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파에 떨고 있는 사랑의 온도계
매년 연말이 되면 시청앞 광장에는 ‘사랑의 온도탑’이 우뚝서서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붙잡는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설치하여 모금목표액의 달성정도를 표시하는 탑이다. 그런데 올해에는 이 탑이 시청광장에 서지 못하고 서울 정동 공동모금회 건물외벽에 ‘사랑의 온도계’로 대신 설치되었다. 얼마 전에 터진 공금유용과 인사비리 파문 때문이다. 사회의 엄정한 비판과 이사진 전원사퇴 등 자정노력을 통해 새로운 전기를 만들어 보겠다고 하고 있지만, 한번 깨진 신뢰를 회복하기는 그렇게 쉽지 않을 것 같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이 달 1일부터 시작한 공동모금회의 ‘사랑온도’는 13일 현재 3.4도에 그쳤다고 한다. 목표금액의 3.4%만 모았다는 의미이다. 지난 해 같은 기간에는 13.8도였다고 하니 작년 모금액의 4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결과이다.
그런데 그것이 진짜 걱정스러운 것은 이제 막 뿌리내리기 시작한 우리 사회 나눔문화 정착에 찬물을 끼얹는 결과가 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정말 도움이 절실히 필요한 어려운 이웃들에게 더 큰 고통과 어려움을 안겨 주게 된다는 점이다. 아무런 댓가를 바라지 않고 자신의 재산이나 재능을 공동체 이웃들을 위해 내놓는 기부와 자원봉사는 인간의 가장 아름답고 빛나는 행위이고 그것이 바로 사랑이다. 하지만 아무 조건 없이 돈을 기부했다고 해서 그 돈이 허투루 쓰여지는 것을 수수방관할 기부자는 그 어디에도 없다. 자신의 땀과 노력이 배어있는 돈을 믿고 맡겼다면 당연히 그 돈이 공정하고 의미있게 쓰이기를 기대했을 것이고, 그 기대가 배반당했을 때 오는 실망과 분노는 훨씬 더 큰 법이다. 그러기에 더 많이 모금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모금된 돈을 올바로 배분하고 그 관리를 투명하고 공정하게 하는 것이 더욱 더 중요하다. 하물며 공정한 관리를 위해 사용될 공금이 부당하게 유용되고 투명해야할 직원채용과정에 문제가 발생했다고 하니 할 말을 잃게 만든다. 투명성과 공정성의 유지는 사회의 정의를 바로세우는 데서 가장 핵심적인 과정이다. 기부와 자원봉사를 활성화하는 활동은 사랑의 정신을 구현하는 숭고한 일이긴 하지만, 정의가 바로서야 비로소 사랑의 가치가 제 빛을 발할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이것은 비단 공동모금회만의 문제가 아니라 비영리공익활동을 하는 모든 사람들이 잊지 말아야 할 점이다.
우리 단체 회원들도 매년 연말이면 어려운 이웃들을 찾아 연탄나눔봉사도 하고 보일러도 놓아드리고 있다. 회원 한분 한분이 회비를 모으고 시간을 쪼개 자원봉사에 나서며, 필요한 물품은 모금후원기관과 기업체를 섭외하여 마련한다. 이런 때일수록 주변의 이웃들에 대한 따뜻한 관심이 더욱 필요하다. 우리사회가 보다 따뜻해지려면 직접 자원봉사활동을 하는 우리회원들과 같은 역할이 소중하지만 그와 함께 전문적인 모금과 지원을 하는 기관들의 역할도 또한 중요하다. 오히려 이번 일을 자기뼈를 깍는 자성의 기회로 삼아 일신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기부와 자원봉사는 건강한 시민사회를 위한 주춧돌과 같다. 사랑의 온도계가 더 이상 한파에 떨며 홀로 서 있지 않도록 우리의 관심을 모았으면 한다. 왜냐하면 사랑의 온도계 눈금은 바로 우리 시민사회의 바로미터이이기 때문이다.
