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4월 30일 금요일

한국의 주민자치센터에 대한 소개와 문제의식(2002.11/일본도쿄 한일간담회)

<한국의 주민자치센터에 대한 소개와 문제의식>


박홍순(풀뿌리네트워크 총무)

한국의 주민자치센터는 ‘작고 효율적인 정부’를 만들겠다는 취지 아래 김대중 정부의 100대 개혁과제 중의 하나로 추진된 읍․면․동 기능전환의 결과로 탄생한 주민자치기관이다. 1998년 정책기획 초기에는 읍․면․동사무소를 폐지하고 “주민자치센터”를 설립하도록 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그러나, 많은 논란 끝에 읍․면․동사무소를 폐지하겠다는 원래의 방침에서 읍․면․동사무소를 축소․존속시키고 그 여유공간에 주민자치센터를 설치하는 것으로 수정되었다. 1999년 7월 전국의 278개동에서 시범주민자치센터가 개소하였고 2000년 11월부터 도시지역 1,655개 동과 2002년부터 도․농복합 및 농촌지역 전체 1,858개 중 612개 지역에서 주민자치센터가 설치, 운영되고 있다.

주민자치센터는 현재 기초자치단체별로 운영조례가 제정되어 있으며, 조례에 근거하면 주민자치센터는 주민편의 및 복리증진을 도모하고 주민자치기능을 강화하여 지역공동체 형성에 기여하도록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으며, 목적실현을 위하여 주민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읍․면․동사무소에 설치된 각종 문화․복지․편익시설과 프로그램을 총칭한다. 각 센터별로 민간인으로 구성된 주민자치위원회가 있어 운영전반에 대한 심의를 하고 동장을 비롯한 관련 공무원들이 지원하고 있다.

주민자치센터의 기능으로는 1.지역문제 토론, 마을환경가꾸기, 자율방재활동 등 주민자치기능 2. 지역문화 행사, 전시회, 생활체육 등 문화여가기능 3. 건강증진, 마을문고, 청소년공부방 등 지역복지기능 4. 회의장, 알뜰매장, 생활정보제공 등 주민편익기능 5. 평생교육, 교양강좌, 청소년교실 등 시민교육기능 6. 내집앞 청소하기, 불우이웃돕기, 청소년지도 등 지역사회진흥기능을 들 수 있다.


행정개혁의 일환으로 주민자치센터가 설치되고 운영되기 시작했지만, 한편으로 주민자치와 지역공동체활성화에 관심을 갖고 있는 풀뿌리시민단체들의 주체적 노력이 꾸준히 지속되고 있으며 2000년 11월에 결성된 "풀뿌리네트워크"는 이런 노력들을 모으고 교류시키는 데 나름대로 역할을 해왔다. '풀뿌리네트워크'는 주민자치센터의 참여와 운영에 대한 정보의 교류와 상호협력, 주민자치센터에 대한 조사연구와 프로그램 개발, 주민자치형 센터운영의 모델 정립, 운영주체들의 체계적인 교육 등의 사업을 전개하고 있으며, 관련 법규의 정비, 민․관 파트너십에 기초한 협력방안 모색 등 주민자치센터 활성화를 위한 환경조성을 위해서도 힘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2001년과 올해 두차례 개최한 주민자치센터 박람회를 통해서 자치센터 현장의 모범사례들이 발굴되고 확산되는 계기가 되고 있다.


그동안의 자치센터 운영과정에서 발견된 가능성과 긍점성은 다음과 같이 요약해 볼 수 있겠다.

첫째, 자치센터를 매개로 자치위원회가 조직되고 프로그램의 운영과정에서 동아리들이 조직되고 운영되고 있으며, 자원봉사자들의 활동이 활발해지고 있는 것은 주민자치역량과 주민리더십 발굴의 측면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둘째, 지역사회복지, 지역사회진흥 등 공동체활성화를 위한 프로그램 개발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지역사회의 인적, 물적 자원들을 개발하고 연계하기 위한 노력들이 기울여지고 있다.

셋째, 주민위주 행정, 동 기능의 전환의 필요성, 민간의 역할에 대한 인식제고, 민관파트너십 등에 대한 트랜드가 확산되고 지역사회 가버넌스 형성에 관한 문제의식이 만들어지고 있다.


주민자치센터의 활성화는 단지 주어진 공간의 활용이나 행정서비스의 전환에 머무르지 않는다. 지역사회의 문제들에 대해 주민들이 직접 관심을 갖고 참여하고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는 아름다운 지역공동체를 만드는 구심체가 되는 것이다. 이제까지 국민국가 체계 속에서의 일개 국민으로서만 존재하던 시민들이 생활권 단위를 매개로 자신과 이웃들의 문제해결에 직접 주인으로 나서고, 요구하고 주장하는 것을 넘어서 책임지고 함께 만들어나가는 새로운 시민문화를 형성해 가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그것은 밑으로부터 한국사회를 변화시키는 시민운동의 성격을 띄고 있으며 사명감을 갖고 지속적으로 전개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자치행정의 향후 지향성의 측면에서 볼 때도 지역사회 운영에서 민간의 역할을 높이고 지역사회의 자원들을 적극 활용하며 나아가 바람직한 파트너십을 구축함으로써 공동생산의 영역들을 확장시키는 데 자치센터의 경험들을 크게 작용할 수 있다. 결국 주민자치센터의 성공적인 정착 여부는 로컬 거버넌스 형성의 시금석이 될 것이다.

주민자치센터의 운영은 지역공동체를 활성화하는 여러 분야의 활동들과 연계되고 종합되어야 한다. 지역사회는 사람들의 총체적인 삶이 어우러진 공간이므로 그 안에는 교육도 있고 복지도 있고 환경도 있다. 자치센터의 활성화와 다양하고 풍부한 접근을 위해서 한국의 민간단체들은 여러 분야에서 접근하고 협력방안을 찾고 있다.

첫째, 자원봉사운동의 활성화이다.

자원봉사의 활성화는 지역사회문제에 대한 주민들의 참여의 측면에서나 자치센터 운영의 현실적인 면에서 가장 기초가 되면서도 중요한 문제이다. 자원봉사의 기본 특성은 자발성과 공익성 그리고 무보수성에 있으므로 주민자치와 공동체활성화의 기반이 되는 활동이다. 자원봉사개발 및 지원과 관련해서는 기초자치단체 단위의 자원봉사센터와 동자치센터가 어떻게 연계를 맺고 지원할 수 있느냐 하는 문제가 있다.

둘째, 지역복지운동과의 연계문제이다.

이 문제는 전문적인 복지서비스의 취약지역에서 실제로 많은 지역의 기존 동사무소나 앞으로의 자치센터들이 직접적인 복지서비스의 전달체계로서 작동하고 있기 때문에 매우 현실적인 문제로 된다. 지역복지관과의 연계문제나 효율적 조정문제도 필요하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수혜적 복지서비스의 제공이 아닌 지역사회 내부 자원들간의 자주적 연계를 통한 활력있는 지역사회복지의 구현을 어떻게 이룰 것인가 하는 것이다.

셋째, 여성들의 참여와 역할을 높이는 문제이다.

지역사회의 제반 문제들의 여성들의 사회적 성역할 영역들과 밀접히 관련되어 있다는 측면에서도 그렇고 자치센터의 실제 참여층이나 운영의 면에서도 여성들의 참여 확대와 적극적 역할, 또 그를 위한 적절한 프로그램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넷째, 로컬아젠다운동과의 협력문제이다.

의제21운동은 환경문제로부터 시작되었지만 단순히 환경영역에 국한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자치센터를 매개로 생활환경운동을 활성화하는 것도 필요하고, 보다 적극적으로는 지역사회를 구성하는 여러 주체들간의 연대와 협력, 그리고 공동의 아젠다를 만들고 함께 실천하는 것이다. 로컬 거버넌스 형성에 관한 문제의식을 생활권단위인 동단위, 마을단위까지 어떻게 확장할 것인지 논의와 실천이 필요한 지점이다.

다섯째, 마을만들기운동과의 연계문제이다.

마을만들기는 생활주변의 환경을 주민 스스로의 힘으로 개선하고 공용시설이나 장소를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데 필요한 공간으로 탈바꿈시키는 데로부터 출발한다. 하지만 마을만들기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과정에서의 의사소통과 관계 증진을 만들어 감으로써 공동체만들기, 사람만들기로 나아가는 데 의의가 있다. 자치센터의 프로그램은 그런 의미에서 모두 마을만들기를 지향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주민자치센터를 일반 시민들의 평생교육센터로 활용하는 문제이다.

주민자치와 지역공동체의 활성화는 자치의식과 공동체의식으로 각성된 시민들에 의해서만 가능하다. 시민교육의 측면에서 자치센터를 바라보는 것은 가장 기본이 되어야 할 과제라고 생각한다. 자치센터를 마을도서관으로 만들고 이를 매개로 일상적인 시민들의 학습동아리들이 형성되고 ‘항상 공부하는 마을’을 꿈꾸는 것은 즐거운 상상이다.


이상의 영역들에 대한 문제의식들은 지난 2년 간의 자치센터 현장에서 부분적으로 적용되고 실험되어지고 있는 것들이기도 하다. 현장에서의 실천과 그를 지원하고 연계하는 주체들간의 긴밀한 결합이 요구되어 지고 있다. 보다 심도깊은 컨설팅과 교육이 요청되고 있다. 커뮤니티의 활성화를 위한 정책적, 행정적 ,재정적 지원과 사회문화적 환경조성의 요구가 커져가고 있다.

한국과 일본의 행정문화나 시민사회의 모습들은 비슷한 점이 많이 있는 것 같다. 하지만 각자가 처해있는 환경과 역사가 다른 점도 많으므로 서로간의 교류를 통해 장점은 배우고 단점을 극복할 수 있는 힌트를 얻을 수 있으리라고 기대한다. 이번에 우리 방문단이 일본에 온 목적은 일차적으로 일본의 공민관을 비롯한 community활성화를 위해 노력하는 관련 단체와 인사들을 방문하고 만나서 지난 수십년간의 경험을 배우고 한국 주민자치센터의 활성화를 위한 정보와 교류를 얻고자 하는 데 있다. 특히 시민교육활동과 마을만들기 등 지역공동체활성화를 위한 민간의 노력들이 어떻게 진행되어왔으며, 그 과정에서의 민간과 행정간의 역할분담과 협력시스템은 어떤 지에 대해서 배우고자 한다. 더 나아가 이러한 방문을 계기로 주민자치와 community 분야에서 활동하는 한일 NPO간의 네트워크 형성을 위한 정보와 활동가간의 교류를 갖고자 한다. 이번 방문이 한일 상호간의 우호증진과 시민사회 발전을 위한 소중한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2002 주민자치센터 박람회는 우리 모두의 축제(2002.10/박람회인사말)

2002 주민자치센터 박람회는 우리 모두의 축제


두 번째 맞이하는 주민자치센터 박람회는 일선 현장의 자치센터 모범운영사례를 발굴하고 경험을 나누기 위해 마련되었습니다. 작년 행사를 통해 많은 분들이 주민자치센터의 필요성에 공감하였고 자치센터 운영주체들에게는 좋은 격려의 장이 되었습니다. 2001 박람회에서 토론되고 서로 합의하였던 활동의제들은 그 후 실천과정에서 훌륭한 지침이 되었고 더 많은 지역의 센터운영원칙으로 확산되었습니다.

작년 박람회에 참여하셨던 많은 분들이 2002년 박람회 개최의 필요성에 대해 의견을 모아주셨고 행정당국에서도 흔쾌히 지원을 약속하였습니다. 2002 주민자치센터 박람회는 보다 충분한 시간과 충실한 기획으로 더 많은 자치센터들의 참여 속에 준비될 수 있었습니다. 6월에 공모가 시작되었고 8월과 9월에 걸쳐 각계의 전문가들과 자원활동가들에 의해 심층적인 심사와 현장모니터링이 진행되었습니다. 최종적으로 24개의 전시사례가 선정되었고 자치센터 동아리들의 문화축제도 준비될 수 있었습니다. 주민자치센터 운영에 있어 현실적 과제가 되고 있는 내용을 주제로 대안을 모색하고 새로운 접근 방향을 전문가들과 함께 토론하는 2개의 세미나도 준비되었습니다.

주민자치센터 박람회는 단지 우수센터에 대한 시상과 전시의 자리가 아니라 주민자치센터에 대하여 고민하고 활동하시는 분들, 그리고 애정과 관심을 갖고 참여하시는 분들을 위하여 교육과 정보를 제공하고, 지지와 격려를 아낌없이 보내는 즐겁고 흥겨운 축제의 장입니다. 이번 박람회는 많은 분들에게는 좋은 경험이 될 것입니다. 모두가 함께 주인이 되어 참여하고 서로를 격려하는 소중한 자리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이제 주민자치센터의 정착과 활발한 활동을 계기로 커뮤니티의 활성화를 위한 주민운동과 행정을 지원할 수 있는 보다 체계적인 시스템이 필요해지고 있습니다. 주민자치위원, 자원봉사자, 시민단체활동가, 담당공무원 등 관련자들간의 정보교류와 네트워킹을 지원하고 컨설팅과 교육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전문적 지원역량의 준비를 위해 더욱 노력하도록 하겠습니다.

끝으로 이번 박람회의 준비과정에서 땀과 정성을 기울여주신 많은 분들의 노고에 존경과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무엇보다도 자치센터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전해주시기 위해 전시내용 준비에 수고해주신 자치위원님들과 관계공무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우수사례선정을 위해 전국 각지를 발로 뛴 모니터요원과 심사위원들의 노고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행사준비와 진행을 위해 지혜와 힘을 모아주신 여러 시민단체 활동가들과 관계전문가, 자원봉사자들에게도 감사드립니다. 행사를 공동개최해주신 성남시와 후원해주신 행정자치부, 경기도, 콘라드아데나워재단에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2002년 10월 29일

풀뿌리네트워크 총무
열린사회시민연합 사무처장 박 홍 순

주민자치센터 2년 평가와 다양한 영역의 접근 필요성(2002.10)

2002 주민자치센터 박람회 세미나Ⅱ
주민자치센터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대안 모색
일시 : 2002년 10월 30일 오전10시
장소 : 성남 분당 코리아디자인센터 7층 대회의실
사회
임승빈(순천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발제
“주민자치센터 2년 평가 및 다양한 영역 접근의 필요성”
- 박홍순(열린사회시민연합 사무처장)
토론
육동일(충남대학교 사회과학대학장)
김홍숙(한국여성개발원 책임연구원)
정희선(볼런티어21 사무국장)
염태영(지방의제21전국협의회 사무처장)
진광현(경남정보사회연구소 이사)


주민자치센터 2년 평가와 다양한 영역의 접근 필요성


박홍순(열린사회시민연합 사무처장/풀뿌리네트워크 총무)

주민자치센터의 설치와 운영은 행정기능의 전환과 맞물려 현정부의 100대 개혁과제 중의 하나로 추진되어왔다. 초기의 구상은 읍․면․동사무소를 완전폐지하고 주민자치센터로 전환하는 것이였지만, 추진단계에서 이 구상은 후퇴하여 읍․면․동사무소의 존속과 일부업무의 이관 그리고 남는 공간을 활용한 주민자치센터의 설치로 변경되었다. 읍면동 기능전환은 1단계로 일반시 및 자치구의 동 지역에 대한 실시와 2단계 도농복합시 및 군의 읍면 지역에 대한 실시로 나뉘어 추진되었다. 1단계 시범실시는 99년도 하반기에 도시지역 94시구 278개 동에 대해 처음으로 시작되었고 2000년 하반기부터는 1,654개 동 전체로 확대시행이 추진되었다. 2단계 시범실시는 2000년 하반기에 14개시군 31개 읍면에서 실시되었으며 확대시행은 2001년 10월 이후 138시군 1858개 읍면 동을 대상으로 추진되고 있다. 이 중 주민자치센터설치는 읍면지역은 시군별 1~2개 우선 설치, 동 지역은 전면설치 방침으로(612개 읍면동) 추진되고 있다. 확대시행 2년이 지난 현시점에서 실제 운영현황을 근거로 한 실증적인 평가와 점검이 일정정도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이에 대한 보다 구체적이고 과학적인 연구는 전문연구자의 후속연구에 기대하고 이 글에서는 시민운동을 하는 입장에서 몇 가지 주민자치센터의 발전방향에 대한 모색과 문제의식만을 제기하도록 하겠다.

동기능의 폐지와 자치센터로의 전환이라는 애초의 방향을 포기하고 동사무소의 존속하에 자치센터를 추진하고 있는 현 상황은, 행정사무와 인력 효율화, 행정서비스의 개편, 주민자치기능과 지역공동체 활성화 등 본래의 취지를 실현하는 데 있어 많은 한계와 문제점을 낳는 근본 원인이 되고 있다. 먼저 행정면에서 보면 동체계가 존속됨으로 해서 일상적인 기관유지사무와 통계, 선거, 각종 규제단속, 증명인허가 업무 등 상급에서 위임한 사무가 지속되고 있으며, 이는 줄어든 인력에 비해 업무과중을 초래하고 새로운 사무인 자치센터 관련업무를 뒷전으로 밀리게 하거나 형식적으로 수행하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특히 자치센터 관련 업무는 기존의 사회복지, 사회진흥 업무를 보다 강화하고 신규로 자치위원회 지원업무, 각종 센터 프로그램 관리지원, 센터 시설 관리 등을 추가해야 하며 민관협력의 새로운 마인드를 가지고 전문성을 갖추어나가야 하는 업무이므로 기존의 동행정의 관리경험만으로는 많은 한계를 드러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또한 동체계가 존속함으로 해서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장기적이고 계획적이며 효율적인 자치센터 운영에 한계를 보인다는 점이다. 기초자치단체 단위에서 지역특성에 맞게 센터를 구분하고 연계해서 운영하거나 몇 개를 통합해서 운영하는 것, 특성화하는 것, 민간단체에 위탁하는 것 등이 기존 동체계의 관성으로 인해 어려움을 초래하고 있다. 또 주민자치센터에 대한 재정지원, 정책기획, 교육 등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책임성이 떨어지고 구민회관, 복지관, 교육, 문화, 체육 등 여타 유사시설과의 중복문제나 효율적 연계관리에도 어려움이 있다.

생활권 단위의 커뮤니티 육성, 주민자치의 활성화라는 측면에서도 동체계의 존속은 장애를 초래하고 있다. 오랫동안 타율적이고 수동적인 행정문화에 젖어있는 지역주민들이 지역사회의 진정한 주인으로써 거듭나고, 중앙에 종속된 부분으로서의 지역이 아니라 자발적인 생활공동체로서의 지역을 실현하는 것은 상급 행정의 전달체계인 동이 통반까지 조직하고 집행해 들어가는 기존 체계가 견고하게 존속하는 한 난망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혹자는 주민들의 공동체의식의 결여와 공동체를 중심으로 한 생활조건의 미비로 상당기간 동행정서비스체계의 존속이 불가피하고 동체계의 폐지는 오히려 주민들의 불만을 가중시킬 것이라고 얘기한다. 하지만 일시적인 혼란과 부적응이 있겠지만 자율과 자치는 결국 시행착오와 훈련을 통해 주민들이 임파워먼트될 때만이 가능한 것이지 언제까지 기다린다고 저절로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시범실시기간이 있었다고는 하지만 오랫동안 길들여져 온 권위적이고 폐쇄적이고 형식적인 행정문화를 극복하고 주민자율의 개방적이고 실질적인 자치문화를 만들어간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대부분의 주민자치센터가 아직 제대로 자리잡지 못하고 있고 많은 문제점과 해결과제를 안고 있는 것은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낡은 관행을 거두어내고 새로운 자치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장기적 관점의 꾸준한 노력이 요구되며 이 과정에서 민간과 행정의 상호작용과 협력은 필수적인 공정이다.

비록 행정개혁의 일환으로 주민자치센터가 설치되고 운영되기 시작했지만, 주민자치와 지역공동체활성화에 관심을 갖고 있는 풀뿌리시민단체들의 주체적 노력이 꾸준히 지속되고 있으며 2000년 11월에 결성된 "주민자치센터활성화를 위한 풀뿌리네트워크"는 이런 노력들을 모으고 교류시키는 데 나름대로 역할을 해왔다. '풀뿌리네트워크'는 주민자치센터의 참여와 운영에 대한 정보의 교류와 상호협력, 주민자치센터에 대한 조사연구와 프로그램 개발, 주민자치형 센터운영의 모델 정립, 운영주체들의 체계적인 교육 등의 사업을 전개하고 있으며, 관련 법규의 정비, 민․관 파트너십에 기초한 협력방안 모색 등 주민자치센터 활성화를 위한 환경조성을 위해서도 힘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2001년과 올해 두차례 개최되고 있는 주민자치센터 박람회를 통해서 자치센터 현장의 모범사례들이 발굴되고 확산되는 계기가 되고 있다.
그동안의 자치센터 운영과정에서 발견된 가능성과 긍정성은 다음과 같이 요약해 볼 수 있겠다.

첫째, 자치센터를 매개로 자치위원회가 조직되고 프로그램의 운영과정에서 동아리들이 조직, 운영되고 있으며, 자원봉사자들의 활동이 활발해지고 있는 것은 주민자치역량과 주민리더십 발굴의 측면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둘째, 지역사회복지, 지역사회진흥 등 공동체활성화를 위한 프로그램 개발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지역사회의 인적, 물적 자원들을 개발하고 연계하기 위한 노력들이 기울여지고 있다.
셋째, 주민위주 행정, 동 기능의 전환의 필요성, 민간의 역할에 대한 인식제고, 민관파트너십 등에 대한 트랜드가 확산되고 지역사회 가버넌스 형성에 관한 문제의식이 만들어지고 있다.
그동안 발굴된 사례들 중에서 앞의 가능성과 관련하여 주목할 만한 사례들을 보면 먼저 주민자치위원회의 활성화와 관련해서는 주민자치위원의 구성을 직접 주민들에게 공개모집하거나 주민추천에 의한 신청자 중에서 주민자치위원회의 심의를 통해 구성하는 경우(군산시 나운2동, 광주시 서산동 등 많은 사례), 자치위원의 40%이상을 여성으로 구성한 경우(경기도 용문면, 인천시 연수2동 등), 주민자치위원들이 관내 순찰을 통해 주민의견 수렴, 불편사항 수렴 해결 등을 하거나(부산시 전포2동) 생활법률, 세무상담 등을 하는 경우(부산시 부곡2동), 주민자치위원들이 분과위원회를 구성하고 일상적으로 활동하거나(광주시 오치1동, 군포시 산본1동 등 많은 사례), 자치위원들의 자체워크숍 개최를 통해 리더십향상과 운영활성화를 꾀하는 경우(수원시 영통2동, 안산시 초지동 등) 등을 찾아볼 수 있다.

프로그램 참여자들의 동아리 구성과 활동은 대다수의 자치센터에서 발견되는 현상으로 보편화되었는데 동아리자체 활동의 활성화를 위한 작품발표회, 전시회, 경진대회 등이 지역주민들의 참여 속에 개최되고 더 나아가 지역사회의 자원봉사활동으로 연결되고 있다. 노래동아리의 거리공연과 수익금을 통한 불우이웃돕기(군포시 산본2동), 노인봉사대의 쓰레기투기예방활동, 관혼상제 예법 알려주기 활동(군포시 군포1동), 풍물동아리 등 문화동아리들의 지역축제 참여 및 경노잔치 등의 활동(울산시 병영2동), 수지침동아리 , 기체조 동아리의 경노당 순회봉사(시흥시 연성동 등), 야생조류 및 환경보호활동(서귀포시 천지동 새사랑 오름탐사회), 일본어동아리의 일본영사관 연계 프로그램(제주 일도2동) 등 수 많은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자원봉사활동도 보다 체계화되고 있는데 지역자원봉사센터와 연계한 자원봉사자의 배치와 관리, 활동전개(서울시 장안3동), 센터운영 자원봉사자 모임의 운영과 주도적 센터운영(울산시 복산1동, 안양시 석수2동), 자원봉사자 교육과 인정 적극화(서울시 염창동, 인천시 숭의1동, 시흥시 정왕3동) 등을 들 수 있겠다.

지역의 자원들을 발굴, 연계하고 지역사회공동체를 활성화하기 위한 많은 프로그램 사례들이 발굴되고 있는데 먼저 지역특성에 맞는 프로그램 운영으로는 농촌특성에 맞는 영농모임방 운영(고양시 흥도동), 저소득 주민의 생계지원을 위한 공동작업장 제공(인천시 효성1동), 재래시장 활성화를 위한 중앙시장 거리축제(속초시 금호동민의 집) 등을 들 수 있고, 지역사회복지 프로그램과 관련해서는 저소득 맞벌이 가정의 자녀들을 위한 무료공부방 운영(성남시 단대동, 군포1동), 노인들을 위한 무료급식(인천시 구월4동), 재활용 알뜰장터와 수익금의 불우이웃돕기(울산 야음3동, 대전시 내동), 사회복지관과 연계한 사랑의 이동서비스 추진(진해시 덕산동), 장애인복지 특화프로그램(제주 일도2동) 등을 꼽을 수 있겠다.

지역공동체활성화 프로그램으로는 마을만들기 방식을 통한 지압보도 설치, 어린이그림 타일벽화 설치(광주시 오치1동), 인정넘치는 마을만들기 사업(부산 온천2동), 아파트 단지별 특색 프로그램 운영(대전 삼천동), 아파트관리사무소를 활용한 문화센터 운영과 시화가 있는 마을만들기(광주시 문화동), 지하철역 공간을 활용한 지역문화축제(서울 도화1동), 시민단체와 연계한 아름다운 영선 만들기(부산시 영선2동), 우리고장 둘러보기, 찾아가는 마을음악회(군포2동), 각종 문화행사와 센터공간 갤러리화(성남 정자1동) 등을 들 수 있다. 또 지역사회의 자원을 적극적으로 개발하고 연계하기 위한 노력들로는 자원봉사자나 자원강사 등 지역사회의 인적자원을 개발하는 경우는 물론이고 보건소 연계 건강프로그램을 운영한다든지(행당2동, 응봉동) 인근의 초등학교 시설을 활용한 전산교육(인천 일신동), 도서실운영(행당2동), 센터 밖 공간을 활용한 프로그램 운영(군포어울마당, 성남 정자1동) 등 지역사회 물적 자원을 적극 활용하는 노력들이 기울여졌다. 또 민간단체 프로그램 위탁이나 시민단체와의 협력을 위해 노력한 경우도 공부방운영(인천 연수2동), 마을축제 공동진행(인천 일신동), 환경 프로그램 운영(서귀포시 서흥동, 예례동), 자녀와의 대화기법 강좌(울산 신정1동) 등의 사례를 볼 수 있었고 관내 대학의 평생교육원과 연계한 교육 프로그램 운영(수원 영통2동)도 주목할 만한 사례였다.

행정의 마인드 변화와 관련해서도 자치센터 공간에서의 일상적인 주민접촉과 자치위원회, 자원봉사자 등 민간주체들과의 상호작용 속에서 새로운 변화의 실마리들을 많이 발견할 수 있었다. 지역욕구조사, 이용자만족도조사 등의 실시가 정례화되고, 홈페이지가 만들어지고, 센터공간의 업무외 시간 개방이 확대되고 있으며, 주민자치학교, 워크샵 등 민관이 함께 참여하는 교육이 만들어지고 있다. 또 자치센터 운영과정에서 열린 자세와 헌신성으로 신뢰와 전문성을 갖추어나가는 전담공무원들이 늘어나고, 지역시민단체, 자생단체, 복지관 등과의 연계한 프로그램 운영이나 위탁이 실험되고 있으며, 인접 도농 지역간, 원거리 지역의 자치센터간에 상호방문을 통한 벤치마킹과 자매결연 등이 진행되고, 기초자치단체 단위의 주민자치센터 운영협의회가 건설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들은 부분적인 사례들이고 아직 일반적인 것이라 할 수는 없겠지만 우리시민사회의 건강한 발전을 위해 주민자치센터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미있는 시사점을 주고 있다. 아직은 미약하고 일부에 국한된 것일지는 몰라도 그것이 시사하는 바는 미래에 대한 가능성을 제공하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주민자치센터의 활성화는 단지 주어진 공간의 활용이나 행정서비스의 전환에 머무르지 않는다. 지역사회의 문제들에 대해 주민들이 직접 관심을 갖고 참여하고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는 아름다운 지역공동체를 만드는 구심체가 되는 것이다. 이제까지 국민국가 체계 속에서의 일개 국민으로서만 존재하던 시민들이 생활권 단위를 매개로 자신과 이웃들의 문제해결에 직접 주인으로 나서고, 요구하고 주장하는 것을 넘어서 책임지고 함께 만들어나가는 새로운 시민문화를 형성해 가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그것은 밑으로부터 우리사회를 변화시키는 시민운동의 성격을 띄고 있으며 사명감을 갖고 지속적으로 전개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자치행정의 향후 지향성의 측면에서 볼 때도 지역사회 운영에서 민간의 역할을 높이고 지역사회의 자원들을 적극 활용하며 나아가 바람직한 파트너십을 구축함으로써 공동생산의 영역들을 확장시키는 데 자치센터의 경험들을 크게 작용할 수 있다. 결국 주민자치센터의 성공적인 정착 여부는 로컬 거버넌스 형성의 시금석이 될 것이다.

주민자치센터의 운영은 지역공동체를 활성화하는 여러 분야의 활동들과 연계되고 종합되어야 한다. 지역사회는 사람들의 총체적인 삶이 어우러진 공간이므로 그 안에는 교육도 있고 복지도 있고 환경도 있고 성역할의 문제도 있다. 동기능전환의 초기 기획단계에서 전환되는 동사무소 공간의 활용문제를 놓고 행정자치부, 보건복지부, 문화관광부 등 중앙행정부서 내의 부서간 입장에 따라 다양한 방안들이 제출되고 갈등요인이 되었던 것은 잘 알려진 이야기이다. 그러나 주민자치센터가 행정자치부의 주도하에 시행단계에 들어가면서 관련 부서간의 협조체제나 종합적인 기획조정이 이루어졌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이것이 우리나라 행정의 현주소이고 자치센터의 문제를 행정에게만 맡겨놓을 수 없는 이유 중에 하나이기도 하다. 적어도 민간 차원에서는 이러한 전철을 밟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더욱이 자치센터의 활성화가 밑으로부터 새로운 시민문화를 만들어가는 시민운동적 성격을 띄고 있다는 의의를 인정한다면 관련 민간주체들간의 보다 원할한 협의와 풍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자치센터의 활성화와 다양하고 풍부한 접근을 위해서 현 시점에서 생각해 볼 수 있는 몇가지 영역에 대한 문제의식을 간략히 짚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자원봉사의 활성화는 지역사회문제에 대한 주민들의 참여의 측면에서나 자치센터 운영의 현실적인 면에서 가장 기초가 되면서도 중요한 문제이다. 자원봉사의 기본 특성은 자발성과 공익성 그리고 무보수성에 있으므로 주민자치와 공동체활성화의 기반이 되는 활동이다. 자원봉사개발 및 지원과 관련해서는 기초자치단체 단위의 자원봉사센터와 동 자치센터가 어떻게 연계를 맺고 지원할 수 있느냐 하는 문제가 있다.

지역복지운동과의 연계문제는 전문적인 복지서비스의 취약지역에서 실제로 많은 지역의 기존 동사무소나 앞으로의 자치센터들이 직접적인 복지서비스의 전달체계로서 작동하고 있기 때문에 매우 현실적인 문제로 된다. 지역복지관과의 연계문제나 효율적 조정문제도 필요하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수혜적 복지서비스의 제공이 아닌 지역사회 내부 자원들간의 능동적 연계를 통한 활력있는 지역사회복지의 구현을 어떻게 이룰 것인가 하는 것이다.

여성문제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지역사회의 제반 문제들의 여성들의 사회적 성역할 영역들과 밀접히 관련되어 있다는 측면에서도 그렇고 자치센터의 실제 참여층이나 운영의 면에서도 여성들의 참여 확대와 적극적 역할, 또 그를 위한 적절한 프로그램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의제21운동은 환경문제로부터 시작되었지만 단순히 환경영역에 국한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자치센터를 매개로 생활환경운동을 활성화하는 것도 필요하고, 보다 적극적으로는 지역사회를 구성하는 여러 주체들간의 연대와 협력, 그리고 공동의 아젠다를 만들고 함께 실천하는 것이다. 로컬 거버넌스 형성에 관한 문제의식을 생활권단위인 동단위, 마을단위까지 어떻게 확장할 것인지 논의와 실천이 필요한 지점이다.

마을만들기는 생활주변의 환경을 주민 스스로의 힘으로 개선하고 공용시설이나 장소를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데 필요한 공간으로 탈바꿈시키는 데로부터 출발한다. 하지만 마을만들기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과정에서의 의사소통과 관계 증진을 만들어 감으로써 공동체만들기, 사람만들기로 나아가는 데 의의가 있다. 자치센터의 프로그램은 그런 의미에서 모두 마을만들기를 지향해야 한다.

주민자치센터를 마을도서관으로 만들고 이를 매개로 일반 시민들의 평생교육센터로 활용하는 것도 매우 훌륭한 시도가 될 수 있다. 주민자치와 지역공동체의 활성화는 자치의식과 공동체의식으로 각성된 시민들에 의해서만 가능하다. 시민교육의 측면에서 자치센터를 바라보는 것은 가장 기본이 되어야 할 과제라고 생각한다. 자치센터를 매개로 일상적인 시민들의 학습동아리들이 형성되고 ‘항상 공부하는 마을’을 꿈꾸는 것은 즐거운 상상이다.

이상의 영역들에 대한 문제의식들은 앞에서 든 사례들에서 살펴보았지만 지난 2년간의 자치센터 현장에서 부분적으로 적용되고 실험되어지고 있는 것들이기도 하다. 어쩌면 현장의 문제의식과 실천들은 여기서의 논의를 무색케 할 정도로 앞선 것이거나 적어도 진지함을 담보하고 있는 것일 것이다. 현장에서의 실천과 그를 지원하고 연계하는 주체들간의 긴밀한 결합이 요구되어 지고 있다. 보다 심도깊은 컨설팅과 교육이 요청되고 있다. 커뮤니티의 활성화를 위한 정책적, 행정적 ,재정적 지원과 사회문화적 환경조성의 요구가 커져가고 있다. 오늘 이 자리에서의 논의가 이를 위한 생산적인 토론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이 부분과 관련해서는 기존의 시군구단위가 너무 크므로 동단위를 기초자치계층으로 하고 시도단위의 광역을 폐지하는 등 전면적인 행정계층의 재편을 시도해야 한다는 의견도 상당한 설득력을 갖고 있으나 이 글에서는 다루지 않겠다. 다만 현재의 읍면동 폐지와 시군구 유지의 기본방향을 전제로 놓고 가능한 대안을 모색해 볼 때 주민자치센터의 설치와 운영은 기존의 기초자치단체 밑에 또 한 급의 자치계층을 설치하는 것이 아니라 그와도 별도로 생활권역에서 임의적이고 자율적으로 지역사회활성화에 봉사하는 공익성을 갖는 주민공동체를 만들어간다는 의미인 것이다. 따라서 주민자치위원들은 주민들의 대의적 위임을 받은 대표자라기 보다는 자발적으로 주민과 공동체에 헌신하는 봉사자의 성격으로 이해하는 편이 옳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주민자치위원회가 기존의 행정권력을 대신하는 새로운 권력기관=통치기구로 되어서는 안된다. 주민자치위원회를 동 단위의 대의기구로 상정하고자 한다면 자치행정계층을 축소하는 방향이 아니라 오히려 확대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주민자치위원회는 자치센터의 운영 전반을 책임지고 해당 지역사회의 공동체활성화를 위해 봉사하는 주민자율의 자치기구가 되는 것이다.
     

주민자치센터길라잡이2 발간사(2002.10)

책을 내며


작년에 이어 두 번 째로 주민자치센터운영 길라잡이를 출판하게 되었습니다. 지난 해에 나온 길라잡이가 내용이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여러 곳의 많은 분들이 찾아주시고 활용해 주신 것은 그만큼 아직 자치센터 현장에서 참고할 만한 좋은 지침서가 없기 때문이 아닐 까 생각합니다. 1999년도의 시범실시를 시작으로 벌써 4년째로 접어들면서 많은 경험들이 축적되고 배울 만한 시사점들이 여기저기서 생겨나고 있습니다. 이렇게 좋은 사례와 경험들을 나누고 서로 배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풀뿌리네트워크가 존재하는 기본적인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두 번 째의 길라잡이는 가능한 한 현장의 목소리와 사례들을 많이 반영하려고 노력하였습니다. 또한 직접 주민들을 만나고 고민하는 주민자치위원, 센터운영 자원봉사자, 그리고 관련 공무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만들려고 노력하였습니다. 주민자치위원회의 구성과 운영방법, 프로그램의 기획과 실행, 주민들의 지역활동 참여활성화 방안, 자원활용과 네트워크 형성방법, 자치센터 일반 운영과 행정지원 등 가급적 항상 가까이 두고 필요할 때마다 읽어볼 수 있는 실용적인 핸드북이 되도록 편집되었습니다.

자치센터는 그 운영주체들과 참여주민들의 지혜와 경험이 모아지고 교류하면서 성장합니다. 앞으로도 이 책의 내용은 이용자들의 참여를 통해 계속 보완될 것입니다. 이 책이 나오기까지 수고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이 책의 기획과 현장조사, 원고집필은 한국도시연구소의 이 호 선생님께서 책임을 맡아 수고해주셨습니다. 오랜 현장경험과 연구성과를 반영한 소중한 작업에 대해 특별히 경의를 표합니다. 현장조사와 자료정리, 그리고 자문역할을 해주신 많은 시민단체 자원활동가들과 지원을 아끼지 않은 행정당국 관계자 여러분들께도 감사드립니다. 모쪼록 이 책이 자치센터 현장에서 헌신과 열정으로 봉사하시는 여러분들께 작은 도움이나마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2002년 10월

주민자치센터 활성화를 위한 풀뿌리네트워크 총무
(사) 열린사회시민연합 사무처장 박홍순

한국의 시민운동, 21세기를 책임질수 있는가?(2002.4/흥사단강좌)

한국의 시민운동, 21세기를 책임질수 있는가?-시민운동의 반성과 새로운 출발


강의 및 토론 참고자료

박홍순

80년대 이후의 한국사회의 진보운동을 크게 분류해 보면 민족민주운동이라 지칭되던 전통적인 사회변혁운동과 89년 창립된 경실련을 필두로 최근에 큰 사회적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참여연대에 이르기까지의 시민운동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80년 민주화의 봄이 좌절되고 광주학살을 통해 군부가 재등장하는 현실을 목도하면서 우리 사회의 양식있는 사람들은 과연 한국에서 정상적인 방법으로 민주화가 가능한가 하는 깊은 회의에 빠졌고, 청년학생운동은 그 해결방법을 맑스의 세계관과 역사관에 입각한 근본적인 변혁운동의 방향으로 나아가게 되었다. 한국사회에서 좌파의 부활은 급속하게 그리고 그 영향력은 빠른 속도로 커져 현재 시점에서는 큰 현실적인 힘을 갖게 되었다. 어쨋든 87년 6월항쟁은 이런 좌파적이고 변혁적인 사회운동세력과 전통적 민주화세력(종교, 재야 등) 그리고 야당정치인들이 연합하여 당면한 직선제 개헌이라는 절차적 민주화를 이루어낸 사건이다.

6월항쟁은 우리사회 전반의 민주화를 진척시키는 데 분수령이 된 큰 사건이기도 했지만, 시민운동이 유의미한 모습으로 등장하고 성장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는 점에서도 중요하다. 독재권력이라는 것은 단지 그 통치행위가 독재자 개인의 전횡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정치권력 행사의 구조적 권위주의 체제를 형성함으로써 시민사회를 위축시키고 자율적인 시민들의 정치적, 사회적 운동의 입지를 아예 형성할 수 없도록 만든다. 직선제 개헌을 통한 정치권력 생성 절차의 민주화가 이루어지면서, 또 그 과정을 전국민적인 항쟁을 통해 쟁취해 내면서, 시민들은 권위주의 시대에 억눌렸던 수 많은 권리를 회복하기 위한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게 되었고 이런 요구에 적극적으로 부응한 운동 형태가 우리나라의 시민운동이다. 더욱이 중요한 것은 권위주의 시대로부터 민주적인 시민사회로의 이행속도가 매우 빠른 데 비해 정치권의 변화는 거의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왔다는 것이다. 즉, 정치권이 사회 전체의 진보적인 요구를 대변하는 정책 제시나 그에 걸맞는 정치 행태를 보여주지 못함으로써 이를 대신하는 위치로 시민운동이 인식되어졌고, 이 점이 우리사회의 시민운동이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비약적인 사회적 영향력을 획득할 수 있었던 배경이 되고 있다. 이런 점에서 권위적 독재체제가 무너지고 정치, 경제, 인권, 환경 등 사회 각 영역의 다양한 요구들을 수렴하여 구체적인 사회민주화를 진척시키는 데 시민운동이 큰 기여를 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시민운동이 정치 고유의 역할을 대신하는 것이 바람직한가’라는 논의를 차치하고라도 ‘과연 현재의 시민운동이 우리사회의 미래를 담보하고 견인해갈 수 있는 비젼과 능력을 갖고 있는가’하는 점은 또 다른 측면에서 분석되고 비판적으로 성찰될 성질의 문제이다. 그것은 그간의 시민운동이 보여준 여러 한계적 측면에서 뿐 아니라, ‘21세기 한국사회의 새로운 진보의 방향이 무엇인가’하는 근본적 질문을 풀어갈 수 있는 관점을 획득하고 그를 시민운동의 역할과 관련해 사고해 볼 때만이 해답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음 소개하는 글은 현재의 시민운동이 갖고 있는 한계와 과제에 대해 비판적 입장에서 정리된 글로 21세기 한국사회의 진보를 고민하면서 시민운동의 현재를 분석, 토론하는 데 유의미한 참고가 될 수 있는 글이다.


<참고글 1>
*유종순, “한국 시민사회운동의 과제와 지역공동체운동”, [열린사회] 통권 제23호, 2002년. 에서 발췌인용

이러한 지난 10년간의 성과를 바탕으로 시민․사회운동은 한국사회에서 이미 사회운영의 당당한 한 축으로 인식되고 있다. 정치투쟁에 집중됐던 과거 재야운동이 '사상성'에 기초한 조직과 도덕성을 무기로 했다면, 다양한 분야와 영역에서 진행되는 시민․사회운동은 전문성과 책임있는 정책적 대안 제시를 무기로 하게 되었으며, 이는 광범한 직업군의 시민들에게 참여의식을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되었다.

때문에 시민․사회운동은 사회주의 붕괴 이후 새로운 모색에 실패한 기존 재야운동의 몰락과 함께 한국사회의 주류로 자리잡게 되었다. 어쩄든 시민․사회운동의 지위상승과 활성화 현상은 바람직한 일이며, 사회발전 과정에서 필연적인 것이었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십년이 지난 지금, 시민․사회운동은 그들이 그렇게 거부했던 재야운동 처럼 방향타를 잃어가고 있으며, 구운동으로 전락될 처지에 놓여 있다. 우선 미래와 진정한 진보에 대한 고민을 근거로 새로운 전망부터 세울 일이다.

~ 중략 ~

21세기를 눈앞에 두고 시민․사회운동이 진정으로 역사와 사회의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에 대해 냉정히 분석하고, 그것을 근거로 한 전략과 전술을 만들어내야 한다. 현재 한국 시민․사회운동의 당면과제는 권위주의시대 이후의 새로운 사회발전의 상을 제시하는 것과 함께 사회발전의 주체인 시민들을 시민․사회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시킬 방도를 찾아내는 데 있다고 본다.

구체적으로는 다음의 과제가 주요하다고 할 수 있다.

첫째는 운동의 주체 차원에서 ‘시민 없는 시민운동’현상을 극복하는 것이다.

현재 시민․사회운동의 활동양상은 소수 명망가 중심의, 마치 병졸은 없고 장군들이 전투하는 기형적인 모습이다. 정상적인 사회발전은 다수의 시민들이 스스로 자신들의 미래를 설계하고, 적극적인 사회참여를 통해 현실을 변화시켜갈 때 가능하다. 따라서 시민의 힘이 밑받침되지 않으면, 정상적인 사회발전과 시민․사회운동의 미래는 기약할 수 없다.

모든 시민․사회운동은 시민사회의 각 분야와 영역에서 민주주의적 가치를 확대, 발전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그런데 민주주의적 가치의 실현은 법과 제도에서 절차적 민주주의가 실현되는 것 이상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그것은 바로 시민의 주인의식의 성장이다. 이슈 중심의 활동, 사안에 대한 기능주의적 접근 등은 전문성으로 해결되겠지만, 이것이 바로 시민이 사회운영의 주체가 되었다는 보증은 아니다. 법과 제도가 아무리 민주적이라 해도 그것을 운영해야 할 시민들이 준비되고 훈련되지 않으면 민주주의는 제대로 실현될 수 없다.

따라서 시민의 참여를 어떤 특정한 사안이나 활동에 시민 의견이 반영이 되었느냐, 안되었느냐라는 단순한 차원에서 이해하면 안 될 것이다. 시민의 참여문제는 민주주의 교육과 훈련을 통해 민주사회의 운영 능력을 갖춘 시민층이 사회 내에 튼튼히 형성될 때 가능하게 될 것이다. 우리는 ‘민주주의자가 없는 민주주의’라고 불렸던 독일 바이마르공화국의 민주주의가 결국 무너지고 말았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두 번째는 한국 사회 발전의 수준을 제시하는 일이다.

한국 사회는 1987년 6월민주항쟁을 거치면서 시민․사회운동이 급속도로 성장하였다. 그러나 10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단절된 하나의 사안이나 정책에 대한 문제 제기와 대안 제시에 그치거나 기능주의적인 접근에 머물고 있다.

오늘의 한국 사회의 두 가지 큰 과제는 지난 시기 폭압적 권위주의 잔재의 청산(민주주의의 완성을 향한 사회개혁)과 21세기 새로운 미래의 사회상을 설계하고 다가서는 일이다. 이 두 가지 과제는 현상적으로는 다른 문제지만 정상적인 사회발전을 위해서는 반드시 해결해야 할 동시적 과제다. 그런데 시민․사회운동 진영에서는 과거청산의 문제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미래의 사회발전의 상을 제시하고 다가서는 과제가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고민이 없이는 한 사회의 진보를 추동할 수 없다. 어디로 가야할지를 모르는 상태에서 무엇이 진보이고 무엇이 수구인지 어떻게 구별하겠는가?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한국 사회의 발전 수준에 대한 냉정한 판단이 필요하다. 이미 세계는 우파와 좌파의 순환적 정권교체의 경험을 통해 양자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사회발전의 길을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는 아직도 냉전질서의 유산인 흑백논리와 낡은 가치에 근거한 논쟁이 반복되고 있으며, 우리 사회발전의 현수준을 타산하지 못한 근본주의적 주장들이 사회개혁의 이름 아래 존재한다.

따라서 시민․사회운동은 한국 사회의 발전수준을 정확하게 이해해야 한다. 그래야 현재의 시점에서 필수적으로 요구되며 현실적으로 실현가능한 과제들에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 낼 수 있고, 나아가 정상적인 사회발전의 정책과 대안들을 제시할 수 있으며, 시민사회의 힘을 모아낼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세번째는 종합적인 전문성의 강화다.

한 사안에 대한 전문성도 중요하지만 전체 사회를 보는 전문성을 키우는 것이 앞으로는 중요하다. 이는 현실 운동에서 문제제기식 운동, 일회성운동의 극복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과거의 폭압적 귄위주의 잔재의 청산의 차원에서는 문제제기식 운동이 어느 정도 유효하고 상당한 반향을 일으키겠지만, 미래의 사회발전을 추동한다는 관점에서 생각한다면 분명 한계가 있다.

네번째는 정치운동에 대한 혐오감 극복이다.

많은 시민․사회운동의 지도자들은 정치운동 내지는 정치주의에 대해 과도한 결벽증이 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피해의식, 자신감 부족 등의 개인적, 혹은 정서적 이유가 크게 작용한다. 운동가란 모름지기 심판을 보거나, 옳고 그름의 판정을 내리는 재판관이 아니다. 나름의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기준과 판단을 가지고 왜곡된 현실세계를 변화시키는 사람들이다.

가령 화장실 변기에 누가 쓰레기를 버렸다면, 쓰레기를 버린 행위에 대한 판단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쓰레기를 치우는 동시에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게 하는 것이 바로 운동인 것이다.

그런데 유독 정치운동에 관련해서는 이상하리만치 아마추어리즘적, 결벽증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정치운동도 분명한 시민․사회운동의 한 영역이다. 환경이나 소액주주운동이나 별 다를 게 없다. 그런데 정치운동과 관련해서 우리의 역사적 경험이 실패쪽에 가깝다 하더라도 이는 극복의 문제지 혐오의 대상은 아니다. 이런 자세는 자신감의 부족이나 너무 소박한 아마추어리즘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문제는 시민․사회운동의 지도그룹의 근거없는 패배의식의 소산이며, 분명 잘못된 것이다.

아울러 이와 관련한 의미없는 중립주의도 문제다. 사안에 따라 이해 관계가 다를 경우, 중재라는 미명 아래 미봉책으로 대안을 제시하는 경우를 우리는 많이 보아 왔다. 특히 정부나 여야 정치세력과의 관계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정부와의 관계에서 협력과 비판의 객관적인 기준을 마련해 실천하기 보다는 정부의 정책에 동의하면 관변이고, 비판하면 운동적이라는 권위주의 시대의 논리는 하루빨리 벗어나야 한다.

다섯 번째는 사상문화운동의 활성화다.

지난 10년간 한국 사회의 급속한 변화 속에서 이전의 민주화운동과 현재의 시민․사회운동은 어떠한 연속성과 차이가 있는지, 시민․사회운동의 세계관과 가치는 무엇인지, 21세기의 새로운 사회발전의 상은 어떠한지, 시민․사회운동의 방향과 그에 따른 전략과 전술, 등등 앞으로의 시민․사회운동을 향도할 사상문화적인 내용 마련이 시급히 요청된다. 이러한 문화사상운동은 풍부한 토론과 실험, 실천을 통해 앞으로의 운동에 가장 중요한 자산이 될 것이다. 이 과제는 대부분의 시민․사회운동 지도그룹들이 재야운동에 대해 배타적 태도를 취하면서 진보운동의 연속성과 성과 계승의 측면을 간과한 후과다. 사회발전의 전망에 대한 풍부한 논의 보다는 소위 “틈새시장‘을 파고드는, ”언론플레이’에 의존하는 사업형식이 주류의 형태로서 진행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상태에서 한국의 시민․사회운동의 담론은 수입품 이상의 독창적인 토착화를 이루지 못하고, 6월민주항쟁 이후의 한국사회 고유의 역사적 격동을 반영한 풍부한 논의로 발전되지 못했다. 단지 재야운동 전술에 대한 비판과 신자유주의에 대한 비판만이 유일한 사상문화운동의 주제였다. 이러한 경향은 지금은 표적을 정권으로 옮기고 있는 듯하다.

이러한 한국의 시민․사회운동의 한계는 21세기의 엄청난 현실변화를 예상하면서도 과거의 낡은 패러다임을 극복할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지 못하고 있는 데서 초래된 것이다. 새로운 천년의 인간의 문제는, 진보의 문제는 과연 어떤 것일까. 아무도 말을 하지 않고 있다.

~ 이하 생략 ~



21세기 우리사회의 진보를 위해 시민운동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우리 시민운동의 역할을 얘기하기에 앞서 21세기 세계는 어떤 흐름을 타고 있고 그 속에서 시민사회는 어떤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지, 제3섹터와 NGO의 역할에 대해 먼저 토론해보자. 다음 글은 필자가 다른 기회에 발표했던 글에서 발췌한 것이다. 


<참고글 2>
* 박홍순. “21세기 시민운동, 패러다임의 전환”, 2000년

21세기는 글로벌 시대와 함께 하고 있다. 동구권과 구소련의 붕괴로 냉전체제가 종결되면서 세계는 하나의 체제로 통합되어가고 있으며, 정보통신의 발달과 함께 세계는 좁아지고 지구촌은 한울타리가 되고 있다. 빈곤, 환경, 인권, 평화, 주거 등 인류가 함께 풀어가야 할 공동과제에 대한 인식의 공유가 확산되고 그 해결에 NGO가 앞장서고 있다.

세계화(Globalization)는 전통적인 국민국가의 기능이 약화되고 인간들의 삶의 공간이 전 세계로 확산되는 과정을 의미한다. 국경을 넘어선 글로벌 시민사회는 이제 상상 속의 관념이 아닌 현실의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주권국가들의 포럼인 UN에서도 이제 NGO들을 국제사회의 완전한 참여자로 간주하고 있다. NGO는 오늘날 세계문제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시민참여 방법이고 대표적인 유형이 되고 있다. 이제 시민운동은 국민국가의 틀을 넘어 전지구적으로 생각하고 지역에서 행동하는(Think globally, Act Locally) 새로운 사고방식과 실천원리를 체득해나가야 한다.

각 국의 NGO가 국경을 넘어 정보를 신속히 공유하고 한정된 자원을 나누면서 협력하는 연대활동을 강화해 나가는 것이 절실히 필요하다. 그것은 전지구적인 생각을 갖고 지역적으로 실천하는 NGO의 당연한 임무이기도 하다. 국제NGO인 그린피스가 동해의 핵폐기물 유기에 반대하는 지역사회 환경단체들과 연대활동을 벌이는 것이 이제 자연스런 일이 되고 있는 것이다.

~ 중략 ~

인류공동체의 새로운 전진을 위해 세계의 시민사회는 커다란 역사의 물줄기를 형성해가고 있다. 7,80년대에 걸쳐 우리 나라뿐 아니라 남미와 동구권에서도 민주화운동이 광범위하게 전개되었고 이것은 시민사회를 형성, 발전시키고 각종 NGO들을 활성화시켰다. 개발도상국에서의 시민운동은 국제적 협력을 얻어 사회개발을 지원하는 개발NGO들뿐 아니라 토착적인 뿌리를 갖고 시민사회의 변화를 주도하는 시민사회단체들의 활동으로 그 영역이 풍부해지고 역동적으로 변하였다.

선진국에서의 NGO는 80년대 이후 ‘커뮤니티 건설’, ‘파트너십 전략’ 을 내세우며, 기존의 계급대립 중심의 시민사회관을 비판하고 그에서 탈피하여 시민사회를 이루는 다양한 구성요소들 즉, 정당, 노조, 교회, 각종 문화단체, 자선단체, 자원봉사단체, 지역사회단체 들간의 네트워크와 협력을 통해 사회를 발전시키고 건전한 시민질서를 형성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 중략 ~

21세기 우리사회에서 제3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점차 커질 것이다. 국가권력에 의해 조직되는 제1섹터나 시장원리에 의해 움직이는 제2섹터와 달리 제3섹터는 자원성에 입각한 시민들의 참여와 비영리적 동기에 의해 움직인다. .

제3섹터 조직들의 특성은 첫째로 민간(private)조직이라는 점이다. 정부의 간섭을 받지 않는 비정부(nongovernmental)조직이다. 둘째, 비영리적(non-profit)이라는 점이다. 조직구성원들의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고 공익적 목적의 기금 모금을 통해 재원을 조달한다. 셋째, 자원적(voluntary)이라는 점이다. 조직의 주요사업과 활동이 자원봉사자들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 넷째, 자치적(self-governing)이라는 점이다. 조직의 의사를 결정하고 운영하는 원리가 외부의 간섭이 아닌 구성원들의 자발적인 참여에 이해 민주적으로 이루어진다.

이러한 제3섹터의 특성들은 21세기 새로운 사회운영의 기초가 되고 있다. 비영리적이고 자원적이며 자치적인 NGO가 주도하는 제3섹터의 자율성과 창의력이 높아지고 상생, 협조, 사랑의 사회운영원리가 자리잡을 때 21세기 우리사회는 새로운 사회발전을 이루게 될 것이다.


처음에 살펴보았던 시민운동의 현 주소와 과제, 그리고 앞에서 얘기한 세계적 흐름에서의 NGO의 역할을 기초로 했을 때, 우리사회의 향후 발전방향과 그에 견인차 역할을 하려는 시민운동은 어떤 방향으로 자기 변화를 추구해야 하는 지 토론해 보자. 참고할 글로 3가지를 간단하게 인용해보았다. 첫 번째 글은 바로 앞에 인용한 필자의 글에서 발췌한 것이고 둘째 글은 필자가 일하고 있는 단체의 수련회자료집에 실린 글 중의 일부를 인용하였고, 마지막 글은 필자가 “시민운동, 자기성찰과 21세기 발전전망”이란 주제의 한 토론회에서 토론했던 내용을 일부 정리한 것이다.


<참고글 3>

이제까지 우리사회에서 권위와 독점을 몰아내고 자유와 평등을 신장시키는 데 시민운동은 많은 기여를 하였다. 한국사회의 시민운동 발전단계를 거칠게 시대구분해 보면 87년을 기준으로 그 이전을 제1세대 운동시기, 그 이후를 제2세대 운동시기로 구분해 볼 수 있다. 제1세대 운동의 특성은 ‘저항과 투쟁’의 운동이었다. 권위적인 독재권력에 맞서 강한 이념성과 정치성을 띠고 있었으며 90년대 초중반까지 영향력을 발휘하였다. 제2세대 운동은 87년 이후 열려진 공간을 통해 성장한 현재 우리사회의 주류 시민운동이다. 이 운동의 특성은 ‘비판과 권익옹호’라고 할 수 있다. 제2세대 시민운동은 우리사회의 민주개혁를 촉진하는데 많은 기여를 하였다. 또 사회 여러 분야로 확산되고 전문화되었다.

그런데 비판과 견제, 그리고 정책대안의 제출을 통해 민주주의를 심화, 발전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제 보다 근본적인 방향에서 총체적으로 사회의 운영원리와 발전방향을 이해하고 그에 맞게 시민운동의 역할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제 우리사회의 시민운동도 민주화의 진전과 시민의식의 성숙에 밑받침되면서 문제제기형 운동에서 가치지향형 운동으로 변화, 발전하여야 한다. 점차 비판과 견제, 권익옹호와 같은 전통적인 역할에서 제3섹터의 창출, 공동체 형성과 같은 미래 창조적인 역할로 옮겨가야 하는 것이다.

~ 중략 ~

21세기의 시민사회는 근대적 시민성(civility)이 갖는 개인주의적 한계를 넘어서 시민들이 자기존중뿐 아니라 타인존중을 배우며, 개인과 Community 간의 생동감있는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공동체적 사회문화를 창조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제 세계는 대립과 경쟁, 투쟁의 원리보다는 상생과 협조, 참여와 자치의 원리들에 입각하여 사회발전의 동력을 조직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는 것이다.

20세기의 진보운동은 모순의 대립과 투쟁의 원리에 입각하여 세상을 해석하고 실천하였다. 그것은 전근대적인 억압과 굴종에서 해방되어 자아를 찾고 각성된 개인들간의 자유와 평등의 실현을 향해 즉, 민주주의의 실현을 위해 투쟁한 역사였다. 그 성과를 딛고 21세기에는 더 나아간 인류의 비젼, 개인의 자유와 평등을 바탕으로 개인과 공동체와의 조화와 통일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러한 비젼은 공동체를 구성하는 개인들의 보다 깊은 성찰과 성숙을 전제로 한다. ‘나’와 다른 ‘너’에 대한 이해와 더불어 함께 해야 할 ‘우리’에 대한 끈끈한 애정과 책임이 없이는 인류공동체의 새로운 비젼에 한발자욱도 다가갈 수 없다.


<참고글 4>

* 이숭규, “시민교육의 의의”, 열린사회 상근자수련회 취지문, 2002년

우리는 창립 이후 사회구성원의 발전수준이 사회발전의 수준을 규정하며 사람의 변화발전 없이 사회진보는 실현될 수 없다는 견지에서 사람의 변화발전을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여기에서 ‘사람의 변화발전'이란 1) 사람 자신과 자신을 둘러싼 세계에 대해 올바른 지식을 가지고 2) 이에 대해 그리고 이들 사이의 관계에 대해 정확한 판단능력을 갖추는 것과 함께 3) 사회구성원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공동체적 협력관계를 이룰 수 있는 건전한 인격체로 변화하는 것 등을 모두 포함하는 개념입니다.

우리는 창립이래 이런 관점에서 다양한 대중사업들을 진행해왔는데, 그 이유는 그러한 활동들에 참여함으로써 우리 자신과 지역주민들이 공동체적 가치관을 보다 깊이 이해하며 스스로의 사회운영 능력을 발전시키고 궁극적으로 우리 사회의 발전에 기여하게 되리라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사람의 변화를 중시한다면서도 그간 사람 자신에 대한 탐구는 제대로 하지 못했던 게 사실입니다. 사회제도적 측면에 대해서는 우리가 과거부터 많은 관심을 가져왔지만 사회발전의 주체인 사람에 대해서는 그 반의 반만큼도 관심을 제대로 기울이지 못했습니다. 사람이 어떤 대상을 변화시키려면 그 대상에 대해 올바른 지식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이것은 많은 노력을 요구합니다. 특히 그 대상이 인간과 같이 복잡한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사람의 변화를 위해서는 외부세계에 대한 과학적 지식을 많이 갖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람 자신의 정신의 역동성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그 이상으로 중요합니다. 인간의 삶을 규정하는 것은 근본적으로는 환경이 아니라 인간 정신의 힘입니다. 어려운 사회역사적 환경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자기 자신의 소중한 가치를 지켜나가는 것은 정신의 힘이고 사회의 변화발전을 위해 자신의 것을 희생하며 노력하는 것도 정신의 힘이며 다른 사람들의 고통과 슬픔을 이해하고 그들과 운명을 함께 할 생각을 가능하게 하는 것도 정신의 힘입니다.

맑스 같은 사람은 사회적 처지에 따라서 사람의 정신이 결정되는 것처럼 생각했지만 사람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사회제도를 이해하는 것만으로 사람이라는 복잡한 존재의 정신과 실천을 이해할 수는 없습니다. 지금까지 여러 이념, 정치체제가 인류에게 커다란 해악을 끼치고 고통을 준 것도 궁극적으로는 그것들이 인간에 대한 천박한 이해에 기초해 있었기 때문입니다.

사회는 사람과, 사람들 사이의 사회적 관계, 그리고 사람이 만든 물질적 문화적 재부로 구성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 가운데서 가장 중요하며 역사발전의 주체가 되는 것은 물론 사람입니다. 따라서 우리가 진정으로 사회의 발전을 원한다면 사람에 대해 깊이 이해하는 것은 필수적인 일이라고 생각됩니다.

이미 우리사회의 많은 사람들은 인간의 정신세계에 깊은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에 대한 과학적 지식을 얻을 기회가 별로 주어지지 않기 때문에 비과학적인 미신이나 사이비과학에 현혹되고 있습니다. 우리가 만일 사람에 대한 과학적 지식을 얻는 노력을 소홀히 하면 우리 역시 미신적 사고나 관습적 편견에 이끌리게 될 것입니다. 동성애자 등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자신이 속해 있지 않은 타집단에 대한 근거없는 적개심 등은 모두 인간에 대한 과학적 인식이 부족한 것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인간 자신을 이해하고 또 자신을 변화시키려는 욕망은 인간 내면의 강렬한 욕구입니다. 또 타인을 이해하는 것은 사람들이 사회적으로 협력하기 위한 출발점입니다. 따라서 인간에 대한 탐구의 노력은 사회발전을 목표로 활동하는 시민운동가들의 피할 수 없는 과제라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역사적으로 인류사회의 발전에 기여한 위대한 사회사상과 운동은 모두 인간 자신에 대한 깊은 이해에 바탕을 두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만일 인간에 대한 탐구를 게을리 하면 우리의 시민운동은 사회발전에 별다른 기여를 하기 힘들게 될 것입니다.


<참고글 5>

때문에 사회교육에 대한 시민운동의 역할, 공동체 형성에 대한 시민운동의 역할은 보다 강조되어야 마땅하다. 이제 시민운동은 네가티브한 운동에서 포지티브한 운동으로 수동적인 역할에서 적극적이고 창조적인 역할로 나아가야 한다. 정치개혁적 방식에서 생활실천적 방식으로, 제도의 개혁을 넘어 사람들의 변화와 발전을 추구하는 운동으로 나아가야 한다.

시민사회를 정치권력과의 관계에서 대립적 위치로 고정시켜 놓고 보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시민사회는 정치권력이 탄생하는 모태이며 시민 한사람 한사람은 정치권력에 대한 주권자이고 그 담보자이다. 때문에 시민사회는 자신이 낳은 자식에 대해 바르게 성장토록 애정과 책임을 가지고 돌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발제문이 시민운동의 본질을 정치권력, 경제권력 등과 구분하여 사회권력, 문화권력으로 표현하는 것은 유의미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시민단체를 사회권력, 문화권력을 추구하는 기관으로 상정하는 것은 좀 생각해봐야 할 대목이다. 왜냐하면 사회문화영역은 정치영역과는 달리 그 구성원리나 운영원리가 권력관계를 기본으로 하지 않고 구성원 상호간의 조화와 협동을 보다 중요한 원리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사회문화운동에서는 누가 누구를 지배, 관리하는 권력적 개념보다는 교육하고 상호협력하는 지도,지원의 개념이 보다 바람직할 듯 싶다. 최근 시민운동을 언론에 이어 제5의 권부로 표현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유감스러운 일이다.

발제문에서도 표현하고 있듯이 시민운동의 본질을 문화혁명(개혁)이라고 개념짓는 것은 지나친 일일까? 현재의 시민운동만 놓고 보면 과한 얘기가 될 것이다. 하지만 미래지향적인 관점에서 우리 인류사회에 대한 책임감을 갖고 본다면 그러한 사명감을 갖는 것도 좋을 듯 싶다.

~ 중략 ~

생활실천적인 운동, 시민의 눈높이에 맞춘 잇슈의 개발과 실천프로그램에 보다 많은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그런의미에서 지역사회에서의 풀뿌리운동이 강조되고 있다. 시민운동의 발전방향과 관련하여 지역을 거론할 때 그것은 단순히 지리적 개념을 의미하거나 중앙과 상대적 개념으로서의 지역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전지구화와 동전의 양면처럼 함께하는 지역을 의미하고 근대적 자각과 발전에 토대한 새로운 삶의 양식으로서의 지역공동체를 추구하는 것이다.

우리가 지나온 길을 겸허히 성찰하고 시대의 흐름을 확실히 이해하고 새로운 방향에서 성심으로 노력한다면 21세기의 시민운동은 사회발전에 분명한 전망을 주고 사람들의 삶의 변화를 가져오게 할 것이다.

주민자치센터의 현황과 활성화방안(2002.8/한국여성개발원 7차 정책포럼)

주민자치센터의 현황과 활성화방안


박홍순(열린사회시민연합 사무처장)

지역사회 주민운동의 경험과 현실을 들여다보면 여성들이 차지하는 비중과 역할이 점차 증가해 왔음을 알 수 있다. 지역사회에서 일상적으로 발생하고 해결해가야 하는 여러 과제들 - 육아, 교육, 환경, 먹거리, 주거, 문화 등 - 이 모두 여성들의 삶과 밀접히 관련되어 있다는 측면에서 뿐 아니라, 그 해결의 관점과 방법이 여성성에 입각하여 진행될 때 올바른 길을 찾을 수 있다라는 점에서도 앞의 현상은 당연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모범적인 주민자치센터의 사례들을 보더라도 대부분 운영주체의 구성과 역할에서 여성들의 참여와 적극성이 매우 높은 것을 알 수 있다. 자치센터가 정착되고 그 운영이 활성화되어 가면 갈수록 이러한 경향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전국에 걸쳐 주민들의 일상적 삶터와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공적 공간인 주민자치센터가 어떠한 모습을 갖추고 어떤 관점에서 운영되는가 하는 문제는 우리 모두의 삶의 질을 높여 가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자치센터의 운영이 본격화되고 있는 지금 시점에서 성인지적 관점에 입각한 자치센터 운영 방향 및 구체적인 활용전략을 위한 공론의 장을 마련한 것은 매우 필요하고 적절한 시도라고 생각한다. 이 부분에 대한 발표는 다른 분께서 해주실 것이기에 이 글에서는 논의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일반적인 측면에서 자치센터의 추진현황과 드러난 문제점, 민간단체들의 노력과 사례들, 그리고 자치센터 운영의 바람직한 운영원칙과 몇 가지 활성화 방안에 관해서만 간략히 정리해보는 것으로 하겠다.

주민자치센터의 추진현황과 문제점

주민자치센터의 설치와 운영은 행정기능의 전환과 맞물려 현정부의 100대 개혁과제 중의 하나로 추진되어왔다. 초기의 구상은 읍․면․동사무소를 완전폐지하고 주민자치센터로 전환하는 것이었지만, 추진단계에서 이 구상은 후퇴하여 읍․면․동사무소의 존속과 일부업무의 이관 그리고 남는 공간을 활용한 주민자치센터의 설치로 변경되었다. 읍․면․동 기능전환은 1단계로 일반시 및 자치구의 동 지역에 대한 실시와 2단계 도․농복합시 및 군의 읍․면 지역에 대한 실시로 나뉘어 추진되었다. 1단계 시범실시는 99년도 하반기에 도시지역 94시구 278개 동에 대해 처음으로 시작되었고 2000년 하반기부터는 1,654개 동 전체로 확대시행이 추진되었다. 2단계 시범실시는 2000년 하반기에 14개시군 31개 읍․면에서 실시되었으며 확대시행은 2001년 10월 이후 138시군 1,858개 읍․면․동을 대상으로 추진되고 있다. 이 중 주민자치센터설치는 읍․면 지역은 시군별 1~2개 우선 설치, 동 지역은 전면설치 방침으로(612개 읍․면․동) 추진되고 있다. 행정자치부에서 밝힌 2001년 12월 31일까지의 추진현황을 보면 다음과 같다.

〈1단계 동 기능전환〉

○ 사무․인력조정관련 자치법규 정비 : 94개 全시구(100%) 완료

○ 주민자치센터설치및운영조례 제정 : 94개시구 중 93개시구(99%) 완료

○ 주민자치위원회 구성 : 1,654개동중 1,610개동(97%) 완료

○ 주민자치센터 설치 : 1,654개동중 1,590개동(96%) 완료

〈2단계 읍면(동) 기능전환〉

○ 사무․인력조정관련 자치법규 정비 : 138개시군중 53시군(38%) 완료

○ 주민자치센터설치및운영조례 제정 : 138개시군중 60시군(44%) 완료

○ 주민자치위원회 구성 : 612개읍면동중 192개읍면동(31%) 완료

○ 주민자치센터 설치 : 612개읍면동중 55개읍면동(9%) 완료

행정의 입장에서 보면 비교적 빠른 기간 내에 기능전환이 추진되었고 농촌지역의 특성을 고려하여 일부 방침의 변경과 조정이 있었지만 큰 차질없이 사업이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될 수 있다. 그런데 다른 한편에서 보면 여러 가지 우려의 목소리가 많이 나오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주민자치위원 구성이 기존 관변인사나 정치적 성향의 인사들도 채워져 정치적 목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와, 시설과 프로그램 운용이 천편일률적이고 형식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 민간사설기관과의 프로그램 중복문제, 낮은 프로그램의 질, 동사무소 시설노후 및 협소로 인한 활용공간의 부족문제, 저녁시간이나 주말과 같은 일과시간 이외의 활용이 어려운 문제, 담당공무원의 업무과중과 전문성 부족, 강사 등 자원봉사자의 참여 저조, 민간시민단체나 지역주민의 참여 저조, 예산확보의 어려움 등등 많은 문제점들이 지적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들이 발생한 원인과 관련해서는 여러 각도에서 분석이 필요하고 그 개선점과 관련해서도 여러 논의들이 진행되고 있지만, 주민자치센터가 민간의 역량축적이 부족한 상태에서 관 주도로 진행됨에 따라 파생되는 근본한계가 있음을 감안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능을 전환해나가는 행정당국의 추진방법은 행정 편의적이고 중앙집권적 관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모범적인 사례들이 점차 생겨나고는 있지만 아직은 대부분의 주민자치센터들이 중앙행정부의 일반적 지침에 따른 천편일률적 시설배치와 프로그램 운영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목적성을 상실하고 실용성을 고려하지 않은 형식적 시설설치가 진행되었고, 지역실정에 근거한 자치센터의 융통성 있는 운영이 고려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또 지역 내 교육, 문화, 복지 등 여러 공공시설과 기관들간의 연계체계 구축을 통한 지역자원의 효율적 활용과 네트워크 형성이 부족하고, 주어진 동사무소의 공간 내에서의 시설배치와 프로그램운영에만 매달리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는 행정의 자율성이 낮아 현장실정에 근거한 융통성 있는 사업기획과 집행이 안되고 있는 사정과 관련이 있다.

담당공무원들의 창의성과 자율성이 보장되지 않고 형식적 지침수행에 머무르는 현재의 문제점은 실적보고 중심의 행정문화가 낳은 폐단이기도 하다. 기능전환이 추진된 읍․면․동 지역에서도 실질적 행정업무가 줄어들지 않고 있다. 특히 조사통계 업무보고 등 상급행정부서의 업무협조요청 등으로 많은 행정실무력이 소진되고 있는 것이 여전한 현실이고, 주민자치센터관련 업무만을 맡는 전담공무원이 드물고 부가적 업무로 취급받는 것이 현실이다.

시범실시기간이 있었다고는 하지만 오랫동안 길들여져 온 권위적이고 폐쇄적이고 형식적인 행정문화를 극복하고 주민자율의 개방적이고 실질적인 자치문화를 만들어간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대부분의 주민자치센터가 아직 제대로 자리잡지 못하고 있고 많은 문제점과 해결과제를 안고 있는 것은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낡은 관행을 거두어내고 새로운 자치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장기적 관점의 꾸준한 노력이 요구되며 이 과정에서 민간과 행정의 상호작용과 협력은 필수적인 공정이다.

활성화를 위한 민간의 노력

비록 행정개혁의 일환으로 주민자치센터가 설치되고 운영되기 시작했지만, 주민자치와 지역공동체활성화에 관심을 갖고 있는 풀뿌리시민단체들의 주체적 노력이 가시화되고 있으며 그 성과도 결코 적지 않다. 2000년도에는 열린사회시민연합 등 여러 시민단체들이 시범지역의 주민자치센터에 대한 모니터링을 하였고 전국 13개 도시에서 '주민자치센터활성화를 위한 지역별간담회'와 5개(서울․수도권․충청․강원․제주)권역별 워크샾이 진행되었다. 그러한 사업의 성과를 모아 11월 15일에는 82개 풀뿌리시민단체들이 연결된 "주민자치센터활성화를 위한 풀뿌리네트워크"(이하 풀뿌리네트워크)가 공식 출범하게 된다. '풀뿌리네트워크'는 주민자치센터의 참여와 운영에 대한 정보의 교류와 상호협력, 주민자치센터에 대한 조사연구와 프로그램 개발, 주민자치형 센터운영의 모델 정립, 운영주체들의 체계적인 교육 등의 사업을 전개하고 있으며, 관련 법규의 정비, 민․관 파트너십에 기초한 협력방안 모색 등 주민자치센터 활성화를 위한 환경조성을 위해서도 힘을 기울이고 있다.

2001년도에도 ‘풀뿌리네트워크’ 또는 개별 단체나 지역별로 다양한 활동들이 이루어졌다. 일선 운영주체들이 손쉽게 활용할 수 있는 '주민자치센터운영길라잡이‘가 출판되어 전국 1,500여개 자치센터에 배포되었으며 주민참여형의 자치센터 모델발굴을 위한 사업들이 서울, 인천, 수원, 광주, 부산, 창원 등 전국 각지에서 진행되었다. 11월에는 2001주민자치센터박람회가 개최되어 모범사례발표와 전시, 올해의 우수주민자치센터선정과 시상, 2002년 주민자치센터 활성화의제 발표, 자치센터활성화를 위한 워크샵 등이 성황리에 진행되었다.

주민자치센터 박람회 과정에서 발굴된 사례들은 향후의 자치센터운영방향과 관련하여 희망적인 시사점을 주고 있다. 넥타이교환창구(군포어울마당), 가족등산대회(군포2동), 자연생태탐사반(시흥 연성동), 텃밭가꾸기(서울 응봉동), 맨발등산로만들기(울산 신정1동), 어린이현장문화체험(울산병영2동), 노인 정보화 교육(대전 월평3동), 동화읽는 어른들의 모임(진해 덕산동), 아름다운 마을만들기(광주 문화동) 등 취미교양강좌 중심의 프로그램을 탈피한 창의적인 프로그램들이 일선현장에서 많이 발굴되었다. 또 프로그램에 참여한 주민을 중심으로 도우미를 조직, 운영하여 현장학습의 보조교사로 활동하거나 프로그램 기획에 참여한 경우(인천 숭의골 주민의 집), 프로그램 수강생들로 동아리를 구성하여 프로그램운영에 참여케 하거나 지역사회봉사활동을 전개하는 사례는 군포 어울마당, 군포2동. 시흥 연성동, 분당 정자1동, 서울 가양3동 등 여러 곳에서 찾아 볼 수 있었다.

주민자치위원회의 구성에서도 과거 관변단체인사 중심의 주민자치위원 구성을 탈피하여 지역사회 자원을 연계하기 쉽게 자치위원회를 구성한 경우(광주 문화동), 프로그램자원강사의 자치위원회 참여(서울 행당2동), 자원봉사자의 참여(응봉동, 울산야음3동) 등의 사례가 있고 자치위원회 운영과 관련해서도 자치위원들이 주민자치학교, 워크샵 등 정기적인 교육에 참여하고, 분과위를 구성한다든가(시흥연성동, 고양대화), 소식지편집, 홈페이지 운영을 담당한다든가(분당 정자1동) 자치위원들이 프로그램별 담당을 맡아 적극 활동(울산병영2동, 복산동 한마음-라인)하는 경우도 많았다. 센터운영자원봉사자 그룹을 구성하고 센터운영과 관리의 자율성을 높이거나(서울 응봉동,울산 복산동) 시민단체활동가들이 참여하는 센터실무팀을 구성한다든가(인천 연수2동)하는 경우는 센터운영의 주체를 자치위원들뿐 아니라 일반주민들에게 개방하는 좋은 사례가 되고 있다.

지역사회의 자원을 적극적으로 개발하고 연계하기 위한 노력들도 기울여지고 있었다. 자원봉사자나 자원강사 등 지역사회의 인적자원을 개발하는 경우는 물론이고 보건소 연계 건강프로그램을 운영한다든지(행당2동, 응봉동) 인근의 초등학교 시설을 활용한 전산교육(인천 일신동), 도서실운영(행당2동), 센터 밖 공간을 활용한 프로그램 운영(군포어울마당, 분당 정자1동) 등 지역사회 물적 자원을 적극 활용하는 노력들이 돗보였다. 센터시설을 단순편의공간이나 문화교양프로그램운영공간으로 활용하는 것을 넘어서서 주민들의 모임이나 회의 장소로 활용하고(군포 어울마당) 센터공간의 갤러리화를 추진하는 경우(대전 월평3동,울산 복산동)도 있었다. 민간단체 프로그램 위탁이나 시민단체와의 협력을 위해 노력한 경우도 공부방운영(인천 연수2동), 마을축제 공동진행(인천 일신동), 환경 프로그램 운영(제주 예례동), 자녀와의 대화기법 강좌(울산 신정1동) 등의 사례를 볼 수 있었다. 또한 인접센터들 간의 프로그램 협의조정을 통해 프로그램의 중복을 방지하고, 통합운영을 통해 효율성을 기한다든지(서울 염창동 등), 구 자원봉사센터와 연계하여 자원봉사자 교육, 관리, 운영(서울 장안3동)을 체계화하는 사례도 발견되었다. 자치센터 기반조성과 관련하여 기초자치단체 차원에서 교육, 행정지원, 협의조정 등 시군구 차원의 협력과 지원이 두드러진 경우도(서울 성동구, 경기 군포시 등) 있었고, 특히 인천지역에서는 20개소의 센터운영에 참여한 민간인들이 자율적으로 월2회 정기모임을 통해서 상호정보교환과 협력이 이루어지고 있는 등 고무적인 현상을 볼 수 있었다.

이 밖에도 많은 민간단체들의 안보이는 노력들이 전국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으며 특히 기존의 시민단체가 아닌 주민자치센터의 프로그램 운영과정에서 만들어지고 발굴되어진 주민자생동아리와 자원봉사자그룹들의 활동이 적지 않게 확인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들은 우리시민사회의 건강한 발전을 위해 주민자치센터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미있는 시사점을 주고 있다. 아직은 미약하고 일부에 국한된 것일지는 몰라도 그것이 시사하는 바는 미래에 대한 가능성을 제공하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주민자치센터의 활성화를 위하여

주민자치센터의 목적은 주민을 위한 문화, 복지, 편익시설과 프로그램 운영을 통해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지역주민의 참여를 통해 주민자치의식과 공동체의식을 향상시키는 구심체 역할을 수행하는데 있다. 따라서 주민자치센터를 올바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주민편의시설을 설치하여 개방하거나 몇 가지 취미교양프로그램을 개설, 운영하는데 머물러서는 안되고, 지역사회의 문제들에 대해 주민들이 직접 관심을 갖고 참여하고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는 아름다운 지역공동체를 만드는 데 어떠한 기여를 할 것인가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

주민자치는 말 그대로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지역을 스스로 운영해 나가는 것을 의미한다. 주민자치의 기능을 강화한다고 하는 것은 주민들이 지역사회에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도록 그 계기를 만들어 주는 일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이러한 일은 자신들의 이해에만 머물러 있는 주민들을 이웃과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적 의식의 변화를 지향해야 본래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따라서 주민자치는 완벽하게 규정된 어떤 형태를 갖는 것이 아니라, 주민들의 공동체 의식의 성숙도에 따라 그 형태와 정도가 결정될 수 있다. 즉, 주민자치는 계속되는 과정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그런 점에서 주민자치센터는 그러한 주민자치의 능력과 공동체 의식을 훈련하는 장(場)이 되어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주민자치센터의 기본 운영원칙은 다음의 3가지로 정리해 볼 수 있다.

첫째로 주민참여의 원칙을 잘 실현하여야 한다. 주민자치센터는 ‘주민자치위원회’를 중심으로, 각 분야의 자원봉사자 등 주민 스스로가 권한과 책임을 가지고 운영하도록 하여야 한다. 주민자치위원회는 지역사회 주민들을 대표할 수 있고 주민자치활동에 대한 경험과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 활동력 있는 자원봉사자들로 구성되어야 한다. 주민자치위원회는 단순히 보고 받고 심의하는 기구가 아니라 직접 기획하고 시행하며, 책임을 지는 방식으로 운영되어야 한다. 주민들 자신이 적극 참여함으로써 시설과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에 대해 애정과 관심을 갖게 되고 서로간에 유대관계를 넓힐 수 있어 주인의식과 책임의식, 그리고 공동체의식을 함양할 수 있게 된다. 그동안 수동적으로 서비스 받기만을 바라거나 무언가를 요구하는 것에 익숙해진 주민들의 의식을 이웃과 지역사회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하는 성숙한 시민의식으로 변화시켜야 한다. 예를 들어 무단 투기된 쓰레기를 빨리 치우라고 행정당국에 요구하는 것 못지 않게 이제는 주민 스스로 무단투기를 방지할 수 있도록 캠페인을 벌이고 모니터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둘째로 지역자원 연계의 원칙을 잘 실현하여야 한다. 자치센터는 반드시 시설을 설치하여 운영하는 것에 한정하지 않으며, 동사무소라는 공간을 넘어 지역사회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지역실정에 맞게 운영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주민자치센터는 인근 지역의 관련 시설과 상호 보완 또는 연계하여 운영하여야 한다. 그래야만 다양한 지역 주민의 욕구를 충족시켜 나갈 수 있고 민간사설기관과의 중복 운영에 따른 문제점을 방지할 수 있다. 자치센터를 중심으로 지역사회의 여러 민간자원들-학교, 교회, 병원, 언론, 단체, 기관, 개인 등등-과 네트워크를 형성해야 한다. 자치센터의 사업은 지역사회에 존재하는 다양한 자원들을 연계하고 그 힘을 동원하여 수행할 때 더욱 큰 성과를 거둘 수 있다.

셋째로 민․관 파트너십의 원칙을 잘 실현하여야 한다. 지역주민들이 자치센터에 애정을 갖고 참여하는 것은 어느 한 순간에 갑자기 되는 것은 아니다. 민간자율로 운영한다고 해서 주민들이 알아서 모든 것을 하라고 방치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주민자치센터는 지역사회의 운영을 구성원들 스스로의 힘으로 자치적으로 해나가는 새로운 문화를 형성해 가는 과정이다. 행정의 요구에 따라 주민이 협력하는 방식이 아니라, 주민들이 주인이 되고 책임을 질 수 있도록 행정이 어떻게 협력할 것인가 하는 방식이다. 위와 같은 방향에서 주민과 행정간의 새로운 파트너십이 형성되어야 한다. 진정한 파트너가 되기 위해서는 서로를 존중하고 상대방이 갖고 있는 장점을 잘 살릴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동(읍․면)장을 비롯해서 공무원들은 주민자치센터가 잘 정착될 수 있도록 행정적, 재정적 지원 등 다방면의 도움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지역정부 차원에서의 종합적인 지원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주민들과 대화를 잘 이끌어 갈 수 있는 새로운 공무원상이 정립되어야 한다.


우리나라 지방자치가 이제 민선 3기를 맞이하고 있다. 자치행정의 향후 지향성의 측면에서 본다면 주민자치센터는 로컬 거버넌스 형성의 기초가 되며 그 성공여부는 명실상부한 ‘지방자치’를 정착시킬 수 있는가 하는 시금석이 될 것이다. 관련 행정부처와 각 자치단체들의 적극적인 의지와 실효성있는 지원책이 마련되기를 바라면서 주민자치센터를 올바로 정착시키기 위한 몇 가지 방안들을 제시해 보겠다.

첫째 각 자치센터 운영을 담당하는 전문성 있는 실무자가 배치되어야 하고 자원봉사자가 적극 결합할 수 있는 인센티브제가 도입되어야 한다. 현재 형식적으로 담당공무원이 배치되어 있으나 동 행정업무의 연장선에서 본 업무이외의 부가적인 업무로 주어지기 때문에 실효성이 없다. 자치센터의 운영은 주민들을 만나고 조직하고 프로그램을 기획, 실행하는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한 업무이다. 커뮤니티 전문가 양성과정을 이수한 사람이나 시민단체 활동가 등을 별정직 또는 계약직 형식으로 배치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기존 공무원 중에서도 교육훈련 과정을 거쳐 재배치할 수 있다. 또 현재 시행되고 있는 보건소의 가정도우미제도와 같은 센터도우미 형식의 유급자원봉사자를 두는 것도 보조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

둘째, 취미, 문화 프로그램을 가급적 지양하고 사회교육프로그램과 마을만들기 등 지역공동체활성화 프로그램을 강화하여야 한다. 천편일률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취미, 문화 프로그램 위주의 센터운영은 프로그램의 질을 담보하지 못하고 여타 문화복지시설이나 사설기관과의 중복과 마찰 우려를 낳고 있다. 주민자치와 지역공동체활성화라는 주민자치센터 본래의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주민들의 자치의식과 공동체의식을 함양하고 상대적 소외계층에 대한 교육서비스를 제공하는 사회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하고, 환경, 교통. 복지, 공익시설설치․관리 등 지역사회내의 각종 문제를 마을만들기 방식으로 해결해나가는 지역공동체활성화 프로그램이 강화되어야 한다.

셋째, 관련 법령 및 조례의 개정, 운영주체에 대한 교육, 예산확보 등 자치단체 차원의 체계적 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 자치센터의 활성화는 주민자치와 풀뿌리공동체활성화를 위한 사회적 환경 조성과 밀접히 관련되어 있다. 주민자치위원회의 책임과 권한을 높이고 풀뿌리 시민운동의 경험과 지식을 활용하여 새로운 주민리더십을 발굴, 육성하여야 한다. 일률적으로 하지 말고 모델을 세워 벤치마킹함으로서 단계적으로 확산시켜야 하며 지역에 따라 특성화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관련 법, 제도와 지원시스템을 신설 또는 정비하고 공모방식 등을 통해 운영재원에 대한 조건부 지원으로 경쟁력을 높이며 커뮤니티 전문가들에 의한 교육과 컨설팅 등이 체계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지방자치선거가 부활된 지 이미 10년이 지났다.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새로 구성된 자치단체들이 로컬 거버넌스 형성의 새로운 계기를 만든다면 우리 사회는 한층 성숙된 선진사회로 성큼 다가설 수 있게 될 것이다. 이제 지방자치는 생활정치 구현의 장이 되어야 하고, 일상적인 주민참여와 협력 속에 지역공동체 활성화를 위해 기능하여야 한다. 시민을 행정의 대상으로만 여기거나 거꾸로 행정에 모든 것을 요구하기만 하던 관행을 버리고 지역사회의 여러 산적한 과제들을 실현하기 위해 기획과정에서부터 시민들의 참여를 시스템화하고 문제해결과정에 시민사회가 갖고 있는 다양한 인적, 물적 자원들을 효율적으로 연계해가야 한다. 또 그를 뒷받침할 수 있는 주민자치역량을 강화하도록 아낌없는 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러한 과정은 결국 시민 개개인들이 지방자치의 주체로 나서게 만들고 긍지와 책임감을 갖게 함으로써 수혜자로서는 만족할 수 없는 진정한 삶의 질 향상을 체득하게 하고 지역공동체의 자립성과 성숙도를 높이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