열린학교’에서 진행하는 준정규적인 교육프로그램이 있다.

5) 열린사회 시민교육의 실례

이상의 교육프로그램 중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교육프로그램인 주민자치리더십교육의 구체적 내용을 실례로 소개하면 다음과 같은데 크게 위탁교육과 정기교육으로 나눌 수 있다.

<주민자치 위탁교육>
-. 교육주제
1) 주민자치리더십
주민자치위원의 역할과 리더십, 주민자치센터의 기능과 역할에 대한 기본 워크숍
2) 주민자치위원회 활성화 계획 수립 워크숍 (분과활성화교육포함)
자치위원회가 자발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동기부여하고 분과운영 등 활성화를 위한 구체적인 계획과 약속을 만들기 위한 워크숍
3) 마을의제워크숍
주민자치센터 운영 및 마을만들기 사업개발을 위해 중단기 계획을 만드는 교육과정
4) 마을만들기워크숍
마을만들기에 대한 기본이해, 추진과정, 우수사례학습 등을 통해서 마을만들기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동기부여와 방법론을 학습하고 우리 동의 마을만들기사업 주제를 함께 모색하는 교육과정
5) 프로그램 개발 워크숍
지역자원을 찾아 위원들이 직접 주민자치센터 프로그램 기획을 해 보는 워크숍
6) 복지마을 및 복지네트워크 만들기 교육
지역복지네트워크에 대한 기본 이해를 바탕으로 해서, 지역복지 활동을 효율적이고 체계적으로 전개하는 데에 필요한 교육 진행
7) 자원봉사 프로그램 및 관리
자원봉사마을만들기 사례를 통해 배우고 자원봉사 활성화를 위한 방법 등을 배워보는 워크숍
8) 주민자치센터 운영 평가 및 계획 세우기 워크숍
자치센터 운영 과정을 평가하고, 이후의 계획을 함께 수립하기 위한 워크숍
9) 주민자치센터 운영 실무 과정 (실무자 및 담당 공무원교육)
주민자치센터 운영에 필요한 다양한 실무(주민참여활성화, 홍보방법, 프로그램 기획, 주민욕구조사 등)에 대해 학습하는 과정.

-. 교육대상
주민자치위원, 공무원, 자원봉사자, 주민리더, 풀뿌리단체 및 기관 실무자

-. 교육형태
1) 권역별 순회 교육
시간: 3시간~4시간
인원: 30~50(1회당)_기본 2회 정도 진행
* 읍면동별 순회 교육으로 진행 가능
2) 읍면동 및 시군구 단위 교육
시간: 3시간~6시간교육 혹은 12일 교육
인원: 20~50 (조정가능)
3) 강사특강 (강사파견)
시간: 1.5시간~4시간
인원: 20~100명이상 (조정가능)

< 주민자치 정기교육 >

1) 주민자치기본교육과정
주민자치센터 기능과 주민자치리더십의 기본 내용을 학습하는 과정
대상: 신규 주민자치위원
내용: 주민자치센터 기능, 주민자치위원의 역할과 리더십, 우수사례, 사명문 작성
시간: 4시간
2) 주민자치리더십교육과정
주민자치센터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방안 및 사례학습, 참여 워크숍을 통한 심화교육과정
대상: 신규 및 기존 주민자치위원, 주민자치실무자, 담당 공무원
내용: 주민자치센터 활성화를 위한 기본 방안, 마을만들기 제반 교육, 지역사회이해하기, 주민참여방안, 의사소통훈련 등
시간: 16시간(12일 혹은 2)
3) 실무자기본교육과정
주민자치센터 운영 실무의 기본을 학습하며, 실무자로서의 역할의식을 높이기 위한 교육과정
대상: 주민자치위원회 간사, 실무 자원봉사자, 담당 공무원
내용: 주민자치센터운영원칙, 실무자의 역할, 프로그램 기획 등
시간: 4시간
4) 주민자치코디네이터(주민코디)교육과정
주민자치센터 운영 실무에 필요한 제반 사항의 심화 교육, 사례분석을 통한 활동계획을 수립
대상: 주민자치위원회 간사, 실무 자원봉사자, 담당 공무원
내용: 마을의제 및 마을만들기에 대한 이해와 추진 계획 수립, 주민소통방법, 우수사례를 통한 센터 활성화 방안 모색 등
시간: 16시간(12일 혹은 2)
5) 시민교육방법교육과정
참여형 시민교육방법과 워크숍 진행방법을 배우고 실습하는 교육과정, 풍요롭고 재미있는 교육을 만들어 가는 방법을 배우는 과정
내용: 마음열기, 의사소통게임, 워크숍진행기법, 공동체훈련 등
대상: 풀뿌리단체 및 기관 실무자, 교육기획자, 공무원, 주민자치위원 등
시간: 4시간


동양의 고전 논어(論語)에는 다음과 같은 유명한 구절이 나온다. “배우고 때로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學而時習之不亦說乎)” 여기서 학()은 진리를 탐구하는 것, ()은 그것을 체득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 머리라면 습()은 몸에 비유할 수 있다. ()은 대개 혼자 하게 되지만 습()은 여럿이 함께 한다. 사람이 희망으로 되게 만드는 학습은 여럿이 함께 익힐 때 비로소 꼴을 갖추게 된다. 관계 속에서 사람은 희망으로 성장해가는 것이다. 또 배워도 즐겁지() 않다면 자신의 공부가 잘못된 점은 없었는지 한번 되돌아보야야 한다. 즐겁게 공부하려면 의무감이나 책임감에서가 아니라 자기 스스로가 탐구하고, 참여 속에서 기쁨()을 느끼며 길을 찾는 과정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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