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자치사례9
역사의 숨결을 간직한 박물관 마을 만들기 – 제주도 건입동
건입동에는 도심을 흐르는 산지천과 제주의 해양관문인 제주항, 사라봉이 있다. 예로부터 건입동은 제주의 관문도시로서 각종 문물의 유입과 반출의 거점이 되어왔으며 제주의 역사와 문화ㆍ생활사를 간직한 곳이다. 또한 제주의 행정 및 상권의 중심지 역할을 하여 왔으나 그간 신시가지 도시개발 등으로 인해 구 도심권 지역의 인구감소와 슬럼화 현상으로 도심의 침체가 이어지고 있다.
건입동에서는 2007년부터 마을의 정체성과 역사성을 살려 동민들의 공동체 의식을 회복하고 침체된 지역을 살리기 위하여 ‘박물관 마을 만들기 사업’을 추진하기 시작하였다. ‘박물관 마을 만들기 사업’은 장기 프로젝트로서 건입동 마을에 산재한 역사, 문화 유적(유물) 등에 대한 발굴 및 재정비를 통하여 건입동 마을 전체를 야외박물관화 하고 마을 곳곳에 특색 있는 명품거리를 조성하여 ‘박물관 마을’ 이라는 명소 브랜드를 구축하려는 사업이다.
이 사업은 추진과제를 단계별로 구분하여 추진하고 있는데 2007년부터 2009년도 까지 매년 단기과제를 설정하여 차질 없이 성과를 축적해왔으며 이를 바탕으로 2010년도부터는 장기적인 관점으로 지속적인 사업추진에 나서고 있다. 이 사업의 추진주체는 ‘박물관마을 만들기 협의회’이다. 이 협의회는 건입동 주민센터, 9개의 지역민간단체, 살기좋은마을 만들기팀 이렇게 크게 3주체의 협력에 의해서 이루어지고 있다.
각 추진 주체별 구성과 역할을 보면 먼저 건입동 주민센터는 17명의 공무원들이 있는데 계획수립과 집행총괄, 그리고 행정적 지원을 자신의 임무로 하고 있다. 9개의 지역민간단체의 구성은 주민자치위원회 24명, 마을회 임원 35명, 노인회 임원 28명, 통장협의회 20명, 새마을 남,녀지도자협의회 35명, 바르게살기 위원회 30명, 청년회 26명, 민속보존회 31명 등이다. 이들은 주민참여 및 계획의 집행, 주민홍보 등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살기좋은 마을 만들기팀은 15명의 언론계, 학계 전문가로 구성되어 있으며 계획에 대한 자문 및 전문 분야에 대한 교육을 맡고 있다.
‘박물관 마을 만들기’사업이 처음 시작되던 2007년 먼저 착수한 사업은 지역주민들의 의견을 모으고 과제를 발굴하여 의제를 설정하는 작업이었다. 주민의견 수렴 및 간담회를 14회, 과제발굴을 위한 주민자치위원회 회의를 2회 개최하였다. 여기서 모아진 의견을 바탕으로 ‘박물관 마을 만들기’라는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확산시키기 위해 3회에 걸쳐 박물관마을 만들기 실천 및 성공 결의대회를 개최하였고, 5회에 걸쳐 박물관마을 만들기 사업설명 및 특강(주민자치학교)을 운영하였다. 그리고 그해 말 건입동 마을만들기 기초조사 보고서를 발간하였다.
2008년에 들어서서는 구체적인 실천사업에 나서기 시작하였다. 2월에 옛 건입동민의 삶의 이야기을 담은 스토리텔링 책자 「포구의 악동들」을 발간하였고, 3월에는 역사, 문화유적 표석을 40개소에 설치하고 제막식을 가졌다. 5월에는 건입동 산지천, 사라봉을 주제로 한 시비(詩碑)를 설치하였고 6월에는 18개 업소가 참여한 ‘서부두 명품 횟집거리’를 조성하고 상징조형물을 설치하였다. 11월에는 시민의 휴식처, ‘산지천 빛의 거리’를 조성하였고 12월에는 제주의 옛 민간등대, 아름다운 불빛 ‘등명대 재현’ 사업을 실시하였다.
‘등명대 재현사업’은 점차 사라져가고 있는 제주어민의 혼이 담긴 소중한 문화자원을 보존하기 위하여 주민의 뜻을 모아 제주도내 각 마을에 남아 있는 등명대 10여기 중 5기(애월리, 김녕리, 보목리, 대포리, 고산리 도대불)를 선정, 제주의 해양관문인 건입동 임항로 일대 한곳에 모아 실물크기로 재현한 사업이었다. 이 사업은 언론의 주목을 많이 받아 김봉오 주민자치위원장이 KBS 뉴스프로그램에 인터뷰를 하기도 했다. 이러한 건입동의 노력이 인정받아 2008제주도 최우수 주민자치센터 특성화사업으로 선정되었고 명소마을 만들기 최우수사업으로도 선정되었다.
2009년도에도 5월에 이미지타일을 이용한 ‘아름다운 거리’ 조성, 6월에 금산수원지 소공원 인공폭포 조성 등의 사업이 계속되었으며, 산지천 축제를 개최하여 큰 호응을 이끌어내었다. 산지천은 하류구간에서 용천수가 풍부하게 솟아나오는 하천으로도 유명하며, ‘산짓물(山地泉)’, ‘금산물’, ‘지장각물’ 등의 용천수들은 제주시에서 상수도가 본격적으로 공급되기 이전인 1960년대초 까지도 많은 제주시민들의 식수원으로 이용되었다. 산지천 축제는 도심 속 생태하천으로 복원된 산지천 일대에서 옛 추억과 야외박물관인 건입동의 역사, 문화 자원들이 어우러지는 시민축제를 개최하여 관광객을 유치하고 시민들의 참여 확대로 침체된 구 도심권 지역의 경제활성화에 기여하기 위한 것이었다.
최근 TV 드라마 등을 통하여 전국적으로 널리 알려진 조선시대 의녀 김만덕의 객주터가 있는 곳이 바로 건입동이다. 건입동은 김만덕 할망이 산지천을 오가는 이들을 대상으로 장사를 하며 재산을 모으고, 그것을 가뭄 때 굶주린 백성들을 위해 내놓았던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그녀가 살았던 객주터에는 표석이 세워졌고 무덤도 건입동에 소재하며 사라봉 남쪽 모충사에는 ‘의녀수반 김만덕 의인묘비’와 전시관이 세워져 있다. 2008년부터 건입동에서는 의녀 만덕 할망의 정신을 이어받아 만덕할망이 객주집을 꾸리며 장사했던 거리를 만덕할망 객주집 거리로 조성하여 명소로 만들고 있다. 관광객들이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김만덕 객주터를 복원하고 만덕 봉사 정신 계승과 더불어 박물관마을 전시공간 및 지역 특산물 등을 판매할 수 있는 공간으로 조성하고 있다.
또 제주도 민속자료 1호인 복신미륵 주변에 소규모 공원을 조성하고 그 역사적 유래를 스토리텔링화 하여 지역명소로 개발하였는데, 복신미륵(일명 동자복)은 제주시 서쪽 용담동에 있는 서자복과 함께 옛 제주성 바깥에서 동서로 마주보며 성안을 수호하는 수호신 역할을 하는 역사적 유래가 깊은 민속자료이다.2010년 4월에는 동민이 참여하여 함께 만드는 ‘건입박물관’ 조성사업이 펼쳐졌다. 이 사업은 지역 주민들 사이에 오랜 세월에 걸쳐 이어져 온 유, 무형의 역사, 문화 유산을 수집하고, 모아진 이 유산들을 사용하지 않고 방치되어 있던 빈집을 활용, 전시하는 소규모 마을 박물관으로 조성하는 사업이었다.
소규모 마을박물관 전시공간 정비
가장 기초적인 공동체인 마을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마을에 입지한 자연경관과 유산들, 마을에 뿌리 내리고 살아온 주민들의 생애사를 주 테마로 하여 작은 전시관을 조성하는 것이다. 동민이 함께 만드는 박물관이라는 취지를 살려 한 가정에서 하나의 물품을 기증하는 방식으로 추진하였는데 유형자료로는 고고자료, 농어업 용구, 무구, 의식주 관련 민구류, 고문서 등이, 무형자료로는 민요, 이야기 및 각종 구술자료(인생사, 역사체험담) 등이 수집되었다. 이렇게 모아진 자료를 전시하고 ‘박물관 마을 문화 해설사’를 양성하여 찾아오는 방문객을 맞이하였다.
이를 위해2009년 2월부터 ‘박물관 마을 해설사’ 양성과정을 운영하였는데, 지역주민들을 대상으로 주민자치센터 교육프로그램으로 개설하고 주민자치위원장이 직접 강사로 나섰다. 이 과정을 통해 2009년도에 24명이 문화해설사 양성과정을 이수하여 수료증을 받았고 2010년도에도 지역주민 15여명이 수강 중이다.
또 찾아오는 방문객들을 대상으로 제주의 청정 브랜드, ‘제주 흑돼지 거리’를 조성, 지역경제활성화에도 한몫을 단단히 하고 있다. 관련 전문가와 지역 업소 대표들이 참여한 가운데 흑돼지거리 추진위원회를 구성하여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하고, 대형아치 조형물과 돌출 간판을 설치하는 등 지역브랜드만들기 사업을 벌였다. ‘흑돼지 거리’ 조성 사업은 제주의 청정 브랜드를 활용하고 마을의 역사성을 살리면서 침체된 골목상권의 활성화를 도모하여 문화와 경제가 살아 숨쉬는 마을공동체를 만들기 위한 것이었다.
건입동의 ‘박물관 마을 만들기’ 사업이 주목을 받은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중장기적 계획을 수립하여 지속적으로 사업을 추진하였고 공무원, 주민, 전문가 등 주체들의 역할 분담과 협력 체계가 잘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또 마을만들기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초창기 주민의견 수렴을 위한 노력과 주민들이 기증하여 함께 만드는 소규모 박물관 등 주민참여를 위한 노력을 꾸준히 기울이고 있다는 점이다
다음으로 박물관 건립이라는 하드웨어적인 사업과 문화해설사 양성, 산지천 축제와 같은 소프트웨어적인 활동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는 점이다. 더 나아가 ‘박물관 마을 만들기’ 사업은 지역의 역사와 문화적 특성을 잘 반영하여 명소브랜드로 구축하였고 그 성과를 침체된 지역경제의 활성화로 연결해 냄으로써 그 성과가 지역사회 속에서 확산되어 갈 수 있도록 했다는 점에서 매우 시사하는 점이 큰 사례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